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해커스 외환전문역 1종 최종핵심정리문제집 - 실전모의고사 2회분ㅣ이론정리+문제풀이 무료 인강ㅣ하루 10분 개념완성 자료집ㅣ무료 바로 채점 및 성적 분석 서비스ㅣ본 교재 인강 2024 해커스 외환전문역
민영기.해커스 금융아카데미 지음 / 해커스금융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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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산운용사와는 달리 외환전문역은 1종이라고 해도 아직은 독립자격증 같은 느낌이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투자자산운용사라고 해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반면 취득 난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고, 따라서 취준생의 스팩 쌓기용으로는 알맞다고 하겠습니다. 교재의 분량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외워야할 내용이 많고 그 내용들도 여태 잘 접해보지 못한 사항들이 많아서 공부하기가 꽤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시험이야말로 단기간에 필요한 내용만 싹 추려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종결지어야 할 성격입니다. 

해커스 교재들이 다 그렇지만 일단 책 앞에 표준학습플랜이 제시되고 각 시험 시간별 과목, 응시 시 유의사항 등이 설명됩니다. 이 교재는 좀 독특한 점이, 적중실전모의고사가 책 맨앞에 부록으로 붙어서 나옵니다(가위 등으로 절취 후 휴대 가능). OMR 시트는 책 맨뒤에 본문과 함께 인쇄되었습니다. 미니 요약정리집은 따로 없는데, 어차피 이 시험이 출제범위가 아주 방대하다거나 한 건 아닌데다, 이 교재 본문만 철저하게 대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또 이 교재는 해커스의 다른 시험 최종핵심정리문제집들과는 달리, 개념 요약 설명 부분이 따로 없고, 전부 문제로만 이뤄졌습니다. 물론 문제가 곧 개념이라고 생각하고 한 문제도 빼놓지 않고 모두 풀고, 또 외워야 하겠습니다. 

제1과목은 외환관리실무인데 관련 법규, 규칙 등을 다룹니다. 지급 방법이나 수출입 절차는 이 1종 말고 2종 시험에서도 일부를 다루지요. 1교시 중 자본거래 파트에서 p105의 04번 문제를 보면 대외지급이 인정된 자금으로서 대외계정에 예치대상이 아닌 걸 묻습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원화계정이 무엇이고 자유원계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원화계정은 외국인이나 비거주자가 한국에 두는 계좌인데 당연하지만 이용에 많은 제한이 있습니다. 대외지급도 인정이 안 되죠. 이래서 특히 교포 등을 위해 자유원계정을 둔 것인데, 거주자/비거주자 개념을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원칙적으로는 세법을 좀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뭐 그럴 시간은 부족하겠지만. 

위 문제처럼 출제빈도 ★★★의 중요 출제 사항이, p138의 문제 07입니다. 내용이 어렵다는 게 아니라 출제 빈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서 다른 숫자는 다 페이크고, 투자 비율 10%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투자비율이 10%가 안 되면 임원 파견이 되어 있든지, 아니면 기술 이전 계약이 부대조건으로 붙었든지가 되어야 하는데, 선지 ③의 6개월 이상 제품 구매계약은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사실 해당 법에는 규정이 없습니다. 이렇게 개념 체크를 위한 문제들(개념완성문제+출제예상문제)이 본문이고, 이 개념 문제 세트가 끝나면 "약점 극복 실전 테스트"가 이어집니다. p153의 17번 문제는 배점이 2점인데, 답은 ②입니다. 상호계산은 본래 상법상에 규정된 제도인데, 해당 선지에서는 보관 기간이 틀렸습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런 경우 보관기간이 10년이라면 그건 너무 길지 않겠습니까. 

개념완성문제 코너의 모든 문항 위에는 이 문제가 개념 중에서 어떤 항목에 관한 것인지 표시가 되었습니다. 제2과목은 외국환거래실무입니다. p175의 03번을 보면 ★★★로 자주 나오는 사항이고, 유형으로만 보면 신유형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유로채는 제3국통화로 표시된 것이고, 선지 ④의 외국채라는 건 채권발행국 통화로 표시된 것입니다. p185의 03번도 ★★★인데, 사실 이런 문제는 답을 고르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오답들이 어디가 틀려서 오답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페이지 하단에 정답과 함께 간단한 해설이 나옵니다. 선지 ①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게, 순수 개인 자격의 외국인에게 뭐하러 거주자 계정을 개설해 주겠습니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리에 맞지 않다는 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②역시도 계정에 그처럼 처분이 제한된다는 건 과도한 제약이며, 후단에 "지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걸로 봐서 아 원칙과 예외 규정을 적절히 배합하여 만든 오답이라는 점 바로 낌새가 오죠. 

