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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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명화는 미술관이 아니라 내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미술관을 방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특정 그림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할 때 나를 둘러싼 세계는 더 넓어지고 깊어지니까. 특히 미술을 사랑하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마도 집 안에 미술관을 들여오는 상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럴 때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와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5장으로 나누어진 주제에 따라 정말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이주헌이라는 훌륭한 도슨트의 가이드에 따라서 우리는 그림 감상을 하며 내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저자 이주헌 씨는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현재는 미술 평론가이자 미술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분의 이름을 어디에서 많이 들어봤다 싶었는데, 이번 책 외에도 <이주헌의 아트카페>, <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등등 많은 책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책은 사랑, 삶과 죽음, 희망, 고독 등등의 주제에 따라서 5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중구난방으로 그림이 소개되는 것보다는 이렇게 큰 주제 아래 다양한 화가의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되는 책이 좋은 것 같다.

에곤 실레가 여성 편력이 있었다는 소리를 언뜻 들은 것 같은데, 1장에 그와 그의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발리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화풍을 좀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고 <발리의 자화상>과 <꽈리가 있는 자화상>이 일종의 커플 그림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분명 에곤 실레가 발리를 사랑하는 것은 맞았지만 결혼은 아주 실리적으로 여염집 규수를 택한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인간은 사랑보단 황금을 택한다는 진리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림 속에 숨은 실화를 찾아내는 건 정말 큰 재미를 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바로 4장 :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이 장에서는 주로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42쪽에 나오는 뭉크의 <불안>이라는 그림은 집단으로 있어도 불안한 현대인을 다룬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나치게 신앙에 몰두한 아버지가 주기적으로 신경 발작을 경험하며 아이들에게 죽음 이후의 삶과 죄인들을 기다리는 지옥의 영원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를 싫어했던 뭉크도 어쩔 수 없이 신경증을 물려받고는 평생 시달렸다고 하니, 그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통이 이제 이해가 된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평소에 내가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느낌이 다가온다. 그럴 때면 그림이 뭔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 [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에는 실로 다양한 시간대와 공간대에서 온 멋진 그림들이 실려있다. 시간대에 따라서 주제와 스타일이 매우 달라지기는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그림들은 초월적인 주제가 많다. 사랑, 고독, 죽음 등등등 인류가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고민하는 주제라서 그런지 더 공감할 수 있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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