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케이스릴러
김혜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추리나 스릴러의 묘미는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긴박함, 그리고 놀라운 반전에 있다. 책의 속도에 끌려가는 느낌이 들어야하고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하는 것처럼 사건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 캐리어 ] 는 스릴러가 갖춰야 하는 요소를 골고루 갖춘, 그야말로 기가 막힌 소설이다. 이 소설은 첫 장을 펴들자마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면서 독자들의 멱살을 잡아끈다. 빨리 따라오라고.

 

 

“ 남편은 엄마의 수술을 직접 집도했다. 엄마는 사위에 대한 고마움에 수술실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눈물을 흘렸다. 차기 병원장인 그가 숨겨둔 100억원의 비자금이, 수술 후 죽어버린 엄마의 묘에 묻혀있다. 피로 얼룩진 자금을 들고, 이제 남편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주인공 이선의 엄마는 갑작스럽게 큰 병에 걸렸다. 의사인 남편이 평소에 건강검진을 해왔고 큰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은 터라 몇 주 사이에 퍼져버린 암은 의문의 여지로 남았다. 그러나 사위를 의사로 둔 엄마는 아무 걱정 없이 수술실로 향했고 곧이어 싸늘한 주검이 된 채로 주인공에게 돌아온다. 주인공이 엄마의 묘에 오는 것을 한사코 막아서는 남편... 엄마의 묘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어마어마한 액수의 비자금?!

 

 

남편이 엄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주인공은 그에게서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엄마가 돌아가시고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들 준이를 낳게 된 주인공은, 이제는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사로잡힌다. 남편과 시아버지가 그녀를 바라볼 때면 느꼈던 싸늘한 눈빛, 여자가 죽어나가는 시댁, ( 질식사였던 시어머니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 ).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어머니의 장지에 나머지 식구들의 묘자리까지 봐놨다는 시아버지의 소름끼치는 발언 등등... 그녀가 남편을 떠나야할 이유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 세상천지 남은 가족이라곤 없는, 상냥하고 덜 배운 여자. 심지어 언제든 병자로 몰아가 필요한 만큼 쓰다 버릴 수 있는 아내 ”

 

 

빨리 도망쳐야 한다. 비자금을 위해서 자신의 엄마를 죽일 수 있는 인간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가 바로 그의 곁일 테니까.

 

그녀는, 아들 준이와 해외에서 행복하게 여생을 즐길 것을 꿈꾸며 도피의 계획을 세운다.

 

 

이 책은 밤에 보면 안될 것 같다. 드는 순간, 정말, 내려놓기가 힘든 책이다. 첫장면부터 스릴과 긴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머리가 좋고 치밀한 남편에게, 도피계획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하나부터 열까지 도피과정을 연습한다. 준이의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캐리어에 담아서 몇 번이나 엘리베이터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녀. 이제 남편이 세미나를 위해서 집을 비울 그 며칠동안에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첫 장부터 많은 의문을 품게 만드는 상황이다. 과연 남편이 주인공 어머니를 죽인게 맞는지,,,,,, 그리고 엄마의 묘에 비자금이 묻혀있는게 맞는지..,,,, 애초에 비자금이라는게 있기는 한지..

 

 

사실, 여주인공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며 불안에 시달리는 여주인공을 내세운 탓에, 그녀가 경험하는 것들이 사실인지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냥 병으로 돌아가신게 아닐까 ?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너무 큰 탓에 그녀가 과대망상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 실제로 그녀는 이제 남편 뿐 아니라 주위 모든 사람들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이웃 주민들도 의심하기 시작하는 그녀. 도망치는 과정에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남편이 고용한 사람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그녀...

 

 

여주인공의 과대망상증과 편집증에 대해 의심할 무렵, 사건은 빵하고 터진다.. 그녀의 과대망상증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평범한 한 여인이 남편을 피해 도망가기 시작하면서 전문 도망꾼 ( 이런 말은 없지만 ㅋㅋ ) 으로써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런데 그렇게 조심했건만 남편은 벌써 그녀의 도피계획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파악한 것 같아 보인다. 여권이 사라지는가 하면 중간에 준이가 2번이나 사라진다. 남편이 심어두었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을 통해서...

 

정말 한편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다. 속도감이 엄청나서 글을 채 다 읽기도 전에 다음 장을 보기위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전형적인 page turner 이다. 실제로 책을 영화화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주인공이 겪어나가는 처절하고 절박한 상황은 스크린에서 더 활기를 띨 것 같다... 벚꽃이 날리는 이 봄날, 새로운 영화의 탄생을 기대해보려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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