p199의 14번 문제는 당발송금 업무에 관한 것입니다. 당발송금은 말만 어렵게 들리지 그냥 나(고객)의 의뢰로 타국에 송금하는 것이며, 반대말은 타발송금(inward remittance)입니다. 참 이상한 조어인데 요즘은 해외 유학생 자녀 때문에 의도치않게 익숙해진 말들이기도 하겠습니다. 선지 ②는 그냥 읽어 봐도 모순입니다. 당발송금인데 외화가 대가라면, 환전을 안 하는데 대체 왜 전신환매도율이 끼어들겠습니까? 이건 문장의 목적어가 원래 "원화를"이었던 것을, 틀린 선지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바꾸었다는 걸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치적으로 생각해 보면 틀린 점이 눈에 훤히 보이는 것들입니다. 

제3과목은 환리스크관리인데, 이 정도 지식은 다루어야 뭔가 금융인 같은 티가 나죠. 예를 들어, p316의 10번 문제를 보면 2개월물의 bid rate가 offered rate보다 큽니다. 그럼 파운드는 선물환 프리미엄 상태이며, 반대로 미국달러는 선물환 디스카운트 상태입니다. 반대로 offered rate가 더 크면, 이때에는 스왑포인트를 빼는 게 아니라 더해 줘야 합니다. 이 문제는 bid가 크므로 각각의 값을 빼 줘야 환율이 구해집니다. 이 제3과목은 암기를 통해 해결하려 들면 안 되고,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핵심 유형만 효율적으로 잘 추려졌고 필요한 부분만큼 설명이 달려서 최소 분량을 달성한 교재의 슬림함이 돋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공부하고 나서,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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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시사 개념어 상식 사전
김한수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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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매우 빠르게 변하는 중이며 청소년들도 지금부터 취업이라든가 사회의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상식을 쌓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집을 지을 때도 기초를 탄탄하게 만든 후 그 위에 층을 쌓아올리듯이, 시사에 밝아지려고 해도 개념이 먼저 잡히지 않으면 뉴스를 분석하고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현대 사회는 무척 많은 이들이 이해관계자로서 이런저런 사회작용에 참여하기 때문에 신문이나 TV에서 단편적인 뉴스만 접해서는 그 정확한 의의를 아는 게 힘듭니다. 사건과 현상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그 기저에 놓인 공통분모를 먼저 이해하면, 시사를 통찰하는 데 드는 노력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책은 모두 7개의 챕터로 나뉩니다. 가나다순으로 전체가 배열된 게 아니라, 일단 주제별로 7개 그룹이 있고, 그 안에서 개념어들이 다시 가나다순으로 설명됩니다. 만약 어떤 개념어를 바로 찾아보고 싶으면, 책 맨뒤에 색인이 있으므로 거기서 가나다순으로 찾아보면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가장 어려할 만한 주제는 경제라서인지 책 맨앞 챕터에 제시된 게 경제입니다. p26을 보면 물가연동제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어떤 정부정책을 바꾸거나 할 때, 고위관료 뜻대로 바꾸거나 하지 않고, 물가지수에 연동해서 숫자를 바꾸는 걸 뜻합니다. 이 개념은 한국어로 된 "물가연동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원어인 indexing이 어렵습니다. 아무 배경 설명 없이 영어로 인덱싱이라고만 쓰였으면 대체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 독자가 그리 여길 수 있다고 예상해서인지, 책에는 물가지수를 그저 index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이 말이 아니었으면 대체 왜 물가연동제가 indexing인지 청소년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겠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생긴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애그리컬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데, 농산물 가격이 워낙 올라 최종소비자가 바로 소비하는 양뿐 아니라 이것을 원재료로 쓰는 모든 산업에까지 다 영향을 끼쳐 물가가 오른다는 뜻입니다. 이건 기후변화가 주된 요인인데, 기후변화가 이처럼 뚜렷하게 작작에 거의 항구적인 영향을 주는 게 드러난 건 최근의 일이므로 이 용어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그럼 인플레이션이 뭔지도 알아야 하겠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p47에 따로 나옵니다. p63을 보면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이 나오는데, 현대미시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다시피하는 이 법칙은 의외로 내용이 직관적이며 청소년들도 쉽게, 당연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p32를 보면 블록체인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요즘 암호화폐 기술로 쓰여 특히나 각광을 받는 분야입니다. 청소년들도 요즘은 코인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따라서 대체 어떤 원리로 이른바 돈복사의 위험 없이 안심하고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지 그 바탕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공공거래장부라는 다른 말도 함께 소개합니다. 자본주의라고 해서 모든 걸 시장가격에 맡길 수는 없고 일정 상황에서는 가격을 통제해야 하는데 이를 고시가격(p15)이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표준지 공시지가라는 게 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면 사회 전체에 혼란이 오는데 어린 청소년들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p105를 보면 이란과 사우디 사이에 놓인 호르무즈 해협이 설명됩니다. 공교롭게도 쿠웨이트, 이라크 등 대형 산유국들이 근처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해야만 대량의 원유가 수송됩니다. 바로 맞은편 페이지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설명되는데 2003년 북한이 이 협약을 탈퇴했었고 현재까지 그 상태가 지속된다고 나옵니다. RE100은 기업이 100%의 동력울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서약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SK하이닉스 등 8곳 SK 계열사가 이를 서약한 바 있다는 게 책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장차 세계의 기업이 지켜야할 규범을 한국 회사들이 선제적으로 준수하려 나서는 건 대단히 바람직하며 이런 사실을 잘 학습하여 청소년 시절부터 바른 가치관을 함양할 필요가 있겠네요. 

