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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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농물농장>은 스탈린 당시 소비에트의 전체주의 독재체제에 대한 풍자적 우화 소설이다. 물론 이 작품이 씌여질 당시의 시대적 맥락에서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이 상징하는 알레고리를 분석하며 감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품 감상일 것이다. 그러나 <동물농장>은 인간 사회에 항구적으로 존재하는 계급, 부의 소유와 분배, 권력의 속성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맥락을 벗어나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감상과 이해가 가능한 열린 텍스트이다. 특히나 한 마리의 쥐새끼와 몇몇 개새끼들이 권력을 틀어쥐고 다수의 어리석고 힘 없는 대중을 유린하고, 농락하고, 능욕하는 오늘날 이곳의 '동물농장'에서는 또다른 독법으로 이 작품을 읽어 나갈 수도 있으리라.

 

<동물농장>의 여러 캐릭터 가운데 개인적으로 나는 당나귀 벤자민에 깊은 연민과 공감을 느낀다. 소시민적 지식인을 형상화 한 것으로 보이는 당나귀 벤자민의 회색주의적 태도, 정치적 무관심 또는 개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방기가 나폴레옹과 그 추종자들과 같은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당나귀 벤자민은 사회적으로 각성하지 못한 일반 대중을 계몽시키고 그들을 조직화, 권력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식인들이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은 물론 다른 계급과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인들은 그 시대와 사회의 야경꾼으로서 늘 깨어 있으며 다가오는 위험과 재난을 경고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대중들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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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양장)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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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는 7부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고아로 학대 받고 살던 11살 소년이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를 볼드모트란 반동인물과의 투쟁을 통해 깨달아가는 성장소설이다. 누구나 사춘기에 들어서면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또래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역할 모델(때론 반면교사)이 될만한 주변의 어른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한다.

 

성장은 밝고 긍정적이고 활기차기만 한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어둡고 부정적이며 고독한 과정이기 십상이다. 누구도 진정 자신을 이해할 수 없으며,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를 확신하기 어렵다. 알 수 없는 충동에 휩싸여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의 나약한 노예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론 유년의 불완전하고 의존적인 안정감 속에 매몰되어 현실감을 상실하거나 자기 파괴적인 행위 속에서 불안감을 회피하려고 하기도 한다.

 

7부에서 해리는 덤블도어가 자신에게 남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친구들과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볼드모트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영혼을 쪼개어 감추어 놓은 호크룩스를 찾아 파괴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했듯 덤블도어 교수는 해리와 그 친구들에게 그 어떤 명확한 단서를 주거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오로지 해리와 그 친구들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역경을 극복해 나가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해리와 그의 친구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와 불안을 겪기도 하고, 힘든 환경 속에서 서로 간의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1부에서 6부에 이르는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복선들이 7부의 복잡한 스토리 라인에서 마치 조각 퍼즐처럼 제 짝을 찾아 맞추어 나간다. 그 와중에 이제까지 그 이상 더 현명할 수 없고, 너그러울 수 없으며, 완벽해 보일 수 없는 덤블도어의 과거와 해리의 엄마를 영원히 흠모해 왔던 스네이프 교수의 반전이 절묘하게 엮여들어 간다. 더이상 피할 수 없는 결전이 호그와트에서 벌어지고 수많은 생명이 희생하는 가운데 해리는 자신이 볼드모트의 7번째 호크룩스이고 자신이 죽지 않으면 볼드모트 또한 죽일 수 없단 사실을 깨닫고 볼드모트에게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다. 

 

