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이삭줍기 환상문학 1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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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문학을 만날 때마다 현실이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는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상상력 뿐 아니라, SF나 환상문학은 비유와 상징이라는 틀 속에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감추어져 있어서 그것을 들춰내는 재미도 쏠쏠하게 있다. 이 책 " 그림자를 판 사나이 "도 단순하게 바라봤을 땐, " 악마 " 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서 평생 고통에 시달린 남자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한층 더 깊이 들어가게 되면 당시 자본주의에 점점 물들어가는 독일 사회에 대한 작가의 비판어린 시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페터 슐레밀은 친구인 " 샤미소 " 에게 자신이 평생 겪은 진기한 일들을 편지에 써서 보낸다.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 페터 슐레밀 " 은 인사차 들른 욘이라는 부자 친구의 집에서, 독특한 인물을 만난다. 회색 옷을 입은 그 사나이는 주머니 속에서 고급스러운 물건들 - 터키 양탄자, 아름다운 경주말, 망원경 .. 등을 꺼내면서 손님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호기심이 동했던 " 슐레말 " 은 회색 남자를 찾아헤매고, 문득 마주친 그들... 회색 남자는 그에게 이상한 제안을 한다. 그의 그림자를 사겠노라고..

“ 당신 스스로는 그 점을 알고 계시지 못하겠지만, 빛나는 태양 아래서 당신은 고상하고 당당한 마음으로 아주 멋진 그림자를 자신 발밑에 드리우고 계십니다. 제가 주제넘은 추측을 했다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저에게 당신의 그림자를 넘겨주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

회색 남자의 거래 조건은 바로, 그에게서 그림자를 사는 대신, 금화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주머니를 주겠다는 것. 처음엔 이 괴상망측한 거래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던 " 슐레말 " 은 물질적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팔게된다. 그때부터 시작된 고통의 나날들..... 사람들은 그림자없이 돌아다니는 그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돌멩이를 던지지 않았을 뿐, 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이라는 뭇매를 맞게되는 슐레말은 그때부터 바깥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된다. 밤에만 다니거나 아니면 자신의 충실한 하인인 벤델을 앞세워 그의 그림자를 대신 빌리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나는 회색 남자에게 자신의 " 그림자 " 를 팔아넘긴 " 슐레말 " 을 보고 영혼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을 떠올렸다. 부를 추구하기 위해서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전통적인 인본주의 사회에서 막 물질을 추구하는 삶으로 변천되어가던 근대 독일 사회에 우후죽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어서 본인의 욕망을 채우는 대신, 명예를 잃고 손가락질 당하던 인간들을 보며 작가가 "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의 모티브를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실제로 " 슐레말 "은 회색 남자에게서 나중에 영혼까지 팔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림자를 돌려주겠다는 회유와 함께. 사실 그림자가 없어서 결혼까지 파탄난 슐레말에게 그것은 솔깃한 유혹이었을 수는 있지만 그는 그 부분에서는 딱 잘라 거절하고는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대륙과 바다를 자유롭게 가로지를 수 있는 장화를 신은채, 동아시아, 호주, 남아메리카 등등... 온 세상으로 다니며 자연을 연구하는 생태학자로 살아가는 " 슐레말 ". 혹독한 인생의 교훈을 얻고는 마지막에는 은둔한 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처럼 보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전개 아래에 숨어있는 메세지가 많아서 마냥 쉽게 읽히지는 않았던 "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주인공은 한때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후유증을 두고 두고 겪게 된다. 인간의 본래 모습을 저버리고 ( 그림자를 팔아버림 ) 물질적 욕망을 추구한 탓에 평생 태양을 등지고 살아야했던 슐레밀. 자본주의 사회로 변해가던 당시 독일 사회를 상징하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오랜만에 순수 환상 문학을 읽게 되어서 신선하고 새로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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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이제는 콘텐츠다 - ‘장사의 神’ 김유진의
김유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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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생겨나는 커피숍, 눈만 뜨면 바뀌는 고기집의 간판들... 그 중에서 우리가 다시 찾게 될 가게는 어떤 곳일까? 우리는 보통 잊지 못할 커피의 향기 혹은 고기의 맛에 이끌려 다시 그 매장을 찾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인 김유진님은 고객이 특정 가게를 찾게 되는 이유는 음식의 맛 이외에도 각 가게가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컨텐츠에 달려있다고 단언한다.