헌법재판은 아무 때나 열리지 않고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변화가 유발될 만한 사건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요즘은 시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사회 곳곳에서 이해 충돌이 잦아져, 국민 전체가 주의를 기울일 만한 헌법재판소 결정 뉴스가 자주 나옵니다. 그런만큼 p154에 나오는 여러 사항을 잘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확실히, 애들이 그런 걸 뭐하러 알려고 해?라며 어른들이 개입할 경우가 크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영역에 등장하는 개념어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해설한 저자들의 성의가 돋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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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내 생각이 맞다고 설득하는 기술 메이트북스 클래식 16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김현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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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생의 철학 한 분파의 대표 주창자로 알려졌지만, 지혜로웠던 그는 생전에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많은 실용적인 논의를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이 담은, 토론에서 효과적으로 자기 주장을 전개하고 상대를 논파하는 방법들인데, 읽어 보면 쉽기도 하면서 요령 있게, 또 쇼펜하우어 자신의 시대에 실제 있었던 사례를 풍부하게 인용하며 독자를 이해시키는 점이 특징입니다. 

상대의 주장이 대체로는 맞다 싶을 때에도, 교묘하게 그 허점을 파고들어 예봉을 꺾는 기술이 있습니다. p23 이하에 나오는 대로, 상대의 주장은 확대시키고 내 주장은 축소해서, 상대 주장이 안 들어맞는 반례를 들어 전체를 무력화합니다. 반대로, 내 주장은 그 범위를 싹 줄여서 제한된 의미로만 타당하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내가 옳다는 인상을 주게 합니다. 쇼펜하우어는 1814년의 평화조약을 옹호하고, 상대는 반박하는데, 이 논쟁은 독일 민족주의 vs 나폴레옹이 내건 자유주의의 대립이 그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1848년 유럽 전체를 휩쓴 2월 혁명의 바람도 고려해야 합니다. 

p36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제기했던 "검으면서도 검지 않은" 무어인의 역설이 나오는데 마치 중국의 춘추전국 견백동이론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이 파트에서도 쇼펜하우어는 나의 논리 그 장점은 극대화하고, 상대의 모순은 극대화한다는 대전제를 유지하며 논의를 이어갑니다. 동음동형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뜻이 다른 개념이 있는데, 책의 예에서는 기사의 명예(끝까지 가는)와 상인의 명예(영업을 위한 최소한의 가치)를 동일시하여 상대를 궁지에 모는 기법이 나옵니다. 명예라고 해서 다 같은 명예가 아님을 간과하는 데서 나오는 함정이죠.  

