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여자, 축구 - 슛 한 번에 온 마을이 들썩거리는 화제의 여자 축구팀 이야기
노해원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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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어서도 축구하는 게 꿈인

시골 언니들의 유기농 축구

예전에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여자 축구 프로를 본 적이 있다. 잘하는 팀도 물론 있었지만 패스는 번번이 실패하고 크기가 작은 골대도 제대로 막지 못하는 골키퍼들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던 그때, 뭔가 내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축구에 웃고 우는 그녀들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느낌? 승부에 상관없이 팀 동료들을 아껴주고 챙겨주는 마음과 일단 시합이 시작이 되면 목소리가 쉴 때까지 소리치며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그 열정. 그 프로는 여자 축구는 재미없다는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이 책 "시골, 여자, 축구"는 제11회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이다. 사실 나는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축구라는 주제 때문에 이 책에 끌렸다기보다는 무려 대상을 받은 책의 내용과 작가의 글솜씨가 궁금했다. 그런데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나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벌어지는 여자들의 짜릿한 한판 승부가 전달하는 쏠쏠한 재미에 그만 풍덩 빠져버리고 말았다. 실제로 축구를 해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그야말로 땀내 나고 열기를 뿜어내는 축구 경기 한복판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쓴 저자 노해원씨는 무려 세 아이의 엄마이다. 효율적으로 집안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헐레벌떡 축구를 하기 위해 뛰어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처음에는 축구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사람들과의 사랑과 우정을 키우기 위해서 더욱더 축구에 매진하게 된다는 그녀. 그런데 코치가 축구팀을 창설하게 된 계기도 재미있었다. 배낭여행을 하다가 문득 남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던 민달팽이 코치는 어느 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라는 책을 읽고 지역 여성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밴드를 통해 사람들을 모은다. 작은 동네에서 만들어진 축구단이라 팀원들을 비롯하여 경쟁 상대까지 30분 안팎의 지역에서 산다는 재미있게 다가왔다.

[시골, 여자, 축구]에는 축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저자의 모습이 담겨 있기에 어찌 보면 성장 스토리 같기도 했다. 축구를 하기 이전에는 "해원"이라는 이름의 개인으로 머물렀다면 어느덧 한 축구팀의 팀 플레이어로 자라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반반 FC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한 축구팀의 주장이자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을 가진 선수인 저자. 처음에는 축구공만 따라다니고 냅다 소리만 지르던 초보 선수였지만 조금씩 자기 포지션에 맞게 사고를 하고 점점 더 거친 플레이에 익숙해져가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함께 하는 즐거움이라는 비밀을 알아버린 고수가 보인다고 할까? 축구를 통해서 사람에 대한 사랑과 진한 우정에 물들어버린 듯한 저자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 같이 뛰지 못한 친구들에 대한 아쉬움과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우리 팀에 대한 믿음, 그리고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 주고 싶은 전투적 심리. 우리는 돈도 없고 승부욕도 없지만 우리만의 색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 54쪽-

"그동안 나는 운동장에서도 내 삶에서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그저 나 혼자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 그러나 축구도 세상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83쪽-

나는 이런 이야기가 참 좋다. 축구를 응원하는 예쁜 미녀를 보여주는 글이 아니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승부에 웃고 우는 진정한 여자 축구 선수들의 이야기라서 좋다. 점점 파편화되고 개인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함께 하는 삶, 진정한 사람 냄새를 팍팍 풍기는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 그리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원하는 일을 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건강한 사람의 이야기라서 좋다. 또한 글이 재치가 있고 유머감각이 살아 있다. 어른들의 달리기를 "마치 등에 돌을 묶어 놓은 사람처럼" 뛴다고 묘사한 문장을 읽고 나의 달리기도 꼭 그렇게 뒤뚱거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나 싶어서 순간 실소를 금치 못했다. 비록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지만 좌절하고 이기면서 남다른 삶을 살아나가는 저자가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순간 치열하게 승부하고 웃고 우는 감동적인 여자 축구 선수들의 이야기 [시골, 여자, 축구]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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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맨션 - 수천조의 우주 시장을 선점한 천재 너드들의 저택
애슐리 반스 지음, 조용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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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역사의 초기부터 별과 행성을 연구해왔고 우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품어왔다. 실제로 냉전 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서로 경쟁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 착륙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후로 우주 정복에 대한 인류의 열망이 좀 식었나 싶었는데, 얼마 전부터 광기어린 천재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 X라는 회사를 세우고 화성에 인류의 기지를 세운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연 그 일이 가능할까? 개인적으로는 별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 판단하던 차에 이 책 [레인보우 맨션]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우주로 나아가는 일이 반드시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레인보우 맨션]을 쓴 작가 애슐리 반스는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지의 과학 기술 작가라고 한다. 그는 무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실리콘 벨리의 기술 산업을 취재하는데 보냈다고 하니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최근에 그는 주로 로켓 과학이나 우주 산업 시대가 도래하는 현장을 테마로 취재를 해왔다고 한다. 이 책 [레인보우 맨션]은 저자가 무려 4개 대륙에서 5년간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하는데만 수백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일종의 다큐멘터리이지만 책 속 등장 인물들이 굉장히 괴짜이고 개혁가이기에 굉장히 독특한 삶의 궤적을 선보인다. 진짜 소설처럼 재미있는 실화였다.

