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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같은 논술 논술 같은 수다 - 내 아이 논술 학원 보내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박기복 지음, 황중환 그림 / 예담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애가 묻어나는 논술


-‘논술같은 수다, 수다같은 논술’을 읽고-


 ‘논리’라고 하면 메마름과 딱딱함이 먼저 떠오른다. 언어 속 수학이라 말할 정도로 일정한 공식과 빈틈없는 치밀함을 담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논술을 수다에 비유했다. 수다처럼 따뜻함이 묻어나는 논술이 진정 가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과연 논술에 제대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잠재우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필자는 논술은 쉽고 마음을 담은 따뜻함이 묻어나는 것이며, 재미 또한 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논술같은 수다, 수다같은 논술(박기복 글, 예담 펴냄)’은 논술의 주춧돌을 이루는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이 논리적 사고를 배양해 내갈 수 있는 지도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초등논술, 책읽기, 글쓰기, 토론으로 나누어 펼쳐 보이는 논술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초등논술의 핵심은 사고력 향상에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자유로운 생각의 틀이 이 시기에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논술기교를 익힌다한들 그 논술은 죽은 논술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이 당연한 말이면서도 간과하기 쉽다. 아이가 논술문 형식을 빌어서 쓴 글을 볼 때 어른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춰 형식과 내용을 보고 틀린 부분부터 빨간 줄을 그어 나간다. 글을 쓴 아이의 솔직함과 독특함은 서툰 형식과 기성세대의 사고에 가려 평가받지 못하기 일쑤다. 그러나 논술이 인생과 공통점이 있다는 필자의 말에서 논술의 전부를 통찰하게 된다. 어른을 포함해 앞서 산 사람들의 인생이 정답이 아니듯이 그들의 생각이 옳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답을 찾는 것. 생각한 답이 충분한 근거와 자기 논리가 있는지, 자기 노력으로 찾은 것인지가 중요할 뿐......’

 인생이 그렇다. 정답지가 없는 것이다. 어느 타인도 내 인생을 평가할 권한이 없다. 스스로 살아온 인생을 평가하는 자신의 눈과 남겨진 느낌만이 평가의 전부이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자기평가에 관대할 수 없다. 스스로 안이하게 자위하더라도 내면에 스며드는 느낌은 거짓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논술에서 책읽기는 중요하다. 다독보다는 깊이 읽기가 책읽기의 핵심이다. 책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생각을 하며 읽는 것이고, 이는 사고력을 확장시킨다. 그래서 책읽기에서 이해하기는 생각하기의 전제조건이지만 이해하기가 생각하기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생각하기를 통해 필자의 책을 독자의 책으로 변화시킨다면, 읽은 책은 오래도록 독자의 뇌리에 남겨지게 된다. 깊이읽기를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필자는 독서노트 쓰기를 권장한다. 아이만 쓰는 독서노트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적는 독서노트 활동은 깊이읽기의 자극제가 되고 읽은 책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글이란 소통의 매개이다. 글의 형식과 내용, 문체에서 생각과 감정이 읽혀진다. 인간사이의 교감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게 글이다. 사고력이 미숙한 아이가 점점 성숙해가는 과정에서도 타인과의 교감이 필수적이다. 물론 책읽기도 교감의 대표적인 형태이지만 사고력의 모태를 제공한 부모나 가까운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은 사고력의 발달에 크나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부모와 함께 쓰는 독서노트는 아이에게 정서와 사고력면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온다.   

 글쓰기의 기본은 기교가 아니라 풍부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특히나 요즘 아이들은 도구적 합리성은 있지만 도덕적 합리성이 결여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타인을 배려하는 폭넓은 사고력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 가장 좋은 글이란 논리력이 완벽한 글이 아니라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시키는 형식인 만큼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 기계적인 합리성만 드러나는 글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진지한 경청이다. 제대로 들어야 상대의 의견을 발판으로 보다 설득력 있게 생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이야기 종합하기, 혼자 발표하기, 배경중심으로 이야기를 자극하는 활동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토론능력이 많이 향상됨을 알 수 있다.    