p61을 보면 상대의 주장에 비슷하게 들어맞을 것 같은 비유를 들되 과장되거나, 부정적인 느낌이 더 강한 걸 뒤집어씌워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나옵니다. 책에서는 (상대가 옹호하는) 변화를 혁신으로 과장하는 방법이 나오는데, 현대 한국어에서 혁신은 나쁜 뜻이 아니므로 역시 시대상을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같으면, 진보라고 하면 좋지만 과격, 급진이라고 하면 뭔가 부정적인 느낌이 갑자기 확 납니다. 심지어 한국어로도, 일제 강점기나 1950년대라면 혁신계열이 그리 좋은 의미의 정치 진영이 아니었습니다(적어도, 그런 뜻으로 통용되었습니다). p126에 나오는, "상대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로 밀어넣으라"는 주장도 서로 통합니다. 

p74에 나오는 건 일종의 인신공격 오류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 나라에서도 흔히 보는 모습입니다. "베를린은 살기 나쁜 곳이다."라고 하면, "그럼 왜 당신은 베를린을 당장 떠나지 않는가?"라고 받아치는 것입니다. 이건 한국에서 정확하게 이에 해당하는 예가 있는데, 이 후기에는 적지 않겠습니다. 그 외에도 책에는 자살옹호론자에 대해 "그렇게 좋으면 당신부터 해 보지 그러는가?"라며 제압하는 기술의 예가 나옵니다. 이는 논리학에서는 모두 오류에 포함시키는 것들입니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논리학의 오류 범주에 속한다며 토론의 규칙을 깨는 상대를 공격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막말을 한다"며 감정에 호소하곤 합니다. 이는 상대와 똑같이 오류에 빠지는 선택일 뿐 아니라, 제3자에게 "저 사람은 약하다" 또는 "토론에서 졌다"는 인상을 주기에나 좋습니다. 

p97에 나오듯 상대방의 주장을 고대로 돌려 주며 받아치는 방법이 가장 통쾌합니다. 책에 나오는 예로 "아직 애가 어린데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이 있다면, 이에 대해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만큼 더 바르고 엄한 훈육이 필요하다"고 받아칠 수 있는 것입니다. p105를 보면 쇼펜하우어가 중국에는 세습 귀족이 없으며 과거로만 인재를 뽑는다고 칭찬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쇼펜하우어보다 훨씬 앞선 시대에 프랑스 루이 14세 때에도 유럽에서 제기되던 주장입니다. 계몽주의 사상가들도 즐겨 들던 논거이기도 하죠. 이때 상대가 물타기를 한 방법은, 관료 직분을 잘 수행하는 데에 훌륭한 신분만큼이나, 학식도 꼭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권말에는 쇼펜하우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고대 그리스 때부터 논리학과 토론술이 어떻게 혼용되었으며 또 어떻게 구분되었는지 자세히 분석하여 독자의 지적 욕구를 채웁니다.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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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터치다운 - 현실로 활용하는 슬기로운 AI 생활
송은주 외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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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침투했으며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거부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이 책은 AI 공학자나 관계자들이 아니라, 3인의 인문학자들이 저술했습니다. AI가 미래 인류에게(어쩌면 현재일 수도)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과학기술 종사자들보다는 인문학자들이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로 내다볼 수 있고, 꼭 그게 아니라 해도 일단 읽기에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 책도 AI 하면 대뜸 떠오르는 어려운 내용보다, 우리가 지금 접하고 향유하는 일상과 오락, 문화에서 무슨 변화가 예상되는지를 쉽게, 편하게 논의합니다. 

p62에는 AI와 인간이 협업하여 미래에서 오페라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다룬 연극 <가상 피리>가 소개됩니다. 이미 AI가 만든 노래, 소설이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그림은 벌써 생성엔진이 유저의 프롬프트에 따라 다량으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p162 참조).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이 제 스스로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라 그저 무작위로 던져진 존재, Geworfenheit의 상태에 놓였다고 갈파했습니다(p77). 이 상황에서 AI에게는 윤리라는 게 있는가, 혹은 있게끔 진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그런데 저자들은, AI한테 윤리를 논하기 전에 사람한테는 과연 윤리가 있는지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도 합니다. 

