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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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사람의 역동적인 삶의 이야기 `[ 맨해튼 비치 ].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몰고 온 거센 돌풍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1930년대와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범죄 조직들 간의 패권 다툼과 거친 남성 세계에서 성장하는 한 강한 여성의 모습이 줄곧 묘사되어 있어서 누아르와 페미니즘 소설이 겹쳐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 각 개인이 경험한 삶의 사건을 통해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역사의 줄기를 볼 수 있어서 역사 장편 소설이라는 느낌도 드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 맨해튼 비치 ]의 두 가지 키포인트는 뉴욕의 뒷골목을 접수했던 갱스터들 이야기와 2차 세계대전 때문에 나라를 떠나있던 남자들 대신에 팔을 걷어붙이고 무기와 부품을 제조했던 강인한 여성들이다. [ 그중에서도 주인공 에너 켈리건 이야기가 주이긴 하지만 ] 뉴욕 갱스터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서 여러 번 다루어졌던 것으로 기억난다. 1920년대부터 시작된 금주법으로 인해서 술 제조와 판매 자체가 금지되었으나 오히려 나이트클럽 등을 통해서 불법적인 술의 판매가 이루어졌고 조직의 세력 확대도 이루어졌던. 그들의 이야기에는 도박, 술, 여자가 빠질 수 없으니... 한마디로 꿀잼!!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은 남성들만이 독점했던 다이버 세계에 뛰어들어서 당당히 그 자리를 꿰첸 강한 여성 에너 케리건일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해군 공창에서 일하면서 부품의 크기를 재는 역할을 맡지만 곧 그 일이 지루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이버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드넓고 비밀스러운 해저를 탐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 일에 지원하는 그녀. 물론 처음에는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텃세가 있었으나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힘으로 결국 다이버가 되는 케리건.



그녀가 다이버가 된 데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5년 전 홀연히 사라져버린 아버지 에디 케리건. 아버지는 돈이 가득 든 봉투 하나와 통자를 하나 남기고 에너와 장애를 가진 리디아 그리고 어머니를 떠나버린다. 천사처럼 아름답지만 온몸이 뒤틀린 채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리디아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의 신변에 어떤 안 좋은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녀는 친구 넬과 록시라는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사장인 덱스터 스타일스를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 갱의 수장이었던 그에게 내내 뭔가를 물어보고 싶었던 에너.

“ 덱스터 스타일스. 그 나이트클럽 사장과 우연히 마주친 이후로 이주 동안

그녀의 상상은 살금살금 발끝으로 움직여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무서운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게 아니라면, 암흑가의 총알 세계를 받고 제거된 거라면,

그래서 죽어가는 입술로 < 시민 케인 >의 로즈버드처럼 애너의 이름을 읊조렸다면 ”

이 `맨해튼 비치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려면, 혼란과 격변의 시대였던 1930년대와 1940년대 미국 역사적 배경을 좀 알아야 할 것 같다. 대공황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은 팍팍했지만 항구와 부두를 중심으로 결집되어 있었던 범죄 조직들은 ( 아일랜드 파와 이탈리아 파 ) 나이트클럽 운영 등을 통해 나름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고 풍족한 삶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충돌하고 꿈틀대면서 호시탐탐 서로를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는데 ... 조직 내에서는 배신이 판을 치고 언제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질지 몰랐다.

그리고 여성들은 더 이상 집에서 바느질이나 하는 주부가 아니었다. 전쟁 시 사용할 무기를 제조하고 폭탄을 만들고 배나 비행기에 쓸 부품을 점검했던 그녀들. 그런 그녀들의 강한 이미지는 위의 포스터에서도 드러난다. 전쟁 이후 남자들이 돌아도면서 결국 그녀들은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이때 이후로 아마 미국 사회 속에서 여성의 발언권과 인권의 지각 변동이 이루어졌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어쨌든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영민하고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 에너 케리건이다. 운명이라는 밧줄은 5년전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보려는 그녀의 행방을 다이버라는 직업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이트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덱스터 스타일스는 에너의 아버지인 에디 케리건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구심점으로 모인 이 세 사람의 드라마틱하고도 운명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크나큰 감동과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짜임새로 인해서 책의 끝부분까지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게 만든 소설. [ 맨해튼 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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