 

“ 미녀는 목살을 좋아해 ”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예전에 이준기라는 배우가 피아노를 치면서 석류 음료를 광고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가 불렀던 광고 문구가 바로 “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 였다. 그 당시 이 음료가 대박이 났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이준기 배우의 유명세도 한몫 했겠지만, 이 중독성 있는 광고문구 때문에 그 석류 음료를 많이 구매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김유진님은 본인의 수업을 듣고 있던 수강생 분에게 이 광고문구를 만들어준다. 고깃집을 운영하던 오너였던 그 수강생은 “ 제주 ”, “ 숙성 ” 등을 내세우며 차별화전략을 구사하던 다른 고깃집 오너들과는 달리, 목살을 주무기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탄불 석쇠에서 구워 먹으면 육즙이 예술이라고 말하던 그는, 타깃 오디언스가 바로 젊고 예쁜 여성분들이라고 말한다. 머리에서 뭔가 번쩍하는 걸 느낀 저자는 바로 저 문구를 만들어낸 것이다.

 

저자인 김유진 님은 1994년부터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왔고 15년간 외식업체 컨설팅 및 자문위원으로 전국을 누비며 1000여 곳의 외식업체, 300만명의 관련 종사자들에게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왔다고 한다. 2016년에 출간한 베스트셀러 [ 장사는 전략이다 ] 는 전국 외식업 종사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침체되어 있는 외식 산업에 신선하고 자극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이 분이 제시하는 키워드를 몇 개 봤더니 “ 자극 ” 과 “ 컨텐츠 ” 등이 있었다. 그는 SR 이론을 내세우면서 비즈니스는 설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SR 이론이란 ‘ 학습은 어떤 자극 ( Stimulus ) 에 대해서 생체가 나타내는 특정 반응 ( Response ) 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 는 이론이다. 현수막, 전단지,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고객이 매장을 찾아와서 구매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

 

 

 

이미지로도 설득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 오른쪽 사진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어떤 향기가 나는지 물어보자 다들 간장향, 고소한 향, 조림 향, 불향... 등등을 말하지만 왼쪽 사진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 이것이 바로 콘셉트로 브랜딩이라고 주장하는 저자. 남들과 선을 긋는 생각, 그걸 드러내고 인정받아 잊지 못할 각인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밥이 아니라 콘텐츠를 팝시다 ”

 

 

저자는 맛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맛은 기본이고 그 밖의 모든 상징이나 콘텐츠로 기억되는 매장들. 사실 맛도 맛이지만 기억나는 매장들은 하나같이 본인들의 브랜드를 강조하는 컨텐츠로 무장한 가게들이 많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 집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에 나의 생각과 색깔을 입혀야 하고 기왕이면 글보다는 사진, 사진보다는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이 더 힘이 세다고 한다. 이성보다 감성이 오래가는 법.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본인만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 매장이 고객들에게 깊이 각인될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을 읽으며 확실히 느꼈다. 이제는 컨텐츠가 승리하는 세상이 왔다고. 맛으로만 승부하던 세상은 이미 지나간 것 같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만의 색깔이 확연히 드러나는 컨텐츠를 개발하여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인 것 같다. 얼마 전에 방문했던 까페가 생각난다. 고만고만한 까페들 사이에서 그 까페가 두드러졌던 것은 첫번째 서점을 겸업한다는 점. 커피를 마시다가 좋은 책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는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까페는 주인장꼐서 직접 좋은 원두를 로스팅해주는 곳이었다. 커피 맛이 얼마나 좋던지.... 일석이조였던 그 까페가 기억에 남으면서 꼭 다시 가고 싶 다는 생각을 했었다. 매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앞으로 운영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이 꼭 읽어봐야할 [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 ]. 다양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니, 온라인 서점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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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자기경영 -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김재광 지음 / 청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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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교에서 인생 경영법을 따로 배우지 않는다. 사실 알고보면 인생 경영법이 제일 중요하고, 그걸 과목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하면 잘하는가에 인생의 성공여부가 달려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을 가린 말이 앞으로만 질주하는 것처럼, 우리는 대책이나 아무 전략없이 무턱대고 살아가기 쉽다. 이렇게 살다보면 살아간다기 보다는 그냥 살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 목표없이, 물에 뜬 부표처럼 표류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은 지금,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삶,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우선 저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저자 김재광씨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인 명문대학교 포스텍을 졸업한 후 사내벤처를 경영한다. 그러다가 준비와 경험 부족으로 중도에 그만두게 된 후,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하면 성공하여 행복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어 이를 널리 세상에 전파할 것을 결심한다.


