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로저 크루즈 지음, 김정은 옮김 / 현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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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소통이 어려운 시대!

내 생각은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관심이 많았다. 가까운 사람들과 진정한 소통을 해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는데, 그 이유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과 SNS 사용으로 얼마든지 마음껏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열되고, 갈라진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우리의 의사소통 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우리는 서로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걸까?

이 책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는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을 쓴 저자는 멤피스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이자 예술과학대학 부학장인 로저 크루즈라는 분인데, 주로 실험심리학, 인지심리학, 언어심리학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분도 나처럼 의사소통의 실패 사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실패의 원인은 환경적, 언어적, 심리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의사소통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다루는데, 그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사람들 사이의 오해를 일으키는 요소를 다루는 1장부터, 장소와 맥락의 관계를 다루는 10장까지, 이 책은 심리, 인지, 사화, 문화 그리고 과학 등등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실로 다양한 요소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31쪽에는 실험에 참가한 케임브리지 대학 학생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 설화인 [유령들의 전쟁]을 읽고 난 뒤에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실험 주최자는 그들의 기억에서 특징적인 왜곡의 패턴을 발견한다. 같은 이야기지만 다른 기억을 떠올리는 이유는 바로 문화적으로 형성된 사고의 틀, 즉 스키마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다.

31쪽 내용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진 사회 문화적 경험과 사고의 틀에 따라서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도 그렇고, 외국인 남편과 결혼한 내 친구가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게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63쪽에는 "비꼬기의 틈"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의 언어습관을 다루고 있는데, 돌려 말하기를 싫어하는 고지식한 사람과 표면적 의미와 반대되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대화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내 ( 비꼬기를 좋아함 ) 가 남편 ( 다소 고지식 )과 신혼 초 내내 싸웠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98쪽 "레이디 몬더그린과 잔디밭"이라는 제목을 단 부분에서는 우리의 청각적 한계 때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의사소통의 오류를 다룬다. 동요 <퐁당퐁당>에서 원래 가사는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인데 "건너편에 앉아서 나무를 심는"이라고 부른다는 내용이 있어서 진짜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잘못된 가사가 옳은 가사인 줄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와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문제들을 아주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안내하고 있다. 내가 평소에 느꼈던 부분을 학술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읽게 되니 우리가 가진 문제를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오해와 소통에 관심 많은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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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성교육 - AI보다 현명한 부모의 우리 아이 지키기
이석원.김민영 지음 / 라온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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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는 시작에 불과하다

마지막 경고다!

지켜만 보지 말고 '행동'하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당연히 앞으로 더 발달할 것이라고 본다. 인공지능은 사회 곳곳에서 매우 다양하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지만, 이 기술의 폐해도 만만찮다. 최근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딥페이크 성범죄"이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성적인 이미지나 영상과 합성해서 마치 그 사람의 것인 양 꾸며내는 기술이라고 하는데,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부분이 10대라고 하니, 정말 충격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챗 GPT 성교육]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하나의 경고이자 성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가이드라고 볼 수 있다. 공동 저자인 이석원 씨와 김민영 씨는 각각 유튜브 자주 스쿨의 대표이자 10년 넘게 성교육 전문가로 일해오고 있다. 직접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의 한국에서 성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절실히 고민해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교육은 인성교육이자 인권교육'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일해오고 있다고 하는데, 그 말에 정말 공감이 된다.

책 [챗 GPT 성교육]은 총 5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1장과 2장에는 주로 챗 GPT에 대한 개념과 우리가 이 기술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실려있다. 3장에는 챗 GPT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성 문제 분석과 위험성 4장에는 양육자가 챗 GPT를 이용하여 자녀에게 성교육 하는 법이 제시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5장에는 아이들이 챗 GPT에 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분별력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곳에서 사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었다.

46쪽에는 "인간의 말투로 대화할 수 있는 챗 GPT"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인간의 언어를 가장 많이 그럴듯하게 학습한 인공지능이기에, 원하는 대답을 빠르고 즉각적으로 도출해낸다고 한다. 챗 GPT와 대화를 하다 보면 기계와 대화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하니, 이 부분이 오히려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아이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 아닌가? 70쪽에 "성 콘텐츠로 원하는 무엇이든 결과를 준다"라는 내용이 실려있는데, 대단히 충격적이다. 챗 GPT가 사용자의 성적 취향을 학습하여 맞춤형 성적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도 가질 수 있다고 하는데, 만약에 폭력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성적 콘텐츠를 생성하는 데 사용될 경우, 성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성폭력의 증가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하니, 엄청나게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서 인공 지능의 발달이라는 게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든지 새로운 문화는 적절히 통제되고 관리되는 가운데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딥페이크 성범죄 같은 흉흉한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의 모든 부모들이 애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의 5장 "챗 GPT를 다스리는 아이 만들기"라는 부분을 읽어보니 좋은 해결책이 많이 제시되어 있었다. 여러 의견들 중에서도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186쪽 "챗 GPT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이라는 내용이었다. 즉, 우리 아이들에게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말. 즉, 챗 GPT 활용도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아직은 낯설지만 앞으로 이 시대를 뒤흔들 챗 GPT,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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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구할 준비가 되었는가 라이즈 포 라이프 3
새무얼 스마일즈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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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지금 당장 자신의 운명을 구원하라!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영어 속담이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것. 기독교 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서구 문명은 근면, 성실, 인내 등과 같은 원칙들이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믿고 있다. 이 책은 앞에서 예로 든 속담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어 만든 것 같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게 만드는 인간의 자질은 무엇인지,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을 사례로 들며 설명한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의학을 공부했으나 의사보다는 글쓰기와 사회 개혁에 더 큰 관심을 가졌었다고 하는 저자 새무얼 스마일즈. 주로 개인의 도덕성과 자립심을 강조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책이 바로 이 책 "자조론"이라고 한다.

