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밖의 나 - 김연수 명상에세이
김연수 지음 / 청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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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때 마음수련원의 수행법 관련 책도 낸 적이 있던 김연수의 <내 밖의 나>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 사람도 무척이나 깨달음을 갈구했던 모양인지 마음수련원과 인연을 접고 나름대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듯했다. 예전의 <깨달음도 버려라>나 <내 안의 신을 보라>보다 견해가 바르게 정리되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매우 명민한 사람이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인 것 같은 '나'와 '세계'가 사실 우리의 착각에 기인한 꿈이나 환상같은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한 착각은 생각, 감정, 감각, 관계, 시간, 공간이라는 우리의 잘못된 여섯 가지 존재방식(저자는 이것을 six zone이라 부른다)과의 동일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이러한 존재방식의 변화,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때 이러한 착각, 꿈, 이야기로부터 깨어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미망(迷妄)의 현실에 대한 섬세한 분석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으나 몇 군데 여전히 견해가 바르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다. 우리의 정체성은 곧 우리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기에 그 생각을 바꾸기만 하면 얼마든지 우리는 우리의 삶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도 여러 차례 저서에서 언급하는 <시크릿>류의 사고 교정을 통한 자기 개조는 다분히 세속적이고 올바른 진리에 입각한 것은 아닌듯 싶다.

 

그리고 저서 전체를 통해 생각, 관점의 변화만 있으면 특별한 수행 과정 없이 손쉽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가 운영하는 '거듭나기'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수행프로그램을 보면, '식즈존 명상', '헤븐존 명상'에 이어 '마스터 과정' 과 같은 단계들이 시설되어 있다. 그 자신이 과거에 몸 담고 있었던 마음수련원에서 익힌 습이 발현된 것인지 왠지 그의 정연한 이치와 상반되는 듯한 괴리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솔직히 그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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