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페이스
R. F. 쿠앙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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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나를 도둑, 표절자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 말을 들어보라.

생각처럼 그렇게 끔찍하지 않다."

노란색 겉표지에 나와 있는 새침한 얼굴만 봤을 땐 전혀 예상 못 했는데, 소설 [옐로 페이스]는 아마도 독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만한 강력한 페이지터너라고 할 수 있다. 시작부터 빵빵 터지는 사건들, 이야기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이어지는데. 그야말로 흥미진진 그 자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주인공은 친구가 남몰래 쓰고 있던 원고를 훔친다. 아무도 모를 것 같아 시작한 가벼운 범죄. 주인공은 자격 없는 성공을 누리게 되지만, 과연 모래성 같은 이 성공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주인공 주니퍼 헤이워드는 지금까지 1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아직은 병아리 작가라 볼 수 있다. 반면 대학 동창이었던 아테나 리우는 그야말로 미다스의 손. 작품을 낼 때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스타 작가이다. 아직 이십 대이지만 작가로 데뷔한 후 아테나는 유명세와 부, 둘 다를 얻게 된다. 주니퍼는 그런 아테나를 몰래 질투하고 시기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아테나의 집에서 술에 취한 채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게 되고, 그만 아테나가 팬케이크 때문에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건 바로 신이 주신 기회?! 그녀는 아테네가 그동안 몰래 집필해오고 있던 작품의 초본 원고를 들고 자신의 집으로 도망가게 되는데....

이후로는 아마도 독자들이 쉽게 예상할 만한 상황이 펼쳐진다. 주니퍼 앞에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다. 아테나의 원고를 조금 수정한 후 출판계로 보낸 그녀는 그동안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이 매우 발 빠르게 반응을 보내는 것을 보고 놀란다. 당연한 수순처럼 책은 대히트를 치게 되고 주니퍼는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아테나 리우는 중국계 미국인, 책의 내용도 중국인의 전쟁 참여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준은 자신이 마치 아시아인인 것처럼 이름을 주니퍼 송으로 바꾸고 매우 아슬아슬한 행보를 이어가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트위터에서 아테나 이름을 딴 계정이 주니퍼 송의 표절 사실을 폭로하게 되면서 들끓는 대중들과 악플들... 과연 준은 이 사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소설 [옐로페이스]는 초보 작가인 주니퍼 헤이워드가 친구가 쓰던 원고를 훔쳐서 작품을 내고 성공을 거두는 장면까지 속도감이 굉장하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유명세를 떨치고 많은 돈을 버는 등 크나큰 성공을 거둔 상황에서도 주니퍼 헤이워드는 자신의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듯한 죄책감을 벗어날 수 없다. 죄를 지으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하늘은 아는 법. 마치 곧 무너질 듯한 얇은 얼음장 같은 성공에 취해있던 준 헤이워드는 SNS을 통한 폭로로 인해서 엄청난 악플 공격을 받게 되고 진실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작가들에게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그런 소설?

그렇다기보다는, 이 책은 한마디로 모든 분야의 비열함과 저속함을 돌려까는 듯한 책이다. 작가들, 출판업계 그리고 일반 대중들의 민낯을 처절하게 드러낸다고 할까? 우선 주제에 대한 진정성 없이 얄팍한 술수를 써서 히트작을 냈던 아테나부터 물론 남의 피땀이 녹아있는 원고를 양심 없이 도둑질하고 자격 없는 성공의 달콤함을 누리는 준, 그리고 가장 센 표현으로 작가를 비판해야 살아남는 듯이 행동하는 평론가 집단과 아시아계와 같은 소수 인종의 작품 세계를 민족성으로 한정짓는 출판계 그리고 무슨 소문만 났다 하면 단체 행동에 돌입하는, 한마디로 부화뇌동하는, SNS 속 대중들까지... 작가 R.F. 쿠앙의 [옐로 페이스]는 이 모든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삐딱한 시선을 들이댄다고 볼 수 있다.

아주 맵고 알싸한 음식을 먹은 기분이랄까? 한마디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소설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지만 특히 도둑질하고도 뻔뻔하기 짝이 없는 주니퍼에게 호된 교훈을 가하는 책이다. 이미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난 아테나가 눈앞에 등장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등... 읽는 동안 마치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소름끼치는 서스펜스도 느껴졌다. 일반적인 추리, 스릴러 소설의 플롯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스릴과 몰입도가 있는 소설 [옐로 페이스] 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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