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잘되는 사람의 말버릇 - 마음의 면역력을 올려주는 언어 습관의 힘
나카시마 데루 지음, 한주희 옮김 / 앤에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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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한마디가 당신의 내일을 결정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들은 그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다. 문제는 수십 년간 쌓아온 말버릇을 한순간에 바꾸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도 말과 행동은 의식적이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습관에 의해서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나는 학생들을 대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내 말투나 말버릇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보다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말버릇이란 게 과연 뭘까?

이 책을 쓴 나카시마 데루씨는 현재 일본의 심리 상담사이자 자기 긍정감 관련 분야의 일인자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저자도 젊은 시절에는 불평불만을 달고 살았고 부정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해서 인간관계도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철저한 자기반성과 피나는 노력 덕분에 인생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말과 태도가 너무나 궁금했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저자는 말버릇으로 자기 긍정감을 높일 수 있고, 자기 긍정감이야 말로 "마음의 면역력"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가 신체의 건강을 추구하는 것처럼 마음의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 책은 1장 : 마음의 면역력을 회복하자라는 제목으로 시작해서 5장 : 마음의 면역력에는 파급 효과가 있다로 끝이 난다. 그동안 건강하지 못했던 마음이라는 밭을 갈아엎고 긍정의 씨앗을 뿌리게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모든 장의 내용이 알차고 흥미로웠지만 나는 특히 4장 : 자기 긍정감의 메커니즘에 실린 내용에 유독 관심이 갔다. 이 장에는 자기 긍정감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를 소개하고 있고 그것을 높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천 방법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서 '자존감'을 올리는 스텝에는 거울이라는 사물이 등장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우리의 무의식이 아직 활동하고 있는 시점이기에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하는 생각이나 말들이

우리의 의식에 반영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를 습관화하면 자존감이 충만한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나를 성장시킨 것은 바로 "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 "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다. 평소 생각이 말로 나오는 것도 맞지만, 말로 내뱉은 것이 또한 사고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자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모든 말들은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화자의 삶에 고스란히 뿌리내리는게 아닐까? 이 책 [결국 잘 되는 사람의 말버릇]에서 저자는 말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면역력이 올라가고 마음의 면역력을 올리면 언제 어디에서도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말버릇으로 인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제시해준 책 [결국 잘되는 사람의 말버릇]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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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 예민한 나에게 필요한 반경 5m의 행복
나오냥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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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P 인간, 영어로 highly sensitive person 즉 굉장히 예민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약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형제들과 약간 다르다는 걸 느꼈었다. 쉽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자책은 일상이었으며 일종의 대인 공포증 같은 게 있었다. 집에 놀러 오신 어른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일부러 자는 척을 해서 대화를 피하기도 했다. 사는 게 좀 힘들다,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 책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의 주인공 나오냥과 내가 엄청 닮아있었다.

주인공 나오냥은 그림책 편집자로 일했으나 직장 생활이 맞지 않아 우울증 진단을 받고 휴직을 한다. 현재는 프리랜서 그림책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일상을 그림과 글로 재치 있게 묘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HSP에 속하기에 삶이 조금 힘든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자기 계발서라고도 볼 수 있다. 너무 민감하여 인간관계를 유지하거나 직장에서 일을 할 때 쉽게 피곤해지고 상처를 받기 쉬웠던 주인공 나오냥.

작가는 자신이 삶에서 느낀 점과 우울증을 극복하는 법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총 4장으로 나누어진다. 1장 : 솔직해질 용기 / 2장 : 늘 숙제 같은 타인 / 3장 : 함께 행복하기 / 4장 : 담대한 삶의 태도. 어쩌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나 싶어서 굉장히 감탄하며 읽었다. 남을 너무 배려하는 까닭에 할 말 못 하고 속에 담아두는 성향이라던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는 모습이 진짜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라고 느꼈다. 특히 2장 : 늘 숙제 같은 타인에 실린 내용들이 마음에 크게 남았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항상 긴장하고 눈치만 보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가의 뜻이 인상적이다.

