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로저 크루즈 지음, 김정은 옮김 / 현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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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소통이 어려운 시대!

내 생각은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관심이 많았다. 가까운 사람들과 진정한 소통을 해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는데, 그 이유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과 SNS 사용으로 얼마든지 마음껏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열되고, 갈라진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우리의 의사소통 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우리는 서로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걸까?

이 책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는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을 쓴 저자는 멤피스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이자 예술과학대학 부학장인 로저 크루즈라는 분인데, 주로 실험심리학, 인지심리학, 언어심리학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분도 나처럼 의사소통의 실패 사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실패의 원인은 환경적, 언어적, 심리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의사소통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다루는데, 그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사람들 사이의 오해를 일으키는 요소를 다루는 1장부터, 장소와 맥락의 관계를 다루는 10장까지, 이 책은 심리, 인지, 사화, 문화 그리고 과학 등등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실로 다양한 요소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31쪽에는 실험에 참가한 케임브리지 대학 학생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 설화인 [유령들의 전쟁]을 읽고 난 뒤에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실험 주최자는 그들의 기억에서 특징적인 왜곡의 패턴을 발견한다. 같은 이야기지만 다른 기억을 떠올리는 이유는 바로 문화적으로 형성된 사고의 틀, 즉 스키마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다.

31쪽 내용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진 사회 문화적 경험과 사고의 틀에 따라서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도 그렇고, 외국인 남편과 결혼한 내 친구가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게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63쪽에는 "비꼬기의 틈"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의 언어습관을 다루고 있는데, 돌려 말하기를 싫어하는 고지식한 사람과 표면적 의미와 반대되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대화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내 ( 비꼬기를 좋아함 ) 가 남편 ( 다소 고지식 )과 신혼 초 내내 싸웠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98쪽 "레이디 몬더그린과 잔디밭"이라는 제목을 단 부분에서는 우리의 청각적 한계 때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의사소통의 오류를 다룬다. 동요 <퐁당퐁당>에서 원래 가사는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인데 "건너편에 앉아서 나무를 심는"이라고 부른다는 내용이 있어서 진짜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잘못된 가사가 옳은 가사인 줄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와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문제들을 아주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안내하고 있다. 내가 평소에 느꼈던 부분을 학술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읽게 되니 우리가 가진 문제를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오해와 소통에 관심 많은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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