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사람의 역동적인 삶의 이야기 `[ 맨해튼 비치 ].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몰고 온 거센 돌풍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1930년대와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범죄 조직들 간의 패권 다툼과 거친 남성 세계에서 성장하는 한 강한 여성의 모습이 줄곧 묘사되어 있어서 누아르와 페미니즘 소설이 겹쳐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 각 개인이 경험한 삶의 사건을 통해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역사의 줄기를 볼 수 있어서 역사 장편 소설이라는 느낌도 드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 맨해튼 비치 ]의 두 가지 키포인트는 뉴욕의 뒷골목을 접수했던 갱스터들 이야기와 2차 세계대전 때문에 나라를 떠나있던 남자들 대신에 팔을 걷어붙이고 무기와 부품을 제조했던 강인한 여성들이다. [ 그중에서도 주인공 에너 켈리건 이야기가 주이긴 하지만 ] 뉴욕 갱스터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서 여러 번 다루어졌던 것으로 기억난다. 1920년대부터 시작된 금주법으로 인해서 술 제조와 판매 자체가 금지되었으나 오히려 나이트클럽 등을 통해서 불법적인 술의 판매가 이루어졌고 조직의 세력 확대도 이루어졌던. 그들의 이야기에는 도박, 술, 여자가 빠질 수 없으니... 한마디로 꿀잼!!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은 남성들만이 독점했던 다이버 세계에 뛰어들어서 당당히 그 자리를 꿰첸 강한 여성 에너 케리건일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해군 공창에서 일하면서 부품의 크기를 재는 역할을 맡지만 곧 그 일이 지루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이버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드넓고 비밀스러운 해저를 탐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 일에 지원하는 그녀. 물론 처음에는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텃세가 있었으나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힘으로 결국 다이버가 되는 케리건.



그녀가 다이버가 된 데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5년 전 홀연히 사라져버린 아버지 에디 케리건. 아버지는 돈이 가득 든 봉투 하나와 통자를 하나 남기고 에너와 장애를 가진 리디아 그리고 어머니를 떠나버린다. 천사처럼 아름답지만 온몸이 뒤틀린 채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리디아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의 신변에 어떤 안 좋은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녀는 친구 넬과 록시라는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사장인 덱스터 스타일스를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 갱의 수장이었던 그에게 내내 뭔가를 물어보고 싶었던 에너.

“ 덱스터 스타일스. 그 나이트클럽 사장과 우연히 마주친 이후로 이주 동안

그녀의 상상은 살금살금 발끝으로 움직여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무서운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게 아니라면, 암흑가의 총알 세계를 받고 제거된 거라면,

그래서 죽어가는 입술로 < 시민 케인 >의 로즈버드처럼 애너의 이름을 읊조렸다면 ”

이 `맨해튼 비치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려면, 혼란과 격변의 시대였던 1930년대와 1940년대 미국 역사적 배경을 좀 알아야 할 것 같다. 대공황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은 팍팍했지만 항구와 부두를 중심으로 결집되어 있었던 범죄 조직들은 ( 아일랜드 파와 이탈리아 파 ) 나이트클럽 운영 등을 통해 나름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고 풍족한 삶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충돌하고 꿈틀대면서 호시탐탐 서로를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는데 ... 조직 내에서는 배신이 판을 치고 언제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질지 몰랐다.

