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에서 만난 하나님
성소은 지음 / 삼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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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좋은 책 한 권을 읽었다. 성소은 씨의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삼인)은 진리에 목말라 했던 한 순수한 영혼의 신앙 간증이자 깨달음을 향한 절절한 구도기이다. 개신교에서 성공회로, 다시 불교를 거쳐 오직 유일한 삶 속으로 돌아온 그녀의 영적 여행을 통해 종교 간의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는 물론, 21세기 영성 시대를 위한 새로운 종교현상의 지평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다음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의 일부분이다.

 

어느 날이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는 방선죽비가 쳐지고 내내 앉았던 다리를 풀고 조용히 방으로 돌아왔다. '나'라는 것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종일 말도 없고 생각도 없이 묵혔던 '한 몸 덩어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빈 물체인 양 방 안을 서성이다가 하루를 마감하는 의식을 하고자 옷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돌리니 와락 거센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머리와 온몸이 뜨거운 물에 젖어들어 갔다. 그 순간이었다. '내'가 보이지 않았다. 사방으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섞여 흩어지듯 의식이 산산이 부서지며 허공에 뒤섞여 사라지고 주위는 내가 되었다. 환상이 깨어지면서 내가 환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아……!"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게 있었다. 부족함도 넘침도 없이 온전하 세상만이 있을 뿐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함이다. 이무소득고(以無所得故)라 했던가…. 이미 구족되어 있는 충만한 내가 허공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없는 내가 보였다. 무아의 민낯이었다.

 

하늘과 땅과 나라는 존재가 하나가 되었다. 삼위일체다. 존재와 존재를 둘러싼 우주를 하나로 엮는 코드가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선명하게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천지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덩어리인 것이다. 이는 감추어져 있지 않은 비밀이자, 누구라도 손에 넣을 수 있는 대명천지에 드러나 있는 보물이기도 했다. 열쇠는 내 안에 있었다.

 

'의식이 산산이 부서지며 허공에 뒤섞여 사라지고 주위는 내가 되었다. 환상이 깨어지면서 내가 환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아, 할렐루야!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게 있었다. 부족함도 넘침도 없이 온전하 세상만이 있을 뿐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함이다. 이무소득고(以無所得故)라 했던가……. 이미 구족되어 있는 충만한 내가 허공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오, 지저스! '천지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덩어리인 것이다. 이는 감추어져 있지 않은 비밀이자, 누구라도 손에 넣을 수 있는 대명천지에 드러나 있는 보물이기도 했다.' 아, 아멘!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것이 어찌 하나님의 은총이자, 부처님의 은혜가 아니겠는가?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성경의 말씀과,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을 갖추고 있다는 불경의 말씀이 바로 이 사건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 하나님 아버지, 관세음보살!!!! 참 멋있는 여자다. 출격대장부, 격식을 벗어난 씩씩한 사람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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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서 영원으로 - 불필스님 회고록
불필 지음 / 김영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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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서 영원으로>는 현대 한국불교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성철 스님의 딸 불필 스님의 회고록이다. 성철 스님의 딸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어느새 한국 비구니계의 원로가 된 불필 스님의 생애를 통해 그의 생부였던 성철 스님과 그의 은사인 인홍 스님의 면모를 살펴 볼 수 있는 귀중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한참 세속의 번뇌로부터 벗어나 깨달음의 피안을 구하던 이십대 후반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비롯하여 처음으로 백련암에서 3천배를 하고 불명과 화두를 받았다. 그 후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한 재가 단체에서 참선 수행을 한 이력도 있으니 성철 스님은 내 공부의 첫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지금도 가끔 백련암 법당에서 대중들과 3천배 하던 날 밤이 떠오른다. 암자 마당에 있던 기암괴석, 주위의 낙락장송과 아침 공양으로 먹은 연자죽. 끊어질 듯 허리가 아팠던 아비라 기도, 백팔예참. 원택 스님에게 세뱃돈도 타고, 해인사 선원 유나였던 원융 스님을 뵈었던 일... 모두가 어젯밤 꿈 속이 일인듯 어슴프레 가물가물하다. 