그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슈퍼자기경영으로 4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 : 삶을 견고하게 하라 ( 전략 수립 )

2단계 :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둥을 세워라 ( 건강, 자산, 독서, 인맥으로 튼튼한 삶의 기반 다지기 )

3단계 : 자신만의 특별한 삶을 꾸며라 ( 나를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 )

4단계 : 삶의 가치에 날개를 달아라 (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를 나누며 살아라 )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자기 경영 중에서 귀에 쏙쏙 들어왔던 부분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먼저 전략 수립에 대한 설명부분이었다. 저자는 능력과 시간 같은 자원은 유한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무턱대로 일을 벌였다간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SWOT 분석을 반드시 거쳐야함을 강조한다.


S : Strength 그리고 W : Weakness 나는 어떤 강점 ( Strength ) 와 약점 ( Weakness )를 가지고 있는가?

O : Opportunity 외부에는 어떤 이용 가능한 기회 요인이 있는지

T : Threat 어떤 피해야할 위협요소가 있는지


예를 들어 커피숍을 운영할 계획이 있다면 이 SWOT를 통해서, 과연 그 사업을 현재 시작해도 되는지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바리스타 자격증, 풍부한 자금 등은 강점이 될 수 있고 그것들이 없다면 약점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문화행사와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경향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커피숍이 너무 많이 생기는 것은 큰 위협이 된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건강과 자산 관리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사실 요즘은 일에 몰두한 나머지 건강에 소홀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너무나 많다. 밤낮이 바뀐 삶, 그리고 술과 담배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삶은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본인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동시에 관리함으로써 온전한 건강을 추구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자산관리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 예를 들자면 복리 적금 계좌는 안전 자산에 속하고, 주식과 부동산은 위험자산에 속한다. 꾸준한 공부를 통해서 장기간의 투자를 하고, 장기간의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리고 보존할 것을 제시한다. 

 

그냥 무턱대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삶이다. 저자는 Life Value House 라는 도식을 이용하여 인생에서 성공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비젼과 사명이라는 주춧돌을 바탕으로 하여 전략을 수립하고 건강과 자산 그리고 독서활동과 인맥쌓기를 통하여 인생의 큰 기둥을 쌓아나가다보면 결국 성공과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지붕에 도달한다는 설명이다. 성공하는 삶을 집을 짓는 일에 비유하여서 저자의 자기 경영법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자기 계발서는 그냥 읽기만 해서는 도움이 안되는 법,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성공법을 기억해두었다가 내 삶에 적용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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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신영복 - 우리 시대의 지성 신영복을 읽는 10가지 키워드
이재은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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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이성적인 영역이라면, 가슴은 공감의 영역이다. 머리로부터 가슴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라고 할 때 ‘ 전두엽에 손을 얹고 조용히 생각하라 ’ 고 말하지는 않는다. ‘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라 ’ 고 한다. ”


                                                              { 신영복, ‘ 시민학교 특강 ’에서 }


우리 시대의 지성 신영복 선생님이 남기신 유작을 정리한, 즉 선생님의 사상과 사유를 뽑아서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한 책을 읽었다. 그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 실천, 자유, 차이, 공존, 화화, 공부, 존재, 연대, 변방, 관계 ’ 저자 이재은님은 각각의 키워드를 소개하면서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고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서고금의 문학, 역사, 철학을 끌어와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풍성한 해석을 덧붙였다.