그리고 여성들은 더 이상 집에서 바느질이나 하는 주부가 아니었다. 전쟁 시 사용할 무기를 제조하고 폭탄을 만들고 배나 비행기에 쓸 부품을 점검했던 그녀들. 그런 그녀들의 강한 이미지는 위의 포스터에서도 드러난다. 전쟁 이후 남자들이 돌아도면서 결국 그녀들은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이때 이후로 아마 미국 사회 속에서 여성의 발언권과 인권의 지각 변동이 이루어졌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어쨌든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영민하고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 에너 케리건이다. 운명이라는 밧줄은 5년전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보려는 그녀의 행방을 다이버라는 직업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이트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덱스터 스타일스는 에너의 아버지인 에디 케리건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구심점으로 모인 이 세 사람의 드라마틱하고도 운명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크나큰 감동과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짜임새로 인해서 책의 끝부분까지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게 만든 소설. [ 맨해튼 비치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디 얀다르크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 구디 얀다르크 ]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1세기 노동을 반영하는 노동소설이라는 [ 구디 얀다르크 ] 속으로 들어가 보자. 주인공의 이름은 사이안. 그녀가 고등학생일 때 아버지는 IMF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그러나 그녀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후 절망을 딛고 사업을 시작했던 어머니는 다단계에 빠진 후 극단적 선택을 해버린다. 그 이후 마흔인 지금까지 쭉 혼자 살아오고 있는 그녀. 대기업에서 서비스 기획을 맡고 IT 회사들을 여러 곳 거치는데 대출이 많아서 퇴사하고 싶어도 퇴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소설은 그녀가 버스 안의 승객들을 관찰하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시점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 그녀가 기억하는 그때 그 시절 ( 그녀는 99학번이다 / 월드컵 이야기 등등 나옴 ) 의 특정 사건이나 장면 묘사가 아주 생생하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내가 주인공과 동시대를 살아서 그런가 보다.


소설 초반부에 그녀는 대학생이었던 시절의 멋졌던 남자와 현재 12살 연하 2군 야구선수와의 연애 이야기까지 추가로 풀어놓는다. 그러한 가족과 연인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노동자의 고단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동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느낌보다는 연애사와 가족사를 다루고 있어서 별 부담 없이 가벼운 느낌도 들었다.

“나는 IT의 ABC도 모르고 대기업이니 좋으리라 생각하며 회사에 들어갔다.

처음 배치된 조직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업본부였다.

내가 속한 기획팀은 고객사의 요구 사항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 후

개발팀, 디자인팀과 함께 제작하여 배포하는 제 주된 임무였다.”(P. 111)


회사에서 그녀의 역할과 책임은 납품한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녀의 주된 업무는 화가 난 고객사의 불만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어쩌면 조직은 충실한 기계 부품만을 원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그곳은 내가 원하는 업무만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 미생 "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부서에 배정을 받지 못하던 사원이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장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차별받는 장면도 등장했었다. 아직은 갑을 관계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수직적 조직 문화가 잘 드러나는 장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은 거머리 천지이다. 갑이 을에게, 을이 병에게 흡혈한 피로 산업이 돌아간다.

사람의 불안감을 빨아먹고 사는 보험, 상조, 종교, 음모론자, 언론인,

유사과학자는 또 얼마나 많은가.

정부 지원금에 빨대를 꽂아서 빨아먹고 사는 거머리 스타트업도 수없이 많다.

멀리 볼 것도 없이 가족이나 연인의 사랑을 빨아먹고 사는 거머리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p. 134)


구디의 의미가 뭔가 했더니 " 구로 디지털 단지 " 를 줄인 말이었다. 사이안은 구디 산업 단지에서 이직과 퇴직 그리고 창업과 실패 등등을 오가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조를 설립하게 된다. 꿈 속에서 " 잔다르크 " 가 속삭이는 말을 듣고 노조를 설립했던 그녀는 어느새 구디의 잔다르크 즉, 구구디 얀다르크가 되어 있다. 노조의 선두에서 한 몸 바쳐보려했지만 그녀는 결국 노동조합도 하나의 조직 사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의와 진보를 외치는 노조 안에 불의와 정치가 판치고 있었던 것.


“이제야 잔다르크가 전쟁에서 연승했던 이유를 알았다.

그녀가 지었던 승리자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은 자신 있게 전진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표정을 지어본 적이 있는가?

