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팅 - 그가 사라졌다
리사 엉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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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앱에서 시작된 우리의 사랑은 완벽했다.

그가 갑자기 잠수를 타버리기 전까지는.

소설 [고스팅]은 다소 복잡한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어렵진 않다. 오히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주인공 렌과 애덤을 겹겹이 싸고 있던 베일이 벗겨지면서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주인공들이 매우 집요해서 좋았고 (?)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만한 사건이라 설득력도 있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감추고 있던 비밀스러운 과거와 실종된 여자들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정체를 숨기고 타인에게 접근이 가능한 불완전한 온라인 세계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서는 삶과 죽음을 다루는 것 같은데, 바이러스와 자연재해 등으로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누구나 운명과도 같은 사랑에 빠지길 원한다. 주인공 렌 그린우드도 그러했다. 그녀는 일종의 일 중독자에 어느 정도 세상과 사람들을 피해서 숨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디어버디라는 상담 전문 팟 캐스트를 운영하는데,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던 일이 대박이 터져서 지금은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남자와 연애. 심심하게 사는 그녀를 보다 못한 단짝 친구 잭스가 렌에게 torch라고 하는 데이트 앱을 소개해 주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사실 잭스는 렌을 세상으로 끌어내보려고 앱을 소개해 준 것이었다. 그냥 가볍게 여러 사람을 만나보라고 했지만 사실 모든 일에 신중한 렌은 가벼운 만남보다는 진중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몇 번의 시들한 만남 이후 렌은 드디어 운명의 남자인 애덤을 만나게 된다. 일종의 정보 보안 업체를 운영하는 애덤은 매우 똑똑하고 따뜻하며 특히 문학에 조예가 깊은 남자였다. 애덤에게 푹 빠져버린 렌은 데이트 도중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비밀을 그에게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 이후 저녁 식사 데이트에 나타나지 않은 애덤..... 전화기가 꺼져있고 SNS로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바로 "고스팅" 혹은 "잠수 이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렌 앞에 베일리 커크라는 이름의 사립 탐정이 나타난다. 그는 렌에게 애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애덤이 과거에 만났던 미아라는 여자가 현재 9개월째 실종 상태라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그 남자가 애덤이라는 이름 외에도 수많은 가명으로 활동을 했고 미아 외에도 그와 관련되어 실종된 여성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렌. 그녀는 사립 탐정 베일리와 함께 애덤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러나 그가 살고 있던 집은 잠시 임대가 가능한 공유 주택이었고, 그가 운영한다던 회사도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되어 보였는데...... 과연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연애를 하다가 잠수 이별 당한 여자... 시작은 이렇게 가벼운 편이다. 그러나 소설 [고스팅]은 전체적으로 매우 어둡고 불길하며 집요하다 느껴지는 소설이다. 우선 이 소설은 여성들이 평소에 품고 있는 "불안"을 자극한다. 그동안 믿고 사랑했던 남자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평범한 잠수 이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와 만났던 여자들도 실종된 상태라니... 그렇다면 내가 운명이라 여겼던 남자가 연쇄 살인범일 가능성도 있다??

정말 소름 끼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실종된 여성들과 주인공 렌에게는 과거에 매우 비극적인 사건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애덤은 그녀를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

모든 게 궁금해진 주인공 렌. 그동안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고 꽁꽁 감춰왔던 과거를 애덤이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애덤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 대한 그의 사랑은 과연 진짜였는지, 그리고 애덤과 실종된 여자들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알고 싶었던 렌은 베일리를 따돌린 채 본격적으로 그를 추적하게 된다. 위험한 상황으로 스스로 뛰어드는 렌... 독자들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기 그지없다. 과연 그녀는 이 복잡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비극적 과거에서 살아남은 렌... 그녀가 감추고 있던 과거의 비밀을 통해서 만난 수수께끼의 남자 애덤... 다음 장이 너무 궁금해서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엄청난 페이지 터너! 소설 [고스팅]을 미스터리 소설 팬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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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녕가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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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핏줄을 타고 흘렀던 강렬한 노래의 선율

그리하여 한국 현대 가요사의 첫 길목에서 불꽃처럼 타올랐다.

