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트로트 특서 청소년문학 16
박재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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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

(...)

고요한 달빛 어린 금옥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호래해르을 ."


" 어쩌다.... . 전설적인 명창 하동국의 아들이 뽕짝이라니.... 어쩌다 ."


각 민족마다 대표하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바로 한과 흥. 여러 전쟁과 식민지라는 역사를 겪어서 그런지 슬픔과 분노가 뭉쳐서 한이 된 게 아닐까? 한오백년같은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몇 십년 묵은 한을 노래로 토해내는 것 같다. 그러나 또한 한민족은 매우 흥이 넘치는 민족이기도 하다. 군밤타령과 같은 민요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깨춤을 들썩이게 된다. 또한 한국 민요와 판소리가 좋은 점은, 가수가 서는 무대와 관객이 머무르는 곳을 뚜렷하게 구분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많은 판소리에 함께 울고 흥이 나면 또 얼싸안고 함께 춤추는 민족이 바로 우리 민족이 아니던가?


이 책 [ 어쩌다, 트로트 ] 는 민족의 소리인 판소리와 트로트를 함꼐 자연스럽게 녹여낸 스토리이다. 한민족을 대표하는 판소리는 사실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못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의 음악 트렌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이대로라면 판소리나 민요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판소리를 전공하였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트로트를 부르면서 판소리까지 홍보되기 시작했다. 이 책 [ 어쩌다, 트로트 ] 에 나오는 " 필통 ( 필이 통하는 친구 ) " 처럼 판소리와 트로트는 원래 친한 친구가 아니었을지.... 주인공 하지수의 어머니 박은희는 트로트를 제대로 부르기 위해서는 판소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그녀는 노래대회에 출전을 앞두고 있는 지수를 위해서 " 소리공방 " 이라는 판소리 훈련소로 지수의 팔을 이끈다.


전설적인 명창 3대를 배출한 집안의 며느리였던 어머니 박은희. 전설적인 명창이었던 아버지 하동국이 객석에 사람하나 없는 판소리의 현실에 절망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들 지수를 데리고 악착같이 살아왔다. 튀김장사, 복지관 노래 강사 등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던 어머니를 따라 이 무대 저 무대를 다니다가 어린 나이게 마이크를 잡고 트로트를 불렀던 지수. 어린 아이의 구성진 트로트 실력에 놀란 사람들에게 등떠밀려 노래부르기 시작한 지수는 이제 어엿한 중2 청소년이 되었고, 현재는 이곳저곳에서 불리는 어엿한 트로트 가수가 되었다. 비록 무명이고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마냥 트로트가 좋은 지수.


“ 어린애가 동요나 부르지 무슨 뽕짝이냐 ”

“ 쪼그만게 뭘 안다고 트로트야 ”

“ 슬픈 노래 부르지마라, 애 늙은이같다 ”

“ 앞길이 뻔하다. 밤무대 가수나 되겠지 .”

“ 박수치고 돈을 주면서도 사람들은 흉을 보았다. 상관 없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만큼은 행복했다 ”


하지만 역시 판소리 가문의 며느리였기 때문인걸까? 지수를 또랑광대 ( 판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 ) 로 만들기 싫었던 어머니 박은희는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남편의 친구인 " 조은필 명창 " 이 소리를 가르치는 소리공방으로 지수를 데리고 간다. 조은필은 그곳에서 자신의 딸 조아라, 북의 고수인 빛나, 그리고 미소년 선재 등등 다음 판소리 세대를 이끌 주역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공방에서 감성 짙게 트로트를 뽑아내는 지수의 목소리에 흠뻑 반하고, 지수는 엄청난 성량을 가진 선재 무리들에게서 큰 감명을 받게 된다. 그리고 선재는 엄마를 끔찍히 위하고 강하지만 순수한 눈빛을 가진, 곰돌이 같은 지수를 좋아하게 되어서 그들은 " 필통 " 사이가 된다.


