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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ㅣ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평점 :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책을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 다닐 때 제법 두꺼운 책을 들고 씨름을 하며 읽었었는데.. 내가 예상했던 내용 ( 호러, 스릴러 ) 가 아니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고딕풍의 호러 장르 ( 물론 그런 요소도 있긴 하지만 ) 쪽이라기 보다는 비애와 슬픔으로 가득찬, 그리고 철학적인 메세지가 가득한 고전적인 드라마 ( 이게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 를 읽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차례차례 비극을 겪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도 절망에 가까운 슬픔을 느끼지만, 괴물이 느끼는 감정이 더 공감이 되었다. 자신을 만들어놓고 버린 창조자에 대한 애증에 가까운 증오, 외모만 보고 테러를 가하고 혐오하는 인간들에 대한 끓어오르는 복수심,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자가 느낄 만한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과 고독.... 이 책은 비애와 슬픔으로 가득하다.
이번에 내가 마주하게 된 책은 [ 프랑켄슈타인 ] 이 발간된 지 200주년 기념 특별판이다. 책이 큼직하고 양장본인데다가 고급스런 벨벳 느낌이 나는 겉표지로 인해서 이 책의 가치가 한층 높아진 듯 하다. 여기에 더하여 고풍스런 삽화까지 그려져있어서 이야기 전달이 훨씬 더 생생해진 것 같다. 지식만으로 가득찬, 오만하기 그지 없는 인간,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순수했던 괴물이 잔인함과 흉폭함을 드러내기까지 겪어야했던 좌절과 절망이 그림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 프랑켄슈타인 ] 은 한 과학자와 그가 만들어낸 창조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어릴 때부터 연금술과 같은 고대 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죽은 생명체를 되살리는 일에 몰두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 그동안 책에서 끌어모은 지식을 모아서 부분부분 시체를 끌어모아 그것들을 이어붙여서 하나의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그는 자신의 발견이 과학적 발전을 이끌거라고 생각했지만 왠걸... 그가 만들어낸 것은 하나의 괴물 ( 당연히 시체를 모아서 만들었으니 ) 이었고 그 괴물의 흉측한 모습에 그만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바로, 세 사람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것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액자식 방식. 우선 월터 선장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독백에 의한 이야기가 포함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괴물의 독백이 울려퍼진다. 우리는 이 전체 이야기를 박사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고 그리고 빅터가 괴물이라고 치부하는 한 생명체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과연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일까?
창조주에게 버려진 채 갓 태어난 아기처럼 세상을 떠돌던 프랑켄슈타인, 그는 겉모습은 괴물처럼 흉측했으나 마음은 아이처럼 순수한 상태였다. 세상과 인간을 관찰하였고 감각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꼈으며 다른 이들의 대화를 보면서 언어를 조금씩 익혀나갔다. 언어를 익힘과 동시에 사고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너무나 놀라움을 느꼈다. 인간이 성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어쩌면 원래 인간이었던 프랑켄슈타인이 철학적 사고를 하는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을까?
" 외모는 흉측하고 체구는 거대한데, 이건 무슨 의미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란 존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거지? 이런 의문들이 계속해서 떠올랐지만, 내가 풀 수 없는 의문이었다 ."
떠돌던 그는 한 가난한 양치기의 집 헛간에 머물게 되고,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랑을 받고 싶다는 갈망을 느낀다. ( 당연하지 않겠는가,, 원래 인간이었으니 인간이 느낄 욕망을 느낄 법 ) 자신의 흉측한 외모가 인간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충동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결과,,,, 역시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인간의 모진 폭력과 경악의 비명소리였다. 이를 계기로 절망으로 돌아선 프랑켄슈타인.... 새로운 결심을 한다. 그는 자신을 만든 창조주와 그를 닮은 인간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데....
“ 저주받을 창조자! 당신조차 역겨워서 고개를 돌릴 만큼 흉측한 괴물을 왜 만들었는가? 신은 인간을 가엽게 여겨 자신의 모습을 본떠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었는데, 내 모습을 추잡하고 동시에 인간을 너무 닮아서 더 소름이 끼치니. 사탄에게도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동료가 있거늘, 나는 혼자 미움을 받는구나 .”
메리 셸리는 이 책을 통해서 묻고 있다. " 인간이란게 과연 무엇일까" " 과학과 기술을 통해서 우리가 진정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일까?"
[ 프랑켄슈타인 ] 을 쓸 당시 그녀가 도저히 10대 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메리 셸리는 깊이있는 성찰과 숙고를 통해서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 하다. 누가 괴물이고 누가 인간인가? 지식욕으로만 가득찬 채 가만히 있는 시체들을 주워다가 생명을 탄생시킨 후 신체적 정신적 고통만 가한 멍청한 과학자가 과연 인간인가? 아니면 예민한 감성과 지성으로 세상을 경험하다가 모진 학대에 의해 절망하고 상처받은 나머지 흉폭한 짓을 저지르게 된 자가 과연 괴물인가? 모든 불행과 비극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 책은 독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음이 틀림없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영화와 소설들이 떠올랐다. SF 영화 [ 블레이드 러너 ] 에서 창조주에게 생명을 구걸하던 안드로이드들 ( 결국 실패하고 분노하여 창조주 죽임 ) 그리고 [ 그린마일 ] 에서 성범죄자에 의해 살해당한 여자아이 시체를 끌어안고 울다가 사형수로 낙인찍혀버린 천사같은 한 흑인남자.... 역시 고전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감동을 준다. 다시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는 책 [ 프랑켄슈타인 ]
" 이게 내가 베푼 선행의 보답이었다! 죽을 뻔한 인간을 구해 줬건만 그 대가로 나는 뼈와 살이 으스러지는 참담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신세였다. 조금 전에 품었던 친절하고 다정했던 마음이 섬뜩한 분노로 바뀌고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 인류에 대한 영원한 증오와 복수를 맹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