"때로는 주변에서 하는 말은 한 귀로 흘려듣고, 설령 듣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나의 직감과 기분을 우선으로 여겨야 나다운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 -46쪽-

"자존감을 높이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오래도록 길러온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뜯어고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나를 위해서 그리고 소중한 이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바뀌고 싶다." -50쪽-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뻔뻔하게 일삼는 보잘것없는 인간이 한 말에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좋은 사람이 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자.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 68쪽-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은 아이스크림과 고양이와 낮잠을 사랑하는 'HSP'인간이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법이 담겨있다. 프리랜서 그림책 작가가 그리는 귀여운 그림들을 보면서 공감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HSP 인간들은 세상이 제시하는 "정상적인 인간들"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사람일 수 있다.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신경을 쓰는 탓에 인간관계가 서투르고 자존감은 바닥이라 항상 얼굴이 그늘져 있는 사람들. 책을 보니 그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던지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할 수 있는가?이다. 동글동글한 귀여운 몸을 가진 분홍 토끼가 가르쳐 준 HSP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준 책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을 모든 소심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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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것들 네오픽션 ON시리즈 26
기에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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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부터 시작된 거야. 이토록 작고 귀여운 나를 향한 세상의 잔혹한 박해기."

공장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인형들을 보고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소설 [귀여운 것들]에 나오는 인형들은 하나같이 오래되고 기형에다가 인간의 배설물을 모아 만든 좀 이상한 것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세상에 제대로 속하지 못한 이들은 버려지고 납치되어 학대까지 당하게 된다. 가혹하고 잔인한 인간 세상을, 다소 비정상적인 존재들의 눈으로 본 소설 [귀여운 것들]

까만 눈동자, 분홍빛 코, 그리고 파란 털을 가진 귀여운 토끼 인형 깔랑. 한때는 주인의 따뜻한 품 속에서 천국을 누렸던 깔랑.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장식장 위에만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인인 이희지가 점점 나이를 먹고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면서 깔랑에게 더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 그러던 어느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어선 후 자고 있는 이희지에게 걸어간 깔랑. 눈을 번쩍 뜬 이희지는 괴물이 되어버린 깔랑을 들고 밖으로 나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고 있던 온통 검은 빛깔의 여인에게 깔랑을 건네준다.

두려움과 분노에 몸을 떨던 깔랑. 인형이 도착한 곳은 어느 어두운 방 안이었다. 거기서 그는 눈알, 귀, 등짝 등등 조각조각 난 인형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고 곧이어 덩치가 큰 지점토 인형도 발견한다. 지점토 인형은 검은 여자에게 엄마라고 애교를 떨며 매달리지만 검은 여자는 들고 있던 돌망치로 그것을 아주 세게 내리친다. 산산이 부서져 거의 가루가 된 지점토 인형은 다시 검은 여자의 손에 의해 원래 모습으로 반죽이 되지만 눈, 코, 입의 위치가 엉망이 된다.

그래도 좋은지 연신 웃으며 깔랑을 의자에 묶고는 초록빛 나는 인형을 데려다가 송곳으로 찌르는 등 온갖 호러쇼를 펼치는 지점토 인형. 죽었구나 싶었던 깔랑 앞에 손이 4개 달린 그로테라는 인형이 나타나서 깔랑을 구해주지만 알고 보니 이것은 함정?! 검은 여자의 학대를 받는 지점토 인형이 또 다른 학대를 펼치는 와중에 과연 깔랑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토이 스토리의 잔혹 버전이라고 하면 될까? [귀여운 것들]에 나오는, 이제는 별로 귀여워 보이지 않는 존재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손이 4개가 되어 폐기처분될 뻔 했다가 살아남은 그로테, 이희지에게 다가가려다 버려진 토끼 인형 깔랑, 검은 여자가 예뻐지기 위해서 스스로 만들어낸 지점토 인형. 일종의 연작 소설인 책은 각 이야기에서 이들이 어떻게 가혹한 세상을 헤쳐나가는지 보여준다. 고독사, 아동 학대, 불법 수렵 등등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한 소설.

