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열린책들 세계문학 25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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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할리우드의 한 나이트 클럽 바깥에 주차되어 있던 롤스 로이스 차에서 한 주정뱅이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그의 여자친구는 그를 도로에 남겨둔채 떠나고 만다. 마치 버려진 강아지와 같은 신세가 된 그를, 냉소적인 사립탐정 필립 말로가 일으켜 세워 자신의 집으로 태우고 가서 재워주고 아침도 챙겨준다. (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기가 쉽지 않았지 싶은데,,이 낯선 자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이라도 한 걸까? )

그 주정뱅이의 이름은 테리 레녹스이고 그 여자는 테리의 전부인이자 출판업계의 거물인 할런 포터의 딸인 실비아 포터이다. 테리는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백발이고 얼굴의 반은 화상과 같은 상처로 뒤덮혀있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말로는 라스베가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겠다는 테리를 위해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경비를 쥐어준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서 그는 테리가 전부인과 재혼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그러나 테리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아내에게는 여러 명의 남자 친구가 있었고 테리는 단지 그녀의 난잡한 사교 생활을 언론이 캐내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 즉 껍데기만 남편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어두운 얼굴로 모자를 쓴 채 나타난 테리는, 총을 든 채, 아직 잠도 덜 깬 말로의 집에 나타나 멕시코 접경 지역인 티후아나까지 차를 태워주길 요청한다. 거기서 멕시코의 외진 지역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나려 한다.


테리는 손에 총을 들고 왔지만 자신은 아내를 총으로 죽이진 않았다고 한다. ( 말장난? 실제로 아내는 청동상에 얼굴이 짓이겨져서 죽은 채로 발견되기 때문 ) 탐정 말로는 자신의 친구 테리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를 티후아나까지 태워준다. 돌아와보니 그를 기다리는 것은 두 명의 경관들. 말로는 살인 용의자를 도와줬다는 혐의로 구금당하게 되고 경찰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폭력과 심문을 당한다. 그럼에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말로는 결국 멕시코에서 테리가 살인을 했다는 자백의 편지를 남긴 후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 후 겨우 풀려난다.

테리가 멕시코에 묻힌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말로는 경찰, 가족 변호사, 그리고 지역 검찰 게다가 전쟁 전우였지만 현재는 갱스터인 테리의 친구로부터 테리 사건에 대해 더이상 조사하지 말 것을 요구받는다. 테리가 아마도 죽기 전 보냈을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 우정의 표시로 5000달러의 돈을 받았지만 말로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테리는 죽었고 그 사건은 이제 종결되었다.

말로가 이제 친구의 죽음에 대해서 관심을 덜 가지려할 무렵, 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출판인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온다. 그는 말로에게 작가가 과거에 저지른 일로 인해서 누군가로부터 공갈 협박을 받고 있는지는 않은지 밝혀달라고 요청한다. 현재 그 작가는 폭음으로 인해 제 정신이 아니고 최근 쓰고 있다는 범죄 소설도 마무리 못 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출판업자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사건을 의뢰한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말로 앞에 그 작가의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섹시한 아내가 나타나 자신의 남편이 폭력적인 알콜 중독자일 뿐만 아니라 3일째 실종중이라는 사실도 알리면서 말로에게 사건을 맡아주길 청한다.


과연 말로가 기꺼이 그를 찾아나설까? 추리를 많이 읽어 봐서 나름 감각이 있는 독자들은 이 새로운 사건 의뢰와 얼굴이 짓이겨진채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했던 테리 레녹스의 아내 살인 사건과 어느 정도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살인범이 도대체 누굴까? 알쏭달쏭한 죽음을 맞이한 ( 여전히 말로가 믿지 않는 테리의 살인과 죽음 ) 테리일까? 아니면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일까? 하지만 쉽게 살인범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책 내용 자체를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 은 1940년대 할리우드를 가로지르는 다소 어둡지만 활력넘치는 범죄 세계를 매우 역동적으로 선보이고 있고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유명 작가의 필력은, 이 책이 추리소설이 아니라 고전 문학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필립 말로는 이후로 쓰여진 거의 모든 하드 보일드 시리즈 소설의 모델이 될 정도로 하나의 교본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니 말로가 등장하는 소설이 너무 낯설다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가 툭툭 던지는 냉소섞인 농담과 독백은 매우 재미있고 한번씩 배꼽을 잡기만들 정도로 웃기기까지 한다. 이 책은당시 사회분위기를 많이 반영하는 사회 서사물 (?) 같기도 하다. 부유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비참하지만 그것을 숨기려 행복한 척하고 오히려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직시 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듯이 그려지기도 한다.