 

이 공부 길에 대한 신심과 원력이 일상의 업력에 매몰되어 갈 즈음 서릿발처럼 정신이 번쩍 나게 해 주는 장군죽비와 같은 책이었다. 겸양 탓인지 당신이 해 온 공부 살림살이는 거의 내놓지 않아 아쉽지만... 이 두꺼운 책의 내용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성불을 위해서는 일체를 희생하라."

 

나무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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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밖의 나 - 김연수 명상에세이
김연수 지음 / 청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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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마음수련원의 수행법 관련 책도 낸 적이 있던 김연수의 <내 밖의 나>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 사람도 무척이나 깨달음을 갈구했던 모양인지 마음수련원과 인연을 접고 나름대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듯했다. 예전의 <깨달음도 버려라>나 <내 안의 신을 보라>보다 견해가 바르게 정리되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매우 명민한 사람이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인 것 같은 '나'와 '세계'가 사실 우리의 착각에 기인한 꿈이나 환상같은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한 착각은 생각, 감정, 감각, 관계, 시간, 공간이라는 우리의 잘못된 여섯 가지 존재방식(저자는 이것을 six zone이라 부른다)과의 동일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이러한 존재방식의 변화,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때 이러한 착각, 꿈, 이야기로부터 깨어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미망(迷妄)의 현실에 대한 섬세한 분석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으나 몇 군데 여전히 견해가 바르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다. 우리의 정체성은 곧 우리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기에 그 생각을 바꾸기만 하면 얼마든지 우리는 우리의 삶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도 여러 차례 저서에서 언급하는 <시크릿>류의 사고 교정을 통한 자기 개조는 다분히 세속적이고 올바른 진리에 입각한 것은 아닌듯 싶다.

 

그리고 저서 전체를 통해 생각, 관점의 변화만 있으면 특별한 수행 과정 없이 손쉽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가 운영하는 '거듭나기'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수행프로그램을 보면, '식즈존 명상', '헤븐존 명상'에 이어 '마스터 과정' 과 같은 단계들이 시설되어 있다. 그 자신이 과거에 몸 담고 있었던 마음수련원에서 익힌 습이 발현된 것인지 왠지 그의 정연한 이치와 상반되는 듯한 괴리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솔직히 그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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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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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책읽기가 고역일 때가 있다. 어떤 일로 의무감 때문에 내키지 않는 책을 읽어야 할 때나, 무언가 기대감이 들어 집어 든 책이 너무나 형편 없는 이야기로 점철될 때가 그렇다. 모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시간을 파는 상점>은 위의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되어 책 읽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한 심사위원이나 편집자들은 도대체 문학적 소양이나 문화 상품 생산자로서의 양심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냄새만 피울 뿐 애초부터 없었고, 스토리텔링은 너무나 지지부진한데다가, 이야기 속의 캐릭터들은 너무나 관념적이어서 현실성이 없다. 

 

최대한의 인내심을 가지고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난 후 나의 독후감은 한 마디로 요약되었다. '아놔~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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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식의 수심결 강의 - 홍익학당 고전강의 01
윤홍식 지음 / 봉황동래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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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영성의 시대이다. 과학의 시대, 기술과 정보의 시대를 넘어 인간의 참된 본성, 영성을 일깨우지 않고서는 더이상 인류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시점에 우리는 와 있다. 다행히도 지구촌 곳곳에서, 우리나라 여기저기에서 우리들의 참된 본성을 일깨워주는 눈 밝은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홍익학당과 홍익선원을 이끌고 있는 윤홍식이란 이도 바로 그러한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영성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의 수행과 공부를 통해 투철한 안목을 갖추었으니 참으로 귀한 분이다. 게다가 자신의 체험적 지혜를 천차만별의 근기를 가진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재주 또한 갖추었으니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랄까? 앞으로 많은 이들이 이 사람의 가르침에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그가 고려 시대의 선지식 보조 지눌의 <수심결>을 풀어 쓴 것이 <윤홍식의 수심결 강의>이다. 보조의 저작 자체가 비교적 쉽게 우리의 본성을 바로 깨달을 수 있도록 씌어져 있으나 천여 년이란 시간의 간극과 한자어에 갇힌 개념들을 오늘의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윤홍식과 같은 이들의 연의(演義)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나친 친절이 도리어 폐가 되는 격이랄까, 보조 스님의 간결한 가르침에 너무 과한 주석이나 자신이 고안한 여러 단계적 절차에 대한 언급이 독자들의 즉각적인 이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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