팀 버튼 감독이 쓴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 [귀여운 것들]을 읽다 보니 그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고 우울에 빠져서 정말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 이 [귀여운 것들]은 그 책에 비하면 덜 음울한데 그 이유는 약자에 해당하는 인형들이 뭉쳐서 서로를 구해내는 장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대가 학대를 부르고 폭력이 폭력을 낳는 과정이 묘사되지만, "악에서 구한 내 친구들"이라는 제목도 어울릴만큼 뭔가 귀엽고

씩씩한 소설이기도 하다. 책 소개에서 보니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가 생각난다는 말이 있던데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귀엽지만 잔혹하고 뭔가 기괴한 분위기가 내내 흐르는 소설 [귀여운 것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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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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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주인공 김하진은 연쇄 살인 등을 다룬 스릴러 소설로 큰 히트를 친 젊은 작가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마치 직접 누군가를 죽여본 것처럼 아주 생생하고 현장감 넘치는 살인 묘사 때문이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서 "작가는 살인자다,"라던가 "자신이 직접 살인을 저지르고 쓴 살인 기록이다 "라는 악플을 인터넷에 남길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댓글들이 마냥 어처구니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게, 그가 책으로 발표한 이야기들은 이미 현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매우 닮아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진짜 살인자가 맞는 걸까?

소설 [지하실의 새]는 굉장히 음울한 면이 있고 잔인한 묘사도 많다. 그렇다고 독서가 마냥 기분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스릴러 소설에 기대하고 있는 부분을 굉장히 잘 충족시켜 준 소설이다. 우선 이 소설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독자들과 팽팽한 심리싸움을 벌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기억이 아예 삭제되고 없는 주인공. 그의 기억을 앗아갈 만큼의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일까? 매우 궁금했다. 그리고 칼로 종이를 베어내는 순간, 그는 새가 되고 꿈속을 유영하게 된다. 왜 하필이면 새로 변하는 이유와 그 새가 도달하게 되는 곳이 결국엔 실제로 발생하는 살인 현장이라는 사실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영화 [인셉션]이 떠올랐다. 인셉션의 주인공들은 다른 이의 무의식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들은 특정 방법들을 이용하여 남의 꿈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훔치기도 하고 때로는 가짜 기억을 심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꿈과 현실의 경계가 매우 모호해지면서 꿈과 현실이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고 간섭하는 일이 발생한다. 주인공 김하진이 칼로 무엇인가를 베어내는 동작을 통해 꿈이라는 무의식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과 꿈속이지만 생생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추어진 기억과 상처들이라는 무의식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의식이라는 공간으로 자신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미 발생한 살인 사건을 너무도 생생히 다루고 있고, 일반인들은 모르고 경찰들만 알 수 있는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글로 옮겨놓은 터라, 김하진 작가가 몇몇 해결되지 못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강한 의심을 받게 된다. 독자들의 댓글은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의 뒤를 쫓는 형사와 경찰이라는 법망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이제 칼자루는 김하진 본인의 손에 쥐어졌다.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어둠 속에 묻혀있던 과거의 기억과 무의식을 추적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신을 길러준 보육원이 존재하는 고향땅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소설 [지하실의 새]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스릴러 소설인데, 공포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장면이 많다. 그러나 서사구조가 탄탄하고 설득력이 있다. 처음에는 밑도 끝도 없는 기억 상실증이라고 생각했는데, 결말 부분에서 충격적인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미지가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온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평소에 영화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이 만약에 영상화가 된다면 좀 충격적이지만 아주 인기 있는 영화도 거듭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주 스릴감 넘치고 섬뜩했던 이야기 [지하실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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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의 모든 것
김희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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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니퍼 바이러스의 슈퍼 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였던 247,

격리된 우주선에서 눈을 감다."