이 책은 1859년 스코틀랜드에서 출간되었기에, 현대의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성공론과는 조금 다른 주장이 펼쳐진다고 느낄 수 있다. 일종의 자기 계발서이기에 궁극적으로 사업에서 성공하는 법,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당시는 종교적 색채가 강했던 시기이므로 지금보다는 덜 세속적이라고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 작가가 쓴 거라서 그런지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오직 개인의 굳센 의지, 노력 등등을 말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의 장은 인내와 노력, 용기와 의지, 돈과 시간의 사용법 등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간 다양한 가문과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인내와 노력을 강조한 첫 번째 장에서는 비천한 출신인 구두 수선공의 아들 캐리가 소개된다. 자신의 출신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캐리는 인도에 큰 대학을 세우고 선교지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성경과 선교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장은 바로 < 4장 : 사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지닌 특징 >이다. 저자 새뮤얼 스마일즈는 사업에서 성공하는 길은 "상식을 따르는 길"임을 강조한다. 물론 지식의 습득이나 과학 탐구와 같은 지적 능력을 갖추는 일도 필요하지만 어느 직업에서든 성실함과 지혜를 갖춰야 하고 엄청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사실 이 책은 목사님의 설교 같은 느낌이 많이 나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업의 기술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인간이라면 갖춰야 할 덕목, 즉 도덕성"을 더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예를 들자면, 시간 엄수, 겸손, 성실, 정확성, 등등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고 철저하게 일을 수행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책 [스스로를 구할 준비가 되었는가]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바로 "인내심"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는 인생의 성공은 천재성이나 지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인간이 부여받은 평범한 자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인내심으로 잘 극복하고 의지로 성공을 이루어나가라는 말로도 들렸다. 여기서 읽은 내용 중에서 나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겠다고 느낀 그의 주장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우선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는 점" 과 "편안한 삶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 이었다. 부를 물려받을 수 있는 사람은 욕망할 것이 없으므로 삶에 만족하게 되는데, 그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인상 깊었다. 나는 평소에 빚도 재산이다 (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하게 되므로)라는 생각을 해왔기에 저자의 주장에 깊은 공감을 했다. 정말로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낀다. 성공의 비결은 다른 것 없고, 시간과 돈을 철저히 아끼고, 인내심과 의지를 통해 매일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새무얼 스마일즈의 책 [스스로를 구할 준비가 되었는가 - 자조론]은 아마도 실의에 빠져있거나 의지가 약해진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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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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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겪은 소녀의 집념이 만든 가족을 지키는 인형,

무엇이든 원하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는 붓,

그리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여자들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

일종의 소설집인 [청과 부동명왕]에는 주인공 도미지로를 중심으로 한 4편의 연작소설이 실려있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 이번에도 역시 풍부한 시대상이 고스란히 연출된다. 우리나라도 그랬듯, 예전에는 아무리 어진 왕이 있더라도 못된 중간 관리들이 민초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경우는 특히 중간 관리자 축에 드는 무사들이 칼을 휘두를 수 있었기에 더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뿐 아니라 일본의 경우도 과거에는 여성들의 지위가 터무니없이 낮았던 것. 이 두 가지 주제를 아주 인상 깊게 다룬 단편 <청과 부동명왕>과 <단단 인형> 속으로 들어가 본다.

<청과 부동명왕>

주인공 도미지로는 교넨보라는 승려의 소개로 괴담을 들려줄 이야기꾼을 소개받는다. 동천암이라는 절에서 온 여성 이네는, 우린보 (멧돼지 새끼)라 부르는 조각상을 메고 왔는데, 우린보는 사실 부동명왕이라는 신과 관계가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오나쓰라는 열다섯 살의 처녀. 그녀는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채소집 대행수의 손을 타서 아이를 갖게 된다. 그러나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아이가 유산되고, 곧이어 자신을 돌봐준 이모가 죽은 후, 오나쓰는 가족과 세상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특히 엄마가 돌아가신 후 자신들을 살뜰히 보살펴준 이모를 경멸하는 가족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오나쓰는 버려진 절인 동천암에 자리 잡게 되는데....

