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나 에프 그래픽 컬렉션
노엘 스티븐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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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온 듯한 착각을 풍기는 미래 사회 이야기 [ 니모나 ]. 한쪽 팔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악당 발리스터 블랙하트라는 기사는 호시탐탐 왕국의 전복을 노리고 있고 그 반대편에 왕국을 지키는 정의로운 기사 암브로시오 골든로인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작스럽게 악당 발리스터 앞에 니모나 라는 이름의 소녀가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변신을 할 수 있고 ( 실제로 상어로 변함 ) 그 힘으로 왕국을 쓰러뜨리고 발리스터를 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한다. ( 거참 맹랑한 꼬마일세 )

내가 만약에 발리스터라면 두 손 번쩍 들고 니모나의 계획을 반겼겠지만 왠걸....... 발리스터는 악당이라기엔 조금 섬세하고 철학적이며 진지하기까지하다. 그는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규칙을 가지고 있어서 힘만 쎄고 철부지 같은 변신 능력자 니모나에게도 마구잡이로 살인을 하지 말 것을 지시한다. ( 고집스런 니모나는 듣지 않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녀에 대한 선입견을 무참히 깨어버리는 니모나 ( 헐크처럼 변하고 용이 되어 불을 뿜는 ) 와 악당에 대한 편견을 짓밟아버리는 발리스터 블랙하트 ( 진지하고 기준이 있음 ) 덕분에 이 책의 첫 시작부터 매우 신선함을 느꼈다.


이 만화 속에서, 작가는 한 사람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캐릭터들을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내었다. 우선 니모나의 경우, 발리스터와 함께 좀비 영화를 보며 무서워하는 소녀같은 면이 있지만, 자신의 목적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을 무참히 처치하는 무서운 면모도 보인다 ( 용이 되어 병사들을 태워버림 ) 그리고 악당으로 등장하는 ( 여전히 악당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 발리스터 블랙하트는 니모나의 힘을 이용하여 은행을 털고 금을 훔쳐가는 악당이지만 좀비 영화를 보다가 잠든 니모나에게 자신의 망토를 덮어주는 삼촌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악당 발리스터와 사악하게 보이지만 발랄한 소녀 니모나와의 가벼운 에피소드가 돋보이는 코믹 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군데 군데 슬픈 과거가 보이기는 한다. 마녀를 구해주고 ( 미래 사회인데 마녀라니? ... 이 만화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 같지만 온갖 첨단 기술이 등장한다 ) 변신술을 얻었지만 마을로 돌아가보니 모두들 적의 공격을 받아서 죽어있었다는 니모나의 이야기에서부터 젊었을 적엔 정의의 사도 골든 로인과 친했지만 그가 창술 시합 중 비겁한 방법으로 발리스터의 한쪽 팔을 잘라버려 발리스터가 쫓겨났다는 이야기 등등은 이들이 ( 천성은 착해보이는 ) 왜 악한으로 전락해버렸는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연들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농담 위주의 재치넘치는 코믹 그래픽 노블로 보였는데.. 그런데...


스토리가 중반을 넘어서고 협회라는 단체가 가진 무시무시한 비밀과 음모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니모나는 단순 에피소드가 모인 만화책이 아니라 좀 더 어두운 부분, 좀 더 비밀스런 부분을 건드리고 있는 만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당이었다고 생각했던 발리스터는 사실 알고 보면 보다 큰 위험으로부터 왕국의 백성들을 지키고자 하는 위인이었고 왕국 협회 ( 지금으로보면 정부나 관계당국 ) 의 편에 서서 자신의 이익만 채우려고 하는 줄 알았던 골든 로인이 의외로 인간적인 인물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매우 복합적이고 진지하고 입체적인 스토리텔링 구도를 가진 만화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 아마도 저자 노엘 스티븐슨 이겠지만 ) 재기 발랄한 상상력 ( 영리하고 파워풀한 힘을 가진데다가 대장의 말은 죽어라고 듣지 않는 당당하고 무시무시한 살인 병기 소녀가 첨단 기술을 보유한, 그러나 백성의 힘이 약한 중세 시대 같은 미래로 떨어지면 어떨까? ) 으로 시작한 만화는 끝으로 가면서부터는 목적을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이고 사악한 집단이 벌인 일에 희생당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정의는 승리하는 법!!! 악당 같지 않은 악당 발리스터와 조수 같지 않은 조수 니모나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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