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기로 한 이것저것 책 계획들 중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해볼까요? 가 있었다. 

왜인지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계의 클리쉐 오브 클리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하기. 

책에 한해, 나는 귀도 아기코끼리 덤보 수준으로 팔랑거리고, 엉덩이도 참새엉덩이만큼이나 가볍고, 올해의 책계획 목표는 '책근육 기르기' 라서, 책근육 기르기에 좋은 목표들 중 하나이지 않은가 말이다. 예전에 읽는다고 했던 책동무 옆구리도 막 찔러서 

시작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과거 어느 시간들에 분명 1,2권 정도는 읽었을텐데, 새로 읽는 것 같다. 

  카테고리도 만들었으니, 기록해본다. 















문장이 안 그래도 길고, 꿈이냐 생시냐 하는 글들인데, 챕터도 없다시피해서, 어디서 끊어야할지 괴롭다. 

초반부터 밉상스러운 캐릭터들만 눈에 뜨인다. 고모할머니라던가, 어머니 키스에 집착하는 남자 어린이 묘사가 화자랑 작가가 어린 변태, 큰 변태 같고, 징그러워서, 젠장,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분명 예전엔 이렇게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소설 읽던 가락이 있으니, 좋은 이야기들 건져 본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매년 읽는 사람의 기사를 읽은 적 있는데, 이제 1권 시작하면서, 완독하고, 다시 읽을 때는 어떤 심상일까 미리 생각해보면서 말이다. 좋은 이야기들을 건지다보면, 나쁜 이야기들과 합쳐져서 좋은 이야기들만 있는거보다 더 단단한 이야기가 맘에 남는다. 


바쁘게 작가와 머릿속 수다 떨며 앞부분 시작. 


"습관! 능숙하면서도 느린 이 조정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 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 습관의 도움 없이 정신이 가진 수단만으로는 우리의 거처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24p-


"온통 나 자신으로 가득 채워 더 이상 방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방에서, 이런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의 개입은 뭔가 말로는 할 수 없는 어떤 거북함을 야기했다. 습간이라는 마취제의 영향이 사라지면서, 나는 서글픈 일들을 다시 생각하고 느끼기 시작했다. " -28p- 



겨울방, 여름방 묘사가 죽죽 늘어지는데, 게절방이라니, 해볼만 한데. 인테리어 책인가. (요즘 레모니 스니켓에서 고아들이 계속 보호자 옮겨가는거 보면서 미니멀리즘 책이군! 했다) 활용 못하고 있는 방들을 계절방으로 나누어 볼까. 잠깐 고심. 화장실은 나눌 수 있겠다. 여름 화장실, 겨울 화장실. 겨울 화장실은 따뜻한 비데 있는 화장실로다가. (아님)


고모할머니는 진짜 싫고, 할머니는 좋다. 


" 그 모든 사람들 중에서 '시골에서 방 안에 갇혀 지내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만은 예외였다. 할머니께서는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말고 방에서 책이나 읽으라고 날 몰아내는 아버지와 노상 말다툼을 하셨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애가 튼튼하고 활발해지는 건 아니라네' 하고 할머니는 침통하게 말씀하셨다. '특히 이 아이에게는 힘과 의지가 필요하다네.' " -29p- 


세찬 폭우가 쏟아지는 텅 빈 정원에 나가 건강에 좋은 비와 바람을 이마에 조금이라도 더 적시려고 헝클어진 회색 머리를 쓸어올리던 할머니.  


화자의 엄마에 대한 집착 인용 모음 


" 잠을 자러 올라갈 때 내 유일한 위안은 내가 침대에 누우면 엄마가 와서 키스해 주리라는 것이었다. (..)

난 저녁 인사가 되도록 늦게 오기를, 엄마가 아직 오지 않은 이 유예 기간이 더 연장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때로는 키스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 엄마를 불러 세워서는 '다시 한 번만 키스해 줘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금방 엄마가 화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슬픔으로 상기된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양보해서 화해의 키스를 해 준다면, 이런 의식을 엉뚱하고 상식 밖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신경에 거슬릴 것이고, 엄마 역시 할 수만 있다면 키스에 대한 내 욕망이나 습관을 없애 주려고 애쓰셨기 때문에, 이미 방문까지 다 간 상태에서 한 번 더 키스해 달라는 내 요청을 받아 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조금 전에 엄마가 평화의 영성체에서 주는 밀떡처럼 내 침대 쪽으로 애정 어린 얼굴을 내밀고 기울인 순간, 내 입술이 엄마의 실제 존재와 잠들 수 있는 힘을 길어 올리려고 한 바로 그 순간" -32p- 