나라를 잃은 슬픔을 내가 직접 느끼지는 못했지만, 이 책 [화녕가]를 통해서 아주 뼈저리게 간접적으로 느꼈다. 실로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내가 "우리 민족" 중 하나로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조상님들의 처절한 희생 덕분이라는 것... 물론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우리 민족의 안녕을 위해서, 모진 고통을 당하고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싸운 분들이 계셨다는 것... 이 책 [화녕가]를 통해서 나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였던 시절, 11세의 인서는 진주에서 존경받는 양반의 손자로 성장했다. 그의 부모는 인서가 아직 아기였던 시절 그를 버리고 어딘가로 도망가버려서 현재 행방불명인 상태이다. 인서에게는 인예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있는데, 그들은 할아버지의 두번째 부인이 된 젊은 서씨 부인의 손에 길러졌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서씨 부인은 유독 인서를 미워하고 인예만 예뻐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만약에 인서가 잘못을 저지르는 날에는 행랑 아범의 볼기짝이 터지는 날이다.

헌병대장 스바로의 아들 킨타로는 일본 아이들을 위한 학교에 다니기가 싫다. 일본 아이들은 몰려 다니며 서로에게 이지메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의 아이들은 들풀만 가지고도 서로 잘 어울려 논다. 킨타로는 그런 이유로 조선인들과 섞여 살고 싶어한다. 그러던 어느날, 킨타로에게

불쑥 왕사탕을 내밀려 친근감을 표시한 인예. 그날부터 인예는 킨타로에게 있어서 달콤한 왕사탕을 나눠준 소중한 친구가 된다.

한편, 화녕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탓에 어릴 적부터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유행가를 불러왔다. 인서는 어릴 적부터 그런 화녕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며 그녀를 마음 속 깊이 담아둔다. 이 책은 아직 조선이 일제 치하에서 풀려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주인공들이 아주 어렸던 시절부터, 일본이 전쟁을 거듭하면서 권력을 잃어가는 시점, 즉 그들이 젊은이가 되는 시절까지를 다 담고 있다. 주인공은 물론 화녕과 인서이지만, 인예와 나중에 현성으로 이름을 바꾸는 킨타로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은 화녕과 인서의 그야말로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긴 하나, 큰 주제로 볼 수 있는 것은 "나라 잃은 민족" 과 그들을 위해서 모진 고통을 겪으면서도 오직 독립을 위해 싸운 우리 조상님들이다. 이외에 재미를 주는 요소로는, 인서의 출생과 관련된 비밀인데, 한마디로 나중에 비밀이 다 드러나는데 완전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킨타로가 조선과 조선인들을 너무 좋아해서 아예 이름을 현성으로 바꾸고 끝까지 화녕과 인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 실제로 핍박받는 조선인들을 위해 이렇게 노력한 일본인들이 있지 않았을까?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씨 부인과 인예의 강한 질투, 시기 등을 지켜보면서 문득 대하소설 [토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토지]도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 최씨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루지 않았던가? 당시 우리 나라, 즉 조선은 여자들의 독립이나 사회 진출이 용이하지 않았기에 그녀들의 추악한 면모도 이해가 가긴 갔다. 물론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소설은 "화녕과 인서"의 독무대라고 보면 된다. 양반이면서도 잘난척 하지 않고 민초들에게 골고루 은혜를 베풀었던 인서. 한국인들이 다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그처럼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착하고 어진 양반들이 많이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뜨겁고도 차가운 여인, "화녕"...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천황에 대한 만세를 외쳐야만 했던 그녀... 아마도 같이 죽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남긴 유언 때문에 죽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지.... 한마디로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거의 몇 시간을 이 책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길이가 너무 짧았다는 것. 아마도 작가님이 결심만 하신다면 대하드라마로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던 소설 [화녕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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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에 별을 보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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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할 수 없는 이 여름

