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노부인이 던진 네 가지 인생 질문
테사 란다우 지음, 송경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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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온다. 집안일은 끝이 없고 회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육아라는 노동이 기다린다. 쳇바퀴 같은 삶에 치인 현대인들이 번아웃을 호소하는 지금, 힐링 소설과 상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잠시 위로가 될 뿐,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 [숲속 노부인이 던진 네 가지 인생 질문]은 단순하지만 삶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주인공은 회사일을 마치고 애들을 데리러 가던 중 공황발작 같은 증세를 느낀다.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들을 맡긴 후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날짜를 잘못 알고 있던 친구에 의해 약속이 무산된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어릴 적 시간을 많이 보낸 숲속 공터에 다다르게 되는 주인공. 낡은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주인공에게 누군가가 조용히 다가온다. 소리 없이 다가온 여인은 백발의 노부인이었는데, 과연 그녀는 누구고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숲속 노부인이 던진 네 가지 인생 질문]의 주인공은 욕심도 많고 야망 있는 커리어 우먼이다. 가정에서나 일터에서 모두 열심히 사는 사람이랄까? 그런데 어느 순간 이곳저곳에서 받은 부담감 때문에 평정심을 잃게 된다.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홀연히 그녀 앞에 나타난 백발의 노부인.

그녀는 처음 만난 주인공에게 아주 스스럼없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녀도 한때는 젊은 시절이 있었고 주인공처럼 인생의 위기를 겪었던 적이 있었던 것. 노부인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4가지 질문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질문들은 무엇이고 주인공들은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수많은 사람들은 감정이 중요한 결정에 설자리가 없다고 믿기에 내면의 나침반을 무시해요. 심지어 감정이 결정에 관여하면 해롭다고까지 생각하죠. 어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너무 자주 억눌러왔기 때문에 더 이상 내면의 나침반을 느낄 수 없어요. 그 사람들은 자신의 머리로, 즉 이성으로 결정을 내려요." -33쪽-

열심히는 살아왔으나 성찰이 부족했던 주인공은 노부인이 전달해 준 4가지 질문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게 된다. 아들을 위해 케이크를 구워야 하고 회사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던 주인공은 첫 번째 질문 "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러고는 굳이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명쾌한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그토록 원하던 휴식을 취하게 되는 주인공. 노부인과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딱딱한 자기 계발서라면 읽기 어려웠겠지만 [숲속 노부인이 던진 네 가지 인생 질문]에는 스토리가 있기에 훨씬 읽기 쉽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직장과 가정에서 잘해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여자들을 대변하는 것 같아 공감이 잘 되었다. 나는 미스터리한 그 노부인이 혹시 미래에서 온 주인공 자신이 아닐까?라는 재미있는 상상도 해보았다. 결국엔 본인이 본인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는 법이니까. 작고 얇은 책이지만 굉장히 알찬 내용에 읽기도 쉬웠던 [숲속 노부인이 던진 네 가지 인생 질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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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
코가라시 와온 지음, 양지윤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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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군림하는 아름다운 '여왕'

운명처럼 그녀 곁을 맴도는 '나'

이것은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까지의 이야기

살다 보면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평범했던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 거대한 파도를 일으킨다. 신비한 인연을 만나게 되면서 변화하고 성장하게 되는 우리들. 소설의 주인공 하토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살아왔다. 하토가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내비치지 않는 이유는 남들을 배려해서라기 보다는 이야기해봤자 별 소용이 없을 거라는 패배의식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하토의 삶에 뛰어든 한 여자에 의해서 그의 삶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돌아가신 후 건강 염려증에 걸린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는 고등학생 하토. 엄마는 아빠의 이른 죽음이 잘못된 식습관과 흡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밥과 고기를 식단에서 아예 제외시켜 버린다. 식탁에 올려진 야채들을 보며 식물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되는 하토. 식물이 지긋지긋함에도 불구하고 꽃집에서 일하는 이유는,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는 절대로 일하지 못하게 하는 엄마의 통제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병원으로 화분을 배달하다가 한 샐러리맨의 옷을 더럽히게 된 하토. 샐러리맨의 집중 공격을 받던 와중에 한 여성 환자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녀가 바로 화분을 주문한 소노라는 걸 알게 된다. 소노는 몸 속에서 식물이 자라는 (정확하게 말하는 식물의 성분이 생기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인데 굉장히 논리적이고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토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소노는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정답을 찾아 내기 위한 스무 고개를 제안하게 되는데....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은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이한 난치병으로 인해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삶의 불꽃을 겨우겨우 살려내며 살아가고 있는 소노.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야 할 청춘을 엄마에게 저당잡힌 채 답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하토. 뭔가 결핍된 이 두 사람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겉모습에 가려진 하토의 순수함과 선한 의지를 꿰뚫어본 소노. 하토보다 나이도 몇 살 많고 매우