사실 [레인보우 맨션]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가올 우주 개척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들과 그 인재들이 모여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상징하는 곳이 바로 [레인보우 맨션]이라고 보면 되겠다. 책에는 피트 워든부터 시작해서 윌 마셜, 크리스 켐프, 피터 벡 등등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세세하게 소개된다. 그런데 모든 일은 육군 대령 출신인 피트 워든에서부터 시작된다. 조직에 충성하는 군 출신이지만 굉장히 개혁가적인 기질이 있었던 피트 워든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나사에 종착하게 된다. 그런데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관료적 집단으로 전락해버린 나사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개혁적 마인드를 갖추고 있던 피트 워든은 거대한 일을 해낸다. 그는 에임스 연구소를 우주 비행센터로 만들어 소형 위성을 만들 계획을 세운 뒤, 그동안 나사의 업무 관행을 혁신하고 잘못된 프로그램을 바로잡고 조직을 간소화한다.

그런 피트 워든이 에임연구소로 불러들인 사람이 바로 크리스 켐프, 윌 마셜 그리고 로비 싱글러와 같은, 우주를 꿈꾸는 엔지니어들이었다. 이들은 나중에 플래닛랩스와 아스트라를 창립하게 되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실리콘 벨리로 모여든 다른 피트키드들과 함께 살기 위해 마련한 집이 바로 레인보우 맨션이다. 한창 때는 나사 직원, 애플,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레인보우 맨션에서 늘 함께 살았고, 따라서 이 레인보우 맨션이 바로 엔지니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실리콘벨리로 모여드는 현상을 상징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원시 시대에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던 부족들 마냥 함께 먹고 토론하면서 우주에 대한 영감을 얻었고 이런 환경에서 로켓이라던가 스마트폰 정도 크기의 위성을 우주로 날려보내는 아이디어가 샘솟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이 책은 실리콘벨리 출신의 엔지니어들 뿐 아니라 뉴질랜드 출신의 괴짜 로켓 과학자인 피터 벡이라는 인물에게도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록 대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로켓에 관심이 많아서 로켓 자전거 등을 발명하다가 결국엔 로켓 회사를 세우는데 성공한 사람이 바로 피터 벡이다. 이 사람은 끊임없는 재정 압박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투자자를 알아본 끝에 일렉트론이라는 소형 로켓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로켓을 만드는데 성공하더라도 발사 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벡이 만든 소형 로켓은 여러 번 발사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책 [레인보우 맨션]은 이렇듯 개혁적이고 진취적인 마인드를 가진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을 소개하는 책인데, 그들이 어떻게 소형 위성을 만들어내고 로켓 발사에 성공하는지의 과정이 그야말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 책은 특히 앞으로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되는 꿈을 꾸는 학생들이나 이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책이다. 읽는 동안 계속 우주 정복의 꿈을 생생하게 꾸게 해준 책 [레인보우 맨션]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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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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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벽을 부순 순간 괴담의 규칙은 깨진다“

김이삭 작가의 소설집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에는 5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조선 시대가 배경인 소설들과 고택을 주요 공간으로 삼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옛것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고 느꼈다. 제목에 나온 것처럼, 단편들의 주인공은 여자들이다. 특히 공간을 이동하였거나 아예 공간 밖으로 쫓겨난 여자들의 이야기인데, 이들은 보호막 밖으로 밀려나면서 소위 "괴력난신"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고난 속에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히려 여성들의 시그니처인 "연대의식"을 강하게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편 [낭인전]의 주인공 옹녀는 혼례를 올리는 족족 남편상을 당한다. 6번째 결혼 상대가 비상을 먹고 죽자, 촌장은 마을이 흉흉해지는 것을 막겠다며 옹녀를 마을 밖으로 내쫓는다. 그러나 긍정적인 성격의 옹녀가 반드시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 한 용모가 훤칠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떠돌이들을 재미로 죽이는 사내들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떠난다. 잠시 몸을 숨겼다가 다시 길을 나선 옹녀의 눈 앞에 건장한 사내들의 시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옆에는 몸에 피칠갑을 한 한 마리 늑대가 있었으니... 과연 그녀의 운명은?

