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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섬 ㅣ 바벨의 도서관 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린시절부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내게 행복의 형태들 가운데 하나였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세계문학전집을 주겠다고 고르라고 한다면, '바벨의 도서관' 정도를 고를 것 같다. 보르헤스에 대한 빠심을 가득 담아.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은 것도 좋지만, 이 선집은 '보르헤스'의 선집이고, 매 권 앞에 나오는 보르헤스의 해제는 작품 그 자체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요재지이' 를 심심하면 뒤적거리지만, 보르헤스의 해제를 읽고난 후의 요재지이는 그 전의 요재지이와 달랐고, 국내에 '지킬박사와 하이드' 나 '보물섬' 말고는 (그마저도 아동판이 대부분이었던) 많이 소개되지 않은 스티븐슨의 경우에도 그렇다.
한 작가를 '행복의 형태'라고 말하다니, 보르헤스도 스티븐슨도 부럽다. 해제의 첫마디는 '스티븐슨을 항상 친구로 여겨왔다' 이다.
각설하고,
'목소리섬' , '병속의 악마', '마크하임' , '목이 돌아간 재닛' 네 작품이 실려 있는 이 단편집은 멋지다.
'목이 돌아간 재닛' 을 읽으면서는 박찬욱 감독을 떠올렸다. 악惡 에의 집요한 묘사가 닮았다. 어느 장면을 떼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은 쎄함이 있다.
'마크하임'과 '병속의 악마'는 이미 읽었던 작품이지만, '병속의 악마' 의 악마가 등장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러브스토리라던가, '마크하임'의 마지막줄이라던가.는 다시 읽어도 아...! 하는 감동이 있다.
'목이 돌아간 재닛'의 기괴함은 집요하기보다 거칠게 드러나는 '악'의 존재인데, 이 역시 짧고 강한 스토리이다.
보르헤스에 대한 애정을 빼더라도 이 단편집은 좀 많이 마음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