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책을 모은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살펴보면 반은 읽었고 반은 읽지 않은 책들이다. 그렇다고 그냥 남들에게 책을 주고 싶지는 않다. 일종의 집착같은 책에 대한 욕심이 있다. 가족들은 나의, 책에 대한 사랑에 혀를 두른다, 그러면서 제발 그만 사라고, 그만 모으라고 하지만, 어쩌랴 이미 내 DNA에는 책에 대한 깊은 사랑이 새겨져 있는 걸...
 
이 애서광이라는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책을 엄청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책을 욕망하고 수집하고 집착한다가끔은 책 경매에서 만나 고서나 희귀본을 두고 다투기도 한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특정 사람들이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이유가 뭘까? 나는 생각한다. 책이라는 물건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상상의 그리고, 환상의 세계를 사랑하는 것일 거라고.... 내가 그러니까.
 
프랑스 출신의 옥타브 위잔이라는 작가겸 애서가가 쓴 이 책에는 11가지의 기묘하고도 신기한 애서가에 대한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이 책이 독특한 것은 글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의 삽화가 겸 소설가인 알베르 로비다가 그린 삽화가 함께 동반되어 그 이야기들이 더욱더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저자 옥타브 위잔이 직접 만난 이 애서가들의 책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아름답거나 가끔은 웃프기도 하고 기묘하기도 하다.   사랑에 대한 시집을 읽으며 밀당하는  연인, 반대로 책을 얻기 위해 사랑 없는 결혼을 불사하는  희한한 남자 시지스몽. 그리고 평범한 사서로 일하는 줄 알았더니, 초능력 ( 정확히 말하면 염력 ) 을 가지고 있었던 어느 신비한 남자 판데르부컨, 마지막으로 웬지 박물관에 있어야 할 미이라 이야기도 있다.  
    
특히 재밌게 읽은 에피소드를 조금 설명하자면,

2화의 주인공 시지스몽은 죽은 친구가 남긴 책을 차지하기 위해 그의 유산을 이어받은 50대 독신녀 엘레노오르와 사랑없는 결혼을 감행하려 하나, 도리어 그녀가 그의 검은 속셈을 알아채고는 그의 뒷통수를 쳐버린다.  그리고는 깔깔거리며 웃는다.  무서운 여자.

3화에 나오는 네덜란드 남자 판데르부컨은 자신이 가진 초능력인 염력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자신의 뜻에 따라오도록 조종한다.  얼마전 읽었던 [ 기억파단자 ] 라는 책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 기억파단자 ] 의 주인공도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해 자기 뜻대로 따라오도록 조종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11화 미라이야기였다.  여기서는 목 까지만 남아있는 프랑스 군인의 미라를 두고 벌어진 다소 괴이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에 대해 박식한 한 외교관은, 미라를 집에 두거나 미라의 무덤을 파괴함으로써 죽음을 곁으로 부르는 사람에게 죽음이 다가감을 말해준다...  어둡고 괴기했지만 흥미로웠다.

표지가 다소 화려하고 복잡한 탓에, 책 내용도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편견과 선입견이 처음에는 조금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유럽 역사에 조금 익숙한 사람이라면 금방 빠져들 정도로 재미있고 특히 애서가들에게는 너무나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희귀본을 구하기 위해서 중고 서점을 돌아다녀봤거나 책을 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본 적이 있는 현대의 애서가들이면,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게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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