[풀각시]의 주인공 서율은 심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위해 정든 한성을 떠나 할머니의 친정집이 있는 연산으로 내려오게 된다. 한성을 떠나기 전 자신에게 혼인을 청했다가 거절당한 남자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 했던 서율. 그녀는 그동안 몰래 검술을 훈련해왔기에 위기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구할 수 있었다. 한때는 잘 나가는 집안이었으나 한순간에 몰락해버린 할머니의 친정. 한편 연산으로 돌아온 이후 끊임없이 풀인형을 만들며 서율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는 할머니... 안채 대신에 웬지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별당에 머무를 것을 고집하는 할머니... 그 이유는 뭘까?

[교우촌]은 한 여인이 신부님에게 고해 성사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면서 10년 전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여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인 여자는 바로 교우촌 출신이었다. 교우촌이란 조선의 가혹한 박해를 피해서 천주교 신자들이 산 속 깊은 곳에 세운 마을이었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동굴! 한번씩 동굴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비명 소리 때문에 잠까지 설치게 된 여자,,,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괴력난신"이라는 말이 낯설어서 의미를 찾아보니 "괴이와 용력 그리고 패란과 귀신에 관한 일이라는 뜻으로,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을 일컫는 말" 이라고 한다. 소설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에서 여자들은 다른 차원으로 빠져서 모험을 하기도 하고 ( 단편 야자 중 XX금지) 결혼을 거절했다가 스토킹을 당하던 한 여자가 낯선 지역의 고택에 내려왔다가 기이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성주단지) 특히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단편들 (낭인전, 풀각시, 교우촌) 에서는 악습이었던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남성 위주의 사회 제도로 인한 폐해가 많이 등장한다.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며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있어서 조선 시대는 그 자체만으로 "괴력난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특히 [낭인전]에서 옹녀와 변강쇠 이야기가 색다르게 변형되었고 강한 여성상을 보여준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이 시대를 함께 공유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추천하고픈 책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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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게 하소서
김지후 지음 / 메이드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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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후 작가의 소설집 [유영하게 하소서] 사이비 종교, 최첨단 구마 의식, 그리고 권력을 탐하는 자들의 이야기까지 아주 다채로운 주제를 가진 단편 소설 3편이 실려있다. 3편 다 내 취향을 저격한 단편들이어서 재미있었는데, 특히 [악마에 감염된 링크입니다]는 좀 내용을 보태면 훌륭한 SF 영화로도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치 독자들을 종교 의식에 끌어들이는 듯한 몽롱함이 있는 글 [유영하게 하소서]와 아이들은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각색한 소설 [토끼, 간, 진주]도 엄청 재미있었다.

[유영하게 하소서]의 주인공 유영은 길거리에서 신자를 모집하는 사이비 종교를 믿다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큰 수영장을 둔 한 집단으로 들어오게 된다. 거기서 그녀는 소위 홍차라는 것을 접하게 되는데, 이 홍차를 마시면 참으로 편안하고 아늑한 꿈을 꿀 수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이지만 일단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곳에 눌러 앉게 된 유영. 그런데 유영은 이곳에서 수영을 배우던 수강생인 성철과 사귀게 되었고, 그도 곧 홍차라는 이름의 묘약을 접하게 된다.

알고 보니, 이곳도 수영장을 끼고 있는 일종의 사이비 집단인 신유영교이다. 신자들은 사제가 나눠주는 묘약인 홍차를 마시거나 홍차가 풀어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입단을 한 성철이도 홍차를 받았는데, 그는 곧 홍차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을 알게 된다. 더 많은 홍차가 필요해졌지만 문제는 홍차를 얻기 위해서는 헌혈이나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는 것. 고민 끝에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서약서에 사인을 한 이 커플은 어느 날, 기도를 하던 도중 장기 기증을 하라는 사제의 명령을 받게 되는데... 이들의 운명은?

[악마에 감염된 링크입니다]의 주인공 성주는 군대를 마치고 돌아온 후 집에서 엄마와 여동생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시간은 흐르고 성주는 가족에게 일어난 변고가 사이버 공간에 침투하여 활약하는 악마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특정 종교 교단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해커팀에 들어가서 일하게 되는데.... [토끼, 간, 진주]에서 주인공인 별주부는 용왕에게 바칠 토끼 간을 가지고 용궁으로 돌아가던 길에 토끼 간을 훔쳐 먹게 된다. 이후 몸에 힘이 솟고 눈도 밝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별주부. 이후 용궁을 지키는 돌고래들이 난동을 부리는 별주부를 감옥에 가두지만 힘이 세진 별주부는 도망쳐서 육지로 올라오게 되는데,,, 과연 이후의 벌어질 일은??