‘논술같은 수다, 수다같은 논술’은 아이들만의 창의성과 인간애가 묻어나는 논술이 진정 훌륭한 논술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과 기교가 아니라 애정과 관심이라는 사실. 애정과 관심이라는 보금자리 속에서 아이들은 지식을 탐구하고 터득해가며 사고력을 깊고 넓게 확장시켜 간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아이다움을 칭찬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야말로 최고의 논술지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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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세트 - 전4권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야기 속의 이야기

- 이야기 구조로 󰡔해리포터󰡕 읽기 -



1.

  1999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문학수첩 刊)이 처음 국내에 번역 소개된 이래 2005년 총 7부로 계획된 시리즈의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출간되기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는 줄곧 작품 자체의 뛰어난 문학성은 물론 그 경이로운 스토리만큼이나 놀라운 작품 외적 사건들(상상을 초월하는 책의 판매부수와 그에 필적하는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의 상업적 흥행 같은)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의 초점이 되어 왔다. 그리고 곧 다가오는 2007년도에는 시리즈의 완결판인 7부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해리포터를 창조한 작가(그녀야말로 진정한 마법사가 아닐까?) 조앤 롤링의 마법에 이미 완전하게 사로잡힌 전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은 어서 새해가 밝아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바보 같은 의문이겠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의 어떤 점들이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했을까? 무엇보다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해리포터󰡕 시리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면, 어지간한 독자라면 끝까지 읽기 전까지는 결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그 ‘무언가’는 무엇인가?


2.

  󰡔해리포터󰡕 시리즈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의 소산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랫동안 우리들의 관심과 흥미를 사로잡아왔던 익숙한 이야기 구조들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시리즈 초반에 주인공 해리포터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이모부댁(더즐리 가족) 계단 밑 벽장에서 살면서 이모부 가족으로부터 온갖 멸시와 학대를 받으며 살고 있는 11살의 소년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 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해그리드라는 거인이 찾아와 부모님의 죽음과 자신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주게 된다. 자신의 부모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해리도 보통사람(머글)이 아닌 마법사이고, 그것도 이미 한 살 때 자신의 부모님을 살해한 볼드모트라는 사악한 마법사를 물리친 위대한 영웅이며, 호그와트라는 마법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나 󰡔신데렐라󰡕를 연상시키는 이야기 구조이다. 허름한 다락방 구석에서 하인으로 천대 받던 소녀가 하루 아침에 훌륭한 가문의 무남독녀 외동딸의 신분을 회복한다는 󰡔소공녀󰡕의 이야기 구조와도 그리 낯설지 않다. 이러한 이야기는 누구나 그 나이 무렵에 가져 보게 되는 판타지(fantasy)가 아닐까? 판타지는 10대 청소년들에게 현실의 결핍을 보상하는 가장 경제적이고도 가장 낭만적인 방법이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해리포터는 시리즈 내내 헤르미온느와 론이라는 단짝 친구들과 함께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맞추기 힘든 퍼즐 조각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각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세 친구는 때론 갈등하고 때론 서로를 지지해 주고 협력하면서 사건 해결에 그들이 가진 능력의 최선을 다한다. 사건은 종종 미궁에 빠지거나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가져오고 그로 인해 해리와 친구들은 때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극적으로 짜 맞추어 마침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셜록 홈즈와 제임스 본드과 같은 전설적인 탐정이나 비밀첩보원의 이야기를 창조해낸 영국의 문화적 배경 때문인지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탐정소설이나 첩보소설과 같은 이야기 구조가 자주 보인다. 예를 들어, 여학생인 헤르미온느는 셜록 홈즈처럼 치밀한 논리를 전개하는 천재형의 인물로 그려져 있고, 그에 비해 론은 항상 한 발 늦는 조력자 왓슨처럼 그려져 있다. 한편 해리포터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종종 투명망토나 호그와트 비밀지도와 같은 신비한 물건들을 사용하는데, 이것들은 007 시리즈에서 궁지에 몰린 제임스 본드를 아슬아슬하게 살려주는 비밀무기들을 연상시킨다.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물건, 누구나 그런 물건을 갖고 싶어 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웅 이야기의 일반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웅들은, 남들과 다르게 태어나서(기이한 탄생·혈통) 어릴 때부터 남다른 능력이나 재주를 갖고 있지만(비범한 능력) 부모나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기아) 그러나 생명의 은인을 만나 도움을 받으며(조력자의 구원), 자기를 해치려는 무리와 싸워(적과의 투쟁) 자기가 처한 어려움을 물리치고(승리) 마침내 위대한 영웅이 된다는 것이다.


