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2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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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라... 평소에 로맨스 혹은 판타지 보다는 범죄나 죽음을 다루는 스릴러나 미스터리에 관심이 더 많았던 나는, 기대반 의심반, 반신반의하면서 책을 펴들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이 책이 신예 작가의 작품이 과연 맞는가?  엄청난 상상력으로 독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능력에 난,, 반해버렸다. 

고대 수메르 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전편 백번째 여왕의 뒤를 잇는다.  백번째 여왕에서 주인공 칼린다는 자신과 결혼했던, 사악한 군주 라자 타렉을 물리치고 연인인 근위대장 데븐과 함께 무너져 버린 타라칸드의 수도를 도망쳐나온다.

제국의 수도를 다시 살려낼 방법은 아스윈 왕자를 찾아 그를 왕위에 올려놓는 것.   칼린다와 데븐 무리들은 아스윈 왕자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머무르는 도시인 아레스에 입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운명의 장난인가?  사실 칼린다는 이전 작품인 [ 백번째 여왕 ] 에서 서열 토너먼트에 참여하여 목숨을 건 전투를 해야했던 것 처럼, 아레스에서도 타라칸드 제국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위험 천만한 [ 라니 선발대회 ] 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엔 그 스케일이 남다르다.  전편인 [ 백번째 여왕 ] 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 불의 여왕 ] 에서는 부타, 즉 반신반인인 칼린다가 불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버너인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자신과 같은 부타인,  물을 다루는 아퀴파이어,  바람을 다루는 갈러,  그리고 땅의 여신인 트렘블러 와 대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들에게 주어진 무시무시한 임무들을 거침없이 해치우는 강인한 여전사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들의 액션은 마치 눈 앞에서 CG를 엄청나게 사용한 판타지 영화가 펼쳐지는 것처럼 화려하고 장엄하다.  예전에 반지의 제왕을 봤을 때 만큼의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전투씬만 있다면 재미는 반감될 수도 있다.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아스윈 왕자와 근위대장 데븐과의 아슬아슬고 달콤한 사랑의 줄다리기가 독자들에게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녀는 물론 데븐을 사랑하긴 하지만 ( 이건 확실하다 ) , 제국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열정을 보이는 아스윈 왕자의  마음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역시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 칼린다에게 주어지는 시련은 가혹하기만 하다.   힘은 원래 남자들이 더 쎈 거 아니었나?   ㅋㅋㅋ 잘 모르겠다.   끊임없는 전투에 그녀의 몸은 상처입고 다리는 부러지고 ....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위험에 빠진 남자들을 구하는 것도 그녀의 몫......  신의 선택을 받은 자의 삶은 참 고되다....

 

 

너와 나는 치명적인 악마의 피를 나눴다


책 뒤편에 나와 있는 문장이다.  세번째 책 악의 여왕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책을 꼭 읽어야 겠다 싶다.  온갖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그녀.  진정한 킨드레드가 되려는 그녀의 앞에 또 무슨 모험과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지 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다.  이 책은 중독성이 있으니 독자들이여 밤잠을 못 잘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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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단노 미유키 지음, 박제이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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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풍요로운 일상은,

첫째, 한낮에 길거리에서 태양볕을 쬐는 길냥이를 구경하기
둘째, 좋아하는 성악가의 공연보기
그리고, 대낮에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 읽기

그러나,,, 정규직으로 직장을 다니면 이런 일상을 한가롭게 누리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열심히 일한만큼 물질적인 성공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통장에 쌓여가는 돈을 보면서 흐뭇해하겠지..

신이 풍요로운 일상과 빵빵한 통장 중 하나를 택하라면,,, 아,,, 망설여진다 ㅠㅠㅠ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단노 미유키님은 비록 책 속이지만 용감하게, 풍요로운 물질보다는, 풍요로운 일상을 택한다.  그녀는 일기 형식으로 2번의 백수 생활과 1번의 직장생활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백수라서 우울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기에 그렇게 표현할 것 같지만,, 어라,, 의외로 산뜻하게 자신의 백수기간을 묘사하고 있는 미유키님.

