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 예민한 나에게 필요한 반경 5m의 행복
나오냥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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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P 인간, 영어로 highly sensitive person 즉 굉장히 예민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약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형제들과 약간 다르다는 걸 느꼈었다. 쉽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자책은 일상이었으며 일종의 대인 공포증 같은 게 있었다. 집에 놀러 오신 어른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일부러 자는 척을 해서 대화를 피하기도 했다. 사는 게 좀 힘들다,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 책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의 주인공 나오냥과 내가 엄청 닮아있었다.

주인공 나오냥은 그림책 편집자로 일했으나 직장 생활이 맞지 않아 우울증 진단을 받고 휴직을 한다. 현재는 프리랜서 그림책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일상을 그림과 글로 재치 있게 묘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HSP에 속하기에 삶이 조금 힘든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자기 계발서라고도 볼 수 있다. 너무 민감하여 인간관계를 유지하거나 직장에서 일을 할 때 쉽게 피곤해지고 상처를 받기 쉬웠던 주인공 나오냥.

작가는 자신이 삶에서 느낀 점과 우울증을 극복하는 법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총 4장으로 나누어진다. 1장 : 솔직해질 용기 / 2장 : 늘 숙제 같은 타인 / 3장 : 함께 행복하기 / 4장 : 담대한 삶의 태도. 어쩌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나 싶어서 굉장히 감탄하며 읽었다. 남을 너무 배려하는 까닭에 할 말 못 하고 속에 담아두는 성향이라던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는 모습이 진짜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라고 느꼈다. 특히 2장 : 늘 숙제 같은 타인에 실린 내용들이 마음에 크게 남았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항상 긴장하고 눈치만 보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가의 뜻이 인상적이다.

"때로는 주변에서 하는 말은 한 귀로 흘려듣고, 설령 듣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나의 직감과 기분을 우선으로 여겨야 나다운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 -46쪽-

"자존감을 높이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오래도록 길러온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뜯어고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나를 위해서 그리고 소중한 이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바뀌고 싶다." -50쪽-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뻔뻔하게 일삼는 보잘것없는 인간이 한 말에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좋은 사람이 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자.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 68쪽-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은 아이스크림과 고양이와 낮잠을 사랑하는 'HSP'인간이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법이 담겨있다. 프리랜서 그림책 작가가 그리는 귀여운 그림들을 보면서 공감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HSP 인간들은 세상이 제시하는 "정상적인 인간들"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사람일 수 있다.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신경을 쓰는 탓에 인간관계가 서투르고 자존감은 바닥이라 항상 얼굴이 그늘져 있는 사람들. 책을 보니 그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던지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할 수 있는가?이다. 동글동글한 귀여운 몸을 가진 분홍 토끼가 가르쳐 준 HSP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준 책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을 모든 소심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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