아이들이 서로 반목하지 않고 아껴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이다. 선재는 지수의 아버지였던 하동국이 세상을 뜬 후, 고수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북을 더 이상 만지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다. 그리고 하동국과 함께 흥부가를 불렀던 스승 조은필 명창이 왜 더 이상 흥부가를 부르지 않는가도 알고 있다. 나중에 내막을 잘 모르는 지수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 이렇게 어린 아이가 이렇게 속이 깊을 수 있다니....


그 뿐 아니라 안빛나라는 대학생을 통해서 판소리가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았다. 그녀는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창극을 선보인다. 무대 의상도 파격적으로 - 정장바지를 빨강 핫팬츠로, 회색 폭탄 가발을 쓰고 전통적인 한복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함 - 바꾸었고 판소리에 건반, 베이스, 드럼, 색소폰 반주가 친근하게 따라붙는다. 판소리가 더 이상 구시대적인 음악이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음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어서 너무 좋았다.


소리공방에서 하드트레이닝을 받은 지수는 과연 노래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요절한 천재 명창 아버지 하동국의 뒤를 이은 판소리 명창이 될것인가? 어머니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트로트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지수 그리고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정정당당한 대결을 보여준 소설 [ 어쩌다, 트로트 ]. 그들이 두드리는 북소리와 그들의 노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 하다.


" 우리 딸 심청이가 황후마마 되었구나

심봉사 심학규가 딸 덕에 눈 떴구나

뺑덕어멈 잘 가거라 너 잡을 나 아니다

미인들이 몰려온다 귀인들이 줄을 선다

천년만년 부귀영화 얼씨구나 좋을 시고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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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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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25년 7일 14시간

훈이 나를 떠난 후 지나가 버린 시간들.

나는, 우리는 그 시간들을 회복할 수 있을까. ”

내가 SF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극적으로 변해버린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하는 인간들을 그린 디스토피아물도 좋고 새로운 터전을 향해 나아간 새로운 인류를 상상한 부분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게된 이 [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즉 안드로이드가 인간성을 갖출 수 있느냐? 라는 부분을 화두로 제시한 면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점점 A.I. 기술은 발전되어가고 있고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이제는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휴머노이드의 탄생을 기대해볼만도 하지 않을까?

한때는 유능한 우주 경찰 다비드 훈을 싣고 다니면서 해적과 범죄자를 소탕하던 정찰선 티스테. 점점 낡아가는 정찰선 티스테를 포기하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고장난 부분을 꼼꼼하게 수리를 해가며 돌봐준 훈에게 인간의 애정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던 티스테. 그러나 훈은 하나밖에 없는 딸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구에 돌아가게 된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갔지만 25년째 돌아오지 않은 훈. 토성의 한 구석에 버려진 채 모래에 파묻혀서 부스러져가던 정찰선 티스테를 구해준 건 바로 어레스 박사님. 안드로이드 분야를 연구하던 어레스 박사는 티스테를 구한뒤 그를 안드로이드로 탈바꿈시켜준다.... 안드로이드가 되면서 티스테가 맨 먼저 한 일은 엄청난 눈물을 쏟아낸 것이다.



한편, 지구에서는 훈의 손녀인 룻이 버거버거라는 직장에서 쥐꼬리만큼의 돈을 벌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낮에는 알바를 뛰고 저녁에는 해킹으로 약간의 돈을 벌고 있긴 하나, 지구의 대기오염으로 인해서 폐병을 앓고 있는 엄마를 위해서 큰 돈을 벌어야 하는 룻은 어느 날, 정찰선을 제조하는 우주로직사에서 할아버지 훈이 몰던 정찰선인 ‘ 티에스티 원 ( TST 1 ) ’에 매우 큰 액수의 배상금을 걸어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청난 액수의 배당금!! 그 돈이 있으면 어머니에게 맑은 공기도 줄 수 있고 에메랄드 존이라는 좋은 환경으로 이주할 수도 있다. 룻은 지체없이 티스테를 찾아 토성행 우주선에 몸을 싣는데........