말년의 레이먼드 챈들러는 거의 알콜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음주를 즐겼다고 하니,,, 어쩌면 이 기나긴 이별의 두 메인 캐릭터이자 살인 용의자 테리 레녹스와 로저 웨이드의 주정뱅이와 같은 모습은 자신의 한 부분을 그려낸 모습이 아닐런지.... 두껍고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1940년대 헐리우드의 비정한 현실을 잘 묘사해보여준 듯한 레이먼드 챈들러의 [ 기나긴 이별 ]

사설탐정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딱히 평범한 날은 아니었지만 아주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사람이 이런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부자가 될 수도 없는 데다 재미도 별로 없다. 때로는 두들겨 맞거나 총질을 당하거나 유치장에 처박히기 일쑤다. 드문 일이지만 죽기도 한다. 두 달에 한 번씩은 이 일을 그만두고 그럴싸한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머리가 제멋대로 흔들거리기 전에. 그런데 그때마다 초인종이 울리고, 내실 문을 열고 대기실로 나가면 새로운 얼굴이 새로운 골칫거리와 새로운 슬픔을 한 아름 안고 나타나서 약간의 돈을 내민다. P. 238~239

우리는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택시가 안 보일 때까지 지켜보았다. 다시 계단을 올라갔고 침실에 들어가 침구를 걷어 내고 새것으로 갈았다. 베개 밑에 긴 갈색 머리카락 한 올이 남아 있었다. 가슴속에 납덩이가 쿵 떨어지는 듯했다. 프랑스인들이 그런 느낌을 잘 표현했다. 젠장, 그 인간들은 모든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언제나 정곡을 찌른다. 이별을 할 때마다 조금씩 죽어 가네. P.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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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나 에프 그래픽 컬렉션
노엘 스티븐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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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온 듯한 착각을 풍기는 미래 사회 이야기 [ 니모나 ]. 한쪽 팔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악당 발리스터 블랙하트라는 기사는 호시탐탐 왕국의 전복을 노리고 있고 그 반대편에 왕국을 지키는 정의로운 기사 암브로시오 골든로인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작스럽게 악당 발리스터 앞에 니모나 라는 이름의 소녀가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변신을 할 수 있고 ( 실제로 상어로 변함 ) 그 힘으로 왕국을 쓰러뜨리고 발리스터를 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한다. ( 거참 맹랑한 꼬마일세 )

내가 만약에 발리스터라면 두 손 번쩍 들고 니모나의 계획을 반겼겠지만 왠걸....... 발리스터는 악당이라기엔 조금 섬세하고 철학적이며 진지하기까지하다. 그는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규칙을 가지고 있어서 힘만 쎄고 철부지 같은 변신 능력자 니모나에게도 마구잡이로 살인을 하지 말 것을 지시한다. ( 고집스런 니모나는 듣지 않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녀에 대한 선입견을 무참히 깨어버리는 니모나 ( 헐크처럼 변하고 용이 되어 불을 뿜는 ) 와 악당에 대한 편견을 짓밟아버리는 발리스터 블랙하트 ( 진지하고 기준이 있음 ) 덕분에 이 책의 첫 시작부터 매우 신선함을 느꼈다.


