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양장)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해리포터 시리즈>는 7부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고아로 학대 받고 살던 11살 소년이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를 볼드모트란 반동인물과의 투쟁을 통해 깨달아가는 성장소설이다. 누구나 사춘기에 들어서면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또래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역할 모델(때론 반면교사)이 될만한 주변의 어른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한다.

 

성장은 밝고 긍정적이고 활기차기만 한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어둡고 부정적이며 고독한 과정이기 십상이다. 누구도 진정 자신을 이해할 수 없으며,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를 확신하기 어렵다. 알 수 없는 충동에 휩싸여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의 나약한 노예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론 유년의 불완전하고 의존적인 안정감 속에 매몰되어 현실감을 상실하거나 자기 파괴적인 행위 속에서 불안감을 회피하려고 하기도 한다.

 

7부에서 해리는 덤블도어가 자신에게 남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친구들과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볼드모트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영혼을 쪼개어 감추어 놓은 호크룩스를 찾아 파괴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했듯 덤블도어 교수는 해리와 그 친구들에게 그 어떤 명확한 단서를 주거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오로지 해리와 그 친구들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역경을 극복해 나가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해리와 그의 친구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와 불안을 겪기도 하고, 힘든 환경 속에서 서로 간의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1부에서 6부에 이르는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복선들이 7부의 복잡한 스토리 라인에서 마치 조각 퍼즐처럼 제 짝을 찾아 맞추어 나간다. 그 와중에 이제까지 그 이상 더 현명할 수 없고, 너그러울 수 없으며, 완벽해 보일 수 없는 덤블도어의 과거와 해리의 엄마를 영원히 흠모해 왔던 스네이프 교수의 반전이 절묘하게 엮여들어 간다. 더이상 피할 수 없는 결전이 호그와트에서 벌어지고 수많은 생명이 희생하는 가운데 해리는 자신이 볼드모트의 7번째 호크룩스이고 자신이 죽지 않으면 볼드모트 또한 죽일 수 없단 사실을 깨닫고 볼드모트에게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다. 

 

그러나 해리의 희생은, 애당초 해리가 아기였을 때 볼드모트의 행한 저주가 해리에게 남긴 그 자신의 영혼의 일부를 완전히 파괴하는 반전을 가져온다. 즉 해리 안에 남겨져 있던 볼드모트의 영혼은 파괴되었으나 해리는 죽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죽은 것처럼 가장한 해리는 마침내 친구들의 도움으로 마지막 호크룩스인 내기니를 제거하고 볼드모트와 최후의 일전 끝에 그를 물리치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9년 후 어른으로 성장한 해리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을 과거의 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호그와트에 보내기 위해 킹스 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에 모이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작품 전체에 죽음이란 다소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깔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의 끝, 완전한 종결인가? 죽음을 뛰어넘어 죽음을 지배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인간에게 죽음마저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는가? 하는 이와 같은 문제들이야말로 볼드모트, 덤블도어, 해리, 나아가 작가인 조앤 롤링이 추구한 가장 거대한 의문이었다 할 수 있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해리의 자발적인 죽음(희생)과 그로 인한 볼드모트의 몰락(죽음)은, 이제 성인이 된 해리가 자신이 억제할 수 없었던 생각과 감정을 통제하고, 유년의 비독립적이고 무의식적인 삶을 마감하고 성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상징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어쨌든 <해리포터 시리즈>는 정체성 불안을 겪는 한 사춘기 소년이 한 사람의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할 통과제의로서의 갈등과 모험을 환상적인 수법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는 해리가 이 세상 누구보다 더 자신을 이해해 주고 자기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친구들과, 덤블도어, 해그리드, 시리우스, 위즐리, 그리고 스네이프와 같은 어른들의 도움으로, 용기 있게 자기 앞에 주어진 삶의 모험 속으로 뛰어들어 모든 위험을 극복하고는 마침내 성숙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춘기는 인간의 성장과 성숙이라는 가장 위대한 마법이 벌어지는 신비한 시공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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