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시 1 -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걸크러시 1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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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여성의 위치는 어디에 와 있을까?  최근, 페미니즘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도 직장이나 가정에서 입을 다물고 있기를, 그리고 희생하기를 암묵적으로 강요받는다.  그리고 사회, 정확히는 주류 집단인 남성이 그리는 여성의 모습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리디 여린 여인 이미지일 때가 많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현재도 이럴진데, 과거에는 어땠을까?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억압은 지금보다 훨씬 심했을 것이라 본다.  그런데 그러한 모든 차별을 극복하고 자신의 힘으로 우뚝선 여성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 걸크러쉬에 나오는 " 쎈 언니야들 " 이다.  웬지 모 연예인의 " 쑥 크러쉬 "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여성들은,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본인의 지혜와 정신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이 책을 쓴 혹은 그린, 페넬로프 바지외라는 저자는 다소 낯설다그녀는 누구일까?  1982년 파리에서 태어난 저자는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1년 수학 후,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에서 공부했다그 후 2007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중 자신의 블로그에 일상을 담은 웹툰을 연재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웹툰은 프랑스 르몽드지의 블로그 실렸던 것인데 이번에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역사 속의 용감한 여성의 활약상은, 저자의 아름다운 웹툰으로 그려지며 생명력이 생겼다그녀의 그림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트와 해학이 넘친다원래 있던 이야기에 그녀 자신만의 유머러스하고도 생기넘치는 색깔을 집어넣은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여인들의 공통된 특징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자유롭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그리고 부당한 일에 당당히 맞섰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자면, 마거릿 해밀턴이라는 여배우의 이야기였다.   이 배우가 내가 예전에 봣던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한 서쪽 마녀라니....... 그녀는 천편 일률 적인 아름다운 여배우들 가운데서 자신의 개성적인 외모를 100% 활용하여, 아주 영리하게도 이런 개성이 넘치는 역할들을 맡아 할리우드 캐스팅 1순위가 되었다.

 


    
그녀 외에도, 무민 시리즈를 창조하고 그 당시만해도 편견이 있었던 동성과의 동거생활을 행복하게 누렸던 토베 얀손과 여자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던 고대 아테네의 여자들에게 신뢰할만한 여성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한 아그노디스도 인상 깊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제일 인상 깊었던 사람은 사실. 무측천 황제였다.  난 이전까지만 해도 무측천 황제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린 희대의 악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웹툰에 나와 있는 그녀는, 전혀 달랐다.  물론 피를 좀 보긴 봤지만, 무력하고 부패한 관리들을 정리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 노력함과 동시에 농민을 위한 세금을 감면하는 등 여러 면에서 존경받을 만한 여인이었다.  남성들의 역사서에 단지 희대의 악녀의 모습만 그려졌을뿐.

 

 



이 세상의 모든 책들을 아주 단순하게, 소장 가치가 있는 책과 아닌 책으로 나눈다면, 이 책은 100% 아니 200%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에, 작가의 독특한 유머가 담긴 스토리 라인, 그리고 각 에피소드와 관련있는 예쁜 엽서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몇번이나 읽게 되고 지인에게 추천하게 되는 책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이 가을에 까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읽어볼 만한 아름다운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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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 푸른숲 어린이 문학 22
백혜영 지음, 신민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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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그림이 귀엽지만 어딘가 마음 속 한구석이 뜨끈해지면서 눈가를 촉촉해지게 만드는 책을 읽었다.   일제 강점기 속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특히 일본인의 감시에 의해서 우리말을 한동안 빼앗겼던 시절을 다루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 가까운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내용은 알차고 재미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한솔이다.  그는 아직 초등학교 ( 그 당시에는 소학교 ) 에 다니는 어린이지만,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지극한 착하고 어른스러운 아이다.  정의감이 강하나 다소 까칠한 성격의 한솔이는 살림을 어머니에게만 맡겨놓고 밖으로 나도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책만 싸들고 다니며 도대체 뭐하는 건지....

한솔이에 반해, 한솔이의 절친인 민식이는 성격이 둥글둥글한 편이다. 서로 반대 성격이라 잘 붙어다니는 두 친구들.  그런데 학교에는 눈엣가시가 있었으니, 그 녀석 이름은 강정태.  한솔이나 민식이가  우리말을 쓰는 것을 일본인 선생님에게 일러바쳐서 벌을 받게 만드는 얄미운 녀석이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친구인 수현이라는 형이 이상한 제안을 한다.  바로 우리말을 모으자는 것.  왜 그래야 할까?  어리둥절한 한솔이와 민식이에게 그는 우리말을 모아서 사전을 만들거라면서 이런 말을 건넨다.