사실 신영복 선생님의 삶과 사상에 대해서 읽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 시대가 처한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자신의 앎을 직접 실천하면서 살아가신 , 이 시대 최고의 지성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런데 책을 찬찬히 읽어보니, 선생님이 제시하는 올바른 삶이란 “ 존재 ” 로부터 “ 관계 ” 로 나아가는 삶이 아닌가 싶다. 신영복 선생님께서는 모든 키워드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가 바로 “ 함께 하는 삶 ” 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 우리는 언젠가부터 뿔뿔이 흩어지고 있고 흩어져 있습니다. 오늘처럼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순간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은 물론 공동체를 생각할 겨를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내 한 목숨 부지하기 위해 살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신영복의 사상은 더 빛이 나고 값집니다. " ( 21쪽 )

책 속에 등장하는 신영복 선생님의 가르침은 하나하나 마음 속에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보통 ' 여행 ' 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는 ' 여행 ' 은 생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연대, 즉, 공동체 속의 다른 사람에 대한 ' 공감 ' 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신영복 선생님이 평소에 강조하신 ' 여럿이 함께 ' 가 바로 그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인 것 같다.

"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신영복의 생각은 ' 새로운 시작 ' 과 '변화' 로 귀결됩니다. 사실 차이와 다양성은 분리 불가능한 말입니다. 다양하다는 것 자체가 차이를 내포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작과 변화도 분리될 수 없는 말입니다. 변화없는 새로운 시작은 없고 새로운 시작없는 변화도 없습니다. " ( 67쪽 )

우리는 의식과 사고가 다를 것 없는 환경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이러다 보면 서로 다름은 사라지고 같음은 많아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움을 갈망하게 되는데, 새로움에 대한 불안과 불편함 때문에 현실에 고정되어 살아간다. 낯선 사람, 낯선 환경을 동경하면서도 선뜻 실행하지 못하고 만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제시한다. 그는 낯선 환경에 자신을 밀어놓다보면 새로운 발견에 이르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라고 말한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의 쟁점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슬람교를 따른다고 하여 폭력적 성향을 띄고 있을 거란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난민을 절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앎과 삶을 일치 통일시켜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난민에 대해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자명하다. 위기에 처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너무나 편협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끌어안는 철학과 자세가 필요한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신영복 선생을 ‘ 이 시대의 의인 ’, ‘ 진짜 어른 ’ 이라고 말한다. 나이 스물 여덟에 통일 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20년 20일의 억울한 수형 생활에도 시대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살아간 절제와 성찰의 삶을 보여주신 분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큰 고통 속에서도 본인의 깨달음을 진솔한 언어로 이 사회에 전달하는 그는, 양심적으로 시대를 살아간 정직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따라서, 신영복 선생님의 사상을 새롭게 읽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그의 사상의 핵심만 모아놓은 해설서이고 입문서인 것 같다. 신영복 선생님의 사상을 처음 대하는 독자가 읽기에는 너무나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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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케이스릴러
김혜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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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나 스릴러의 묘미는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긴박함, 그리고 놀라운 반전에 있다. 책의 속도에 끌려가는 느낌이 들어야하고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하는 것처럼 사건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 캐리어 ] 는 스릴러가 갖춰야 하는 요소를 골고루 갖춘, 그야말로 기가 막힌 소설이다. 이 소설은 첫 장을 펴들자마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면서 독자들의 멱살을 잡아끈다. 빨리 따라오라고.