함께 별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때가 기억난다. 거리는 텅텅 비어있었고, 대중교통은 띄엄띄엄 도로를 지나다녔었다. 사람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유행병이 가져다 준 두려움에 잠식된 것으로 보였고, 거의 한달 이상을 갇혀 있는 생활을 하느라 너무 답답함을 느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힘들었기에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것 같긴 한데, 과연 청소년들은 그때 어땠을까? 아무래도 친구들과의 우정이 소중한 시기인데 어른들보다 좀 더 힘들지 않았을까?

소설 [이 여름에 별을 보다]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3명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은 코로나 광풍으로 인해서 각자 나름의 고충을 겪게 된다. 이바라키현에 살고 있는 아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천문학부 합숙이 취소가 되는 불운을 겪게 되고, 도쿄에 살고 있는 중학생 안도 마히로는 자신이 1학년 중 유일한 남학생이란 사실에 좌절한다. 그리고 고토에 살고 있는 마도키는 가족이 료칸을 경영하는데, 아무래도 외지인들이 들어오다보니 주위 사람들이 자신들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들 여러가지 이유로 좌절하지만, 나는 특히 마도키에게 마음이 쓰였다. 소꿉친구인 고하루의 언니가 요양 시설에 근무하는 관계로 마도키에게 코로나가 완전히 물러가기 전까지는 거리를 두자고 말한 것이다. 마도키는 그 이야기에 그야말로 실망과 좌절을 느낀 나머지 고하루와 함께 멤버로 있는 관악부에서도 탈퇴할 생각까지 한다. 한창 친구들과 함께 떠들고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야할 민감한 시기에 아이들이 느낄 고립감과 실망감이 책을 통해서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연과 필연이 겹치게 되면서 이들은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바라키의 아사는 원래 우주와 별에 관심이 많았기에 천문학부에 들었던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를 찾지 못한 마히로는 친구 아마네가 소속된 과학부에 들어가면 버섯을 더 연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어 과학부에 들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마도키는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건 무토가 천문대에 같이 가지고 하는 바람에 천문대를 찾게 된다. 말하자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별 찾기" 라는 주제 아래 모이게 된 것인데, 코로나 때문에 직접 만날 수는 없으나 온라인을 통해서 "스타 캐치 콘테스트"를 함께 하게 되는데.......

소설 [이 여름에 별을 보다]를 읽으면서 여러 부분에서 놀랐다. 우선 일본은 동아리 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많은 대회에 참여한다는 사실. 아이들은 공부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데, 그런 점이 참 좋아 보였다. 하나 더 놀랐던 점은, 저자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아주 많은 연구와 고증을 거쳤겠다는 느낌?? 소설 속 아이들은 "스타 캐치 콘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 직접 망원경을 제작해야 하는데, 아주 세세한 정보까지 소설 속에 소개되어 있다.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이 "스타 캐치 콘테스트"를 통해서 그동안의 실망과 좌절, 외로움과 고립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이 자꾸 우주로 나아가려고 하고 별을 관찰하고 행성의 이름을 지어주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지구외에 다른 곳에도 지적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어서 그런게 아닐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를 통해서 우리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았듯이, 소설 속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비록 온라인을 통해서 함께 하게 되자만, "스타 캐치 콘테스트"를 통해서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의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발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던 소설 [이 여름에 별을 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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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페이스
R. F. 쿠앙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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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나를 도둑, 표절자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 말을 들어보라.

생각처럼 그렇게 끔찍하지 않다."