그러나 해리의 희생은, 애당초 해리가 아기였을 때 볼드모트의 행한 저주가 해리에게 남긴 그 자신의 영혼의 일부를 완전히 파괴하는 반전을 가져온다. 즉 해리 안에 남겨져 있던 볼드모트의 영혼은 파괴되었으나 해리는 죽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죽은 것처럼 가장한 해리는 마침내 친구들의 도움으로 마지막 호크룩스인 내기니를 제거하고 볼드모트와 최후의 일전 끝에 그를 물리치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9년 후 어른으로 성장한 해리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을 과거의 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호그와트에 보내기 위해 킹스 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에 모이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작품 전체에 죽음이란 다소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깔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의 끝, 완전한 종결인가? 죽음을 뛰어넘어 죽음을 지배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인간에게 죽음마저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는가? 하는 이와 같은 문제들이야말로 볼드모트, 덤블도어, 해리, 나아가 작가인 조앤 롤링이 추구한 가장 거대한 의문이었다 할 수 있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해리의 자발적인 죽음(희생)과 그로 인한 볼드모트의 몰락(죽음)은, 이제 성인이 된 해리가 자신이 억제할 수 없었던 생각과 감정을 통제하고, 유년의 비독립적이고 무의식적인 삶을 마감하고 성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상징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어쨌든 <해리포터 시리즈>는 정체성 불안을 겪는 한 사춘기 소년이 한 사람의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할 통과제의로서의 갈등과 모험을 환상적인 수법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는 해리가 이 세상 누구보다 더 자신을 이해해 주고 자기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친구들과, 덤블도어, 해그리드, 시리우스, 위즐리, 그리고 스네이프와 같은 어른들의 도움으로, 용기 있게 자기 앞에 주어진 삶의 모험 속으로 뛰어들어 모든 위험을 극복하고는 마침내 성숙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춘기는 인간의 성장과 성숙이라는 가장 위대한 마법이 벌어지는 신비한 시공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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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혼혈왕자 1 (양장)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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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이후부터 이어진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팽팽한 불안감과 긴장감이, 6부인 <혼혈왕자>에 이르면 평온한 책 읽기가 거북할 정도로 강해진다. 

 

말포이가 볼드모트로부터 어려운 임무를 부여받게 되자 그의 어머니는 스네이프를 찾아가 말포이를 보호해 줄 것을 깨뜨릴 수 없는 맹세를 통해 부탁한다. 그런 가운데 6학년이 된 해리와 친구들은 다시 돌아온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의 사건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호그와트로 돌아온다. 학교로 돌아오기 전 해리는 어둠의 마법과 관련된 가게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말포이를 보게 된다.

 

한편 덤블도어의 부탁으로 호그와트의 교수로 돌아온 슬러그 혼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맡으리란 해리의 예상과 달리 마법의 약 수업을 담당하게 되고, 스네이프 교수가 마침내 오랫동안 바랬던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을 담당하게 된다. 마법의 약 수업을 듣게 될지 몰랐던 해리는 교과서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교실에 있던 낡은 교과서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 책은 혼혈왕자라는 학생의 필기와 노트로 가득 찬 책이다. 해리는 혼혈왕자가 남긴 메모를 통해 마법의 약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헤르미온느는 그러한 해리의 행동에 주의를 준다. 덤블도어의 개인지도를 받게 된 해리는 볼드모트의 과거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된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친구 사이에서 점점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데, 서로의 오해와 삼각관계로 미묘한 갈등을 겪게 된다. 해리는 론의 여동생 지니에게 사랑의 감정으로 내적인 갈등에 빠진다. 덤블도어의 부탁으로 볼드모트와 관련된 중요한 기억을 슬러그 혼 교수로부터 얻어야 하는 해리는 행운의 묘약의 힘을 빌려 기억을 얻는데 성공한다. 덤블도어와 해리는 과거 볼드모트가 슬러그 혼 교수를 통해 영혼을 쪼개어 사물에 보관함으로써 죽음을 피할 수 있는 호크룩스 마법을 배운 사실을 확인한다. 늘 말포이를 경계해 온 해리는 종잡을 수 없는 말포이의 행적으로 애를 먹는다.

 

그러는 사이 해리는 덤블도어와 함께 볼드모트의 호크룩스 가운데 하나를 찾기 위해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서 덤블도어는 큰 위험에 처하게 되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호그와트에 돌아오자 말포이와 몇몇 죽음을 먹는 자들이 호그와트에 침입해 있었다. 볼드모트로부터 덤블도어를 죽이란 명령을 받았던 말포이는 차마 덤블도어를 해치지 못하는데 뒤늦게 나타난 스네이프가 아바다 케다브라 주문으로 덤블도어를 살해한다. 덤블도어의 주문으로 몸이 굳은 채 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본 해리는 극심한 분노로 스네이프와 말포이의 뒤를 쫓지만 끝내 실패한다. 