시간을 아주 알차게 보내고 있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매우 활동적인 백수 생활을 하는 저자.  야간 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가서 엄마의 공연을 관람하고. (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다 ) 전국의 여러 축제와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에 참여한다.  한마디로 소.확.행. 을 실천한다.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


백수가 더 바쁩니다 하하하 라고 말하는 듯한 저자.   그녀는 프로백수였다!!!

일기 형식의 에세이인 이 책에는 미유키님의 2번의 백수 생활과 1번의 직장 생활의 모습이 그려진다. 
음.. 확실히 직장인 미유키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 출장가거나 인터뷰따기 ) 등을 빼고는 이상하게 불행해보이거나 매우 까칠해보인다.   뭐랄까?  주위 환경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한 부하직원, 협업을 해야 되는데 맨날 늦거나 작업이 형편없는 외주회사 등등 명랑한 미유키님을 까칠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결국 저자는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정규직인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반 백수생활인 프리랜서생활도 돌아오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에게 짜여진, 통제되는 직장생활은 역시 맞지 않는가보다.

그녀는 구직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지인으로부터 일감을 따낸다. 하지만 일이 고정적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지 가족에게 돈을 빌린다거나 친구로부터 돈을 빌리는, 현실적 백수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준다.  나도 백수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 불안감에 시달리던 시기가 막 생각나면서 작가가 드러내진 않지만 속으론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의 풍요로운 일상은 그동안 잘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이 에세이를 통해서 발견하게 되면서 ( 그녀는 자주 친구들 혹은 지인들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더 이상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녀를 걱정해주고 일감을 주려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것.  그 모습을 보면서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일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인간 관계가 매우 빈약하고 매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개인에 따라서 다른 것이다. Case by case 인 것.

어쨌든 이 세상의 모든 백수와 혹은 반백수의 풍요로운 일상을 위하여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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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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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닐까? 내가 어디에 속해있는지 끊임없이 탐구하는 존재. 국가이든 가정이든 그리고 언어와 같은 추상적 상황이든, 우리는 ' 나 ' 라는 존재가 버티고 설 수 있는 확실한 토대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 나오는 단편집 속의 인물들은 물 속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수초처럼,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언어와 언어 사이에서

마찰과 갈등을 빚으며 이리저리 부유하는 존재들이다.

이 책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현대의 유목민들의 사연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저자가 미국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주인공들은 대부분 이민자이거나 반대로 역이민을 온 상태이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의 그들.

이 중에서 내가 인상깊게 읽은 3편의 단편은 각각 언어, 인간관계 그리고 나라와의 단절을 경험하고 상실감을 느낀, 그래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음을 깨달은 사람들, 하지만 동시에 잃어버린 그것을 그리워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단편 [ 분홍에 대하여 ] 에 나오는 세레나라는 꽃집 여주인은 한국에서 남편과의 내밀한 언어를 상실한 채 ( 이혼 ), 다시는 그 언어 ( 한국어 ) 를 쓰지 않는 곳으로 ( 미국 ) 오게 된다. 그녀는 " 보어 " 라는 언어의 사멸과 함께 세상을 떠난 " 보아 스르 " 라는 여인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를 잃어버렸다.  그 충격으로 언어가 아예 통하지 않는 곳으로 왔지만 여전히 그 언어와의 소통을 그리워하는 모습이다.

