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1 (양장) - 개정판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인 소설의 구성 단계 상 <마법사의 돌>이 발단, <비밀의 방>과 <아즈카반의 죄수>, <불의 잔>이 전개에 해당한다면, 5부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위기 부분에 해당한다. 4부 <불의 잔>에서 케드릭 디고리의 죽음 이후 시리즈는 급격히 혼란과 두려움, 불신과 갈등과 같은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하게 된다. 

 

호그와트 5학년생인 해리는 이제 열다섯이다. 다시 돌아온 볼드모트의 위협에서 겨우 살아돌아 온 해리의 이야기를 대다수의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법부 장관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해리와 덤블도어의 이야기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오히려 그들을 억압한다. 특히 해리는 프리벳가에 나타난 디멘터에게 마법을 사용한 죄로 청문회에 출석하여 조사까지 받는다.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에 맞서기 위해 덤블도어를 따르는 마법사들의 조직 불사조 기사단은 시리우스 블랙의 부모님 집을 본부로 사용한다.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을 비롯한 위즐리 형제들도 불사조 기사단에 참여하려 하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한다. 마법부의 추적을 받고 있는 시리우스 또한 집 안에 갖혀 지내는 자신의 신세에 허탈해 한다. 한편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속시원한 설명을 듣지 못한 해리는 점점 화를 내는 일이 잦아진다. 

 

우여곡절 끝에 해리는 호그와트로 돌아왔으나 마법부에서 파견된 새 어둠의 마법 방어술 담당 엄브릿지 교수로 인해 학교는 엉망이 되어 버린다. 엄브릿지는 마법부 장관을 등에 업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마법 사용을 금지 시키고, 장학사가 되어 트릴로니 교수, 해그리드, 맥고나걸 교수 등과 충돌한다. 해리는 계속해서 이상한 꿈을 꾸게 되면서 불안해 한다. 해리와 볼드모트의 의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염려한 덤블도어는 스네이프로 하여금 해리에게 정신 방어술(오클러먼시)을 익히게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전부터 미묘한 감정을 가져 왔던 래번클로의 초 챙과의 로맨스도 엉망이 된다.

 

해리의 말을 믿는 일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익히기 위해 만든 '덤블도어의 군대'란 금지된 모임이 발각되면서 덤블도어는 교장직에서 물러나고 호그와트는 엄브릿지의 통제 아래 놓인다. 론의 쌍둥이 형 프레드와 조지는 더이상 호그와트에 머물 이유가 없어지자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학교를 떠난다. 해리는 호그와트 졸업 후 진로 선택에 중요한 O.W.L (표준마법사수준) 시험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학교 생활이 이어진다. 계속해서 반복되던 꿈에서 볼드모트에게 사로잡힌 시리우스의 모습을 본 해리는 그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꿈 속에서 보았던 마법부의 미스터리 부서로 간다. 그러나 그 꿈이 해리와 볼드모트와 관련된 중요한 예언을 손에 넣기 위한 볼드모트의 함정임을 발견하고 죽음을 먹는 자들과 싸움을 벌인다.

 

뒤늦게 해리 일행을 구하러 온 불사조 기사단과 죽음을 먹는 자들과의 싸움에서 시리우스는 사촌 벨라트릭스에 의해 사망한다. 벨라트리스를 추적한 해리는 다시 한번 볼드모트를 만나게 된다. 그 순간 덤블도어가 나타나 볼드모트와 일전을 벌인다. 볼드모트는 해리의 몸 속으로 들어가 덤블도어로 하여금 해리 자신을 죽여달라 하게 만들지만 실패한다. 마법부는 뒤늦게 볼드모트와 그 추종자들이 돌아왔음을 인정하게 된다.

 

호그와트로 돌아온 해리는 자신 때문에 시리우스가 희생되었다는 자괴감과 분노로 덤블도어에게 덤벼든다. 덤블도어는 그런 해리를 이해하며 그동안 말해주지 않았던 몇 가지 비밀을 알려준다. 왜 볼드모트가 어린 해리를 죽이려 했는지와 왜 해리는 더즐리 가족과 함께 살아야만 하는지... 해리는 슬픔과 허전함, 깊은 외로움을 느끼면서 방학을 맞이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아이들이 보는 동화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어둡다. 그리고 작품 전반에 죽음이란 소재가 무겁게 자리 잡고 있다. 1부의 시작부터 부모님의 비참한 죽음 이후에 살아남은 해리의 이야기이다. 작품의 중반을 넘어서 4부, 5부, 6부, 7부에는 각각 해리와 관련된 여러 인물들이 죽는다. 어떤 면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적절한 독서물이 아니다. 적어도 중학교 고학년 이상에서 어른들이 주 독자층이어야 한다.

 

죽음이란 현상, 인간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이 사건은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특히 사랑했던 이와 영원한 결별을 맞이해야 할 때, 그 극복할 수 없는 슬픔과 가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은 인간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든다. 작가 조앤 롤링도 사랑했던 어머니를 비교적 일찍 잃고 극심한 심적 고통에 시달리 경험이 있다. 죽음이 소멸시키는 것과 그것 이후에도 남아 있는 것. 죽음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죽음으로써도 어찌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해 <해리포터 시리즈>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5부 <불사조 기사단>은 본격적인 사춘기를 맞이 한 해리의 불안하고 혼란스런 심적 상태가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자신조차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의 충동과 사악함이 드러나는 이 시기는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에게도 매우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의 성숙한 개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 시기는 행복했던 유년기의 종말이자 두려운 성인기로 진입하는 새로운 탄생의 시기이기도 하다. 일찍이 <데미안>이란 소설에서도 인간의 성숙이란 하나의 세계의 파괴를 의미한다고 했다. 덤블도어가 기르는 불사조 퍽스처럼 해리 또한 하나의 죽음을 딛고 다시 하나의 새로운 탄생을 맞이해야만 한다. 과연 해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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