이 만화 속에서, 작가는 한 사람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캐릭터들을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내었다. 우선 니모나의 경우, 발리스터와 함께 좀비 영화를 보며 무서워하는 소녀같은 면이 있지만, 자신의 목적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을 무참히 처치하는 무서운 면모도 보인다 ( 용이 되어 병사들을 태워버림 ) 그리고 악당으로 등장하는 ( 여전히 악당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 발리스터 블랙하트는 니모나의 힘을 이용하여 은행을 털고 금을 훔쳐가는 악당이지만 좀비 영화를 보다가 잠든 니모나에게 자신의 망토를 덮어주는 삼촌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악당 발리스터와 사악하게 보이지만 발랄한 소녀 니모나와의 가벼운 에피소드가 돋보이는 코믹 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군데 군데 슬픈 과거가 보이기는 한다. 마녀를 구해주고 ( 미래 사회인데 마녀라니? ... 이 만화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 같지만 온갖 첨단 기술이 등장한다 ) 변신술을 얻었지만 마을로 돌아가보니 모두들 적의 공격을 받아서 죽어있었다는 니모나의 이야기에서부터 젊었을 적엔 정의의 사도 골든 로인과 친했지만 그가 창술 시합 중 비겁한 방법으로 발리스터의 한쪽 팔을 잘라버려 발리스터가 쫓겨났다는 이야기 등등은 이들이 ( 천성은 착해보이는 ) 왜 악한으로 전락해버렸는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연들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농담 위주의 재치넘치는 코믹 그래픽 노블로 보였는데.. 그런데...


스토리가 중반을 넘어서고 협회라는 단체가 가진 무시무시한 비밀과 음모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니모나는 단순 에피소드가 모인 만화책이 아니라 좀 더 어두운 부분, 좀 더 비밀스런 부분을 건드리고 있는 만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당이었다고 생각했던 발리스터는 사실 알고 보면 보다 큰 위험으로부터 왕국의 백성들을 지키고자 하는 위인이었고 왕국 협회 ( 지금으로보면 정부나 관계당국 ) 의 편에 서서 자신의 이익만 채우려고 하는 줄 알았던 골든 로인이 의외로 인간적인 인물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매우 복합적이고 진지하고 입체적인 스토리텔링 구도를 가진 만화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 아마도 저자 노엘 스티븐슨 이겠지만 ) 재기 발랄한 상상력 ( 영리하고 파워풀한 힘을 가진데다가 대장의 말은 죽어라고 듣지 않는 당당하고 무시무시한 살인 병기 소녀가 첨단 기술을 보유한, 그러나 백성의 힘이 약한 중세 시대 같은 미래로 떨어지면 어떨까? ) 으로 시작한 만화는 끝으로 가면서부터는 목적을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이고 사악한 집단이 벌인 일에 희생당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정의는 승리하는 법!!! 악당 같지 않은 악당 발리스터와 조수 같지 않은 조수 니모나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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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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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이라는 책을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 다닐 때 제법 두꺼운 책을 들고 씨름을 하며 읽었었는데.. 내가 예상했던 내용 ( 호러, 스릴러 ) 가 아니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고딕풍의 호러 장르 ( 물론 그런 요소도 있긴 하지만 ) 쪽이라기 보다는 비애와 슬픔으로 가득찬, 그리고 철학적인 메세지가 가득한 고전적인 드라마 ( 이게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 를 읽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차례차례 비극을 겪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도 절망에 가까운 슬픔을 느끼지만, 괴물이 느끼는 감정이 더 공감이 되었다. 자신을 만들어놓고 버린 창조자에 대한 애증에 가까운 증오, 외모만 보고 테러를 가하고 혐오하는 인간들에 대한 끓어오르는 복수심,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자가 느낄 만한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과 고독.... 이 책은 비애와 슬픔으로 가득하다.

이번에 내가 마주하게 된 책은 [ 프랑켄슈타인 ] 이 발간된 지 200주년 기념 특별판이다. 책이 큼직하고 양장본인데다가 고급스런 벨벳 느낌이 나는 겉표지로 인해서 이 책의 가치가 한층 높아진 듯 하다. 여기에 더하여 고풍스런 삽화까지 그려져있어서 이야기 전달이 훨씬 더 생생해진 것 같다. 지식만으로 가득찬, 오만하기 그지 없는 인간,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순수했던 괴물이 잔인함과 흉폭함을 드러내기까지 겪어야했던 좌절과 절망이 그림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 프랑켄슈타인 ] 은 한 과학자와 그가 만들어낸 창조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어릴 때부터 연금술과 같은 고대 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죽은 생명체를 되살리는 일에 몰두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 그동안 책에서 끌어모은 지식을 모아서 부분부분 시체를 끌어모아 그것들을 이어붙여서 하나의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그는 자신의 발견이 과학적 발전을 이끌거라고 생각했지만 왠걸... 그가 만들어낸 것은 하나의 괴물 ( 당연히 시체를 모아서 만들었으니 ) 이었고 그 괴물의 흉측한 모습에 그만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바로, 세 사람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것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액자식 방식. 우선 월터 선장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독백에 의한 이야기가 포함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괴물의 독백이 울려퍼진다. 우리는 이 전체 이야기를 박사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고 그리고 빅터가 괴물이라고 치부하는 한 생명체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과연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일까?