<단단 인형>

상인 몬자부로씨가 도미지로를 찾아와 조상 중 한 명인 몬이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사와야에서 일꾼으로 일하게 된 몬이치는 대행수 유지와 함께 된장을 만드는 마을인 미쿠라무라 마을로 길을 나섰다. 그러나 악독한 새 다이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마을의 새로운 도매상과 된장을 거래하라고 미쿠라무라 마을 사람들에게 지시한다. 하지만 이시와야와 오래 거래해온 마을 사람들은 그 명령에 저항했지만 다이칸은 저항한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동굴 안에 있는 물 감옥에 가둬버렸다. 이장 아내인 오쓰기의 입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대행수 유지는 마침 마을을 찾아온 관리들에게 엎드려 간청하지만, 잔인하고 악독한 관리들은 유지와 오쓰기를 칼로 베어버리는데....

단편 <청과 부동명왕> 속 주인공 오나쓰는 폐가나 다름없는 동천암에서 농사를 지어보려 애를 쓰지만 땅의 질이 형편없어서 번번이 실패를 하게 된다. 그러나 행상꾼 노인 로쿠스케의 조언으로 청과 나무를 심어 흙 속 쇠 기운을 빨아들이고 나자 점점 토양이 좋아지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은 갈 곳 없는 여자들이 절로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이곳은 아이들과 여자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청과를 닮은 머리를 가진 멧돼지 형상의 우린보 조각상. 거대한 지네 요괴가 가진 힘을 물리치고 오나쓰와 여자들을 보살피는 존재로 여겨졌다. 단편 <단단 인형>에서는 눈앞에서 대행수가 목숨을 잃는 것을 본 몬이치와 동네 꼬마 도비자루는 다이칸의 악독한 행실을 고발하기 위해서 목숨 걸고 모험을 하게 되고, 나중에 우연히 만난 여성 오빈에게서 그녀의 영혼을 담은 인형인 단단 인형을 받게 되는데.....

그 어떤 작품을 통해서도 인간과 사회 그리고 삶이라는 것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그녀가 이번에는 [청과 부동명왕]이라는 에도 괴담을 소재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과거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여자의 지위는 정말로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불행이 계기가 되어 불쌍한 여인들을 거둬들이게 된 오나쓰. 이 단편을 통해서 작가는 요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했을 수도 있으나 사람의 악독함이 뭉쳐서 요괴가 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단단 인형이라는 것을 통해 여러 번 목숨을 구하게 되는 몬이치 가족들을 보면서 실제로 조상들이 저런 식으로 자손들을 돌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미미여사의 에도물이 빛나는 이유는 아마도 힘없는 백성들, 즉 당시 민초들의 삶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 덕분이 아닐지... 마치 역사 판타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흥미진진한 연작 소설집 [청과 부동명왕]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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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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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명화는 미술관이 아니라 내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미술관을 방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특정 그림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할 때 나를 둘러싼 세계는 더 넓어지고 깊어지니까. 특히 미술을 사랑하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마도 집 안에 미술관을 들여오는 상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럴 때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와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5장으로 나누어진 주제에 따라 정말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이주헌이라는 훌륭한 도슨트의 가이드에 따라서 우리는 그림 감상을 하며 내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저자 이주헌 씨는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현재는 미술 평론가이자 미술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분의 이름을 어디에서 많이 들어봤다 싶었는데, 이번 책 외에도 <이주헌의 아트카페>, <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등등 많은 책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책은 사랑, 삶과 죽음, 희망, 고독 등등의 주제에 따라서 5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중구난방으로 그림이 소개되는 것보다는 이렇게 큰 주제 아래 다양한 화가의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되는 책이 좋은 것 같다.

에곤 실레가 여성 편력이 있었다는 소리를 언뜻 들은 것 같은데, 1장에 그와 그의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발리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화풍을 좀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고 <발리의 자화상>과 <꽈리가 있는 자화상>이 일종의 커플 그림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분명 에곤 실레가 발리를 사랑하는 것은 맞았지만 결혼은 아주 실리적으로 여염집 규수를 택한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인간은 사랑보단 황금을 택한다는 진리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림 속에 숨은 실화를 찾아내는 건 정말 큰 재미를 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바로 4장 :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이 장에서는 주로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42쪽에 나오는 뭉크의 <불안>이라는 그림은 집단으로 있어도 불안한 현대인을 다룬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나치게 신앙에 몰두한 아버지가 주기적으로 신경 발작을 경험하며 아이들에게 죽음 이후의 삶과 죄인들을 기다리는 지옥의 영원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를 싫어했던 뭉크도 어쩔 수 없이 신경증을 물려받고는 평생 시달렸다고 하니, 그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통이 이제 이해가 된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평소에 내가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느낌이 다가온다. 그럴 때면 그림이 뭔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 [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에는 실로 다양한 시간대와 공간대에서 온 멋진 그림들이 실려있다. 시간대에 따라서 주제와 스타일이 매우 달라지기는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그림들은 초월적인 주제가 많다. 사랑, 고독, 죽음 등등등 인류가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고민하는 주제라서 그런지 더 공감할 수 있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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