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한 달 여행 - LA에서 마이애미를 거쳐 뉴욕까지
김춘석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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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세계 경제 수도와 최고 명문대들이 자리한 미국 동부라든가, 즐거움과 화려함이 가득한 서부를 많이 찾지만 미국에는 남부에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한 마디로 남부라고 하지만, 당장 텍사스 주만 놓고 봐도 한반도 전체의 세 배에 가깝고, 리비아나 이란과 면적이 비슷하며, 몽골에다 경상북도와 경기도를 합친 것과 맞먹습니다. 경제, 산업 발전상도 활발하게 전개되며 자연 풍광이 다양하여 볼거리도 많습니다. 제대로 둘러보자면 한 달이라고 해도 부족합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누구나 선망하는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친, 초대 여주시장을 역임한 김춘석 전 전자거래진흥원장이 썼습니다. 여행 가이드북이라기보다는, 일흔을 넘긴 어느 교양 있는 신사의 낭만 가득한 대인적 기행문으로 봐야 할 듯합니다. 물론 저자분과 취향이 같은 독자라면, 이 책을 하나의 모범으로 삼아 그대로 커피하여 자신의 스케줄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많고, 미국 남부 곳곳을 둘러 보며 솟아오른 감흥에 공감하며 한 달 일정을 우리 독자들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멋진 로그기록입니다.  

저자께서는 야구 팬이신가 봅니다. p42를 보면 다저 스타디움(책에는 다저스 스타디움이라고 나오지만 해당 구장의 정식 명칭은 Dodger Stadium입니다)은 책에도 나오듯이 5만 6천명 수용 규모이며 좌석 수 기준 세계 최대 야구장입니다. LA는 보통 미국 서부로 분류하지만 이 일대를 남가주(Southern California)라고도 부르며 미국 남부 일대와 교통 연결성도 좋으니 남부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책에 보면 마산 용마고 장현석 선수가 금년 8월 계약했다는 말씀이 있는데 2024년은 아니고 기행문을 쓴 시점 기준이며 2023년을 가리킵니다. 읽으면서 미소가 지어지던 게, 야구장이라는 곳이 경우에 따라 추워지기도 합니다. 여길 방문하신 시점이 5월 초이며, 저녁에 시작한 경기이다 보니 한기가 느껴져서 좌석에서 제법 멀리 가서야 따뜻한 커피를 사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구장이 크긴 크죠. 팀원들이라 하심은 옛 여주 시장 재임 당시 휘하 직원분들(공무원분들) 등 이 여행에 동반한 여러 지인분들을 가리킵니다. 

이 여행은 LA에서 시작하여 뉴욕에서 끝을 맺는 서-동 횡단입니다. 그런데 왜 남부 여행인가. 저자께서 4년 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낸 전작도 미국 횡단 여행기인데, 그때는 지금 이 코스에 비해 경유지들이 북부 쪽이었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전작도 한번 찾아 볼 수도 있겠네요. 코스가 코스이기도 하며 일행이 있으시다 보니 로드트립이라야 하겠는데, p25를 보면 박석찬 전 영월세무서장이 미국 현지(LA공항) 근처에서 렌트한 SUV에 흠집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계약서에 수정 사항을 첨가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역시 베테랑 세무 전문가 다운 꼼꼼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도 어디 여행 가서 덤터기쓰는 일 없으려면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OK목장의 결투라고 하면 19세기 말에 실제 있었던 사건이기도 하고 영화로 수없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보통 클랜튼 갱이라고 하는데 물론 깡패라는 말을 들어 할 말이 없던 악당들이긴 하나 여기서 갱이라고 하면 그냥 무리라는 뜻이겠습니다. 여튼 그 배경이 된 툼스톤부터 해서 이 일대에는 영화를 보고 찾아온 세계의 여행자들이 언제나 들끓습니다. 여기서 다시 애리조나 소노라 박물관에 간신히 닿아 입장 시각에 살짝 늦었는데, 사정을 이야기하니 직원이 입장을 허락해 주었다고 합니다. 어디서든, 사람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예외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뉴멕시코 일대에는 p122에 나오듯이 어도비 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원래 미국 땅이 아니라 스페인, 멕시코의 세력권이었다 보니 문화 양식에 제법 큰 차이가 납니다. 책에는 사진들이 가득해서, 어도비 양식이 뭔지 모르던 분들도 아!이거 하며 감상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은 정말 세계 어딜 가도 한국인이 없는 데가 없는데, 엘패소에서 한인 식당에 들러 먹은 해물짬뽕이 소화가 안 되어 텍사스 샌안토니오 첫날 일정에 차질이 생길 뻔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해외에서 더 친숙하게 다가와야 했을 한국 음식 때문에 탈이 나셨다는 말씀이 참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마이애미를 거쳐 미국 동남부 최남단 키웨스트까지 가는 일정이 책 중반에 벌써 나옵니다. 애초에 일정 자체가 동부 뉴욕에서 마무리되니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알듯 키웨스트는 플로리다 반도에서 뚝 떨어진 섬입니다. 여길 배로 가는 게 아니라 LA에서 렌트한 SUV로 일행들이 함께 이동하시는 건데, 책 p197에 나오듯이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ighway)를 통해서 가시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낙석 때문인지 갑자기 앞유리가 깨졌는데, 정비소 중 Japanese Car Care라는 업소에 들러 수리 필요성 여부를 확인(이 차로 뉴욕까지 가야 하므로)했으나 영업 시간 전인데도 직원이 무료로 점검해 줘서 기분이 좋으셨나 봅니다. 아마도 저자님 일행을 일본인으로 착각해서였겠다고 저자는 유머러스하게 말합니다. 

보스턴의 세계 최고 명문 하버드대, 뉴욕 록펠러(라키펠러)센터, MOMA 등을 거쳐 이 한 달 여행은 마무리됩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 먼 일정을 마치신 일행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고, 책도 볼거리가 정말 많았다는 코멘트로 이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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