코로나19가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시점이 떠오른다. 평범했던 일상은 사라지고 오직 병에 대한 두려움만이 유령처럼 남아서 공기를 떠돌던 시절.

거리와 버스는 텅텅 비었고 확진자들은 주위 사람들에 대한 부채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격리 생활로 들어갔다. 직장은커녕, 밖으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했고, 마스크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많은 음모론이 떠돌았던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19는 실체가 없고 이 모든 것은 주가를 올리기 위한 제약회사의 음모라는 설과 이 모든 것의 설계자라는 외국 대기업의 CEO의 이름이 소문으로 떠돌았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도무지 알 수 없던 시절이었다.

소설 [247의 모든 것]은 그런 코로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노파라는 장소에 사는 박쥐에서 시작되어 돼지를 통해 인간에게까지 퍼졌다고 하는 변종 니파 바이러스. 세계 질병통제센터, 즉 WCDC는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해열제인 파라세타몰을 불법으로 규정하게 된다. 발열을 숨긴 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죄라고 주장하는 그들. WCDC의 조치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유를 외치지만, 리더를 시작으로 시위대들은 피를 흘리며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WCDC의 수장은 그들의 죽음을 변종 니파 바이러스의 탓으로 돌리지만, 리더의 몸을 부검한 병리학자는 전혀 뜻밖의 결과를 얻게 되는데....

이 책은 247이라는 숫자로 불리게 된 한 남자가 평범한 사람에서 온 인류의 적이 되어버린 과정을 다루고 있다. 사실 247은 그냥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의 이름은 김홍섭. 50대의 평범한 한국인이자 축산연구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그는 동물을 너무나 사랑했던 죄밖에 없었다. 더러운 우리에서 뒹군 돼지들을 끌어안고 속삭이기도 하고 정글에서 본 거대한 박쥐를 만지려다 물리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박쥐를 통해서 인간에게 전염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여러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부풀려진 소문 때문에 그는 평범한 인간 김홍섭에서 인류를 말살하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운 247이 된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갖가지 크고 작은 바이러스의 창궐은 세계의 시공간적 구조 전체를 뒤바꾸어놓은 게 아닐까. 어쩌면 도처에 음침하게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공포가 블랙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입자와 시간, 공간마저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죽음의 공포가 우리 자신을 조금씩 빨아들이며 갉아먹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146쪽-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이런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는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사람들의 생각처럼 박쥐와 돼지를 거쳐서 슈퍼 전파자인 김홍섭이 퍼트린 게 맞는 걸까? 진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질병에 걸린 동물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땅에 파묻어버리고 오염수를 바다에 그냥 부어버리는 몰지각한 인류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아픈 돼지들을 땅속에 파묻으면 질병이 사라진다고 믿은 인류는 인간 김홍섭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더 이상 질병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 믿고 그를 인공위성에 태워 우주로 보내게 된다. 247은 쓸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당장의 위협을 없애버린 인류에게 그날은 축제의 날이자 가장 행복한 날이었을 것이다.

뚜렷하게 드러난 사실은 없고 부풀려진 소문과 음모론만 가득했던 코로나 시대. 소설 [247의 모든 것]은 그 시대와 사람들을 절묘하게 닮아있다. 인터넷에서 떠돌던 박쥐탕을 끓여먹던 중국인들의 사진들과 이 사태를 마치 예언이라도 한 것 같은 한 미국 소설가의 책에 대한 루머. 백신을 맞은 젊은이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고 아시아인들에 대한 서양인들의 공격이 잇달았던 혼란스러운 그때. 군중들은 희생양을 찾아내 돌진했고 그 뒤에서 웃고 있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었다. 마치 중세 시대의 마녀 사냥과 같은 모습을 닮아있는 247에 대한 공격과 추방... 이 소설은 그런 어리석음과 교묘함에 대한 풍자를 아주 잘해낸다. 코로나 시대를 굳건히 살아낸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 [247의 모든 것]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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