전투에 승리했을 때에도 다음 전투를 준비하느라, 닥쳐올 위기를 걱정하다가 전쟁에서 패배했고 이렇게 늙어버렸다.”(p. 238)


아직도 전태일 시대의 노동 운동이 되풀이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하다. 산업이 바뀌었을 뿐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와 자본가는 교묘한 방식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노조 안에서는 정치꾼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권력 놀이를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현대 노동자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동시에 노동자들인 우리에게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인간의 몸에 맞지 않는 비뚤어진 노동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성폭력 피해 여성은 어떻게 침묵을 강요당하나 "

소설인 줄 알았더니 일종의 르포 형식의 글인 <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기자인 두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서 취재한 글이다. 실제 피해자인 ' 마리 ' 와 지인들의 인터뷰 그리고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다양한 언론 상을 수상했는데 2016년 공동 집필한 이 책 <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성폭력은 강력 범죄 중 하나다. 그러나 강력 범죄 중 가장 신고율이 낮다고 한다. 왜?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마 강간을 당한 여성 중 경찰에 신고하는 케이스는 10명 중 1명도 채 안 될 것이라고 본다. 성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경찰과 사회의 무지몽매한 태도 때문이다. 이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에서는 사건을 경험하고도 수차례 번복하여 거짓말쟁이로 몰리게 된 마리라는 여성의 케이스가 등장한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신고했다가 무고로 몰려서 고통받는 여성들. 그러나 사람들은 아는지... 육체적 살인이 있다면 영혼의 살인도 있다고 그것이 바로 강간이라는 것. 강간 사건으로 인한 고통과 트라우마는 평생 지속될 수 있다는 것.

녹갈색 눈동자에 곱슬머리 그리고 치아 교정기를 낀 18세 소녀 마리는 경찰에 강간 신고를 한다. 아파트에 침입한 낯선 남자가 그녀의 눈에 눈가리개를 하고 팔다리를 묶고 재갈을 물린 후 강간한 것. 이후 일주일간 마리는 경찰에게 이 이야기를 최소 다섯 번 반복한다. 마른 체형의 백인 남성, 키는 170센티가 안됨. 청바지 입었음. 후드 티셔츠 착용.. 하지만 마리가 진술할 때마다 말이 조금씩 바뀌고 그 와중에 경찰은 마리를 의심하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에 주목하고는 그녀를 불러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전달한다. 마리는 무너져내리고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자백한다.

과연 마리가 거짓말쟁이였을까? 결론은... 그녀는 경찰의 강간 피해자 보고서에 나와 있는 유형에 맞지 않았을 뿐 강간 피해자가 맞았다. 범인은 실제로 존재했고 마리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피해자들과도 관계가 있었다. 2011년 대학원생엔 엠버가 콜로라도 주 골든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2010년에는 콜로라도 주 웨스트민스터에서 세라라는 여인이 그리고 그전 2009년에는 도리스라는 여인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수차례에 걸쳐 강간하고 그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만약 신고를 하면 인터넷에 올린다면서 협박을 가했다. 이 책에서 사건을 담당한 여형사 갤브레이스는 같은 경찰인 남편과의 대화에서 각 사건의 연관성을 파악하고는 조사에 돌입한다.

사실 강간 사건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너무 내밀하고 사적인 부분이라 이야기하기도 힘들고 충격 때문에 정확하게 떠올리기도 힘들다. 그런데 남자들이 대부분인 경찰들은 그러한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 속 핸더샷이라는 여형사는 100여건이 넘는 강간 사건을 담당하면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를 알고 있다. 경찰들이 강간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에 대해 어이없어하면서 " 저 사람 범인 잡고 싶은 것 맞아요? " 할 때마다 그녀는 그들에게 말한다. " 아내랑 최근에 한 잠자리에 대해 자세히 말해볼래? "

그리고 강간 피해자의 태도와 반응이 천편 일률적으로 다 같지 않을 수 있다. 피해자의 평소 성향 나이대 등등에 따라 그들의 반응이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간 피해자에 대한 의심이 경찰 사회 그리고 공동체에 얼마나 퍼져있는지는 1999년 출간된 국제경찰 서장 연합 문건을 봐도 알 수 있다.

" 강간이란 상황에서 피해자는 극심한 불안감을 보이며 감정적으로 극도로 흥분해있다.

보통은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며 대체로 부상, 베인 상처, 멍, 찰과상 등이 남아 있다. (...)

