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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
코가라시 와온 지음, 양지윤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5월
평점 :
병실에 군림하는 아름다운 '여왕'
운명처럼 그녀 곁을 맴도는 '나'
이것은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까지의 이야기
살다 보면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평범했던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 거대한 파도를 일으킨다. 신비한 인연을 만나게 되면서 변화하고 성장하게 되는 우리들. 소설의 주인공 하토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살아왔다. 하토가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내비치지 않는 이유는 남들을 배려해서라기 보다는 이야기해봤자 별 소용이 없을 거라는 패배의식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하토의 삶에 뛰어든 한 여자에 의해서 그의 삶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돌아가신 후 건강 염려증에 걸린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는 고등학생 하토. 엄마는 아빠의 이른 죽음이 잘못된 식습관과 흡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밥과 고기를 식단에서 아예 제외시켜 버린다. 식탁에 올려진 야채들을 보며 식물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되는 하토. 식물이 지긋지긋함에도 불구하고 꽃집에서 일하는 이유는,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는 절대로 일하지 못하게 하는 엄마의 통제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병원으로 화분을 배달하다가 한 샐러리맨의 옷을 더럽히게 된 하토. 샐러리맨의 집중 공격을 받던 와중에 한 여성 환자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녀가 바로 화분을 주문한 소노라는 걸 알게 된다. 소노는 몸 속에서 식물이 자라는 (정확하게 말하는 식물의 성분이 생기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인데 굉장히 논리적이고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토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소노는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정답을 찾아 내기 위한 스무 고개를 제안하게 되는데....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은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이한 난치병으로 인해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삶의 불꽃을 겨우겨우 살려내며 살아가고 있는 소노.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야 할 청춘을 엄마에게 저당잡힌 채 답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하토. 뭔가 결핍된 이 두 사람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겉모습에 가려진 하토의 순수함과 선한 의지를 꿰뚫어본 소노. 하토보다 나이도 몇 살 많고 매우
똑똑하고 논리적인 소노는 하토가 직면하고 있는 인생의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게 이끌어주게 되고, 그런 소노에게 미친 듯이 빠져드는 하토...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은 슬프지 않았다. 책 자체가 로맨틱한 사랑이나 이별의 슬픔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부조리한 사회나 결핍된 인간의 심리 그리고 힘겨운 가운데에서도 꾸준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초 희귀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논리적이고 앞날을 척척 예측해내는 여주인공이 너무 씩씩해 보여서 그랬던가? 사실 살다보면 순간마다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본다거나 사회 시스템에 억지로 나를 끼워맞추는 식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럴 때마다 다소 날카롭지만 밝고 명랑한 소노씨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진정으로 관철해야 하는 의지는, 적절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무용한 심리 싸움에 닳아 없어지지 않도록 꼼꼼히 준비해 둬야 해. 올바른 선택이란 그런 거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