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렇게 살 건가요
한효신 지음 / 롱테일 오딧세이(Longtail Odyssey)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책 표지에 깜짝 놀랄 삶의 이정표가 담겨있는 마음의 지혜 상자 열기라고 적혀있다.

흔히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깜짝 놀랄만한 이정표가 뭘까?

잘 보이지 않는 흐릿한 미래라는 길 앞에 이정표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있다면

사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덜 힘들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한효신님이 제시하는 삶의 이정표, 등불

그리고 나침반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설 형식을 띄고 있었다. 

 이 책엔 다섯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문화대학교 98학번 동기인 ' 인생경영연구회 ' 동아리 창립 멤버들이다.

이들에게는 ' 인생경영 아지트 ' 라 명명한 쉼터가 있고

여기서 그들은 인생 살이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어느새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그들, 각자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다.

역시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 생활과 부부관계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커 보인다.

이 5인방은 각자 개성이 강하고 자기 분야에서 나름 활약을 하며 살아가지만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인물이 준혁과 혜린이었다.

특히 외모가 매우 아름다워 올리비아 핫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혜린은

여성이지만 재력이 풍부하고 세상살이에 대한 지혜가 많아서

친구들이 가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쉽게 제시해준다.

 

" 불혹이란 나이는 도전기 30년 중 마지막 10년을 불사르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는 때가 아닌가 해.

결국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지천명 이후의 삶의 향방과 그 질적 수준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지."

 

" 불혹 이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라는 땅을 밟는

현실적 이슈에 관심을 쏟는 게 필요해.

즉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거야."

그녀의 말인즉슨, 젊은 날에는 뜬구름 잡기식의 이상과 말도 안 되는 꿈을 꿀 수 있지만

불혹, 즉 40대가 넘으면 현실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어떤 말보다도 불혹 이후의 삶에 대한 그녀의 발언에 공감이 갔다.

40대 이전이 꿈을 위해서 도전하는 시기라면

아마 40대 이후는 지금까지 쌓아올리는 것을 안정적으로 다지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부부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나 보다. 

  주인공 차준혁과 그의 아내는 일종의 개방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준혁의 아내 희정은 마음으로는 남편 준혁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들과도 육체적인 사랑을 즐긴다. 

  그런데 준혁은 그걸 알면서도 아내의 그런 삶을 용인한다.

음..... 과연 이게 가능한지... 솔직히 의문이 생겼다. 물론 삶에 대한 시각은 다 다르니까..

소설 형식을 빌린 독특한 인생 경영 에세이 " 정말 그렇게 살 건가요?"

어른들이 볼만한 소설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한 없는 삶을 누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효신 저자가 제시하는 처방법.

[ 정말 그렇게 살 건가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 자신과 친구 되기 - 좋은 삶을 위한 내밀한 사귐
클레멘스 제드마크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과의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애정으로 자신을 대하고,

자신의 삶이 세상에서 유일하고 특별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내적 성장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며, 이를 성실하게 발전시키는 능력을 키워나가면 된다

나 자신과 친구되기 - 저자 클레멘스 제드마크

 

현대인들은 소유하며 살아갑니다. 좋은 집, 멋진 직업, 비싼 차 등 물질적 소유를 행복한 삶의 기준점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정작 정신적 가치는 외면하고 살아갑니다.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영혼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은 댓가를 현재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행복하지 못한 현대인들, 우울증이나 조현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 등은 내가 나와 친하게 지내지 못한 것의 결과라고 봅니다.

이 책 [ 나 자신과 친구되기 ] 는 얇지만 읽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습니다. 이 책을 쓰신 클레멘스 제드마크님은 신학자이자 철학자로서 우리의 삶이 내포하고 있는 깊이와 신비를, 많은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경험 혹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영적이고 철학적인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중에서 그가 많이 언급하는 사람이 잇사 그레이스라는 아기 천사입니다. 그녀는 에드워즈 병으로 인해 세상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일찍 하늘나라로 떠납니다. 당연히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고통을 겪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역설적인 우리 삶의 신비를, 잇사가 가족에게 미친 영향을 빗대어 설명합니다. 잇사가 가족에게 준 아픔과 고통은 가족의 삶을 깊이있게 만들었습니다. 힘들어하면서 인간은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질병이 있기에 아프지 않는 삶에 감사하고 죽음이 있기에 삶을 축복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책 속 저자가 남긴 구절은 하나하나가 귀하디 귀합니다. 반복해서 읽으며 새겨들어야할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추상적이어서 첨에 대했을땐 다소 어려웠지만 구절을 읽는 것 만으로도 어두웠던 정신세계에 빛이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 잇사는 엄마 아빠에게 선물을 주고 떠났다. 