"나는 8시가 되면 올라가기로 정해져 있었다. 그 소중하고도 깨지기 쉬운 키스를, 보통때 같으면 내가 침대에 들어가서 잠을 자려고 할 때 엄마가 와서 해 주나, 그런 저녁에는 그 키스를 식당에서 받고 내 방으로 운반해 와서는 옷을 벗는 동안 줄곧 그 감미로움이 부서지지 않도록, 그 휘발성 짙은 효능이 퍼지면서 증발하지 않도록 더욱 더 조심스럽게 엄마의 키스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건만, 이렇게 갑자기 공개적으로 훔치듯 받아야만 했으니, 그때 내겐 마치 병적인 불안감이 되살아나면서, 문을 닫았던 순간의 기억을 의기양양하게 떠올리기 위해 문을 닫는 동안은 일체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런 편짖ㅂ증 환자 같은 주의력을 내가 하는 일에 쏟는 데 필요한 시간이나 정신적인 자유가 없었다." -50p- 


"나는 어머니로부터 눈길을 떼지 않았다. 이제 모두들 식탁에 가 앉으면, 엄마는 내가 저녁 식사가 끄탈 때까지 남아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또 아버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는 내 방에서 하는 것처럼 여러 번 키스를 해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하면 식당에서 그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게도 짧고 덧없는 키스에 대비하여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 두자고 다짐했다. 내 시선으로는 키스할 뺨의 위치를 선택하고, 내 생각으로는 상상의 키스를 시작해 봄으로써, 엄마가 내게 할애할 그 시간을 오로지 내 입술로 엄마의 뺨을 느끼는 데 바칠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말이다." -57p - 


"난 성체도 받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어머니가 키스를 해 주면 내 마음도 나를 따라갈 수 있었을 텐데, 키스를 해 주지 않아 어머니 곁으로 되돌아가기만을 바라는 내 마음에 맞서, 또는 흔한 표현으로 말하면 '마지못해' 나는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야 했다. " -58p


"계단참에서 엄마가 손에 들고 있는 촛불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엄마가 보였다. 나는 달려들었다. 처음에 엄마는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서 무슨 영문인지 몰라 하셨다. 그러다 엄마의 얼굴에 노여움이 나타났고, 엄마는 내게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으셨다. (..) '도망쳐, 도망치라니깐. 적어도 미치광이처럼 기다리는 모습을 아버지에게 들키지는 말아야지' 그러나 나는 엄마에게 되풀이했다. '저녁 키스를 하러 와주세요' 아버지가 든 촛불 그림자가 이미 벽을 따라 올라오는 것을 보고 공포에 질렸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가까이 오는 것을 협박 수단으로 삼아, 엄마가 계속해서 거절했다간 내가 거기 서 있는 것을 아버지에게 들킬 테고, 그러면 엄마가 그걸 피하기 위해 '어서 빨리 네 방으로 가거라. 곧 엄마가 갈 테니' 라고 말할 것을 기대했다." -70p - 


" 나는 어머니가 내 곁에 있어주는 이 밤의 감미로움에 몸을 내맡겼다. 나는 이런 밤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았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 대해 품고 있는 가장 큰 욕망, 이처럼 슬픈 저녁 시간에 어머니를 언제까지나 내 방에 간직하고 싶어 하는 이 욕망은 생활의 필요나 다른 사람들의 소망과는 너무나 상반되어서, 오늘 밤처럼 그 욕망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뭔가 어색하고 예외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 -82p- 

 


1부 콩브레의 챕터 1은 스완씨와 스완씨가 대단하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가족들과는 평범하게 어울리며, 고모할머니라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까내리는데, 스완씨가 사실은 대단한 귀족들이나 정치가들과 어울리는 도시의 인기인이란 얘기를 들으면, 스완씨가 대단하구나 하지 않고,  스완씨 같은 평범하고 격 떨어지는 사람과 어울리다니, 그 귀족의 가치가 떨어졌구나 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랑 엄마키스집착남의 이야기가 길고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마들렌 이야기. 


할머니가 르 피가로에 스완씨가 소유한 작품 사진이 나왔다고 하자, 고모할머니는 할머니 의견이 통째로 틀렸다는 비난을 읶끌어 내서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하고,  


"고모할머니는 자기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되면, 그것이 장점이 아닌 단점이라고 확신하고는 부러워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고 도리어 동정했다." -49p 


되게 여기저기 밉상인 사람이야.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다.'아는 사람을 보러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그 살마에 대한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43p- 


"내게 새로운 책이란 그 책과 유사한 많은 것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있는 유일한 사람 같았다. " -81p- 


그리고, 여기, 그 유명한, 마들렌 이야기 나오지.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하셨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그 기쁨이 홍차와 과자 맛과 관련 있으면서도 그 맛을 훨씬 넘어섰으므로 맛과는 같은 성질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어디서 그것을 포착해야 할까? 두 번째 모금을 마셨다. 첫 번째 모금이 가져다준 것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멈춰야 할 때다. 차의 효력이 줄어든 것 같았다. 내가 찾는 진실은 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 -86p- 


 

1.23.토 ~ 91p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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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1-23 1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할머니 은근 맘에 들었는데 고모할머니 비호감이죠;;;

하이드 2021-01-23 14:31   좋아요 2 | URL
진짜 현실에 있을거 같은 비호감이에요.