 

호그와트 학생들과 여러 마법사들, 해그리드와 그롭, 인어와 켄타우로스 등 여러 생물들의 덤블도어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장엄한 장례를 치른다. 부모와, 대부, 그리고 가장 존경했던 스승 덤블도어마저 잃은 해리는 이제 완전히 홀로임을 느끼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철저히 깨닫고 의지를 다지면서 다시 프리벳가로 돌아간다.  

 

 

<혼혈왕자>에서 해리는 이전의 어느 편보다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직도 여전히 미숙한 면이 더 많다. 스네이프에 대한 개인적 감정에 여전히 집착하여 덤블도어의 스네이프에 대한 신뢰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얻은 혼혈왕자의 교과서를 이용하여 자신의 능력 이상의 성적과 칭찬을 획득한다. 그리고 혼혈왕자가 만든 주문을 말포이에게 사용했다가 자칫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뻔 한다. 그리고 볼드모트가 결코 가질 수 없는 해리 자신만의 능력인 사랑할 수 있는 힘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예기지 못했던 덤블도어의 죽음으로 해리는 더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진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이유로 해리는 더욱 성숙해져야만 하고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온전히 자신만의 선택에 따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가야만 하는 것이다. 해리에게 주어진 이 운명이야말로 바로 지금 우리 아이들의 현실 앞에 놓여 있는 운명과 다를 바 없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 비굴하게 항복할 것인가... 고통스럽지만 올바른 길을 갈 것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쉬운 길을 갈 것인가... 자신 안의 충동적인 감정과 생각들을 어떻게 통제함으로써 원만한 인격에 이를 것인가... 철부지 소년에서 한 사람의 건실한 청년으로의 변신... 이것이야말로 해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마법 숙제, 성숙이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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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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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새로운 경전이라고 해야 할까? 신비주의 문헌이라 해야 할까?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는 하나의 경이로움이다.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싯다르타', '고빈다', '싯다르타의 아버지', '고타마', '카밀라', '바주데바', '싯다르타의 아들'은 서로 다른 인물이면서 같은 인물이다. 이 이야기의 이미지를 빌려 말하자면, 하나의 강물이 보여주는 여러 물결이다. 물결은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강물은 오직 하나일 뿐이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는 구도자이다. 왜냐하면 진리란 박제된 것, 굳은 것, 죽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끝없는 자기 부정, 쳇바퀴 돌기의 끝에는 한 발자국 움직이기 이전의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그 자리는 같은 자리이면서 전혀 다른 자리이다. 세속 너머의 진리의 세계가 아니라 세속 그대로 진리인 세계가 그 자리이다. 차안과 피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차안 이대로가 피안이다. 그렇게 되면 차안도 없고 피안도 없다.

 

진리는 말로 설해지거나 가르쳐 질 수 없다는 가르침. 이 도저한 역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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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1 (양장) - 개정판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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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소설의 구성 단계 상 <마법사의 돌>이 발단, <비밀의 방>과 <아즈카반의 죄수>, <불의 잔>이 전개에 해당한다면, 5부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위기 부분에 해당한다. 4부 <불의 잔>에서 케드릭 디고리의 죽음 이후 시리즈는 급격히 혼란과 두려움, 불신과 갈등과 같은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하게 된다. 

 

호그와트 5학년생인 해리는 이제 열다섯이다. 다시 돌아온 볼드모트의 위협에서 겨우 살아돌아 온 해리의 이야기를 대다수의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법부 장관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해리와 덤블도어의 이야기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오히려 그들을 억압한다. 특히 해리는 프리벳가에 나타난 디멘터에게 마법을 사용한 죄로 청문회에 출석하여 조사까지 받는다.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에 맞서기 위해 덤블도어를 따르는 마법사들의 조직 불사조 기사단은 시리우스 블랙의 부모님 집을 본부로 사용한다.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을 비롯한 위즐리 형제들도 불사조 기사단에 참여하려 하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한다. 마법부의 추적을 받고 있는 시리우스 또한 집 안에 갖혀 지내는 자신의 신세에 허탈해 한다. 한편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속시원한 설명을 듣지 못한 해리는 점점 화를 내는 일이 잦아진다. 