 잇사의 선물은 사람이 살면서 종종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므로

늘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 (21쪽)

" 그의 관찰에 의하면 모든 인간에게는 삶의 깊이가 있고

그 속에서 인간은 타인을 깊이 있게 만난다," (34쪽)

" 삶은 부서지기 쉽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중한 것을 부여잡아야한다.

삶의 깊이를 묻는다면 답은 한 마디로 소중한 것의 가능성이다." (66쪽)

" 성장이란 쉽게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살다 보면 상처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쉽게 상처받는 능력은 무엇인가를 힘겹게 배우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것이 성장이다." (99쪽)

이 책 [ 나 자신과 친구 되기 ] 는 삶에 대한 희망을 쉽게 잃어버리고 허무해지기 쉬운 요즘같은 시대에 꼭 읽어봐야할 책입니다. 구절 하나하나가 피가 되고 살이 될 것 같아요. 반복해서 읽어보면서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얇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 백과사전의 무게와 깊이를 지닌 책... 나 자신과 친구되기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걸 다 기억하는 - 어른이 추억 명작선
한지은 지음 / 보통의나날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은 내가 해볼게요. 당신은 그저 떠올리기만 해요.”

책을 받아들고 앞표지에 적혀 있는 단어들을 하나 둘 눈으로 읽어본다. 유년시절로 기억을 소환하는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스카이 콩콩’, ‘소독차’, ‘전설의 고향’등. ' 스카이 콩콩 '을 누가 가장 오래 타는지를 내기했고 ' 소독차 ' 뒤를 따라다니면서 슈퍼맨 흉내도 내었다. '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처녀귀신이나 구미호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요즘 세대들은 모를 수 있는 그때의 유행가를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고, 누군가가 던진 예전의 이야기에 추억을 소환하여 끼어들기를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때 묻지 않고,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로 당신을 안내해 줄 것이다. 저자는 얼마 전 성황리에 마친 < 응답하라 > 시리즈에 대해서 언급한다. 저자도 그랬겠지만 나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시청하면서 " 맞아, 그때 그랬지 " 하면서 손뼉을 치면서 맞장구 치곤했다.

 

 

책 속에 있는 <옛날 사람 체크리스트> 편에서 패션편, 놀이편, 학교편, 생활편, 먹거리편, 유행어편으로 나뉘어져 있는 단어들을 체크하다 보니,  아이고야! 내가 옛날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 눈으로 이 책을 보면 조상님, 혹은 시조새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책을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나의 추억을 소환해 줄 주제는 어떤 것이 있을지 살펴본다.

첫 번째 소환.

“삼촌은 박스 안쪽에 따로 들어 있는 종이봉투에서 동그란 필름을 꺼내 망원경 위 얇은 구멍 안에 끼워 넣고 옆에 달려 있는 손잡이를 아래로 ‘딸깍’하고 눌렀다. 순간, 망원경 안에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 담겼다.”(p. 61)

 

아쉽게도 외국 풍경의 ‘뷰 마스터’ 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 유명 관광지를 부모님, 삼촌, 고모가 다녀오면서 뷰 마스터를 사 왔고, 딸깍하며 셔터를 누르면 그곳의 풍경을 한 컷씩 넘겨가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소환.

“자기들끼리 신나게 놀다가 문득 한 번씩 훼방을 놓아서 흥이 깨뜨리는 동네 남자아이들을 피할 수 있는 이곳은, 할머니의 잔소리쯤으로는 포기할 수 없는 최적의 공기놀이 장소였다.”(p. 71)

 

요즘은 문구점에 가면 색깔별 공깃돌이 예쁘게 나오지만, 그때에는 자연에서 얻은 작고 동근 돌멩이 다섯 알을 가지고 내기 경기를 하였다. 내기의 고지가 가까워질 때는 공기를 하고 있는 친구가 공깃돌을 놓치기만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모래성을 쌓고 가운데 막대기 하나 꽃아 두고 가위바위보 해서 모래 많이 가져가기. 막대기 넘어뜨리면 실격! 돌멩이 치기. 잘 세워지는 평평한 돌멩이를 찾는 것이 관건! 이런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도 하고 우정을 쌓아는 것 같다.

 

 

세 번째 소환.

MBC <주말의 명화>냐, KBS 2TV <토요명화>냐, 그것이 문제로다.(P.263)

지금이야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유년시절의 영화채널의 양대 산맥이다. 그리고 평소라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지만, 유일하게 늦게 잠드는 것을 허락해 주는 날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시간에 맞추어서 ‘연탄불 갈기’미션이다.