창조주에게 버려진 채 갓 태어난 아기처럼 세상을 떠돌던 프랑켄슈타인, 그는 겉모습은 괴물처럼 흉측했으나 마음은 아이처럼 순수한 상태였다. 세상과 인간을 관찰하였고 감각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꼈으며 다른 이들의 대화를 보면서 언어를 조금씩 익혀나갔다. 언어를 익힘과 동시에 사고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너무나 놀라움을 느꼈다. 인간이 성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어쩌면 원래 인간이었던 프랑켄슈타인이 철학적 사고를 하는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을까?

" 외모는 흉측하고 체구는 거대한데, 이건 무슨 의미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란 존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거지? 이런 의문들이 계속해서 떠올랐지만, 내가 풀 수 없는 의문이었다 ."

떠돌던 그는 한 가난한 양치기의 집 헛간에 머물게 되고,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랑을 받고 싶다는 갈망을 느낀다. ( 당연하지 않겠는가,, 원래 인간이었으니 인간이 느낄 욕망을 느낄 법 ) 자신의 흉측한 외모가 인간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충동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결과,,,, 역시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인간의 모진 폭력과 경악의 비명소리였다. 이를 계기로 절망으로 돌아선 프랑켄슈타인.... 새로운 결심을 한다. 그는 자신을 만든 창조주와 그를 닮은 인간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데....


“ 저주받을 창조자! 당신조차 역겨워서 고개를 돌릴 만큼 흉측한 괴물을 왜 만들었는가? 신은 인간을 가엽게 여겨 자신의 모습을 본떠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었는데, 내 모습을 추잡하고 동시에 인간을 너무 닮아서 더 소름이 끼치니. 사탄에게도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동료가 있거늘, 나는 혼자 미움을 받는구나 .







메리 셸리는 이 책을 통해서 묻고 있다. " 인간이란게 과연 무엇일까" " 과학과 기술을 통해서 우리가 진정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일까?"


[ 프랑켄슈타인 ] 을 쓸 당시 그녀가 도저히 10대 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메리 셸리는 깊이있는 성찰과 숙고를 통해서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 하다. 누가 괴물이고 누가 인간인가? 지식욕으로만 가득찬 채 가만히 있는 시체들을 주워다가 생명을 탄생시킨 후 신체적 정신적 고통만 가한 멍청한 과학자가 과연 인간인가? 아니면 예민한 감성과 지성으로 세상을 경험하다가 모진 학대에 의해 절망하고 상처받은 나머지 흉폭한 짓을 저지르게 된 자가 과연 괴물인가? 모든 불행과 비극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 책은 독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음이 틀림없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영화와 소설들이 떠올랐다. SF 영화 [ 블레이드 러너 ] 에서 창조주에게 생명을 구걸하던 안드로이드들 ( 결국 실패하고 분노하여 창조주 죽임 ) 그리고 [ 그린마일 ] 에서 성범죄자에 의해 살해당한 여자아이 시체를 끌어안고 울다가 사형수로 낙인찍혀버린 천사같은 한 흑인남자.... 역시 고전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감동을 준다. 다시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는 책 [ 프랑켄슈타인 ]

" 이게 내가 베푼 선행의 보답이었다! 죽을 뻔한 인간을 구해 줬건만 그 대가로 나는 뼈와 살이 으스러지는 참담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신세였다. 조금 전에 품었던 친절하고 다정했던 마음이 섬뜩한 분노로 바뀌고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 인류에 대한 영원한 증오와 복수를 맹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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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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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내 아들을 사랑한다. 중요한 건 그것 뿐이다 "

부유한 상류층 계급에 성공적인 커리어를 유지하고 있는 로라. 그러나 몇 년째 내연녀와 불륜을 지속하고 있는 남편 하워드와의 결혼 생활은 외롭고 고독하기만 하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보이는 상류층 부인이나 속은 썩어 문드러질 지경. 그러나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일까? 살뜰히 챙겨주는 아들 대니얼 덕분에 모자 관계는 매우 친밀하다. 대니얼은 소위 말하는 엄. 친. 아... ( 의대 / 잘생김 / 예의바름 ) 그런 그에게 집착하는 엄마 로라. 사실 아들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또 따로 있기는 하지만.