책에서는 그 한 예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달라고 프롬프팅했더니 "윤리에 어긋나므로 불가능하다"라는 답을 내놓은 생성형 AI 아숙업(p157)을 거론하며(p91), AI도 이런데 사람은 과연 얼마나 합의된 규범을 준수하고 사는지 묻습니다. 이처럼, 발전한 AI는 인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윤리의식도 AI보다 나을 게 없는데, 하물며 직무 수행 능력까지 떨어진다면? 그래서인지 한국은행에서는 AI 때문에 사라지는 직업 통계를 내었습니다. 그럼 AI는 인간의 기존 직업을 뺏어가기만 하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AI와 관련된 직업이 새로 생기며, AI를 메타적으로 관리하는 새 직업들이 아마 각광을 받을 것입니다. 

현재도 교육 분야에 AI가 대거 도입되었고 성과도 제법 좋다고 합니다. 논자에 따라서는 AI야말로 교육에 최적화한 도구라고도 합니다. p107 이하를 보면 요즘 아이들은 AI 네이티브 1세대로서 이미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며 아마도 AI 관련 직종에 아무 위화감 없이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책 p117 이하에는 프롬프팅을 통해 생성형 엔진에게 질문하고 자료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화면 예시와 함께 보여 줍니다. 세상은 이처럼이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직 챗GPT도 완벽한 건 아니라서 자주 오류에 빠지기도 하는데 p128에 자주 범하는 오류가 잘 정리되었으니 참조할 만합니다. 

특히 p140을 보면 할루시네이션 오류가 알기 쉽게 설명됩니다. 할루시네이션이라는 말을 요즘 많이들 들어 봤을 겁니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일을, 정보를 잘못 조합하여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그럴싸하게 지어내는 건데, 이게 일반화하면 앞으로 인터넷 검색을 할 때도 출처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가짜 정보나 가짜 뉴스에 속을 위험이 커질 듯합니다. 사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도 워낙 그럴싸해서 까딱 잘못하면 속을 수 있는데, 이렇게 성능이 좋으니 우리들도 업무에 활용할 방법은 없을지 먼저 궁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p164 이하에 드림스튜디오, 캔바 등을 이용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나옵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오픈AI社가 여배우 스칼렛 조핸슨의 목소리를 무단 사용했다고 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책 p44 이하를 보면 저작권 침해나 표절 문제가 대두하는데 AI에게 여태 학습을 시킨 자료나 데이터들도, 현실적으로 AI가 창출하는 수익에 대해 어떤 기여나 지분을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그 수익의 배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가 여간 골치아프지 않습니다. 인간의 기 저작권이 소홀히 대접받는다면, 모든 창의성의 원천인 인간의 지성과 감성이 뒷전으로 밀린다면, 앞으로 AI라고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언제나 사람, 사람이 최우선으로 배려받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향후 AI가 이끌어가는 세상에서도 최우선으로 내세워져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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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 한 달 여행 - LA에서 마이애미를 거쳐 뉴욕까지
김춘석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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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세계 경제 수도와 최고 명문대들이 자리한 미국 동부라든가, 즐거움과 화려함이 가득한 서부를 많이 찾지만 미국에는 남부에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한 마디로 남부라고 하지만, 당장 텍사스 주만 놓고 봐도 한반도 전체의 세 배에 가깝고, 리비아나 이란과 면적이 비슷하며, 몽골에다 경상북도와 경기도를 합친 것과 맞먹습니다. 경제, 산업 발전상도 활발하게 전개되며 자연 풍광이 다양하여 볼거리도 많습니다. 제대로 둘러보자면 한 달이라고 해도 부족합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누구나 선망하는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친, 초대 여주시장을 역임한 김춘석 전 전자거래진흥원장이 썼습니다. 여행 가이드북이라기보다는, 일흔을 넘긴 어느 교양 있는 신사의 낭만 가득한 대인적 기행문으로 봐야 할 듯합니다. 물론 저자분과 취향이 같은 독자라면, 이 책을 하나의 모범으로 삼아 그대로 커피하여 자신의 스케줄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많고, 미국 남부 곳곳을 둘러 보며 솟아오른 감흥에 공감하며 한 달 일정을 우리 독자들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멋진 로그기록입니다.  