책을 읽다보니 문득 얼마 전 친구와 들렀던 식당 생각이 났다. 식당 외부와 내부가 한옥의 느낌이 나서 참 예스럽고 고풍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둘러보고 있었는데 주문한 음식을 들고 온 건 바로 서빙 로봇이었다! 완전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랄까? 서빙을 해준 로봇의 화면에 뜬 완료 버튼을 눌렀더니 순간 화면에 미소가 떠올랐다. 갑자기 애정이 생긴 나는 그 로봇이 기계라는 사실도 잊고 작은 소리로 고마워~ 라고 속삭였다. 수십년 전만해도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인공지능 로봇이라니.... 그런데 이 소설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눈물을 흘리고 애정을 느끼며 인간이 먹는 음식을 나눠 먹는 안드로이드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은 기계에 몸에 인간의 마음이 깃들 수 있을까? 라는 고민과 그런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진정한 우정을 쌓아갈 수 있을까? 라는 저자의 자문에서 시작된 소설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단순 기계인 정찰선 티스테가 낡아서 점점 삐걱거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애정의 끈을 놓지않고 티스테를 돌아준 훈과 그런 훈에게 엄청난 애착을 가진 채 25년간 소식도 없는 그를 기다리다가 마침내는 절망과 배신감을 느껴 이제는 훈 대신에 돌아온 손녀 룻에게 못다한 복수를 하려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같은 안드로이드 티스테를 그리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 ( 비대면 수업, 교통정보 앱, 스마트 tv, 자율주행 차 등등등 ) 이제는 실생활에서 이용이 되는 만큼 인간만큼 높은 지능과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개발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기계와의 소통을 상상화한 이 작품이 아주 흥미롭다고 볼 수 있다.

약간 아쉬웠던 부분은 토성에서 지구로 돌아가던 중에 들른 여러 행성들과 장소들 ( 타이탄 운터데르테 시장, 달의 이면 F 구역 등등 ) 에 대한 배경 설명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이다. ( 시장에 대한 장소적인 혹은 역사적인 묘사 등등이 약간 부족하다고 느낌 ) 그리고 우주에서 고아가 된 채 떠돌다가 해적이 되거나 범죄자가 되어버린 외계인에 대한 묘사도 조금 더 개성있게 넣었다면 조금 더 SF 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지 않았을까 해서 아쉽긴 하다. [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에서 구축한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어 갔는지도 묘사가 되어 있었다면 보는 재미가 아마 더 쏠쏠하지 않았을까 싶다.

룻은 자신의 목적대로 티스테를 우주로직사에 넘겨주고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을까? 티스테는 그렇게도 보고 싶어했던 파트너이자 자신의 대장이었던 다비드 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처음엔 각자의 이익과 각자의 동기로 시작된 여행이었으니 결국은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에도 진정한 우정이 오고갈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 [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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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릿 글쓰기 - 어떤 글쓰기도 만만해지는
야마구치 다쿠로 지음, 한은미 옮김, 송숙희 감수 / 토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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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는 사람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쁨을 줄 수 없다 ”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떤 글이 잘 쓴 글일까요? 저는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라서 그런지 제대로 된 글이 무엇인지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주어진 글을 읽고 정답을 골라내는데에만 열중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누군가의 글을 읽고 좋아하거나 비판하기만 했지 정작 나의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참으로 게으르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 물론 학교에서도 글을 쓸 이유는 많았지만 )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쓸 필요가 생겼어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소개서부터 사업을 시작하기위한 홍보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낼 편지까지 말입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부분의 몇 %까지 전달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독자가 완벽하게 이해를 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요?

“ 좋은 글을 쓰는 비결이란, 독자의 지식수준에 눈높이를 맞춘다”

평소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마침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 어떤 글쓰기도 만만해지는 템플릿 글쓰기 ] 인데요. 유투브, SNS, 보고서, 스토리텔링까지 글의 품격을 높여주는 마법의 템플릿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요즘처럼 온라인 상으로 글을 써야할 기회가 많을 때에 반드시 갖춰야할 책으로 여겨지는 군요.