반면 아름답고 명석하지만 가난한 싱글맘 가정에서 자란 체리는 현재의 자리 ( 부동산 에이전트 ) 에 올라오기까지 악전고투하며 살아왔다. 대학을 마칠 여력이 없어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그녀는, 자기보다 못한 대학 졸업자들이 치고 올라가는 것을 구경만 해왔다. 이제 더 이상은 뒤쳐질 수 없다고 생각한 체리는, 이를 악물고 부동산 에이전트로 성공할 야망을 품고 있었는데,,,,그때 ,, 독립을 위해서 집을 구하러 온 대니얼을 만나게 되고 체리에게 한눈에 반한 그가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대학에서 잠시 집에 쉬러 온 대니얼이 며칠 째 외박을 거듭하더니 ( 로라는 대니얼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을 것이라 짐작함 )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녁 식사 자리 ( 영국 상류층에선 정찬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 체리라는 독특한 이름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한다. 로라는 사실 대니얼이 태어나기 전, 로즈라는 이름의 어린 딸을 갑작스럽게 잃었기에 체리와 잘 지내보려는 마음까지 먹고 그녀에게 대환영의 제스츄어를 보내려고 하나.. 이상하게도 벽을 치는 듯한 체리. 어딘지 모르게 불길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정체는 뭘까?






" 완벽한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한 두 여자

세 사람을 파국으로 몰고 간 치명적인 거짓말 "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외동아들에 대한 엄마의 소유욕은 참 .. 어쩔 수 없구나.. 라고 혀를 찼다가도.. 어린 딸을 허망하게 잃은 로라가 아들에게 느꼈을 큰 애정과 집착이 이해가 되는 한편,

돈 많은 남자 하나 물어서 팔자를 피려고 하는 여자들은 세계 곳곳에 있구나 라고 또 한번 혀를 찼다가, 명석한 체리가 그렇게 비뚤어진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환경에 그녀가 불쌍하기도 하고.. ㅉㅉㅉ.. 책을 읽다가 혼자서 몇 번이나 쯧쯧 거렸다.

체리에게 알쏭달쏭한 느낌을 가지게된 로라는, 마침 여름 휴가를 맞게 되어 대니얼과 체리와 함께 프랑스에 있는 별장으로 떠난다. ( 아버지는 내연녀랑 꽁냥하러 런던에 남고... 참으로 콩가루 집안 - 이런게 막장 드라마적 요소 )

로라는 이번 기회야말로 체리와 잘 지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여기고 머리 속에 다양한 계획을 그린다. 그러나 마치 자신을 따돌리고 대니얼을 독차지하려는 체리의 태도에 실망한 그녀. 우연히 대니얼과 체리가 머무는 방에 들어갔다가 체리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데.....

미셸 프란시스의 데뷔작 [ 걸 프렌드 ]....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긴 하나 사실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드라마적 요소가 더 많은 것 같다. 스토리 라인이 완벽하다기 보다는 ( 어떤 식으로 스토리가 흐를지 약간 예상이 가능함 ) 캐릭터 설정이 잘 이루졌다는 생각이 든다. 한 완벽한 남성을 둘러싼 두 여성 ( 똑똑하고 남을 조종하는 기질이 있는 ) 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갈등 그리고 충돌이 매우 볼만하다. 마치 사나운 암코양이가 발톱을 세우고 언제 할퀼지 빈틈을 노리며 서로에게 으르렁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다소 느리게 시작한 책은, 어느 순간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뒤틀린 마음 ( 아마 소시오패스인 듯 )

의 소유자인 체리는 로라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교묘한 술책을 서서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하고 아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광기에 물들어 버린 로라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야 마는데...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여... 완벽한 아들을 빼앗아 가려는 못된 여자 친구를 조심하라..

세상의 모든 여자친구들이여.. 남자 친구와 자신 사이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미래의 시어머니를 조심하라..