열거한 징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거나 거의 없다면 강간 기소의 타당성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 있다 "

갤브레이스, 핸더샷 그리고 버지스 이 세 형사는 각자의 수사 파일을 합치는데 다들 다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다소 내성적이고 똑똑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것처럼 보임. 피해 여성들의 일상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범죄를 매우 기계적으로 철저하게 효율적으로 저지름. 3명의 형사들은 공조 수사를 통해서 지역 여성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피해자들을 고통과 트라우마에 빠지게 만들었던 범죄자를 체포한다. 그를 체포하는 와중에 발견된 사진 속에 마리의 사진도 있어서 그녀의 무고죄는 풀리게 되지만 그 와중에 마리가 받은 상처는 누가 보상해줄까?

이 책을 읽는 게 너무 힘들었다. 마치 범죄현장에 가 있는 듯 생생하게 묘사된 장면 때문에 피해자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고나 할까? 한 피해자는 범죄자가 욕실로 들어가서 욕조에 물을 채우라고 했을 때 자신을 익사시키려는 줄 알았다고 했다. 담담하게 내뱉는 그 말이 더 가슴을 찢어놓았다. 강간은 일어나서도 안되는 범죄이지만 결코 가볍게 다루어져서도 안되는 문제이다. 이런 책이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좀 더 환기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피 - 1996 보스턴 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8
애비 지음, 원유미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에서는 절대로 마주치기 싫은 징그러운 생쥐들이지만 애니메이션이나 책을 통해 귀엽고 발랄하게 표현되어 온 귀여운 생쥐들. 할리우드 제작 애니메이션인 스튜어트 리틀이나 생쥐가 요리를 한다는 콘셉트인 라따뚜이에서는, 인간보다 더 지능적이고 귀욤귀욤한 매력을 풍기는 생쥐들이 각자의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그들은 밴드를 조직하여 공연을 펼치거나 고도의 미각을 이용하여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이 책 파피에서는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무서운 상황, 까딱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그리고 무시무시한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용기를 발휘하여 모두를 구해낸 귀여운 어린 영웅이 등장한다. 작고 여리지만 강한!!! 파피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흰 앞발과 통통한 몸매, 분홍코를 가진 귀여운 암컷 생쥐 파피. 그녀는 무시무시한 권력자 미스터 오칵스가 지배하는 숲속의 그레이 하우스에서 아버지 렁워트가 이끄는 대가족 틈에서 살고 있다. 날카롭게 빛나는 눈과 매서운 부리를 가진 부엉이 미스터 오칵스는 생쥐를 잡아먹는 고슴도치로부터 그들을 보호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사실은 그들을 꼼짝 못 하게 통제하고 있다. ( 사실은 고슴도치는 채식주의자,, 미스터 오칵스의 정체는 무엇? 대중의 눈을 가리는 권력자? )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 오칵스에게 미리 허락을 구하지 않고 ( 평소에도 그는 맹목적인 순종과 복종에 반항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 파피와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래그위드는 달빛이 비치는 언덕 위를 올라간다.  래그위드가 파피에게 프러포즈를 하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오칵스에게 그가 잡아먹히고 파피는 코에 상처를 입은 채 겨우 목숨을 부지한다.


한편, 그레이 하우스에서는 늘어나는 생쥐 수에 비하여 점점 식량이 떨어져가고 있다. 지도자인 아버지 렁워트는 이제 뉴하우스로 옮겨야 할 시점이라고 결심하고는 미스터 오칵스에게 허락을 얻기 위한 길을 떠난다. 그러나 오칵스는 거만한 몸짓을 보이며 허락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파피와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래그위드가 허락 없이 영역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라고 말하여 혹시 파피를 자신에게 바치면 허락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은근히 암시한다.


그날로 아버지는 자신의 서재에 틀어박혀 앓아눕고 진상을 파악한 나머지 가족들은 파피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한다. 이제 파피는 어찌해야 할까?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이 마땅한가?


부엉이 미스터 오칵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생쥐들을 손안에 넣고 흔드는 지배자를 상징한다. 그는 거짓 정보를 흘리고 순진한 생쥐들을 통제한다. 그가 뉴 하우스로 생쥐들을 이사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뉴 하우스라고 언급한 순간 사실 미스터 오칵스의 눈빛이 두려움으로 흔들렸었다.


