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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단노 미유키 지음, 박제이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9월
평점 :
내가 생각하는 풍요로운 일상은,
첫째, 한낮에 길거리에서 태양볕을 쬐는 길냥이를 구경하기
둘째, 좋아하는 성악가의 공연보기
그리고, 대낮에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 읽기
그러나,,, 정규직으로 직장을 다니면 이런 일상을 한가롭게 누리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열심히 일한만큼 물질적인 성공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통장에 쌓여가는 돈을 보면서 흐뭇해하겠지..
신이 풍요로운 일상과 빵빵한 통장 중 하나를 택하라면,,, 아,,, 망설여진다 ㅠㅠㅠ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단노 미유키님은 비록 책 속이지만 용감하게, 풍요로운 물질보다는, 풍요로운 일상을 택한다. 그녀는 일기 형식으로 2번의 백수 생활과 1번의 직장생활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백수라서 우울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기에 그렇게 표현할 것 같지만,, 어라,, 의외로 산뜻하게 자신의 백수기간을 묘사하고 있는 미유키님.
시간을 아주 알차게 보내고 있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매우 활동적인 백수 생활을 하는 저자. 야간 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가서 엄마의 공연을 관람하고. (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다 ) 전국의 여러 축제와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에 참여한다. 한마디로 소.확.행. 을 실천한다.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
백수가 더 바쁩니다 하하하 라고 말하는 듯한 저자. 그녀는 프로백수였다!!!
일기 형식의 에세이인 이 책에는 미유키님의 2번의 백수 생활과 1번의 직장 생활의 모습이 그려진다.
음.. 확실히 직장인 미유키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 출장가거나 인터뷰따기 ) 등을 빼고는 이상하게 불행해보이거나 매우 까칠해보인다. 뭐랄까? 주위 환경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한 부하직원, 협업을 해야 되는데 맨날 늦거나 작업이 형편없는 외주회사 등등 명랑한 미유키님을 까칠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결국 저자는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정규직인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반 백수생활인 프리랜서생활도 돌아오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에게 짜여진, 통제되는 직장생활은 역시 맞지 않는가보다.
그녀는 구직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지인으로부터 일감을 따낸다. 하지만 일이 고정적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지 가족에게 돈을 빌린다거나 친구로부터 돈을 빌리는, 현실적 백수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준다. 나도 백수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 불안감에 시달리던 시기가 막 생각나면서 작가가 드러내진 않지만 속으론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의 풍요로운 일상은 그동안 잘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이 에세이를 통해서 발견하게 되면서 ( 그녀는 자주 친구들 혹은 지인들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더 이상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녀를 걱정해주고 일감을 주려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것. 그 모습을 보면서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일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인간 관계가 매우 빈약하고 매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개인에 따라서 다른 것이다. Case by case 인 것.
어쨌든 이 세상의 모든 백수와 혹은 반백수의 풍요로운 일상을 위하여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