똑똑하고 논리적인 소노는 하토가 직면하고 있는 인생의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게 이끌어주게 되고, 그런 소노에게 미친 듯이 빠져드는 하토...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은 슬프지 않았다. 책 자체가 로맨틱한 사랑이나 이별의 슬픔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부조리한 사회나 결핍된 인간의 심리 그리고 힘겨운 가운데에서도 꾸준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초 희귀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논리적이고 앞날을 척척 예측해내는 여주인공이 너무 씩씩해 보여서 그랬던가? 사실 살다보면 순간마다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본다거나 사회 시스템에 억지로 나를 끼워맞추는 식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럴 때마다 다소 날카롭지만 밝고 명랑한 소노씨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진정으로 관철해야 하는 의지는, 적절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무용한 심리 싸움에 닳아 없어지지 않도록 꼼꼼히 준비해 둬야 해. 올바른 선택이란 그런 거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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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잘되는 사람의 말버릇 - 마음의 면역력을 올려주는 언어 습관의 힘
나카시마 데루 지음, 한주희 옮김 / 앤에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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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한마디가 당신의 내일을 결정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들은 그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다. 문제는 수십 년간 쌓아온 말버릇을 한순간에 바꾸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도 말과 행동은 의식적이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습관에 의해서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나는 학생들을 대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내 말투나 말버릇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보다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말버릇이란 게 과연 뭘까?

이 책을 쓴 나카시마 데루씨는 현재 일본의 심리 상담사이자 자기 긍정감 관련 분야의 일인자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저자도 젊은 시절에는 불평불만을 달고 살았고 부정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해서 인간관계도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철저한 자기반성과 피나는 노력 덕분에 인생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말과 태도가 너무나 궁금했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저자는 말버릇으로 자기 긍정감을 높일 수 있고, 자기 긍정감이야 말로 "마음의 면역력"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가 신체의 건강을 추구하는 것처럼 마음의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 책은 1장 : 마음의 면역력을 회복하자라는 제목으로 시작해서 5장 : 마음의 면역력에는 파급 효과가 있다로 끝이 난다. 그동안 건강하지 못했던 마음이라는 밭을 갈아엎고 긍정의 씨앗을 뿌리게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모든 장의 내용이 알차고 흥미로웠지만 나는 특히 4장 : 자기 긍정감의 메커니즘에 실린 내용에 유독 관심이 갔다. 이 장에는 자기 긍정감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를 소개하고 있고 그것을 높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천 방법들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서 '자존감'을 올리는 스텝에는 거울이라는 사물이 등장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우리의 무의식이 아직 활동하고 있는 시점이기에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하는 생각이나 말들이

우리의 의식에 반영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를 습관화하면 자존감이 충만한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나를 성장시킨 것은 바로 "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 "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다. 평소 생각이 말로 나오는 것도 맞지만, 말로 내뱉은 것이 또한 사고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자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모든 말들은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화자의 삶에 고스란히 뿌리내리는게 아닐까? 이 책 [결국 잘 되는 사람의 말버릇]에서 저자는 말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면역력이 올라가고 마음의 면역력을 올리면 언제 어디에서도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말버릇으로 인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제시해준 책 [결국 잘되는 사람의 말버릇]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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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 예민한 나에게 필요한 반경 5m의 행복
나오냥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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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P 인간, 영어로 highly sensitive person 즉 굉장히 예민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약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형제들과 약간 다르다는 걸 느꼈었다. 쉽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자책은 일상이었으며 일종의 대인 공포증 같은 게 있었다. 집에 놀러 오신 어른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일부러 자는 척을 해서 대화를 피하기도 했다. 사는 게 좀 힘들다,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 책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의 주인공 나오냥과 내가 엄청 닮아있었다.

주인공 나오냥은 그림책 편집자로 일했으나 직장 생활이 맞지 않아 우울증 진단을 받고 휴직을 한다. 현재는 프리랜서 그림책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일상을 그림과 글로 재치 있게 묘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HSP에 속하기에 삶이 조금 힘든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자기 계발서라고도 볼 수 있다. 너무 민감하여 인간관계를 유지하거나 직장에서 일을 할 때 쉽게 피곤해지고 상처를 받기 쉬웠던 주인공 나오냥.

작가는 자신이 삶에서 느낀 점과 우울증을 극복하는 법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총 4장으로 나누어진다. 1장 : 솔직해질 용기 / 2장 : 늘 숙제 같은 타인 / 3장 : 함께 행복하기 / 4장 : 담대한 삶의 태도. 어쩌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나 싶어서 굉장히 감탄하며 읽었다. 남을 너무 배려하는 까닭에 할 말 못 하고 속에 담아두는 성향이라던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는 모습이 진짜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라고 느꼈다. 특히 2장 : 늘 숙제 같은 타인에 실린 내용들이 마음에 크게 남았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항상 긴장하고 눈치만 보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가의 뜻이 인상적이다.