 

 

이 외에도 여러 추억 소환을 했었다.

 

저자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남긴 메시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도 잠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웃음 지을 수 있다면, 그리운 얼굴들이 생각나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P. 5)

책을 읽은 후 이 메시지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약속하자. 우린 ‘옛날 사람’이 되어가지만, ‘행복했던 사람’은 잊지 않기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 - 무시하기엔 너무 친근하고 함께하기엔 너무 야생적인 동물들의 사생활
사이 몽고메리.엘리자베스 M. 토마스 지음, 김문주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시하기엔 너무 친근하고 함께 하기엔 너무 야생적인 동물들의 사생활!

이 책은 세계적인 동물학자 사이 몽고메리와 엘리자베스 M. 토마스의 지식과 통찰력을 통하여 알면 알수록 경이로운 동물의 일상을 흥미진진하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간은 생각하고 사랑하고 느끼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서 동물학자 엘리자베스는 강한 부정의 의견을 내비친다, 사이 몽고메리 박사 또한 인간 중심적인 우월감에 의문을 품는 그녀의 세계관에 깊은 공감을 하고 있다.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른 동물의 능력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음을 보여주고,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인 사자, 곰, 새, 뱀 등 다양한 동물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저자들이 경험한 것을 사례로 들어 알려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음으로서 미처 알지 못했던 동물의 신기한 습성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개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많이 키우는데, 누가 누구에게 더 의지하면서 생활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우리와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인간 그리고 동물이라는 단순한 관계로만 그릴 수는 없는 것 같다. 인간은 반려동물로부터 위안을 얻고 편안한을 느낀다. 반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들의 생활모습은 우리들 눈에는 신기하고 경이롭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0퍼센트 낮다.

 헤엄치는 물고기를 지켜보는 일은 혈압을 낮춰주고,

개를 쓰다듬는 일은 면역체계를 강화해준다.”

(p. 114)

“어른 벌새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1,500송이의 꽃을 방문하는데,

이때 섭취하는 꿀의 양은 인간으로 치면 하루에 57리터에 달한다.

벌새들에게는 이마저도 부족하여

하룻동안 600~700마리의 벌레를 틈틈이 잡아먹는다.”(p. 174)

인류는 8,700만 종의 동물들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일 뿐이다. 이 동물들 가운데 이름을 지어줄 수 있는 종이 얼마나 될까? 또한 우리가 알거나 이해할 수 있는 동물은 얼마나 될까?

이 중에 질문 하나!! 현미경을 통해야만 볼 수 있는 동물이 있을까? 물론 있다. 물곰이다. 물곰이라는 동물은 5억년 이상 지구상에 존재해왔고 (우리 인간은 20만년 동안 존재해왔다.),현존하는 종은 1,000가지 이상이다. 이 동물은 어느 종에 속하는지 따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환경에서 발견된다고 하고,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수준보다 1,000배 이상 강한 방사선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존재가 상당히 작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내가 야생동물을 돕는 이유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자연을 마구 훼손하기 때문이다.”(p. 241)

인간들에 의해서 규정지어지지 않은 관계, 인간과 동물이라는 단순한 관계가 아닌 다른 각도로 동물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은 동물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 인정을 하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서로 길들이거나 길들여진다는 관점인 " 인간 중심주의적 관점 " 이 아닌 우리 모두가 속해 있는 곳에서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 생태 중심적 관점 " 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으로써의 정상적인 삶,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억압당하고 침묵을 강요당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이자, 군부독재정권의 군화발에 짓밟혀야했던 나이지리아 국민들의 이야기 [ 보라색 히비스커스 ]. 이 소설은 민족과 지역 그리고 인종을 뛰어넘는 울림과 감동을 가져다준다.

남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했던 아버지 유진. 여러 회사와 공장을 운영하는 그는 이웃들에게 베풀고 종교적으로는 모범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가정에만 돌아오면 폭군으로 변한다. 지나친 사랑은 그를 완벽주의자로 만들어 아이들과 아내에게 완벽해질 것을 강요한다. 딸 캄빌리가 학교에서 마치고 5분만 늦어도 귀싸대기를 올려붙이고 성적은 무조건 1등이 되어야 한다.

" 나는 항상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마자 냅다 뛰었다.

(...) 한번은 케빈이 아버지에게 내가 몇 분 늦게 나왔다고 말하자 

 아버지가 내 왼뺨과 오른뺨을 동시에 때려서

며칠 동안 똑같이 생긴 커다란 손자국이 얼굴에 남고 귀가 왕왕 울린 적도 있다."