  마법사라는 혈통, 해리 자신은 물론 어느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자신의 마법적 능력, 일찍이 고아가 되어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하는 운명, 해그리드와 덤블도어,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론과 같은 친구들의 도움,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와 그의 추종자들인 죽음을 먹는 자들과의 목숨을 건 투쟁...  

  

  아직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해리포터가 위대한 마법사이자 영웅으로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대체적으로 해리포터는 일반적인 영웅의 이야기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 외에도 유럽의 여러 신화와 전설에서 차용한 인물과 이야기 요소들(인어, 늑대인간, 집요정, 켄타우로스, 거인과 용 등등)이 곳곳에 숨어 있지만 여기서는 그 모든 것들을 다 언급하기 어렵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면 이 글 맨 끝에 첨부된 도서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3.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도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오래된 내의(內衣)처럼 몸에 익숙한 이야기의 틀 속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종횡무진 엮어나가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정말 마법과도 같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상상의 나래를, 어른들에게는 어느새 잃어버린 행복했던 유년의 몽상을 되살려 주는 󰡔해리포터󰡕 시리즈. 올 겨울 온 가족이 함께 이 경이로운 마법의 세계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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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발전소 - 철학자에게 배우는 논리의 모든 것
옌스 죈트겐 지음, 도복선 옮김, 유헌식 감수 / 북로드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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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에도 날개가 있다

-‘생각발전소’를 읽고-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로 우뚝 설 수 있던 데에는 인간 생존조건에 세 가지 혁신이 있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알게 되고, 불을 발견했으며, 의사소통 방법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은 자연의 제약에서 획기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그전까지 인간은 자연계의 동물 중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였다. 강한 이빨, 빠른 다리,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등 그 무엇도 없었다. 그러나 손이 걷는 일에서 해방되어 도구를 자유롭게 쓰고, 불을 이용하고 집단생활을 보다 조직적이고 응집력 있게 이끌 의사소통 방법이 발전되면서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앞세워 인간을 사냥감으로 여겼던 맹수들을 오히려 사냥감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혁신적인 인간 생존 조건의 세 가지 변화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면 생각의 발전이 그 핵심 동력임을 알 수 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알려면 생각이 작동해야 한다. 또 불의 발견과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는 두뇌의 도움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의사소통이란 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생각의 교류를 의미한다. 이렇듯 인간이 생각을 발전시키게 되면서 자연계의 최고 왕관을 차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생각을 좀 더 세련되고 심도있게 발전시키는 방법들을 몸에 익힌다면, 인류의 생활에 더 없는 윤활유가 될 것이다.

 ‘생각발전소(옌스 죈트겐 지음, 북로드 펴냄)’은 독일의 철학교수이자 전문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옌스 죈트겐에 의해 쓰여진 철학 입문서이다. 특히 저자는 생각의 다양한 기술을 범주화하여 인류역사 이래 존재해왔던 수많은 철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열정과 냉소, 사실과 인용, 간접증거, 관찰, 본보기, 정의, 비유 등 철학자들이 보여준 생각의 기술들을 총 20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찾아와 바라는 게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가 왕에게 “해를 막아서지 말고 비켜주시구려.”라고 대꾸한 대목은 금지와 관습, 고정관념으로 얽힌 우리들 삶의 그물을 단칼에 베어내는 냉소적 도발이 있다. 또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조금만 바라면 되지.”라고 말한 점은 처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비교, 대조군의 변화 즉, 사태의 전체 맥락을 새로 바꾸고 세상과 현실에 새로운 얼굴을 부여하는 생각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간접증거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라든가, 권위를 끌어들여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방법, 일반적인 진술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뒷받침하는 본보기 등이 제시되고 있다. 또 정의를 통해 구체화시키기,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전하려는 뜻을 보다 분명하게 전해주는 비유의 방법, 독불장군처럼 자신만의 주장이나 생각을 담기보다는 가치있는 것들을 수집하여 자신의 주장에 살을 붙이는 방법, 추론, 생각실험들이 다양한 예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웃음과 재미, 독창적이고 놀라운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반전의 묘미는 특히 뇌리에 남는다. 반전의 묘미를 드러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마을버스 정류소에서 출입문을 연 채 마냥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앉은 중년 여인이 운전사에게 불만을 터뜨린다.