우리는 보통 여행을 할 때 가이드북이나 구글지도 같은 GPS 를 구비합니다. 즐겁고 알찬 여행을 하기 위한 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할 조건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나의 글이라는 여행을 하는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쉽고 알찬 가이드라인을 갖춰주면 좋겠죠? 아무래도 여행 가이드가 관광명소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까지 해준다면 금상첨화힐 것 같습니다.






“ 이야기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한다는 것은

이야기의 지도를 전달하는 것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지도를 전달받은 독자나 청중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향을 파악하여

이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

이 책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논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정리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템플릿이 뭘까요? 이 책 제목에 등장하는 템플릿이란 " 글의 흐름을 나타내는 구성 패턴의 프레임 " 을 말한다고 합니다. . 문장을 어떤 식으로 배치해야 효율적이고 가독성높은 글이 되는지 소개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이 " 템플릿 " 대로 문장을 쓰고 거기에 조금씩 살을 붙이는 식으로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하니... 마치 전문 카피라이터나 논술 선생님이 쓴 것과 같은 논리적이고 탄탄한 글쓰기를 쓸 수 있도록 체험판을 제공해주는 듯 합니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 방법을 크게 3가지로 압축해놓고 있습니다.

1. 스트레스 없이 읽을 수 있는 열거형

2. 설득력이 높아지는 결론 우선형

2. 공감대가 생기는 공감형

과연 이 3가지 방법으로 ( 너무 단순하게 보이는 ) 글이 써지기는 하는 걸까요? 저자는 위와 같은 논리적인 뼈대를 갖추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쓴 좋지 않은 글과 위의 3가지 방법으로 쓴 글을 비교 분석하며 어떻게 하면 단순하고 쉽고 이해 잘되는 글을 쓸 수 있는지를 시종일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1번 열거형으로 쓰는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에 한 의사가 현대인들에게 건강을 지키는 법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칩시다. 그는 자신의 글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바쁜 현대인들은 글이 산만하기 보다는 요점만을 확실히 짚어주길 바라겠죠.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글의 뼈대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줍니다. 그리곤 덧붙일 주요 의견들을 열거식으로 배치하는 것이죠. 이렇게 말입니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 : 의사인 K 씨가 경종을 울리는 것은 다음 3가지다.

첫째 : 만성적인 수면 부족

둘째 : 과도한 스트레스

셋째 : 편식

결론 : 이 3가지를 개선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고 한다










저자는 주장합니다. 논리적인 뼈대를 잘 만들어놓고 살만 잘 갖다붙이면 훌륭한 글이 만들어진다고요. 잘 닦은 주춧돌 위에 멋진 집이 세워진다는 말이겠죠? 이 부분에서 100% 공감했습니다. 요리를 만들 때도 그렇잖아요. 재료를 일일이 정확하게 개량해서 준비하고 레시피 순서대로 꼼꼼히 요리를 해야 훌륭한 요리가 만들어지듯이 글 쓰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머리 속에 뒤죽박죽 쌓여있는 정보나 지식을 틀에 맞게 잘 배열하고 정리해서 글을 만들어내면 독자들이 보다 읽기 쉽고 이해가 가는 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쓰는 글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도록, 즉 남들이 읽기 싫은 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죠? 이 책은 거기에 힘을 보태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함과 동시에 안 좋은 글에 대한 주의를 덧붙이고 있기 때문이죠. 한눈에 들어오고 잘 정리가 된 글을 향한 책 [ 어떤 글쓰기도 만만해지는 템플린 글쓰기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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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조금 지쳤다 - 번아웃 심리학
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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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대 상사와 고객의 갑질, 직장 내 억울한 뒷담화, 과도한 업무와 야근,

쥐꼬리만한 월급 등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은 내가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

사실 우리는 조금 지친 게 아니라 이미 많이 지쳐있는지도 모른다.

번아웃이라는 제목을 단 책들이 한때 우후죽순 출판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단지 각 책마다 번아웃에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방법론이 다를 뿐인 듯 하다.

이 책 [ 우린, 조금 지쳤다 ] 의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써의 경험

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겪은 번아웃증후군을 솔직담백하게 고백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보다 진정성있게 다가가고 있다.