3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히 기발하다고 느꼈다. [유영하게 하소서]는 사이비 종교를 만드는 인간들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누군가가 건네는 달콤한 홍차의 유혹을 무조건 거절해야 하겠다고 느끼게 만든 단편 소설. [악마에 감염된 링크입니다]는 내용을 조금만 발전시키면 사이버 펑크 계열의 장편 소설로 발전시켜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악마가 현실과 가상을 가리지 않는다고 느끼게 해준 소설이고. 완전 내 취향 저격!! [토끼, 간, 진주]는 순하디 순한 전래 동화가 이렇게 매운맛으로 변주될 수 있다는 게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결론은 3편 다 너무 재미있었다는 것. 다만 작가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반복되는 비슷한 장면은 빼고 가면 이야기가 훨씬 더 쫀쫀해질 거라는 것. 특이하고 강렬한 이야기를 찾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유영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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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탐정단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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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라고 하면 한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영화 트와일라이트 시리즈가 생각난다. 전학 온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힘들어하던 여주인공을 눈여겨보던 하얀 얼굴의 미남자 뱀파이어. 영생을 얻고 각종 능력으로 인간계를 벌벌 떨게 하는 강력한 존재인 뱀파이어, 그런데 이 서양에서 온 존재를 한국 소설에서 어떻게 녹여낼지가 궁금했다. 그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암 치료를 받다가 뱀파이어가 된다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저자 본인이 암 선고를 받고 항암 치료를 견뎌내어야 했기에 그러한 경험이 소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궁금했다.

주인공 다인은 26세의 젊은 경찰이다. 그런데 그렇게 젊은 나이에 유방암 선고를 받게 되는 다인. 병가를 내고 항암 치료에 전념하게 되면서 우연히 존 듀이 암 케어 병원이라는 곳을 알게 되는 그녀. 그곳에서 4기 이상의 암 판정을 받은 젊은 사람들을 뽑아서 신약 시험을 진행한다는 이야기에 다인은 덜컥 지원을 하게 된다. 산속에 있는 병원으로 들어가는 버스 안에서 다인은 같은 나이의 암 환자인 세경과 주미를 만나게 되고, 그렇게 그녀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는 친구가 된다.

각종 검사 -피 검사, 소변 검사 그리고 MRI 와 CT 검사 등등 - 을 거치게 되는 삼총사. 이 과정들은 존 듀이 병원만의 특화된 의료기계 캔서 제로에 들어가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필수적 검사였다. 그런데 이 병원에는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우선 병원장인 존 듀이는 눈처럼 하얀 피부에 싸늘한 태도를 가진 남자이다. 그리고 다인은 잠을 자다가 2번이나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꿈을 꾸는데, 그때마다 마치 영웅처럼 나타난 존 듀이가 그녀를 구해준다.

수술을 거친 뒤 캔서 제로 기계를 통해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를 받게 된 다인과 세경 그리고 주미. 그들은 병원장인 존 듀이로부터 그들의 암세포가 사멸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한다. 그러나 왠지 치료를 받고 나서 비린 음식이 당기고 고기가 미칠 듯이 먹고 싶어진 그들. 알고 보니 존 듀이는 뱀파이어였고 그녀들은 존 듀이가 가진 뱀파이어 유전자에 의해서 암세포가 치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존 듀이의 말에 따르면 다시 암세포를 주입하게 되면 뱀파이어 유전자를 없앨 수 있지만, 그러면 다시 시한부 인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다인, 세경 그리고 주미가 존 듀이 암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뱀파이어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변종 뱀파이어인 하이브리드 종족들과 인육을 탐하는 요괴 다키니가 각종 범죄로 인간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 이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자들은 비슷한 능력치, 혹은 더 뛰어난 능력치를 가진 뱀파이어 탐정단이 아닐까?! 다인은 존 듀이로부터 그가 천년을 살아왔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인간의 암세포를 통해서 죽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른 뱀파이어 종족들은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물질로 각종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 인간을 납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을 살육해서 자신들이 최상위 포식자가 될 꿈을 꾸고 있다는 세포 돌연변이 뱀파이어... 그렇다면 최근 발생한 여러 가지 살인 사건들을 저지른 존재들이 바로 이들? 과연 뱀파이어 탐정단은 거대한 종족에 맞서서 인간을 구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약간 이야기 흐름이 달랐지만 마치 예전 영화 "미녀 삼총사"를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다키니나 하이브리드 같은 새로운 빌런들의 등장이 흥미로웠다. 뱀파이어 시리즈 같은 판타지물이 자리 잡기 어려운 한국 출판계에 신선한 도전이 아닌가 싶다. 항암 치료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작가님이 어쩌면 병마와 싸우는 자신의 이미지를 이 "뱀파이어 탐정단"에 대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암 말기를 선고받았다가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나 인류를 위해 싸우는 미녀들의 활약을 그린 소설 [뱀파이어 탐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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