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 다 기억하는 - 어른이 추억 명작선
한지은 지음 / 보통의나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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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내가 해볼게요. 당신은 그저 떠올리기만 해요.”

책을 받아들고 앞표지에 적혀 있는 단어들을 하나 둘 눈으로 읽어본다. 유년시절로 기억을 소환하는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스카이 콩콩’, ‘소독차’, ‘전설의 고향’등. ' 스카이 콩콩 '을 누가 가장 오래 타는지를 내기했고 ' 소독차 ' 뒤를 따라다니면서 슈퍼맨 흉내도 내었다. '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처녀귀신이나 구미호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요즘 세대들은 모를 수 있는 그때의 유행가를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고, 누군가가 던진 예전의 이야기에 추억을 소환하여 끼어들기를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때 묻지 않고,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로 당신을 안내해 줄 것이다. 저자는 얼마 전 성황리에 마친 < 응답하라 > 시리즈에 대해서 언급한다. 저자도 그랬겠지만 나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시청하면서 " 맞아, 그때 그랬지 " 하면서 손뼉을 치면서 맞장구 치곤했다.

 

 

책 속에 있는 <옛날 사람 체크리스트> 편에서 패션편, 놀이편, 학교편, 생활편, 먹거리편, 유행어편으로 나뉘어져 있는 단어들을 체크하다 보니,  아이고야! 내가 옛날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 눈으로 이 책을 보면 조상님, 혹은 시조새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책을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나의 추억을 소환해 줄 주제는 어떤 것이 있을지 살펴본다.

첫 번째 소환.

“삼촌은 박스 안쪽에 따로 들어 있는 종이봉투에서 동그란 필름을 꺼내 망원경 위 얇은 구멍 안에 끼워 넣고 옆에 달려 있는 손잡이를 아래로 ‘딸깍’하고 눌렀다. 순간, 망원경 안에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 담겼다.”(p. 61)

 

아쉽게도 외국 풍경의 ‘뷰 마스터’ 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 유명 관광지를 부모님, 삼촌, 고모가 다녀오면서 뷰 마스터를 사 왔고, 딸깍하며 셔터를 누르면 그곳의 풍경을 한 컷씩 넘겨가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소환.

“자기들끼리 신나게 놀다가 문득 한 번씩 훼방을 놓아서 흥이 깨뜨리는 동네 남자아이들을 피할 수 있는 이곳은, 할머니의 잔소리쯤으로는 포기할 수 없는 최적의 공기놀이 장소였다.”(p. 71)

 

요즘은 문구점에 가면 색깔별 공깃돌이 예쁘게 나오지만, 그때에는 자연에서 얻은 작고 동근 돌멩이 다섯 알을 가지고 내기 경기를 하였다. 내기의 고지가 가까워질 때는 공기를 하고 있는 친구가 공깃돌을 놓치기만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모래성을 쌓고 가운데 막대기 하나 꽃아 두고 가위바위보 해서 모래 많이 가져가기. 막대기 넘어뜨리면 실격! 돌멩이 치기. 잘 세워지는 평평한 돌멩이를 찾는 것이 관건! 이런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도 하고 우정을 쌓아는 것 같다.

 

 

세 번째 소환.

MBC <주말의 명화>냐, KBS 2TV <토요명화>냐, 그것이 문제로다.(P.263)

지금이야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유년시절의 영화채널의 양대 산맥이다. 그리고 평소라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지만, 유일하게 늦게 잠드는 것을 허락해 주는 날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시간에 맞추어서 ‘연탄불 갈기’미션이다.

 

 

이 외에도 여러 추억 소환을 했었다.

 

저자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남긴 메시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도 잠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웃음 지을 수 있다면, 그리운 얼굴들이 생각나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P. 5)

책을 읽은 후 이 메시지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약속하자. 우린 ‘옛날 사람’이 되어가지만, ‘행복했던 사람’은 잊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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