 

 

“ 남편은 엄마의 수술을 직접 집도했다. 엄마는 사위에 대한 고마움에 수술실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눈물을 흘렸다. 차기 병원장인 그가 숨겨둔 100억원의 비자금이, 수술 후 죽어버린 엄마의 묘에 묻혀있다. 피로 얼룩진 자금을 들고, 이제 남편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주인공 이선의 엄마는 갑작스럽게 큰 병에 걸렸다. 의사인 남편이 평소에 건강검진을 해왔고 큰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은 터라 몇 주 사이에 퍼져버린 암은 의문의 여지로 남았다. 그러나 사위를 의사로 둔 엄마는 아무 걱정 없이 수술실로 향했고 곧이어 싸늘한 주검이 된 채로 주인공에게 돌아온다. 주인공이 엄마의 묘에 오는 것을 한사코 막아서는 남편... 엄마의 묘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어마어마한 액수의 비자금?!

 

 

남편이 엄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주인공은 그에게서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엄마가 돌아가시고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들 준이를 낳게 된 주인공은, 이제는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사로잡힌다. 남편과 시아버지가 그녀를 바라볼 때면 느꼈던 싸늘한 눈빛, 여자가 죽어나가는 시댁, ( 질식사였던 시어머니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 ).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어머니의 장지에 나머지 식구들의 묘자리까지 봐놨다는 시아버지의 소름끼치는 발언 등등... 그녀가 남편을 떠나야할 이유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 세상천지 남은 가족이라곤 없는, 상냥하고 덜 배운 여자. 심지어 언제든 병자로 몰아가 필요한 만큼 쓰다 버릴 수 있는 아내 ”

 

 

빨리 도망쳐야 한다. 비자금을 위해서 자신의 엄마를 죽일 수 있는 인간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가 바로 그의 곁일 테니까.

 

그녀는, 아들 준이와 해외에서 행복하게 여생을 즐길 것을 꿈꾸며 도피의 계획을 세운다.

 

 

이 책은 밤에 보면 안될 것 같다. 드는 순간, 정말, 내려놓기가 힘든 책이다. 첫장면부터 스릴과 긴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머리가 좋고 치밀한 남편에게, 도피계획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하나부터 열까지 도피과정을 연습한다. 준이의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캐리어에 담아서 몇 번이나 엘리베이터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녀. 이제 남편이 세미나를 위해서 집을 비울 그 며칠동안에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첫 장부터 많은 의문을 품게 만드는 상황이다. 과연 남편이 주인공 어머니를 죽인게 맞는지,,,,,, 그리고 엄마의 묘에 비자금이 묻혀있는게 맞는지..,,,, 애초에 비자금이라는게 있기는 한지..

 

 

사실, 여주인공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며 불안에 시달리는 여주인공을 내세운 탓에, 그녀가 경험하는 것들이 사실인지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냥 병으로 돌아가신게 아닐까 ?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너무 큰 탓에 그녀가 과대망상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 실제로 그녀는 이제 남편 뿐 아니라 주위 모든 사람들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이웃 주민들도 의심하기 시작하는 그녀. 도망치는 과정에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남편이 고용한 사람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그녀...

 

 

여주인공의 과대망상증과 편집증에 대해 의심할 무렵, 사건은 빵하고 터진다.. 그녀의 과대망상증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평범한 한 여인이 남편을 피해 도망가기 시작하면서 전문 도망꾼 ( 이런 말은 없지만 ㅋㅋ ) 으로써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런데 그렇게 조심했건만 남편은 벌써 그녀의 도피계획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파악한 것 같아 보인다. 여권이 사라지는가 하면 중간에 준이가 2번이나 사라진다. 남편이 심어두었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을 통해서...

 

정말 한편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다. 속도감이 엄청나서 글을 채 다 읽기도 전에 다음 장을 보기위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전형적인 page turner 이다. 실제로 책을 영화화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주인공이 겪어나가는 처절하고 절박한 상황은 스크린에서 더 활기를 띨 것 같다... 벚꽃이 날리는 이 봄날, 새로운 영화의 탄생을 기대해보려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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