단편 [ 로사의 연못 ] 은 물질에 대한 환상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인간 관계, 즉 서로에 대한 애정을 잃어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들은 아름다운 동네에, 완벽한 집을 지은 후, 이상하게도 불행함을 느끼고 상실감에 시달린다.  서로에게 충실했던 과거를 그리며 이 노래를 부르는 아내 로사. 짙은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모든 문은 잠기고 모든 이는 잠들었으리.
깊고 검은 웅덩이는 뒤뜰에 있고 치어들은 어항에서 자라네.
깨어있는 사람은 오직 나 혼자이리.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자 주요 단편인 [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 에서 폴은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떠나버린 어머니를 두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을 외국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독특한 관습에 이질감을 느끼지만 ( 획일화된 생활방식, 아무나 형, 아들이라 부르며 가족화하는 모습, 남을 배려하지 않고 예의없는 사람들  ) 동시에 이상하게 그것에 끌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 단편집 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과거에,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했음의 망령에 시달린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쓸쓸함과 고독이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하여 그것이 그들에게 넘지못할 큰 벽이고 인생의 불행일까? 잘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나는 이 책을 읽고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상실감과 진한 고독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이 불행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어항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물고기가 불쌍하다고  느껴지진 않듯.  오히려 그들이 관찰자 입장에서 자신과 남들의 인생을 관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타자가 확실히 느껴지는 환경에서 자라온 그들.  다소 낯선 주제를 다룬 단편집이나 글 잘 쓰는 작가의 훌륭한 작품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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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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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무대위에 앉아있다. 그를 비추는 스폿라이트가 켜지고, 그는 독백 ( 가끔은 관객과의 대화 ) 을 시작한다. 이제는 빛바랜 이야기지만 잔잔하게 시작되는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열정적인 연애 이야기.  중간 중간 위트넘치는 농담을 던지며 연애이야기를 꺼내지만  분노에 사로잡혀 절망을 토로하기도 하는 1인극.


그는 관객들에게 이야기한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사랑의 본질은 도대체 뭘까다소 진부한 질문을 자꾸 되묻게 만드는 이 소설. 연애의 기억. 연애의 기억이라기 보다는, 연애의 결과로 인한 고통의 기억? 이 더 적절한 제목일 듯한 이 소설은,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 작가의 다소 무거운 연애 소설이다.


이 글은 대부분 주인공의 1인칭 시점 나레이션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난 소설을 읽는 동안 내내 노쇠해진 한 신사가 1인 연극 에서 한때는 열정적이었으나 끝내 퇴색되어버린 자신의 젊은 날의 사랑 이야기를 고백하는 것 처럼 느꼈다.


연극 무대에서 그는 이렇게 읖조린다.

" 저는 그때 어렸습니다. 젊었죠... 그녀는 제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빠져들었어요 "


소설 속의 주인공 19세 대학생 폴 은 방학을 맞아 집으로 잠시 쉬러 온 틈을 타서 테니스 클럽에 가입한다. 거기서 그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만난다. 48세의 원숙한 아름다움을 가진 수전.


" 그녀는 다른 어른들과 달랐습니다. 뭔가... 자유롭고 사회와 인간을 풍자할 줄 알았죠. 저의 냉소적인 유머에 곧잘 웃어주었으니 "


관습에 물들어버린, 클리셰를 대표하는 듯 지루한 어른들과 달리 자유분방하고 유머감각이 넘치는 수전. 폴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아니면 클리셰가 아닌 사랑 - 또래와의 유치한 사랑이 아닌 - 과 사랑에 빠졌을 지도 모르고.


그런데 이 소설이 그냥 주인공의 젊은 날, 불같았지만 빨리 끝나버린 진부한 사랑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나의 마음이 무겁진 않을텐데..... , 연극 무대의 주인공이 이렇게 말했다면, " 사실 그녀를 사랑했지만, 우리 둘 다 빨리 이성을 되찾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죠. 하하하 "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순수했고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랑의 색깔이 바래지고 믿음이라는 장막이 걷히면서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사실 폴은 불행한 결혼 생활 에 빠져 허우적대는 수전을 자신이 구해줬다고 느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그 관계는 또다른 진부한 관계로 변해버린다. 책 속에 나오는 문구처럼. 폴이 그렇게도 싫어했던 부모님의 결혼 관계처럼.

 

우리 부모의 결혼은 나의 열아홉 살의 용서없는 눈으로 보기에는, 클리셰가 자동차 사고처럼 난무하는 현장이었다. 클리셰를 심판한 사람으로서, "클리셰가 자동차 사고처럼 난무한다 " 라는 말 자체가 클리셰라는 것은 인정해야겠지만

 

결국  자신을 조금씩 파괴하는 수전을 보다 못한 폴은 그녀를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데...…..