한때 히키코모리처럼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폐인으로 지냈다는

우울했던 지난 날을 들려주는 저자.

심리학을 다루는 책이긴 하지만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저자의 번아웃에 대한 정의와 원인을 조금 살펴보자면, 번아웃은

“ 어떤 일에 과도하게 몰두하다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무기력증이나 불안감, 우울감, 분노, 의욕 상실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 ”

라고 적혀있다.

한마디로 쉬어도 재충전이 잘 되지 않고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만성화된 상태를

번 아웃 증후군이라고 뜻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겪고 있지 않을까?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OECD 국가 중 유독 자살자가 많은 우리나라,,, 번아웃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면

나의 지나친 의심일까?


그렇다면 현대인이 유독 번아웃이 많이 되는 이유는 뭘까?

글쓴이는 원인을 여러 가지로 들고 있는데

첫 번째는 지친 뇌가 더 이상 도파민을 생성하지 못하면서

몸에 기능장애가 나타난다는 것 ( 소화불량 변비 등등 )

그리고 스마트폰 등 IT 의 발달로 일과 휴식의 경계선이 희미해진 면도

그 원인으로 들고 있다 ( 가정에 돌아가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고 한다 )

마지막으로는 과도한 부담감,

즉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현대사회에서 완벽함을 강요받다보니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결국 번아웃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대형병원에서 경쟁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생활을 한 끝에

번아웃을 얻었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30대 후반에 갑작스레 찾아온 번아웃으로 인해서 직장도 제대로 못다니고

너무 우울한 나머지 집에만 틀어박혀 주식에만 올인하다가

무려 2억이나 되는 돈을 잃었다는 고백을 하는 저자.

그러나 저자는 끝도 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던

자신의 상태를 끌어올려준 것이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가끔은 아프게도 하지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역시 사람의 따뜻함인가보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번아웃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그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이 동떨어져있지 않은 점을 짚는다.

기본적으로 다들 하는 말 같기도 하지만 운동을 함으로써

본인이 번아웃을 극복했던 점을 예로 들면서

운동이 어떻게 번 아웃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말하고 있다.

“ 운동은 우울증약만큼 효과가 있다.

운동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고 도파민 생성이 증가한다.

이렇게 호르몬이 증가하면 뇌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 대항할 면역력을 얻게 된다.

이것은 항우울제의 원리와 비슷하다. ”


그는 이외에도 자기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명상을 제안하고

스트레칭을 통해서 근육을 이완하고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는 요가를 추천한다.

번아웃을 피할 수 없을 만큼 바쁘고 힘든 일상을 겪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이렇게 번아웃을 이겨낼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러한 정보 뿐 아니라 이 책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인 만큼

다양한 유형의 이상 심리를 가진사람들에 대한 부분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 때문이 아니라 인간 관계 때문에 번아웃을 겪고 있는 사람들,

즉 잘난 척하는 직장 상사나 끊임없이 자신을 뒷담화하고 깎아내리는

직장 동료 때문에 괴로운 분들이 읽어보면

어떻게 잘 대처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있을 책이다.

정신과 전문의이기에 앞서 한 명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임을 고백하는 저자

마치 번아웃도 잘 극복해낼 수 있다며 손을 잡아주는 동네 오빠같은 느낌이다.

심리학이라고 하지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 우린, 조금 지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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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퍽10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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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이퍽10 을 논하기 전에 빅토르 펠벤이라는 저자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분은 Generation P 라는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한다. 여기서 P 는 펩시콜라의 “ P ”를 나타내는 것이고 아이퍽10 이라는 기계가 어찌보면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특정 상품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아이퍽10을 이야기하기 전에 Generation P 소개를 잠시 하자면,