  ( 69쪽)

 

한편 나이지리아의 정치상황은 암울하다. 군부에 의해서 정권을 강탈당한 이후 국민들에게 돌아가야할 자금은 모두 해외로 빼돌려지고 있다. 주인공 캄빌리의 고모인 이페오마는 한 대학교의 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몇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주유소에는 기름이 없어서 사람들은 운전을 하지 못한다. 물이 안 나오고 빵이 없어서 굶주려야 하는 시민들.

“ 지난 석달간 은수카에는 기름이 없었어요.

지난주에는 기름을 기다리느나 주유소에서 밤새우기도했죠.

하지만 결국 기름은 오지 않았어요.

어떤 사람들은 집까지 돌아갈 기름이 없어서 주유소에 차를 두고 갔고요 ” (100쪽)

이 소설은 고발하고 있다. 위선과 가식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의 학대와 폭력 그리고 국민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나이지리아 군부독재정권의 무능함과 뻔뻔함을. 부패한 정권에 직언하는 언론인을 도왔고 독재정권에 저항한 아버지 유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집에서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독재자로 군림했다. 뭔가 낯익은 모습이지 않은가? 자신이 그토록 싫어한 독재정권을 닮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

" 유진 형제를 보세요. 

 그는 이 나라의 다른 거물들처럼 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쿠데타 이후에 정부가 그의 사업을 위협하지 않도록 집에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 스탠더드 ] 를 통해 진실을 말했지요. " (13쪽)

" 오빠가 왜 이페디오라랑 사이가 안 좋았는 줄 알아요?

이페디오라가 오빠 면전에 대고 자기 생각을 말했기 때문이에요.

이페디오라는 진실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죠.

하지만 오빠는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진실에 대해서는 꼭 싸우려 들잖아요." (124쪽)

저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으로써 우리가 누릴 수 있고 반드시 누려야하는 권리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고 반드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맹목적으로 가톨릭 신앙을 추구하던 아버지 유진이 한번이라도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을까? 도대체 그는 무엇때문에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고 백인의 종교인 가톨릭 신앙만 추구한걸까? 그것이 자신이 추구한 완벽한 삶이라서? 그렇다면 완벽함에 자신을 맞추느라 스스로 통제하고 억압한 삶의 결과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봤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 아내의 눈동자를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들여다본적이 있을런지...

“ 나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었고, 아버지만큼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내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2등을 했다. 실패로 더럽혀졌다 .” (54쪽)

비정상적인 삶을 살았던 남매들. 학대와 폭력으로 얼룩진 나날들 때문에 웃음을 빼앗겼던 그들의 모습은 엄격하고 억압적인 아버지와 성격이 180도 어른들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바뀐다. 비록 가난하지만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이페오마 고모와 사촌들 그리고 은수카 지역에서 만난 아마디 신부님은 그들을 웃게 했고 자유롭게 해주었다.

“ 지금 내게 오빠의 반항은 이페오마 고모의 실험적인 보라색 히비스커스처럼 느껴졌다.

희귀하고 향기로우며 자유라는 함의를 품은.

쿠데타 이후에 정부 광장에서 녹색 잎을 흔들던 군중이 외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유. 원하는 것이 될, 원하는 것을 할 자유 .” (27쪽)

페미니스트이자 세계적인 인플루엔서인 저자 아디치에. 그녀는 고백하고 고발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 인류가 다른 인류에게 미묘하게 가하는 억압 [ 자신의 뿌리와 민족성을 잊게 하는 특정 종교의 잘못된 선교활동 ], 부패한 독재 정권이 얼마나 무능하고 사악한지 [ 언론 통제, 저항하는 인물에 대한 탄압, 파탄난 경제 ] 그리고 폭군 아버지의 영향 [ 어머니와 자녀들은 삶의 향기를 잊고 살았다 ].... 이 소설 속엔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여성으로써 그리고 한 인간으로써.

한 여성의 내밀한 삶의 고백과 나이지리아 현대사가 동시에 펼쳐지는 이 소설을 통해 큰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알면서도 모른척하거나 잘못된 일에 대해서 침묵하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 보라색 히비스커스 ]. 독재정권에 신음했던 우리 역사가 생각나면서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 고학력자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떠나. 약자들을 남겨 두고 가지. 독재자들은 계속 군림해. 약자들이 저항하지 못하니까. 너는 이게 순환 고리란 걸 모르니? 대체 누가 이 고리를 끊겠어?” (29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