아버지 생쥐 렁워트는 권력에 순종 복종하는 것만이 살길이라 생각하는 소시민을 상징한다. 그는 근면 성실할 순 있지만 어리석음으로 인해 현실을 바꿀 순 없다. 그러나 영리하고 통찰력 있으며 깨어있는 파피. 미스터 오칵스의 행동과 말투를 생각하며 그의 심리를 어느 정도 파악한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길을 떠난다. 오칵스가 두려워하는 것이 뉴 하우스에 있다고 믿고.....


이 책은 연약한 파피가 두려움이 몰려오는 상황을 물리치고 ( 딤우즈의 어둠을 뚫고 나아간다 )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을 극복하며 ( 거센 물살이 흐르는 강을 건넌다 ) 자칫하면 먹잇감이 될 수도 있었을 상황에서 ( 생쥐의 적!! 고슴도치를 만나다 ) 슬기롭게 빠져나와서 결국은 모두의 행복을 되찾아준다는 이야기이다. 


마치 내 여동생 같은 귀여운 암컷 생쥐가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지혜를 발휘하는 장면에서 박수를 보내었다. 아이들이 읽어도 좋고 이런 동화나 우화를 좋아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인 듯 같아 추천한다. ( 약간 아쉬운 점은 책 안에 삽화가 많이 없다는 것!! 그림이 좀 추가되면 좋을 듯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 속 여자 주인공인 사라는 미국에서 자선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충실하게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가는, 겉보기로는 성공한 여성이지만 사실은 사생활이 불안불안하다. 현재 첫사랑과 이혼을 준비 중이다.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라는 심리적 불안을 안고 있는, 이제 마흔을 앞 둔 여성이다.


남자 주인공인 에디는 영국 런던의 외진 숲 속에서 목수일을 하고 있다. 주말에는 취미삼아 축구 선수로 활약하는 매력적인 남자이지만, 동생에 대한 아픈 과거를 간직한채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보살피고 있는, 다소 외로운 남성이다.


낮선 남자와의 일주일의 짧은 만남에서 어떤 사랑의 감정이

사라를 집착녀로 만들었을까?

“전에는 페이스북은 쳐다보지도 않던 내가 하루 내내 페이스북에 붙어살면서

그가 살아 있다는 신호를 찾아

그의 페이스북 프로파일을 샅샅이 뒤졌다. 변심보다 더 끔찍한 일이지만

나 아닌 다른 여자가 있는지도 찾아봤다.”(p.39)


우연히 휴가지에 만나 7일간의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사라와 에디. 사라는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 후 에디에게 아무 연락이 없다. 사라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버린 에디를 찾기 위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 본다.


“내 페이스북 때문에 알았죠. 그렇죠?

토미가 내 담벼락에 남긴 포스팅을 봤죠.

거기서 토미가 날 해링턴이라고 불렀으니까.”내가 물었다.(p. 334)


“사라가 그때 그랬던 건 알렉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란 걸 알았다.

그 때 그녀가 핸들을 확 비틀었던 이유는 사랑과 공포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 똑같은 사랑과 공포를 나는 사라에게 느끼고 있었다.(p.445)


사라는 에디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가 갑작스럽게 떠난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 준다. 그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까지도 고스란히. 그녀가 했던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에 대한 오해도 풀게 되어서 이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이 진실됨을 확인하게 된다.


“아니, 그건 아니야. 나는 잠깐만. 내가 얼른 저쪽으로 건너갈게. 전화 끊지 마 ???.”

남쪽으로 가는 차들의 흐름이 순간 끊겼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북쪽 방향 차선은 돌아보고 확인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난 그냥 달렸다. 바다를 향해, 한나를 향해.


" 안돼!!!! " 라며 소리를 지르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이 부분이 갑작스런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반전이 있었다. 이 책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서로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과거를 이해하고 오해를 풀면서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진실 " 이라는 두 글자가 가지는 큰 의미를 되새겨 보고, 모두가 행복함에 감사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