 

우여곡절 끝에 해리는 호그와트로 돌아왔으나 마법부에서 파견된 새 어둠의 마법 방어술 담당 엄브릿지 교수로 인해 학교는 엉망이 되어 버린다. 엄브릿지는 마법부 장관을 등에 업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마법 사용을 금지 시키고, 장학사가 되어 트릴로니 교수, 해그리드, 맥고나걸 교수 등과 충돌한다. 해리는 계속해서 이상한 꿈을 꾸게 되면서 불안해 한다. 해리와 볼드모트의 의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염려한 덤블도어는 스네이프로 하여금 해리에게 정신 방어술(오클러먼시)을 익히게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전부터 미묘한 감정을 가져 왔던 래번클로의 초 챙과의 로맨스도 엉망이 된다.

 

해리의 말을 믿는 일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익히기 위해 만든 '덤블도어의 군대'란 금지된 모임이 발각되면서 덤블도어는 교장직에서 물러나고 호그와트는 엄브릿지의 통제 아래 놓인다. 론의 쌍둥이 형 프레드와 조지는 더이상 호그와트에 머물 이유가 없어지자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학교를 떠난다. 해리는 호그와트 졸업 후 진로 선택에 중요한 O.W.L (표준마법사수준) 시험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학교 생활이 이어진다. 계속해서 반복되던 꿈에서 볼드모트에게 사로잡힌 시리우스의 모습을 본 해리는 그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꿈 속에서 보았던 마법부의 미스터리 부서로 간다. 그러나 그 꿈이 해리와 볼드모트와 관련된 중요한 예언을 손에 넣기 위한 볼드모트의 함정임을 발견하고 죽음을 먹는 자들과 싸움을 벌인다.

 

뒤늦게 해리 일행을 구하러 온 불사조 기사단과 죽음을 먹는 자들과의 싸움에서 시리우스는 사촌 벨라트릭스에 의해 사망한다. 벨라트리스를 추적한 해리는 다시 한번 볼드모트를 만나게 된다. 그 순간 덤블도어가 나타나 볼드모트와 일전을 벌인다. 볼드모트는 해리의 몸 속으로 들어가 덤블도어로 하여금 해리 자신을 죽여달라 하게 만들지만 실패한다. 마법부는 뒤늦게 볼드모트와 그 추종자들이 돌아왔음을 인정하게 된다.

 

호그와트로 돌아온 해리는 자신 때문에 시리우스가 희생되었다는 자괴감과 분노로 덤블도어에게 덤벼든다. 덤블도어는 그런 해리를 이해하며 그동안 말해주지 않았던 몇 가지 비밀을 알려준다. 왜 볼드모트가 어린 해리를 죽이려 했는지와 왜 해리는 더즐리 가족과 함께 살아야만 하는지... 해리는 슬픔과 허전함, 깊은 외로움을 느끼면서 방학을 맞이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아이들이 보는 동화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어둡다. 그리고 작품 전반에 죽음이란 소재가 무겁게 자리 잡고 있다. 1부의 시작부터 부모님의 비참한 죽음 이후에 살아남은 해리의 이야기이다. 작품의 중반을 넘어서 4부, 5부, 6부, 7부에는 각각 해리와 관련된 여러 인물들이 죽는다. 어떤 면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적절한 독서물이 아니다. 적어도 중학교 고학년 이상에서 어른들이 주 독자층이어야 한다.

 

죽음이란 현상, 인간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이 사건은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특히 사랑했던 이와 영원한 결별을 맞이해야 할 때, 그 극복할 수 없는 슬픔과 가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은 인간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든다. 작가 조앤 롤링도 사랑했던 어머니를 비교적 일찍 잃고 극심한 심적 고통에 시달리 경험이 있다. 죽음이 소멸시키는 것과 그것 이후에도 남아 있는 것. 죽음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죽음으로써도 어찌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해 <해리포터 시리즈>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5부 <불사조 기사단>은 본격적인 사춘기를 맞이 한 해리의 불안하고 혼란스런 심적 상태가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자신조차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의 충동과 사악함이 드러나는 이 시기는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에게도 매우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의 성숙한 개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 시기는 행복했던 유년기의 종말이자 두려운 성인기로 진입하는 새로운 탄생의 시기이기도 하다. 일찍이 <데미안>이란 소설에서도 인간의 성숙이란 하나의 세계의 파괴를 의미한다고 했다. 덤블도어가 기르는 불사조 퍽스처럼 해리 또한 하나의 죽음을 딛고 다시 하나의 새로운 탄생을 맞이해야만 한다. 과연 해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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