 “이 똥차 언제 출발해요?”

 그러자 운전사가 하는 말.

 “똥이 다 차야 떠나죠!”   

 이미 주어져 있는 요소들에 아주 조그마한 변화만 주어도 그 질서가 새로워지면서 놀라운 의미가 생겨난다.

 이외에도 패러디, 조합, 원인분석 등 여러 가지 생각의 교환 기술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앞의 다양한 기술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설득했듯이 크고 작은 희생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철학 즉 토론은 다양한 생각의 교환을 양식으로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의 교환에서 중요한 것이 생각기술들을 마음대로 구사하는 능력이다. 생각을 전달하는 데 날개를 달아주는 기술들을 숙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펼치기에 앞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타인의 생각, 반론도 항상 염두에 두고 의견을 개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토론의 목적은 대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이상 더 나은 진리가 없다는 주장만큼 어리석은 주장’은 없기 때문이다. 처한 상황에 따라 능숙하게 생각의 날개를 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날개는 항상 한 쌍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날개를 단 생각은 훨씬 높고 멀리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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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하룻밤 시리즈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이영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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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와 경제의 세계적 평등이 진정한 역사발전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를 읽고-


 역사란 내게 빛과 그림자였다. 빛이란 밝음으로써 확인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림자 또한 덥석 주어진 어떤 물건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는 불신의 의미가 들어 있다. 여러 역사적 자료들이 빛처럼 선명성을 보여주지만, 그 해석면에서는 그림자같은 모호함이 내게는 자리잡고 있었다.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중앙M&B)’는 역사에 대한 모호함을 많이 가시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비교적 공정하게 동서양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식민사관이 우리들 역사시각의 아킬레스건이어서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혹시 치우친 세계사적 시각을 접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쉽고 감정이 배제된 건조한 문체로  도표와 그림 등을 동원해 세계사 변화의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역사이해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역사교과서를 떠올려 비교해보면 오히려 이 책이 객관적 사실 전달에 충실히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우리들 시각에 거부감이 없도록 번역과정에 가공을 거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 책은 세계사의 흐름을 편년체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탄생에서부터 현대 디지털 혁명시대에 이르기 까지 간략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획기적으로 변화를 보이게 되는 계기는 직립과 도구의 사용, 농업혁명과 도시의 형성, 상업의 발달, 산업의 발달 등이다. 이런 변혁 과정에는 전쟁을 통한 수탈의 역사가 뼈대를 이룬다. 직립으로서 시야가 넓어진 인간은 사냥감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맹수들 보다 우위에서 사냥을 할 수 있게 된다. 식량이 확보될수록 인간은 다른 존재들 보다 우위의 수단과 방법, 도구들을 개발하게 된다. 농업을 통해 식량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인구 팽창을 가져왔으며, 도시의 형성과 이를 관리하는 지배계급이 등장한다. 지배계급은 각종 제도를 만들고 당시 여전히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품고 있던 인간들을 대상으로 왕은 스스로를 신격화한다. 자연신의 힘을 이용하여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법은 가장 손쉬운 통치 형태였을 것이다. 고대 4대 문명의  왕들은 모두 자신들을 신격화한다. 이들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 각종 왕들의 무덤이다. 강력한 권력이 아니면 이 거대한 것들을 건설할 인력을 동원할 수 없었다. 왕권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쟁을 통한 식민지 약탈이 자행되고 식민지인들을 노예화하여 노동력을 확보한다. 또한 식민지의 농업생산물이나 수공업품 등 모든 산물이 정복한 왕과 정복군인들의 수중에 들어온다. 왕은 정복군인들과 식민지 물자를 분배하면서 서로 이익을 나누고 이런 과정에 전쟁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군사력을 가진 호족(귀족, 군인관료)들이 힘을 확보하게 되면 왕권이 다른 지배자에게 넘어간다. 이러한 예들이 역사의 흐름을 통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정복식민의 시대는 고대 ·중세 · 근대 역사의 공통된 특징이다. 정복자가 쇄하면 정복당하고 다시 이들이 힘을 모아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변화가 거듭된다. 서양중세로 넘어오면서 봉건영주제가 등장하지만 이 또한 지배권력의 힘이 기사계급에게 분산된 형태이다. 중세의 절정기에는 세속권력이 기독교 교황에게로 넘어가 신의 대리자들이 왕권을 능가하는 권력을 누리기도 했다. 다시 근대로 들어서면서 절대왕권시대를 맞게 된다. 고대를 답습한 왕권신수설이 등장한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이루어진 상업과 수공업, 산업의 발달은 지배권력이 점점 평민에게 분배되는 과정과 함께 한다. 물론 그리스로마시대에도 전쟁에 수훈을 세운 평민들이 정치참여를 요구해 일정기간 평민회를 통해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나, 실제 전체 인구 중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노예가 국가인구의 70%이상을 차지했었다. 따라서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는 원시민주주의 형태였다.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는 분야가 정치이다. 일부 지배계급이 정치와 부를 독점했던 고대와 중세를 지나, 근대이후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시민의식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시민들은 인본주의의 이념적 바탕을 기치로 시민혁명을 거듭하면서 지배권력을 왕과 귀족에게서 평민, 노예 모두에게로 가져왔다. 그러나 식민지의 시대를 벗어나 국민국가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경제적 평등은 이룩되었다고 볼 수 없다. 아직도 공업기술과 선진 테크노 기술을 독점하는 선진국과 선진국 산업의 원자재를 공급하는 후진국 사이에 경제적인 불평등이 잔존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현대 자유무역의 여전한 함정이다. 역사의 발전이 정치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적 수혜에서도 평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역사발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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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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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아직 읽지 못하고 영화로 먼저 봤습니다. 간단한 감상입니다.


