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트로트 특서 청소년문학 16
박재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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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

(...)

고요한 달빛 어린 금옥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호래해르을 ."


" 어쩌다.... . 전설적인 명창 하동국의 아들이 뽕짝이라니.... 어쩌다 ."


각 민족마다 대표하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바로 한과 흥. 여러 전쟁과 식민지라는 역사를 겪어서 그런지 슬픔과 분노가 뭉쳐서 한이 된 게 아닐까? 한오백년같은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몇 십년 묵은 한을 노래로 토해내는 것 같다. 그러나 또한 한민족은 매우 흥이 넘치는 민족이기도 하다. 군밤타령과 같은 민요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깨춤을 들썩이게 된다. 또한 한국 민요와 판소리가 좋은 점은, 가수가 서는 무대와 관객이 머무르는 곳을 뚜렷하게 구분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많은 판소리에 함께 울고 흥이 나면 또 얼싸안고 함께 춤추는 민족이 바로 우리 민족이 아니던가?


이 책 [ 어쩌다, 트로트 ] 는 민족의 소리인 판소리와 트로트를 함꼐 자연스럽게 녹여낸 스토리이다. 한민족을 대표하는 판소리는 사실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못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의 음악 트렌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이대로라면 판소리나 민요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판소리를 전공하였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트로트를 부르면서 판소리까지 홍보되기 시작했다. 이 책 [ 어쩌다, 트로트 ] 에 나오는 " 필통 ( 필이 통하는 친구 ) " 처럼 판소리와 트로트는 원래 친한 친구가 아니었을지.... 주인공 하지수의 어머니 박은희는 트로트를 제대로 부르기 위해서는 판소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그녀는 노래대회에 출전을 앞두고 있는 지수를 위해서 " 소리공방 " 이라는 판소리 훈련소로 지수의 팔을 이끈다.


전설적인 명창 3대를 배출한 집안의 며느리였던 어머니 박은희. 전설적인 명창이었던 아버지 하동국이 객석에 사람하나 없는 판소리의 현실에 절망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들 지수를 데리고 악착같이 살아왔다. 튀김장사, 복지관 노래 강사 등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던 어머니를 따라 이 무대 저 무대를 다니다가 어린 나이게 마이크를 잡고 트로트를 불렀던 지수. 어린 아이의 구성진 트로트 실력에 놀란 사람들에게 등떠밀려 노래부르기 시작한 지수는 이제 어엿한 중2 청소년이 되었고, 현재는 이곳저곳에서 불리는 어엿한 트로트 가수가 되었다. 비록 무명이고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마냥 트로트가 좋은 지수.


“ 어린애가 동요나 부르지 무슨 뽕짝이냐 ”

“ 쪼그만게 뭘 안다고 트로트야 ”

“ 슬픈 노래 부르지마라, 애 늙은이같다 ”

“ 앞길이 뻔하다. 밤무대 가수나 되겠지 .”

“ 박수치고 돈을 주면서도 사람들은 흉을 보았다. 상관 없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만큼은 행복했다 ”


하지만 역시 판소리 가문의 며느리였기 때문인걸까? 지수를 또랑광대 ( 판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 ) 로 만들기 싫었던 어머니 박은희는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남편의 친구인 " 조은필 명창 " 이 소리를 가르치는 소리공방으로 지수를 데리고 간다. 조은필은 그곳에서 자신의 딸 조아라, 북의 고수인 빛나, 그리고 미소년 선재 등등 다음 판소리 세대를 이끌 주역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공방에서 감성 짙게 트로트를 뽑아내는 지수의 목소리에 흠뻑 반하고, 지수는 엄청난 성량을 가진 선재 무리들에게서 큰 감명을 받게 된다. 그리고 선재는 엄마를 끔찍히 위하고 강하지만 순수한 눈빛을 가진, 곰돌이 같은 지수를 좋아하게 되어서 그들은 " 필통 " 사이가 된다.


아이들이 서로 반목하지 않고 아껴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이다. 선재는 지수의 아버지였던 하동국이 세상을 뜬 후, 고수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북을 더 이상 만지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다. 그리고 하동국과 함께 흥부가를 불렀던 스승 조은필 명창이 왜 더 이상 흥부가를 부르지 않는가도 알고 있다. 나중에 내막을 잘 모르는 지수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 이렇게 어린 아이가 이렇게 속이 깊을 수 있다니....


그 뿐 아니라 안빛나라는 대학생을 통해서 판소리가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았다. 그녀는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창극을 선보인다. 무대 의상도 파격적으로 - 정장바지를 빨강 핫팬츠로, 회색 폭탄 가발을 쓰고 전통적인 한복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함 - 바꾸었고 판소리에 건반, 베이스, 드럼, 색소폰 반주가 친근하게 따라붙는다. 판소리가 더 이상 구시대적인 음악이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음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어서 너무 좋았다.


소리공방에서 하드트레이닝을 받은 지수는 과연 노래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요절한 천재 명창 아버지 하동국의 뒤를 이은 판소리 명창이 될것인가? 어머니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트로트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지수 그리고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정정당당한 대결을 보여준 소설 [ 어쩌다, 트로트 ]. 그들이 두드리는 북소리와 그들의 노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 하다.


" 우리 딸 심청이가 황후마마 되었구나

심봉사 심학규가 딸 덕에 눈 떴구나

뺑덕어멈 잘 가거라 너 잡을 나 아니다

미인들이 몰려온다 귀인들이 줄을 선다

천년만년 부귀영화 얼씨구나 좋을 시고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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