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퍽10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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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이퍽10 을 논하기 전에 빅토르 펠벤이라는 저자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분은 Generation P 라는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한다. 여기서 P 는 펩시콜라의 “ P ”를 나타내는 것이고 아이퍽10 이라는 기계가 어찌보면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특정 상품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아이퍽10을 이야기하기 전에 Generation P 소개를 잠시 하자면,

포스트소비에트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빅토르 펠레빈이 199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자본주의 체제를 맞이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러시아 사회가 직면하고 있던 문제를 꼬집는 한편 연민을 담아 젊은 세대의 삶과 고뇌를 그리고 있는 작품. - 네이버 지식백과 중 -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공산주의 체제의 급격한 몰락과 그동안 굳건히 유지해왔던 종교와도 같던 공산주의 사상이 자본주의라는 골리앗 앞에서 무너져버렸고 러시아를 비롯한 소련 연방의 사람들은 정체성의 상실과 동시에 생계 걱정을 맞닥뜨리게된다. 이 작품에 반해 아이퍽10 은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후의 미래 세계를 이야기한다. 낯선 디지털 용어들과 미술계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들이 책 내용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맹목적으로 기술을 숭배하는 인류가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의 후손들의 삶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아이퍽10 이라는 책의 기본 바탕을 이루는 주제는 탁월하다. 배경은 2040년이나 2050년 정도. 세상은 온통 디지털화 되어 있다. Zika 2 와 Zika 1 의 변형개체인 Zika3 가 세상을 파괴하였고 그 결과 전 세계의 보건 관계 당국에서는 인류의 직접적인 성관계를 금지했고 아이퍽 10 과 같은 기기 사용 ( ? ) 을 권장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가상적으로 성관계를 맺게한다. 그 결과 자연적인 아이를 탄생할 수 없게 세상으로 변했다. 이까지는 많은 디스토피아 영화나 문학이 다룬 부분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이 글의 주요 화자인 경찰 문학 로봇인 ‘ZA-3478/PHO’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일종의 디지털화된 알고리즘인데 러시아 경찰을 위해서 일하고 경찰이 의뢰한 범죄를 조사하는 동시에 경찰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그들에 대한 소설을 쓴다.

그 알고리즘은 경찰과의 계약으로 마루하 초라는 21세기 디지털 예술작품을 연구하고 소개하는 큐레이터를 위해 프리랜서일을 해주기로 한다. ( 21세기 특정 작품들이 석고라 불림 ) 그녀는 포트피리 페트로비치라는 이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해서 이 예술품들을 조사하고 시장 가치를 알아본다. 하지만 마루하 초가 프로그래밍과 관련하여 수상한 뒷배경이 있음이 책 후반에 등장한다. 포르피르가 우버라고 불리는 카메라를 타고 다니며 가상의 박물관인 로르샤흐의 탑과 여러 장소들을 다니는 동안 여러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쏟아지는 자기 표현에 파묻히는 부분이, 요즘 세상에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다가 접하게 되는 상당한 양의 가짜 정보나 지식 등등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흥미로웠다.


포르피리가 마루하 초를 위해서 예술품을 조사하는 장면을 빼면 책의 나머지 부분은 그들이 일종의 연인이 되는 (?) 이야기와 다른 알고리즘 Zika 3 그리고 세계의 정치,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일종의 펠레빈의 시그너처 글쓰기 방법이기도 한 유머와 풍자 해학 등이 많이 녹여져있다. 정치적 올바름과 디지털 기기에 집착하는 왜곡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웃는 저자의 모습이 살짝 보이는 듯 하기도 하다. ( 삼성이 등장합니다!! 무려 )

이 모든 주제들이 뒤섞이면 자칫 글이 산만해지고 주제가 산으로 갈 수도 있는데 펠빈의 경우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중 문화의 요소들 ( 자본주의의 탈을 쓴 ) 과 스스로 지성을 발휘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알고리즘이 만날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재미있게 잘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면서 디지털 의식, 즉 포르피리와 같은 알고리즘이나 컴퓨터 과학 데이터 과학자 등등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를 기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자가 대단하는 느낌도 있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머와 풍자를 좋아하고 글 속에 숨어있는 은유를 캐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약간의 외설적인 부분을 감안하고 읽을 수 있다는 사람들,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게 높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그러나 책이 약간 산만하고 갑자기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거나 파편화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있으므로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는 매우 힘들지만 흥미진진한 별난 SF 영화를 감상 한 느낌이 든다. ( 모르고 덤볐다가 혼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처럼 ) 디지털 용어를 잘 모르고 책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뭐랄까? 이 책은 비판과 조롱이 약간 곁들어진 새로운 미래 인류 보고서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 책을 계기로 빅토르 펠레빈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Generation P를 구매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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