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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몬스터에게 친구가 생겼어요
최은주 옮김 / 홍진P&M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야수에게 물어보거든....‘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할 권리는 있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고 시기할 권리는 없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어떤 장면을 목격하거나, 특별한 물건을 보았을 때, 우리는 기억과 취향,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정보 속에서 불러낸 이미지를 가지고 대상을 평가하게 된다. 제일 먼저 느낌이 발동한다.
‘어 저 옷은 아닌데. 저건 내 타입이 아니야. 저 물건은 꽤 예쁜데. 마음에 쏙 들어. 저 사람 어떻게 저 모양으로 생겼지? 아침부터 재수가 없네.’
이러한 평가는 행위를 불러온다. 생명력이 없는 물건에게는 그 평가가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겠지만, 생명체, 특히 심리체계가 끊임없이 요동치는 인간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개짓 한 번이 지구상의 엄청난 해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인간의 심리 세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흔히 발생하는 ‘왕따’도 개개인이 보인 단순한 혐오가 모여 피해당사자의 인생자체를 뒤바꿔 놓는다.
‘괴물 몬스터에게 친구가 생겼어요(크리스 웜멜 글/그림, 홍진P&M 펴냄)’와 ‘미녀와 야수(잔-마리 르프랭스 드 보몽 글, 안느 롱비 그림, 베틀북 펴냄)’는 우리들이 갖게 되는 혐오에 대한 기호가 상대에게 가해 행위로 번졌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괴물 몬스터에게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외모가 흉측하게 생겨서 괴물이 동굴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모든 동물들이 꽁무니를 빼고 도망갔으며, 꽃들도, 들판의 풀들도 시들었다. 심지어 푸른 하늘마저 햇빛을 거두고 비와 눈을 뿌렸다. 괴물 몬스터 주변은 말 그대로 사하라 사막이었다. 그러나 몬스터의 마음까지 흉측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늘 외롭고 쓸쓸했다. 몬스터는 바위를 쪼개 동물들을 만들었다. 다 만들고 기쁨에 겨워 크게 웃자, 그 동물조상들마저 모두 부서지고 말았다. 그런데 단 하나. 토끼상만은 깨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괴물은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는 토끼상을 옆에 두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그리고 늙어갔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돌토끼가 서 있었다. 그는 행복했다. 비록 돌일지라도, 아니 돌이기에 그와 변함없이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괴물은 죽어갔다. 그러자 비정한 자연이 슬그머니 동굴 주위를 생기롭게 바꾸었다. 새싹이 트고, 꽃이 피고, 동물들이 몰려 들었다. 푸른 하늘이 덤불에 파묻혀 가는 돌토끼와 동굴을 비쳤다.
‘미녀와 야수’는 미추(美醜)에 대한 고정관념을 각성시키는 대표 유럽민담이다. 아름답다는 뜻을 이름으로 가진 ‘벨’이라는 아가씨가 있었다. 벨은 아버지 대신 야수의 성에 갇히게 되고, 차츰 야수의 외모에 가려진 아름다운 마음을 알게 된다. 결국 벨이 야수에게 사랑을 고백하자, 야수가 마법에서 풀려나 멋진 왕자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성형기술이 발달되어 있다지만 사람의 타고난 생김새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내면을 아름답게 가꾼다면 그 모습이 외모에 묻어나겠지만, 우리 사회가 그것을 읽어낼 만큼의 여유와 인내심이 없다. 타고난 외모가 개인의 선택사항이 아닌 만큼, 괴물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잘못이 있다면 괴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취향과 기호는 누구나 누릴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외모에 대한 혐오감을 과잉 일반화하여 대상의 몸과 마음 전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쓰여서는 안된다. 더더군다나 과잉 일반화에 이은 가해행위는 더더욱 옳지 않다.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아름다운 벨은 생각했다.
“추하게 생긴 것도 머리가 좋지 못한 것도 야수의 잘못이 아니잖아? 대신에 야수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어.”
미추의 잣대를 외모보다는 마음에 두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갖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는 교훈으로 끊임없이 제기될 뿐 실상은 외모 중심의 미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실물로 들어오는 대상에 대한 판단은 빠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려면 깊이 있는 사고와 경험을 통해 마음의 눈이 뜨여야 한다.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전에 개인의 기호와 그것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추’ 소재의 동화들에서 읽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