노란색 겉표지에 나와 있는 새침한 얼굴만 봤을 땐 전혀 예상 못 했는데, 소설 [옐로 페이스]는 아마도 독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만한 강력한 페이지터너라고 할 수 있다. 시작부터 빵빵 터지는 사건들, 이야기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이어지는데. 그야말로 흥미진진 그 자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주인공은 친구가 남몰래 쓰고 있던 원고를 훔친다. 아무도 모를 것 같아 시작한 가벼운 범죄. 주인공은 자격 없는 성공을 누리게 되지만, 과연 모래성 같은 이 성공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주인공 주니퍼 헤이워드는 지금까지 1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아직은 병아리 작가라 볼 수 있다. 반면 대학 동창이었던 아테나 리우는 그야말로 미다스의 손. 작품을 낼 때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스타 작가이다. 아직 이십 대이지만 작가로 데뷔한 후 아테나는 유명세와 부, 둘 다를 얻게 된다. 주니퍼는 그런 아테나를 몰래 질투하고 시기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아테나의 집에서 술에 취한 채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게 되고, 그만 아테나가 팬케이크 때문에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건 바로 신이 주신 기회?! 그녀는 아테네가 그동안 몰래 집필해오고 있던 작품의 초본 원고를 들고 자신의 집으로 도망가게 되는데....

이후로는 아마도 독자들이 쉽게 예상할 만한 상황이 펼쳐진다. 주니퍼 앞에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다. 아테나의 원고를 조금 수정한 후 출판계로 보낸 그녀는 그동안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이 매우 발 빠르게 반응을 보내는 것을 보고 놀란다. 당연한 수순처럼 책은 대히트를 치게 되고 주니퍼는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아테나 리우는 중국계 미국인, 책의 내용도 중국인의 전쟁 참여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준은 자신이 마치 아시아인인 것처럼 이름을 주니퍼 송으로 바꾸고 매우 아슬아슬한 행보를 이어가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트위터에서 아테나 이름을 딴 계정이 주니퍼 송의 표절 사실을 폭로하게 되면서 들끓는 대중들과 악플들... 과연 준은 이 사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소설 [옐로페이스]는 초보 작가인 주니퍼 헤이워드가 친구가 쓰던 원고를 훔쳐서 작품을 내고 성공을 거두는 장면까지 속도감이 굉장하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유명세를 떨치고 많은 돈을 버는 등 크나큰 성공을 거둔 상황에서도 주니퍼 헤이워드는 자신의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듯한 죄책감을 벗어날 수 없다. 죄를 지으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하늘은 아는 법. 마치 곧 무너질 듯한 얇은 얼음장 같은 성공에 취해있던 준 헤이워드는 SNS을 통한 폭로로 인해서 엄청난 악플 공격을 받게 되고 진실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작가들에게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그런 소설?

그렇다기보다는, 이 책은 한마디로 모든 분야의 비열함과 저속함을 돌려까는 듯한 책이다. 작가들, 출판업계 그리고 일반 대중들의 민낯을 처절하게 드러낸다고 할까? 우선 주제에 대한 진정성 없이 얄팍한 술수를 써서 히트작을 냈던 아테나부터 물론 남의 피땀이 녹아있는 원고를 양심 없이 도둑질하고 자격 없는 성공의 달콤함을 누리는 준, 그리고 가장 센 표현으로 작가를 비판해야 살아남는 듯이 행동하는 평론가 집단과 아시아계와 같은 소수 인종의 작품 세계를 민족성으로 한정짓는 출판계 그리고 무슨 소문만 났다 하면 단체 행동에 돌입하는, 한마디로 부화뇌동하는, SNS 속 대중들까지... 작가 R.F. 쿠앙의 [옐로 페이스]는 이 모든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삐딱한 시선을 들이댄다고 볼 수 있다.