1.

영화 ꡔ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ꡕ은 이야기의 소통에 관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아니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면 소설 몇 권을 나올 것이라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푸념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물과 같다. 이야기는 막힘없이 흘러야만 한다. 이야기는 소통(疏通)을 위한 것이다. 이야기가 억눌리고 서로 소통되지 못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한(恨)이다. 한은 억눌린 이야기, 소통되지 못한 이야기이다. 우리네 옛 어머니들이 할 말이 있어도 차마 말로는 못하고 주먹으로 가슴을 탕 탕 치는 이야기가 바로 한이다. 


ꡔ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ꡕ은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문유정(이나영 분)이란 여자, 강윤수(강동원 분)란 남자의, 서로 전혀 다른 배경과 줄거리, 화법과 뉘앙스를 지난 이야기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넘나들면서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이다.



2.

대내외적인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우리는 상담이란 행위에 의존하곤 한다. 상담이란 문자 그대로 상담(相談)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나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야기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소통(疏通)이다. 나의 이야기와 당신의 이야기가 서로 소통될 때, 내가 당신을 구원하거나 당신이 나를 구원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것이다.


15살에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한 유정은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이야기하지만 이기적이고 허영심 많고 남들의 이목과 체면을 중시하는 어머니에게 묵살 당한다. 자신을 강간한 사촌오빠보다 어머니를 더 증오하게 된 그녀는 자살을 시도하고, 그 후로 두 차례 더 자살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살아남아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앞 못 보는 어린 동생과 자신(윤수)을 고아원에 버린 엄마를 어렵게 찾아간 어느 겨울날, 엄마는 자기도 살자며 윤수 형제를 문전 박대한다. 그 길로 형제는 앵벌이와 노숙의 길로 접어들게 되고, 전직 가수였던 유정이 야구경기에서 불렀던 애국가를 제일 좋아했던 윤수의 동생은 어느 날 아침 싸늘하게 얼어 죽는다.