 

위에서도 말했듯, 이 소설은 연극무대의 주인공이 읖조리듯 늘어놓는 독백같은 소설이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사실 폴 이외의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가의 영국인다운 절제하듯 써내려간 문장의  사이 사이로, 순수한 첫사랑에 대한 기쁨,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 그러나 결국 마주치게 된 분노와 갈등... 마침내는 망가져버린 관계에 대한 절망이 언뜻 언뜻 엿보인다.

 

자기 중심적이었던 젊은 날의 폴은, 나이가 들어서야 자신의 사랑만이 특별한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클리셰라고 믿었던 자신의 부모님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고, 수전을 괴롭히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남편 고든도 한때는 그녀를 열정적으로 사랑했을 거라는 걸 깨닫는다..  

 

쉽게 읽히지 않는 소설이었다. 자꾸만 되새김질 하게 되는 문장도 많았던 것 같다. 이해가 잘 안되서. 그러나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답게 사랑이라는, 쉽게 규정지을 수도 없고 한계를 지을 수도 없는 감정을,  성찰하는 듯한 그의 독특한 방식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책은 마냥 사랑하는 연애 소설이라기 보다는 연애를 추억하며 주인공이 느낀 인생에 대한 통찰을 그려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소 어려운 감이 있으나 사색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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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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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나는 여성!  내 삶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을 존중해! 라고 외치는 듯한 소설이 나왔다.  이름하여 비바 제인.   다른 삶을 살고 있는 5명의 여성을 보여주는데 결국은 같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 5명의 여성의 삶을 극히 자연스러운 어조로 보여주면서 여성이 이 세계에서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크고 작은 차별과 억압 그리고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고발하고 있는데 사실 그 고발이 너무 진지하거나 심각하게 흐르지 않도록 시종일관 위트와 풍자가 넘쳐난다.

그들을 잠깐 소개하자면,

레이첼 : 주인공 아비바의 엄마.  아비바를 너무나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제인 영 : 주홍글씨처럼 낙인찍인 비밀스러운 과거를 간직한 여인. 고통스런 경험 만큼 성장했다.
루비 : 제인의 딸. 8살이지만 50살의 성숙한 영혼을 가진 아이. 그러나 그런 독특함때문에 왕따를 당한다
엠베쓰 : 철부지 정치인 남편 때문에 병에 걸릴 정도다. 그러나 그것도 극복하는 강한 여성.

그리고 아비바가 있다.  이 소설은 그녀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  20대 초반 젊은 시절,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은 불같은 사랑 때문에 인생이 폭망했다.  전도유망한 한 정치인과 불륜을 일으키고, 그 사건때문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찾아다니는 언론과 네티즌들의 사냥감이 된다.

한순간 성실한 인턴에서 개걸레가 되어버린 아비바. 그런데,,,, 그 성추문 스캔들의 주인공인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는 쏙 빠져있다...  참,, 이건 뭐지??? 책의 띠지에 나와 있는 #강한기시감 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를 유혹한 한 인턴의 단정치 못함과 비도덕적 행태만 가십거리가 된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책의 띠지에 나와있는 #여혐, #이중잣대,#2차가해 등은 소설 속 여성들이 대면하는 남성들의 입을 통해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레이첼의 소개팅남, 시장 선거에 출마한 제인 영의 경쟁 후보, 그리고 다소 여성스럽지 못한 루비를 괴롭히는 남자아이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어딜가나 여성의 삶을 옥죄는, 보이지 않는 제도? 체계? 선입견? 같은 것이 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 와중에도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여자들끼리의 우정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성의 사회참여와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하다.  바람직한 여성 운동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느낌?

사회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의식을 던져주긴 하나, 결코 무겁지 않은 소설.  페미니즘을 다루는 책들은 다소 전문적이고 어려운데 이런 위트와 풍자가 넘치는 재미있는 소설을 통해서 페미니즘이 뭔지 알아가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별 5개 만점에 4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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