"때로는 주변에서 하는 말은 한 귀로 흘려듣고, 설령 듣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나의 직감과 기분을 우선으로 여겨야 나다운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 -46쪽-

"자존감을 높이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오래도록 길러온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뜯어고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나를 위해서 그리고 소중한 이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바뀌고 싶다." -50쪽-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뻔뻔하게 일삼는 보잘것없는 인간이 한 말에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좋은 사람이 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자.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 68쪽-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은 아이스크림과 고양이와 낮잠을 사랑하는 'HSP'인간이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법이 담겨있다. 프리랜서 그림책 작가가 그리는 귀여운 그림들을 보면서 공감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HSP 인간들은 세상이 제시하는 "정상적인 인간들"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사람일 수 있다.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신경을 쓰는 탓에 인간관계가 서투르고 자존감은 바닥이라 항상 얼굴이 그늘져 있는 사람들. 책을 보니 그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던지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할 수 있는가?이다. 동글동글한 귀여운 몸을 가진 분홍 토끼가 가르쳐 준 HSP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준 책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을 모든 소심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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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것들 네오픽션 ON시리즈 26
기에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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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부터 시작된 거야. 이토록 작고 귀여운 나를 향한 세상의 잔혹한 박해기."

공장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인형들을 보고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소설 [귀여운 것들]에 나오는 인형들은 하나같이 오래되고 기형에다가 인간의 배설물을 모아 만든 좀 이상한 것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세상에 제대로 속하지 못한 이들은 버려지고 납치되어 학대까지 당하게 된다. 가혹하고 잔인한 인간 세상을, 다소 비정상적인 존재들의 눈으로 본 소설 [귀여운 것들]

까만 눈동자, 분홍빛 코, 그리고 파란 털을 가진 귀여운 토끼 인형 깔랑. 한때는 주인의 따뜻한 품 속에서 천국을 누렸던 깔랑.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장식장 위에만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인인 이희지가 점점 나이를 먹고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면서 깔랑에게 더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 그러던 어느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어선 후 자고 있는 이희지에게 걸어간 깔랑. 눈을 번쩍 뜬 이희지는 괴물이 되어버린 깔랑을 들고 밖으로 나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고 있던 온통 검은 빛깔의 여인에게 깔랑을 건네준다.

두려움과 분노에 몸을 떨던 깔랑. 인형이 도착한 곳은 어느 어두운 방 안이었다. 거기서 그는 눈알, 귀, 등짝 등등 조각조각 난 인형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고 곧이어 덩치가 큰 지점토 인형도 발견한다. 지점토 인형은 검은 여자에게 엄마라고 애교를 떨며 매달리지만 검은 여자는 들고 있던 돌망치로 그것을 아주 세게 내리친다. 산산이 부서져 거의 가루가 된 지점토 인형은 다시 검은 여자의 손에 의해 원래 모습으로 반죽이 되지만 눈, 코, 입의 위치가 엉망이 된다.

그래도 좋은지 연신 웃으며 깔랑을 의자에 묶고는 초록빛 나는 인형을 데려다가 송곳으로 찌르는 등 온갖 호러쇼를 펼치는 지점토 인형. 죽었구나 싶었던 깔랑 앞에 손이 4개 달린 그로테라는 인형이 나타나서 깔랑을 구해주지만 알고 보니 이것은 함정?! 검은 여자의 학대를 받는 지점토 인형이 또 다른 학대를 펼치는 와중에 과연 깔랑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토이 스토리의 잔혹 버전이라고 하면 될까? [귀여운 것들]에 나오는, 이제는 별로 귀여워 보이지 않는 존재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손이 4개가 되어 폐기처분될 뻔 했다가 살아남은 그로테, 이희지에게 다가가려다 버려진 토끼 인형 깔랑, 검은 여자가 예뻐지기 위해서 스스로 만들어낸 지점토 인형. 일종의 연작 소설인 책은 각 이야기에서 이들이 어떻게 가혹한 세상을 헤쳐나가는지 보여준다. 고독사, 아동 학대, 불법 수렵 등등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한 소설.

팀 버튼 감독이 쓴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 [귀여운 것들]을 읽다 보니 그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고 우울에 빠져서 정말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 이 [귀여운 것들]은 그 책에 비하면 덜 음울한데 그 이유는 약자에 해당하는 인형들이 뭉쳐서 서로를 구해내는 장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대가 학대를 부르고 폭력이 폭력을 낳는 과정이 묘사되지만, "악에서 구한 내 친구들"이라는 제목도 어울릴만큼 뭔가 귀엽고

씩씩한 소설이기도 하다. 책 소개에서 보니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가 생각난다는 말이 있던데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귀엽지만 잔혹하고 뭔가 기괴한 분위기가 내내 흐르는 소설 [귀여운 것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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