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의 눈 바벨의 도서관 8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최재경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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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브라운 신부를 엄청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스티븐슨의 단편을 읽고 바로 읽어서인가 드라이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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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매미 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7
하무로 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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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셀리 케이건 교수의 명강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첫머리, 청중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한다.

'당신이 3년만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에도 시대, 유폐된 무사 슈코쿠의 할복을 감시하기 위해 가는 쇼자부로의 앞에 있는 중년 무사에게는 삼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주군의 측실을 탐했다는 이유로 유폐되나 작성중인 지배 가문의 족보를 작성하기 위한 십년 후에는 할복을 명받게 된다. 겉으로는 족보를 정서하는 역할로 가게 되나 실은 그가 도망가거나 할복을 못 하게 될 경우의 감시 역할로 가는 것이다.

 

슈코쿠를 알게 되는 사람은 모두 변한다. 선한 사람은 더 선하게, 악한 사람은 더 악하게.

 

슈코쿠는 담담히 족보 작성에 힘쓰며 일상을 보낸다. 무사와 마을 사람들 사이를 중재하기도 하며,  힘이 닿는한 농민들을 돌보는 것도 유폐되기 전과 같다.

 

슈코쿠를 살리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죽음을 협상할 수 있는 카드를 받게 되지만, 슈코쿠는 무사의 길을 선택한다.

 

비탈길을 구르둣 빨리 흘러가는 시간 속에, 죽음의 시간표를 담은채 담담하게, 하루살이 저녁매미처럼, 그 동안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던 무사의 길을 살아갈 뿐이다.

 

모두가 그의 생의 모래시계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것을 아는 무거운 상황, 유폐 되어 손 발이 묶인 답답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과 그를 돕는 이들의 활약은 통쾌하다. 죽으면 죽는거지 싶지만, 적마저 감복시키는 그 죽음을 더 가치있게 만드는 그의 결단 또한 시원하다.

 

그간 읽어왔던 에도시대물이 샤바케처럼 귀엽거나, 미야베 미유키의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였다면, 오래간만에 읽은 묵직한 시대물이었다.

 

3년만 살 수 있다면, 내가 막연히 이루고 싶어하는 이를 이루기에는 한참 부족한 시간일 것이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누구나 죽고, 언젠가는 다 죽는 삶에 대한 올바른 처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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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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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교에서의 문제아가 세상에서의 문제아는 아니다. 학교를 증오(?)하는 저자의 평생 독학 공부 방법. 전혀 다른 분야의 이야기지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적극적인 학습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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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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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대상은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에 주는 상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는 서점 직원의 마음, 내 마음.

미우라 시온은 대중성을 보장하는 서점대상과 작품성을 담보하는 나오키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작가라고 한다. 그녀의 책은 처음 읽는데, 처음부터 많이 강했다.

 

정말 가슴 따뜻하게 읽고, 생각거리도 잔뜩이고, 재미도 있고, 또 읽어도 또 재미있고 감동스러워 리뷰를 잘 쓰고 싶은데, 그럴수록 손이 잘 안 움직인다.

 

이 이야기는 사전편집부의 이야기이다. 홀대 받으면 안 되는데 별관에서 홀대 받는 '사전편집부' 사전에 일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따뜻하고 소소하지만, 시간이 성큼성큼 흘러가며, 독자도 그 긴긴 십여년을 지켜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사전이 너무나 좋았던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정년을 맞아 은퇴하게 된 아라키다.

사전편찬의 감수인인 마쓰모토 선생에게 사전을 사랑하는 후학을 꼭 찾겠다 다짐하고 찾아낸 사람이 바로 성실한 마지메씨다. (마지메는 '성실한' 이란 뜻)

 

어눌하고, 나사 한 서너개쯤 빠진 것 같지만, 사전 편찬에 필요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머리는 맨날 덥수룩해."
"곱슬머린가 보네."
"자기 책상뿐만 아니라 영업부 책장을 전부 정리해."
"센스 있고 편리한 신입이네."
"정리 방법이 도토리를 숨기는 다람쥐 같아. 바지런한 작은 동물. 게다가 서점 순례를 가잖아? 돌아올 때는 반드시 '또야' 싶을 정도로 헌책방 종이 가방을 들고 아. 서점 순례는 제대로 하는 걸까? 게다가 월급날 전이면 생라며을 씹어 먹어. 역시 헌책을 너무 사 대서 돈이 없기 때문이겠지?"

"나한테 묻지 마."
"재수 없지 않니?"

 

 

영업부에서 치워줘서 고마운 엉뚱한 면이 많던 마지메. 책을 엄청 좋아하고, 도토리를 숨기는 다람쥐같이 주변을 정리하는 마지메씨. 이야기의 재미 포인트가 많은데, 그간 출판사가 배경이었던 소설이건 에세이건 좀 있었으나 사전 편집자가 나오는 이야기는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작가의 리서치도 훌륭해서 사전편집부의 일, 다른 책을 만드는 것과 많이 다르고, 다른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전 편집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 감성적인 이야기도 계속 나와서 그들에 잔뜩 공감해버렸다.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야."

아라키는 혼을 토로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지. 더 어울리는 말로 누군가에게 정확히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만약 사전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드넓고 망막한 바다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다. 그런 생각을 담아 아라키 씨와 내가 이름을 지었죠. "

 

 

대도해.라는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와 같은 사전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감동스럽다. 무엇에도 열정 없어 보이는 니시오카의 반전, 패션잡지에서 건너온 기시베, 요리하는 가구야나 종이 만드는 미야모토네 이야기도

 

말을 사랑하고, 사전을 사랑하는 이들의 따뜻한 이야기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도, 당신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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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7-26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졸면서 쓴... 건가...
 
목소리 섬 바벨의 도서관 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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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부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내게 행복의 형태들 가운데 하나였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세계문학전집을 주겠다고 고르라고 한다면, '바벨의 도서관' 정도를 고를 것 같다. 보르헤스에 대한 빠심을 가득 담아.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은 것도 좋지만, 이 선집은 '보르헤스'의 선집이고, 매 권 앞에 나오는 보르헤스의 해제는 작품 그 자체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요재지이' 를 심심하면 뒤적거리지만, 보르헤스의 해제를 읽고난 후의 요재지이는 그 전의 요재지이와 달랐고, 국내에 '지킬박사와 하이드' 나 '보물섬' 말고는 (그마저도 아동판이 대부분이었던) 많이 소개되지 않은 스티븐슨의 경우에도 그렇다.

 

한 작가를 '행복의 형태'라고 말하다니, 보르헤스도 스티븐슨도 부럽다. 해제의 첫마디는 '스티븐슨을 항상 친구로 여겨왔다' 이다.

 

각설하고,

'목소리섬' , '병속의 악마', '마크하임' , '목이 돌아간 재닛' 네 작품이 실려 있는 이 단편집은 멋지다.

'목이 돌아간 재닛' 을 읽으면서는 박찬욱 감독을 떠올렸다. 악惡 에의 집요한 묘사가 닮았다. 어느 장면을 떼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은 쎄함이 있다.

 

'마크하임'과 '병속의 악마'는 이미 읽었던 작품이지만, '병속의 악마' 의 악마가 등장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러브스토리라던가, '마크하임'의 마지막줄이라던가.는 다시 읽어도 아...! 하는 감동이 있다.

 

'목이 돌아간 재닛'의 기괴함은 집요하기보다 거칠게 드러나는 '악'의 존재인데, 이 역시 짧고 강한 스토리이다.

 

보르헤스에 대한 애정을 빼더라도 이 단편집은 좀 많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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