그건 말에 곧 그 민족의 얼이 담겨 있기 때문이야. 우리말에는 곧 우리 조선인의 얼이 담겨 있어. 일본이 우리말을 못 쓰게 하는 것도 우리 조선인을 뼛속까지 자기네 신민으로만들기 위해서야.. 그래서 주시경 선생님도 ‘ 나라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이 망한다 고 일찍부터 걱정하셨던 거지."

말을 잃어버린 민족은 국가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만약 우리나라가 현재 한글 대신, 일본어를 쓰고 살았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현실 속에서 식민지 국가의 국민으로 차별받으며 살지 않았을까?  현재 일본에서 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에 시달리는 교포들처럼 말이다.  

여하튼 책 속으로 다시 가자면,   눈엣가시였던 강정태도,  순사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조선인을 탄압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부끄러워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에 나선다.  그들이 모으는 우리말들 중엔, 이제는 많이 잃어버리고 쓰지 않는 예쁜 우리말들이 등장했다.
    
* 앵돌아지다 : 성이나서 토라지다
* 앙감질 : 한 발을 들고 다른 한발로 뛰는 것
* 소드락질 : 남의 돈이나 물건 따위를 뺏는 것
* 살붙이 : 엄마, 아버지와 아들, 딸처럼 피로 맺어진 사람

그런데, 사전을 만들기 위해서 펼쳤던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이 일본인들에게 발각이 되면서, 그와 동시에 한솔이의 아버지가 순사에 의해 끌려간다... 제발 나쁜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이 책은  일본에 의해서 반 벙어리처럼 지내야 했던 우리 민족들의 슬픈 사연을 들려준다.  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말에는 민족의 얼이 담겨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우리말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관심을 갖고 보호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이들에게 우리말의 소중함에 대해서 일깨워줄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읽어봐도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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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성공하는 영어 스피킹은 따로 있다
에스텔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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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한국인에게 맞는 영어 스피킹 공부 방법이 따로 있을까?  의심스럽던 나는, 이 책을 읽어보고는, 저자의 과학적이고도 쉬운 접근 방식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실  초등학교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0년이 넘게 학교에서 또는 학원에서 영어 공부를 해 왔지만, 해외여행가서 입 한번 못 떼봤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솔직히 나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원어민과의 스피킹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저자 에스텔 선생님은 영어로 자기 소개도 제대로 못했던 대학생 시절부터 현재, 입소문만으로 수강생이 꽉꽉 찬다는 학원을 운영하기까지, 자신만의 노하우를 이 책에 그대로 담아냈다. 놀라운 부분은, 이 분은 교포도 아니고, 유학을 하지도 않았다. 단지 어학연수 2달이 그녀의 원어민 국가의 경험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녀는 엄청난 노력파이다. 그리하여 체득한 노하우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인에게 맞는 스피킹 공부 방법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다음의 6개의 Chapter 로 나뉜다.

Chapter 1 자기 소개도 버벅거리는 초라한 나, 10년간 배운 영어는 뭐지? - 본인의 영어 스피킹 햇병아리 시절을 담아낸다
Chapter 2 일단 입부터 트고 보자 - 영어식 사고인, 머릿속 문법을 발견하고 문장을 만들어내는데 힘쓴다
Chapter 3 이제 말은 하는데 내 발음은 못 알아듣네 - 영어 발음의 미묘한 차이를 깨닫는다
Chapter 4 순수 국내파 영어, 현지에서도 통할까? - 미국 어학 연수를 통해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난다
Chapter 5 나도 글로벌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까? - 국제학교에서 원어민 대신 강의를 한 경험 이야기이다
Chapter 6 영어, 끝까지 가보자 - 혼자서도 스피킹 연습을 하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2가지는 첫째, 저자가 엄청난 노력가라는 점이다. 좋지 않은 발음을 고치기 위해서 몇 백번 소리내어 녹음하다가 성대결절에 걸렸다는 사실과  그리고 어떻게든 스피킹을 연습하기 위해서 시도 때도 없이 원어민과의 대화를 시도한 적극적인 자세는 너무나 본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뚜렷한 목표의식에 거기에 걸맞는 노력이 받쳐주니 저자의 영어 실력의 향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매우 체계적인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친다는 점이다. 그녀의 교육 시스템은 매우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일단 입시를 위한 복잡한 문법은 버리고 머릿 속에 원어민 식 문법의 그린다는 점에서 매우 공감이 갔다. 머리 속에 일단 틀을 만들어 놓으면 거기다가 단어만 집어넣으면 된다. 그리고 영어는 명사 중심, 그리고 한국어는 동사 중심. 따라서 get 이나 have 같은 기본 동사를 가지고도 여러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엄청 공감했다.