포스트소비에트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빅토르 펠레빈이 199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자본주의 체제를 맞이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러시아 사회가 직면하고 있던 문제를 꼬집는 한편 연민을 담아 젊은 세대의 삶과 고뇌를 그리고 있는 작품. - 네이버 지식백과 중 -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공산주의 체제의 급격한 몰락과 그동안 굳건히 유지해왔던 종교와도 같던 공산주의 사상이 자본주의라는 골리앗 앞에서 무너져버렸고 러시아를 비롯한 소련 연방의 사람들은 정체성의 상실과 동시에 생계 걱정을 맞닥뜨리게된다. 이 작품에 반해 아이퍽10 은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후의 미래 세계를 이야기한다. 낯선 디지털 용어들과 미술계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들이 책 내용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맹목적으로 기술을 숭배하는 인류가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의 후손들의 삶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아이퍽10 이라는 책의 기본 바탕을 이루는 주제는 탁월하다. 배경은 2040년이나 2050년 정도. 세상은 온통 디지털화 되어 있다. Zika 2 와 Zika 1 의 변형개체인 Zika3 가 세상을 파괴하였고 그 결과 전 세계의 보건 관계 당국에서는 인류의 직접적인 성관계를 금지했고 아이퍽 10 과 같은 기기 사용 ( ? ) 을 권장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가상적으로 성관계를 맺게한다. 그 결과 자연적인 아이를 탄생할 수 없게 세상으로 변했다. 이까지는 많은 디스토피아 영화나 문학이 다룬 부분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이 글의 주요 화자인 경찰 문학 로봇인 ‘ZA-3478/PHO’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일종의 디지털화된 알고리즘인데 러시아 경찰을 위해서 일하고 경찰이 의뢰한 범죄를 조사하는 동시에 경찰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그들에 대한 소설을 쓴다.

그 알고리즘은 경찰과의 계약으로 마루하 초라는 21세기 디지털 예술작품을 연구하고 소개하는 큐레이터를 위해 프리랜서일을 해주기로 한다. ( 21세기 특정 작품들이 석고라 불림 ) 그녀는 포트피리 페트로비치라는 이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해서 이 예술품들을 조사하고 시장 가치를 알아본다. 하지만 마루하 초가 프로그래밍과 관련하여 수상한 뒷배경이 있음이 책 후반에 등장한다. 포르피르가 우버라고 불리는 카메라를 타고 다니며 가상의 박물관인 로르샤흐의 탑과 여러 장소들을 다니는 동안 여러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쏟아지는 자기 표현에 파묻히는 부분이, 요즘 세상에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다가 접하게 되는 상당한 양의 가짜 정보나 지식 등등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흥미로웠다.


포르피리가 마루하 초를 위해서 예술품을 조사하는 장면을 빼면 책의 나머지 부분은 그들이 일종의 연인이 되는 (?) 이야기와 다른 알고리즘 Zika 3 그리고 세계의 정치,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일종의 펠레빈의 시그너처 글쓰기 방법이기도 한 유머와 풍자 해학 등이 많이 녹여져있다. 정치적 올바름과 디지털 기기에 집착하는 왜곡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웃는 저자의 모습이 살짝 보이는 듯 하기도 하다. ( 삼성이 등장합니다!! 무려 )

이 모든 주제들이 뒤섞이면 자칫 글이 산만해지고 주제가 산으로 갈 수도 있는데 펠빈의 경우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중 문화의 요소들 ( 자본주의의 탈을 쓴 ) 과 스스로 지성을 발휘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알고리즘이 만날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재미있게 잘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면서 디지털 의식, 즉 포르피리와 같은 알고리즘이나 컴퓨터 과학 데이터 과학자 등등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를 기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자가 대단하는 느낌도 있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머와 풍자를 좋아하고 글 속에 숨어있는 은유를 캐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약간의 외설적인 부분을 감안하고 읽을 수 있다는 사람들,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게 높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그러나 책이 약간 산만하고 갑자기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거나 파편화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있으므로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는 매우 힘들지만 흥미진진한 별난 SF 영화를 감상 한 느낌이 든다. ( 모르고 덤볐다가 혼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처럼 ) 디지털 용어를 잘 모르고 책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뭐랄까? 이 책은 비판과 조롱이 약간 곁들어진 새로운 미래 인류 보고서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 책을 계기로 빅토르 펠레빈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Generation P를 구매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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