괴테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라고 말했다. ‘여성적인 것’의 다양한 함의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영원히 여성적인 것’은 바로 모성이 아닐까? 우리는 남과 여,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상처받고 힘겨울 때마다 어머니, 아니 ‘엄마’를 떠올린다.


그 2음절의 나약한 양순음(兩脣音)이 그보다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강건한 아버지보다 더 의지가 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어쩌면 아버지라는 사회적 존재가 상명하달(上命下達)의 수직적인 인간관계의 표상이라면, ‘엄마’는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 수평적 인간관계, 더 나아가 나의 일방적인 하소연마저 포용할 수 있는 원초적인 자궁(子宮)과 모태(母胎)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러한 ‘엄마’란 존재로부터의 외면과 거부는 당사자에게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 큰 상실감과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까? 


유정과 윤수는 모두 자신들의 ‘엄마’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래서 유정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가시 돋친 말과 행동으로 불화하며 충동적으로 손목을 긋거나 약을 먹었고, 윤수는 끊임없이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는 세상과 운명의 힘에 불가항력적으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어서 빨리 사형 당하기만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3.

어머니로부터 근원적이고 치명적인 외상(外傷)을 입은 유정과 윤수를 연결시켜 그들에게 소통의 기회를 준 사람은 또 다른 ‘어머니’인 유정의 ‘고모(姑母)’ 모니카 수녀(윤여정 분)이다.


자식들의 문제 앞에 섣불리 나서거나 안타깝고 애달아 발을 동동거리는 어머니가 아니라, 가시나무처럼 타인과의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두 사람이 공통의 상처를 가지고 있음을 꿰뚫어 보고,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스스로를 치료하고 구원할 기회를 주는 지혜와 통찰력을 가진 현명한 어머니. 영원한 기다림으로서의 어머니 말이다.


그 어머니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만나고, 어색하고 삐걱거리는 겉도는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자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4.

구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러한 고해성사를 통해서만이 우리는 용서받을 수 있으며 용서를 통해서 우리는 구원받는다. 용서가 곧 구원이다. 그리고 용서를 통해 용서한 자도, 용서받는 자도 모두 구원받는다. 거기에 한낱 우리 인간으로서는 헤아릴 길 없는 절대자의 섭리가 있다. 


아무 죄 없는 파출부였던 자신의 딸을 윤수 때문에 잃은 박 할머니(김지영 분)는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봉사하는 유정의 고모 모니카 수녀를 통해 살인자 윤수를 만난다. 박 할머니와 마주하게 된 윤수는 눈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빌고, 증오와 복수심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던 박 할머니는 자신이 저지른 죄 앞에 떨고 있는 윤수를 용서한다. 그럼으로써 자신 또한 원망과 증오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어느 날 유정은 비밀을 죽음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사형수 윤수에게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갑작스런 유정의 고해에 윤수는 “미안합니다. 내가 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죽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는 게 지옥 같았는데... 내 살고 싶어졌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날 밤 유정은 오랜만에 깊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고 윤수는 잠이 들지 못한다.


서로 깊숙이 숨겨 놓았던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갈 즈음 윤수의 사형 집행이 예정된다. 윤수가 어떻게든 살아있기만을 바라는 유정은, 기적이라도 바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모진 말 때문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찾아간다.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어머니를 용서한 유정은 어머니에게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말한다. 유정은 어머니를 용서함으로써 진실로 스스로에게 용서받는다.   


마침내 사형대 앞에 선 윤수는 “모든 것이 나를 외면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괴테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사랑하는 여인이자 누이인 유정을 통해 윤수는 자신을 외면한 세상 모든 것들과 화해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렇게 윤수는 세상 모든 것들에 용서를 구함으로써 세상 모든 것들을 용서한다.     



5.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고정불변한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넘치는 살아있는 그 무엇이다. 따라서 이야기는 계속된다. 하나의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 사이에 분명 존재하는 것 같은 괴리조차도 간단한 접속부사 하나로 얼마든지 이어지고 소통된다.


이야기는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다다른다. 모든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들이 흐르고 흘러 도달하는 곳. 거기에 거대한 삶의 이야기,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나와 너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목요일 10시 ~ 13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귀 기울여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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