이 책은 마치 이렇게 모든 여자들에게 경고하려는 듯 하다.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듬뿍 안겨준 책 [ 걸프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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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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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메이트가 전학 오고 소녀들이 죽기 시작했다 "

워싱턴 D.C 의 촌구석인 마치버그의 한 언덕에 괴물처럼 서 있는 구드 여자 기숙학교는 1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명문학교이다.  이곳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하버드 등 아이비 리그 대학들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당연히 정재계를 주무르는 엘리트 계층의 자녀들이 모이는 곳이다.  한마디로 아주 폐쇄적인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입학 규정도 까다롭고 학기 중간에 전학도 불가능한 이곳에 미국도 아닌, 영국에서 한 여학생이 1학년도 아닌, 2학년으로 전학을 온다. ( 매우 이례적임 )   한마디로 특례 입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얼마나 대단한 집안의 자녀이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다.  여왕의 손녀라느니,,, 유명 정치인의 자제라느니 등등..

180센티미터라는 큰 키에 깡마른 그녀의 이름은 애쉬 칼라일.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외모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매력이 있는 그녀.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인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전학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튀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여왕벌처럼 무리를 이끌고 다니는 존재, 베카 커티스로부터 온갖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그러다 그녀와 조금 친해질 무렵에는, 베카의 무리에 섞인 죄 (?) 로 같은 학년인 기숙사 친구들의 질투와 시기를 받게 되는데.......

강한 듯 약하게 보이는 애쉬...  그녀는 적으로 온통 둘러싸인 가운데 누구에게 의존해야 할까?

 

J.T. 엘리슨 작가의 장편 스릴러 [ 착한 소녀의 거짓말 ] 은 어둡고 불길하며 동시에 매혹적인 스릴러 소설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구드 학교 대문에 걸린 한 학생의 시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시신을 둘러싼 학생들의 입에선 " 애쉬, 애쉬, 애쉬 " 라는 말이 조용히 흘러나오고 다음 장면은 이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도 이 앞부분이 독자들에게 큰 혼란과 충격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의 끝부분까지 독자의 관심을 붙들어 놓을 정도로......

이 [ 착한 소녀의 거짓말 ] 의 저자는 매우 영리한 작전을 세운 것 같다. 독자들이 충분히 경험했을 만한 ( 십대들의 비밀과 거짓말, 질투와 시기 그리고 왕따 등등 ) 의 찐 현실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 초현실을 한꺼번에 배치해놨기 때문이다. 도시와는 동떨어진 시골 마을에, 그것도 언덕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오래된 학교... 낡은 철문으로 둘러싸인 오래된 건물과 자살과 살인으로 가득찬 무시무시한 과거가 있는 이 학교는 건물 마디마디마다 죽은 아이들의 피와 비밀이 숨어서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지켜보는 것만 같다.

애쉬 칼라일은 어떤 학생일까? 아마도 평범하지는 않는 듯 보였다. 어린 동생 조니가 물에 빠져 죽었을 때 그녀가 거기에 있었고 부모가 한날 한시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그녀가 거기에 있었다. 그녀는 과연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일까? 이상하게도 애쉬가 전학온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 나가기 시작한다.... 다양한 이유로.... 매우 비밀스러운 애쉬... 그녀는 누구인가?

 

처음에 책을 읽을 땐 전재가 다소 늘어지지 않는가? 생각했다. 애쉬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기숙사 친구들에게 적응하는 과정이나 학교 내 비밀 클럽에 간택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너무 세세하고 자세한데,, 이게 소설의 주요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장과 매력적인 연하남의 비밀스런 만남.. ( 10년전 살인자의 아들 ) 과 애쉬가 여왕벌 베카에게 느끼는 이중적인 감정 ( 사랑과 증오 ) 등등등...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다소 벗어난 듯한 너무 디테일한 전개가 초반을 다소 따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끝까지 읽어야할 가치가 충분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사실 중간에 학생 살인 사건에 동원된 형사들의 활약으로 살인범이 누군지 충분히 파악해내는 똑똑한 독자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긴 하지만 나의 경우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의 전개로 가던 추리의 방향을 다시 되돌려야만 했다. 읽는 동안 미국 드라마 [ 어메리칸 호러 스토리 ]가 떠오를 만큼 매혹적인 고딕 스릴러 소설 [ 착한 소녀의 거짓말 ]에 푹 빠져보길 추천한다.

" 조심해!

다음에는

네 차례일지도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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