아주 맵고 알싸한 음식을 먹은 기분이랄까? 한마디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소설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지만 특히 도둑질하고도 뻔뻔하기 짝이 없는 주니퍼에게 호된 교훈을 가하는 책이다. 이미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난 아테나가 눈앞에 등장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등... 읽는 동안 마치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소름끼치는 서스펜스도 느껴졌다. 일반적인 추리, 스릴러 소설의 플롯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스릴과 몰입도가 있는 소설 [옐로 페이스] 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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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실 고양이
송대길 지음 / 비엠케이(BM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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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을 떠보니 고양이가 되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 있듯이 소설 [당직실 고양이]에 등장하는 귀여운 고양이 짜장은 범죄 수사에 가담할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전체를 위험으로부터 구하는 영웅이다. 그냥 가만히 있거나 잠만 자도 귀여워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고양이 짜장. 그런데 사실은 짜장이가 원래는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40대 아저씨의 영혼이 고양이 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한 광고 회사의 유능한 팀장이었던 길건은 회사 직원들과 회식을 가졌다가 너무 심하게 술에 취하는 바람에 길거리에서 그만 잠이 든다. 너무 더워서 잠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의 아내라고 추측되는 한 여인을 따라서 어느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사실 그곳은 그의 집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통창에 비친 길건의 모습은 경악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하루 아침에 고양이로 변해있었던 것.... 새까만 털에 야옹 소리만 내는 고양이 길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한편, 서울경찰청 강력 범죄 수사대에 근무하는 김충길 팀장은 자신의 집에 들어온 까만 고양이를 경찰서로 데리고 온다.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지만 그 누구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던 그때, 아직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한 젊은 김하은 경위가 고양이를 맡기로 하고 짜장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여준다. 겉모습은 고양이지만 머릿속은 아직 인간 길건인 짜장. 그러나 동네 고양이들과 싸움도 하고 어울리게 되면서 점점 고양이의 습성을 파악하고 자신이 이렇게 변한 이유를 찾아내려 애쓴다.

그러던 와중에 링컨 콘티넨탈이라는 고급차를 몰고 다녀서 링컨 할머니라는 별명이 붙었던 한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된다. 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기에 자연사로 처리되었으나 미국에 사는 딸이 석연찮은 죽음의 처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 . 평소에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고 아픈 고양이를 돌보는 것으로 유명했던 링컨 할머니.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소행은 아닌지 조사하다가 경찰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한 남자와 할머니가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그는 동물병원 의사였고 그의 의료 과실에 대한 할머니의 컴플레인으로 해고가 되었던 것... 그렇다면 앙심을 품은 그 남자에 의한 살인 사건?

송대길 작가의 장편 소설 [당직실 고양이]는 하루아침에 고양이로 변해버린 남자가 경험하는 좌충우돌과 모험을 다룬다. 주인공 길건도 독자조차도 알 수 없는 그가 고양이가 된 이유.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40대 현실 아저씨인 길건이 왜 갑자기 고양이가 되었는지에 대한, 정말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반전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전에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은 할머니의 죽음! 고양이를 돌봐왔던 친절하고 따뜻한 할머니가 왜 변사체로 발견되었던 것일까? 계속 잘못된 수사를 이어가는 경찰들의 헛발질에 너무 답답했던 고양이 짜장 혹은 길건은 결국 인간과 소통할 방법을 찾아낸다. 그동안 길거리에서 만난 많은 고양이로부터 들은 핵심 정보를 경찰들에게 전달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사를 이끌어가는 영웅 짜장. ( 귀여운 젤리가 달린 발을 이용한 소통 방법 )

이 소설은 과연 범죄 미스터리 소설일까? 혹은 SF 장르일까? 아니면 너무나 귀여운 고양이가 맹활약하는 소설이므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힐링 소설? 독자들에게 한 가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이 소설에서 겉으로 드러난 부분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링컨 할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을 파고 또 파다 보면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던 거대한 악행이 드러난다. 참으로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구나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과연 고양이 짜장 혹은 길건은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똑똑하고 귀여운 고양이의 활약이 빛나는 소설 [당직실 고양이]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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