사실 이런 식의 책은 딱딱할 수도 있는데, 에스텔 선생님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이 책은 하나의 재미있는 선물 보따리 같다.  영어 스피킹에 약해서 쩔쩔매는 우리같은 일반인들에게 주어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이다.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울만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나 회화실력을 늘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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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실전편 - 호린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멋지게 살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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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에 이은 후속작 프리랜서 번역가 실전편이 출간되었다. 나에겐 너무나 뜻깊은 책인데 그 이유는, 내가 전작인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을 읽고 번역 수업 과정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만하고 있던 번역가의 길에 첫걸음을 내딛게 해준게 바로 그 책이었다. 거기에는 번역가에 입문하는 법, 일감 구하는 방법, 번역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충고가 굉장히 많았다.

이번 실전편도 전작 못지않게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충고와 아이디어가 많았다.

우선, 잘할 수 있는 번역 분야를 정해야한다는 것. 저자는 주로 게임과 관광 관련 쪽을 번역하는데 아마도 그 두 분야를 저자가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어떤 분야를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번역의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준 것도 흥미로웠다. 원문인 출발어와 번역문인 도착어가 서로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각 나라 언어 특징과 문화차이를 공부해야하겠다... 싶었다. 저자는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데 일본어는 명사 중심. 한국어는 동사 중심. 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건, 바로 영업활동에 대한 부분이었다. 프리랜서라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저자는 클라이언트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 소개부터, 이력서와 소개서를 쓰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방법을 알려준다.

전작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과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번 실전편도 나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프리랜서가 가질 수 있는 장점과 단점 부분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유롭지만 치열하게 자기 관리를 해야되고 성실해야한다는 부분.

번역가를 꿈꾸고 있지만 방법을 몰라 헤매는 분들께 이책과 전작을 동시에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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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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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책을 모은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살펴보면 반은 읽었고 반은 읽지 않은 책들이다. 그렇다고 그냥 남들에게 책을 주고 싶지는 않다. 일종의 집착같은 책에 대한 욕심이 있다. 가족들은 나의, 책에 대한 사랑에 혀를 두른다, 그러면서 제발 그만 사라고, 그만 모으라고 하지만, 어쩌랴 이미 내 DNA에는 책에 대한 깊은 사랑이 새겨져 있는 걸...
 
이 애서광이라는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책을 엄청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책을 욕망하고 수집하고 집착한다가끔은 책 경매에서 만나 고서나 희귀본을 두고 다투기도 한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특정 사람들이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이유가 뭘까? 나는 생각한다. 책이라는 물건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상상의 그리고, 환상의 세계를 사랑하는 것일 거라고.... 내가 그러니까.
 
프랑스 출신의 옥타브 위잔이라는 작가겸 애서가가 쓴 이 책에는 11가지의 기묘하고도 신기한 애서가에 대한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이 책이 독특한 것은 글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의 삽화가 겸 소설가인 알베르 로비다가 그린 삽화가 함께 동반되어 그 이야기들이 더욱더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저자 옥타브 위잔이 직접 만난 이 애서가들의 책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아름답거나 가끔은 웃프기도 하고 기묘하기도 하다.   사랑에 대한 시집을 읽으며 밀당하는  연인, 반대로 책을 얻기 위해 사랑 없는 결혼을 불사하는  희한한 남자 시지스몽. 그리고 평범한 사서로 일하는 줄 알았더니, 초능력 ( 정확히 말하면 염력 ) 을 가지고 있었던 어느 신비한 남자 판데르부컨, 마지막으로 웬지 박물관에 있어야 할 미이라 이야기도 있다.  
    
특히 재밌게 읽은 에피소드를 조금 설명하자면,

2화의 주인공 시지스몽은 죽은 친구가 남긴 책을 차지하기 위해 그의 유산을 이어받은 50대 독신녀 엘레노오르와 사랑없는 결혼을 감행하려 하나, 도리어 그녀가 그의 검은 속셈을 알아채고는 그의 뒷통수를 쳐버린다.  그리고는 깔깔거리며 웃는다.  무서운 여자.

3화에 나오는 네덜란드 남자 판데르부컨은 자신이 가진 초능력인 염력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자신의 뜻에 따라오도록 조종한다.  얼마전 읽었던 [ 기억파단자 ] 라는 책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 기억파단자 ] 의 주인공도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해 자기 뜻대로 따라오도록 조종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11화 미라이야기였다.  여기서는 목 까지만 남아있는 프랑스 군인의 미라를 두고 벌어진 다소 괴이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에 대해 박식한 한 외교관은, 미라를 집에 두거나 미라의 무덤을 파괴함으로써 죽음을 곁으로 부르는 사람에게 죽음이 다가감을 말해준다...  어둡고 괴기했지만 흥미로웠다.

표지가 다소 화려하고 복잡한 탓에, 책 내용도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편견과 선입견이 처음에는 조금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유럽 역사에 조금 익숙한 사람이라면 금방 빠져들 정도로 재미있고 특히 애서가들에게는 너무나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희귀본을 구하기 위해서 중고 서점을 돌아다녀봤거나 책을 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본 적이 있는 현대의 애서가들이면,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게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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