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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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종말 앞에서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담담하고 따뜻한 여덟 편의 이야기

하루하루, 오늘을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사카 고타로의 걸작 연작 소설

진지하게 읽고 있다가 "풋" 하고 웃게 되는 소설이랄까? 이후 잔잔하게 마음속에 흐르는 따뜻함과 친근함...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소설만이 가진 특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에는 뭔가 아이러니하면서도 기가 막힌 반전 때문에 읽다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뿐 아니라 심장을 간지럽히는 힐링 요소도 가득하다. 소설 [종말의 바보] 속 등장인물들은 3년 후 필연적으로 발생할 지구의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소행성이 지구를 덮칠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된 지 무려 5년이 지났기에 소요사태는 진정된 상황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견뎌야 한다.

배경은 지방 도시 센다이에 있는 아파트 '힐즈 타운'이다. 일종의 연작 소설인 [종말의 바보]에는 힐즈 타운이라는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각각의 입주민에 대한 8가지의 에피소드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각자 다르게 반응하겠지만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인간들은 엄청난 절망감으로 살아가게 된다. 누군가는 절망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폭동과 방화 그리고 살인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아마도 될 대로 되라는 심정 때문에. 그러나 이 [종말의 바보] 속 사람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종말을 맞이한다. 멀어졌던 자식과의 화해 그리고 누군가는 태어날 아이를 기다린다.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소설 [종말의 바보] 속 여러 에피소드로 들어가 보자.

[종말의 바보]

아들 가즈야는 10년 전 스스로 세상을 등졌고, 딸 야스코는 이미 그전에 아버지와 충돌한 뒤 가출했다.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지 5년이 흘렀고 이제 3년 후면 영영 이 세상과는 이별이다. 부부는 무서운 영화를 빌려보면서 지구 멸망이라는 공포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시즈에가 남편을 핑계로 딸 야스코를 불렀고, 그들은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면서 세상을 떠난 오빠에 대한 추억에 잠기게 되는데... 과연 아빠와 딸은 서로를 용서할 수 있을까?

[태양의 딱지]

수년간 아이가 없었던 미사키와 후지오 부부. 그런데 세상의 종말을 앞둔 이 시점에 덜컥 아이가 생겼다. 병원에 다녀온 미사키가 임신 8주라는 이야기를 하며 좋아했으나 우유부단한 성격의 후지오는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정하지 못한 상황. 그러던 어느 날 학창 시절 축구부 주장이었던 쓰치야를 만나게 된 후지오. 장애 아들에 대한 쓰치야의 지극한 사랑을 알게 되면서 후지야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농성의 맥주]

10년 전 인질극에 휘말렸던 여동생 아키코는 방송국의 무리한 취재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딸을 잃은 슬픔 때문에 어머니도 곧 여동생 뒤를 따르게 되었다. 이 모든 게 방송국 놈들 탓이라는 원망을 하게 된 형과 동생 다쓰지는 아나운서 스기타가 머무르고 있다는 센다이 시의 힐즈 타운으로 몰래 잠입한다. 마침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스기타 가족들을 덮친 형과 동생.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그들을 모두 쏴 죽이겠다는 결심을 하고 가족들이 마시던 맥주에 손을 가져간 순간, 다쓰지가 들고 있던 맥주잔을 쳐내는 스기타의 딸, 이게 뭔 일일까?

만약에 지금으로부터 3년 후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어린 시절 가장 즐거웠던 때를 떠올려보니 시골 과수원에 혼자 놀러 갔던 시기였던 것 같다. 언니들은 모두 학교에 가느라 못 왔고 할머니는 농사지으시느라 바빴기에 자연 속에서 나 홀로 숲속 나무들과 곤충들 그리고 물고기들과 놀 수 있었던 시기였다. 나는 아마 자연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책 [종말의 바보]는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계속 미워하고 좌절하고 있기엔 3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지 않은가요? 우리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삶을 낭비하고 한다. 비록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책을 읽다보면 현재 주어진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웃음과 눈물 그리고 따뜻함과 상냥함이라는 토핑이 골고루 뿌려진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소설 [종말의 바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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