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게 하소서
김지후 지음 / 메이드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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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후 작가의 소설집 [유영하게 하소서] 사이비 종교, 최첨단 구마 의식, 그리고 권력을 탐하는 자들의 이야기까지 아주 다채로운 주제를 가진 단편 소설 3편이 실려있다. 3편 다 내 취향을 저격한 단편들이어서 재미있었는데, 특히 [악마에 감염된 링크입니다]는 좀 내용을 보태면 훌륭한 SF 영화로도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치 독자들을 종교 의식에 끌어들이는 듯한 몽롱함이 있는 글 [유영하게 하소서]와 아이들은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각색한 소설 [토끼, 간, 진주]도 엄청 재미있었다.

[유영하게 하소서]의 주인공 유영은 길거리에서 신자를 모집하는 사이비 종교를 믿다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큰 수영장을 둔 한 집단으로 들어오게 된다. 거기서 그녀는 소위 홍차라는 것을 접하게 되는데, 이 홍차를 마시면 참으로 편안하고 아늑한 꿈을 꿀 수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이지만 일단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곳에 눌러 앉게 된 유영. 그런데 유영은 이곳에서 수영을 배우던 수강생인 성철과 사귀게 되었고, 그도 곧 홍차라는 이름의 묘약을 접하게 된다.

알고 보니, 이곳도 수영장을 끼고 있는 일종의 사이비 집단인 신유영교이다. 신자들은 사제가 나눠주는 묘약인 홍차를 마시거나 홍차가 풀어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입단을 한 성철이도 홍차를 받았는데, 그는 곧 홍차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을 알게 된다. 더 많은 홍차가 필요해졌지만 문제는 홍차를 얻기 위해서는 헌혈이나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는 것. 고민 끝에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서약서에 사인을 한 이 커플은 어느 날, 기도를 하던 도중 장기 기증을 하라는 사제의 명령을 받게 되는데... 이들의 운명은?

[악마에 감염된 링크입니다]의 주인공 성주는 군대를 마치고 돌아온 후 집에서 엄마와 여동생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시간은 흐르고 성주는 가족에게 일어난 변고가 사이버 공간에 침투하여 활약하는 악마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특정 종교 교단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해커팀에 들어가서 일하게 되는데.... [토끼, 간, 진주]에서 주인공인 별주부는 용왕에게 바칠 토끼 간을 가지고 용궁으로 돌아가던 길에 토끼 간을 훔쳐 먹게 된다. 이후 몸에 힘이 솟고 눈도 밝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별주부. 이후 용궁을 지키는 돌고래들이 난동을 부리는 별주부를 감옥에 가두지만 힘이 세진 별주부는 도망쳐서 육지로 올라오게 되는데,,, 과연 이후의 벌어질 일은??

3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히 기발하다고 느꼈다. [유영하게 하소서]는 사이비 종교를 만드는 인간들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누군가가 건네는 달콤한 홍차의 유혹을 무조건 거절해야 하겠다고 느끼게 만든 단편 소설. [악마에 감염된 링크입니다]는 내용을 조금만 발전시키면 사이버 펑크 계열의 장편 소설로 발전시켜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악마가 현실과 가상을 가리지 않는다고 느끼게 해준 소설이고. 완전 내 취향 저격!! [토끼, 간, 진주]는 순하디 순한 전래 동화가 이렇게 매운맛으로 변주될 수 있다는 게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결론은 3편 다 너무 재미있었다는 것. 다만 작가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반복되는 비슷한 장면은 빼고 가면 이야기가 훨씬 더 쫀쫀해질 거라는 것. 특이하고 강렬한 이야기를 찾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유영하게 하소서]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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