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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시사 개념어 상식 사전
김한수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이 매우 빠르게 변하는 중이며 청소년들도 지금부터 취업이라든가 사회의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상식을 쌓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집을 지을 때도 기초를 탄탄하게 만든 후 그 위에 층을 쌓아올리듯이, 시사에 밝아지려고 해도 개념이 먼저 잡히지 않으면 뉴스를 분석하고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현대 사회는 무척 많은 이들이 이해관계자로서 이런저런 사회작용에 참여하기 때문에 신문이나 TV에서 단편적인 뉴스만 접해서는 그 정확한 의의를 아는 게 힘듭니다. 사건과 현상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그 기저에 놓인 공통분모를 먼저 이해하면, 시사를 통찰하는 데 드는 노력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책은 모두 7개의 챕터로 나뉩니다. 가나다순으로 전체가 배열된 게 아니라, 일단 주제별로 7개 그룹이 있고, 그 안에서 개념어들이 다시 가나다순으로 설명됩니다. 만약 어떤 개념어를 바로 찾아보고 싶으면, 책 맨뒤에 색인이 있으므로 거기서 가나다순으로 찾아보면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가장 어려할 만한 주제는 경제라서인지 책 맨앞 챕터에 제시된 게 경제입니다. p26을 보면 물가연동제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어떤 정부정책을 바꾸거나 할 때, 고위관료 뜻대로 바꾸거나 하지 않고, 물가지수에 연동해서 숫자를 바꾸는 걸 뜻합니다. 이 개념은 한국어로 된 "물가연동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원어인 indexing이 어렵습니다. 아무 배경 설명 없이 영어로 인덱싱이라고만 쓰였으면 대체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 독자가 그리 여길 수 있다고 예상해서인지, 책에는 물가지수를 그저 index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이 말이 아니었으면 대체 왜 물가연동제가 indexing인지 청소년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겠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생긴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애그리컬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데, 농산물 가격이 워낙 올라 최종소비자가 바로 소비하는 양뿐 아니라 이것을 원재료로 쓰는 모든 산업에까지 다 영향을 끼쳐 물가가 오른다는 뜻입니다. 이건 기후변화가 주된 요인인데, 기후변화가 이처럼 뚜렷하게 작작에 거의 항구적인 영향을 주는 게 드러난 건 최근의 일이므로 이 용어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그럼 인플레이션이 뭔지도 알아야 하겠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p47에 따로 나옵니다. p63을 보면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이 나오는데, 현대미시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다시피하는 이 법칙은 의외로 내용이 직관적이며 청소년들도 쉽게, 당연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p32를 보면 블록체인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요즘 암호화폐 기술로 쓰여 특히나 각광을 받는 분야입니다. 청소년들도 요즘은 코인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따라서 대체 어떤 원리로 이른바 돈복사의 위험 없이 안심하고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지 그 바탕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공공거래장부라는 다른 말도 함께 소개합니다. 자본주의라고 해서 모든 걸 시장가격에 맡길 수는 없고 일정 상황에서는 가격을 통제해야 하는데 이를 고시가격(p15)이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표준지 공시지가라는 게 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면 사회 전체에 혼란이 오는데 어린 청소년들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p105를 보면 이란과 사우디 사이에 놓인 호르무즈 해협이 설명됩니다. 공교롭게도 쿠웨이트, 이라크 등 대형 산유국들이 근처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해야만 대량의 원유가 수송됩니다. 바로 맞은편 페이지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설명되는데 2003년 북한이 이 협약을 탈퇴했었고 현재까지 그 상태가 지속된다고 나옵니다. RE100은 기업이 100%의 동력울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서약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SK하이닉스 등 8곳 SK 계열사가 이를 서약한 바 있다는 게 책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장차 세계의 기업이 지켜야할 규범을 한국 회사들이 선제적으로 준수하려 나서는 건 대단히 바람직하며 이런 사실을 잘 학습하여 청소년 시절부터 바른 가치관을 함양할 필요가 있겠네요.
헌법재판은 아무 때나 열리지 않고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변화가 유발될 만한 사건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요즘은 시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사회 곳곳에서 이해 충돌이 잦아져, 국민 전체가 주의를 기울일 만한 헌법재판소 결정 뉴스가 자주 나옵니다. 그런만큼 p154에 나오는 여러 사항을 잘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확실히, 애들이 그런 걸 뭐하러 알려고 해?라며 어른들이 개입할 경우가 크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영역에 등장하는 개념어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해설한 저자들의 성의가 돋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