저자께서는 야구 팬이신가 봅니다. p42를 보면 다저 스타디움(책에는 다저스 스타디움이라고 나오지만 해당 구장의 정식 명칭은 Dodger Stadium입니다)은 책에도 나오듯이 5만 6천명 수용 규모이며 좌석 수 기준 세계 최대 야구장입니다. LA는 보통 미국 서부로 분류하지만 이 일대를 남가주(Southern California)라고도 부르며 미국 남부 일대와 교통 연결성도 좋으니 남부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책에 보면 마산 용마고 장현석 선수가 금년 8월 계약했다는 말씀이 있는데 2024년은 아니고 기행문을 쓴 시점 기준이며 2023년을 가리킵니다. 읽으면서 미소가 지어지던 게, 야구장이라는 곳이 경우에 따라 추워지기도 합니다. 여길 방문하신 시점이 5월 초이며, 저녁에 시작한 경기이다 보니 한기가 느껴져서 좌석에서 제법 멀리 가서야 따뜻한 커피를 사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구장이 크긴 크죠. 팀원들이라 하심은 옛 여주 시장 재임 당시 휘하 직원분들(공무원분들) 등 이 여행에 동반한 여러 지인분들을 가리킵니다. 

이 여행은 LA에서 시작하여 뉴욕에서 끝을 맺는 서-동 횡단입니다. 그런데 왜 남부 여행인가. 저자께서 4년 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낸 전작도 미국 횡단 여행기인데, 그때는 지금 이 코스에 비해 경유지들이 북부 쪽이었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전작도 한번 찾아 볼 수도 있겠네요. 코스가 코스이기도 하며 일행이 있으시다 보니 로드트립이라야 하겠는데, p25를 보면 박석찬 전 영월세무서장이 미국 현지(LA공항) 근처에서 렌트한 SUV에 흠집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계약서에 수정 사항을 첨가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역시 베테랑 세무 전문가 다운 꼼꼼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도 어디 여행 가서 덤터기쓰는 일 없으려면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OK목장의 결투라고 하면 19세기 말에 실제 있었던 사건이기도 하고 영화로 수없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보통 클랜튼 갱이라고 하는데 물론 깡패라는 말을 들어 할 말이 없던 악당들이긴 하나 여기서 갱이라고 하면 그냥 무리라는 뜻이겠습니다. 여튼 그 배경이 된 툼스톤부터 해서 이 일대에는 영화를 보고 찾아온 세계의 여행자들이 언제나 들끓습니다. 여기서 다시 애리조나 소노라 박물관에 간신히 닿아 입장 시각에 살짝 늦었는데, 사정을 이야기하니 직원이 입장을 허락해 주었다고 합니다. 어디서든, 사람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예외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뉴멕시코 일대에는 p122에 나오듯이 어도비 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원래 미국 땅이 아니라 스페인, 멕시코의 세력권이었다 보니 문화 양식에 제법 큰 차이가 납니다. 책에는 사진들이 가득해서, 어도비 양식이 뭔지 모르던 분들도 아!이거 하며 감상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은 정말 세계 어딜 가도 한국인이 없는 데가 없는데, 엘패소에서 한인 식당에 들러 먹은 해물짬뽕이 소화가 안 되어 텍사스 샌안토니오 첫날 일정에 차질이 생길 뻔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해외에서 더 친숙하게 다가와야 했을 한국 음식 때문에 탈이 나셨다는 말씀이 참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마이애미를 거쳐 미국 동남부 최남단 키웨스트까지 가는 일정이 책 중반에 벌써 나옵니다. 애초에 일정 자체가 동부 뉴욕에서 마무리되니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알듯 키웨스트는 플로리다 반도에서 뚝 떨어진 섬입니다. 여길 배로 가는 게 아니라 LA에서 렌트한 SUV로 일행들이 함께 이동하시는 건데, 책 p197에 나오듯이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ighway)를 통해서 가시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낙석 때문인지 갑자기 앞유리가 깨졌는데, 정비소 중 Japanese Car Care라는 업소에 들러 수리 필요성 여부를 확인(이 차로 뉴욕까지 가야 하므로)했으나 영업 시간 전인데도 직원이 무료로 점검해 줘서 기분이 좋으셨나 봅니다. 아마도 저자님 일행을 일본인으로 착각해서였겠다고 저자는 유머러스하게 말합니다. 

보스턴의 세계 최고 명문 하버드대, 뉴욕 록펠러(라키펠러)센터, MOMA 등을 거쳐 이 한 달 여행은 마무리됩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 먼 일정을 마치신 일행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고, 책도 볼거리가 정말 많았다는 코멘트로 이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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