2021-01-23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 기시미 이치로의 행복해지는 책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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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읽으면서, 어휴, 고리타분하기가 참.. 책 읽는 무슨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있다면, 많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이 책 이렇게 읽어라, 저렇게 읽어라 하는건 참 듣기 싫고. 투덜투덜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코어, 책의 힘과 유용성과 기쁨을 믿는 코어가 같으니, 투덜거리다 어느새, 맞어맞어, 하다가, 아, 그리스 철학 전공. 그리스어를 공부하고, 이 책 쓸 때는 한국어 공부하고, 김연수의 놀라움을 얘기하고, 좋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스어 전공이라는 점에서 한동일 교수도 생각나고, 공부하고 읽는 저자의 삶에서 지금 읽고 있는 스토너의 스토너도 생각났다. 이 책이 나쁘지 않았던 것 치고, 생각나는 두 사람이 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게 좀.. 하지만, 이런게 초베스트셀러 만든 이 작가의 힘인 것 같기도 하다. 


첫 장에 저자는 묻는다. '어떤' 책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책을 읽느냐로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알 수 있다고. '무엇을 읽느냐'는 그 사람의 삶과 거의 관계가 없는 것이, 정말로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이든 닥치는 대로 읽을테고, 그 중에는 '좋은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을 수 있다고. 


맞는 말이네.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좀 고민해봐야겠다고 메모해둔다. 


하지만, 역시 어떤 책을 읽느냐도 중요한 것이 작가가 언급하는 레저넌스. 


"모리는 릴케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바로 공명(레저넌스, 내 내부의 공명) 이라고 말했다. '릴케'라는 이름만 들어도 자기 안에 숨은 부분에 레저넌스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타인을 지배하려고도 타인으로부터 지배받으려고 하지도 않으며 자신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바로 이것이 '레저넌스'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는지 관심을 갖는다면 그 사람이 읽는 책을 읽고 공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들러는 '상대방의 관심사에 관심을 갖는다' 라고 표현했다. " 


내게 레저넌스를 일으키는 이름은.. 


'지금 여기에 있어 다행인 책' 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앞지르는 사람들을 위한 챕터인가. 


" 읽는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평가가 좋은 책이라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또 책을 샀는데 당장은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펼치지도 않고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기도 한다. 그러다 몇십 년 후에 필요해서 다시 꺼내서 읽는다. 내게는 비교적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럴 때는 이 책이 '지금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늘 생각한다." 


아, 저 책 너무 읽고 싶은데! 배송 일주일! 물론, 이 간극을 전자책이 많이 메워주고 있긴 하지만. 내 책장에 이미 있는 책이면, 그보다 더 다행인 일이 없지. 


책이라는 것이, 읽는 사람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 당연한데, 그 준비라는 것이 뭘까? 그 책을 읽어낼 소양과 교양이 쌓여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가끔은 저스트 타이밍이기도 하고. 경험치이기도 할 것이다. 당장 재미가 없다고 해서 그 책이 좋지 않은 책은 아니니, 좀 묵혀도도 괜찮아~ 라고 까지 하면, 어쩐지 좀 너무 나한테 유리하게 책을 읽어내는 것 같지만. 


이런 부분들에서, 그럼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어쨌거나 마음에 든 작가의 작품을 전부 읽어보자고 마음먹고 읽기 시작하면 수작인지 아닌지, 유명한지 아닌지는 별로 상관하지 않게 된다." 


내 경우에는 작가는 물론이고, 한 장르에 꽂히면, 아무것도 상관 없어져 버리고, 읽은 것에 큰 의의를 두게 된다. 다 읽어버려야 좋은 것도 더 잘 알게 되는 법이라서. 


좀 크게 웃었던 부분 


"인터넷 서점에는 책을 읽은 사람의 리뷰가 실려 있는데, 정곡을 찌르는 리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으니 별 두 개" 라는 리뷰를 본 적이 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책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부분, 되게 작가 성격 드러내주는 말 같아서 좋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전자책과 종이책의 차이에도 깊이 공감. 


"전자책의 결점이라면 일람성의 결여, 즉 훑어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전자책으로도 못할 건 없지만, 책을 휘리릭 넘기면서 읽고 싶은 부분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남은 쪽수가 점점 줄어드는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 다 읽어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책을 받치고 있는 오른손과 왼손에 가해지는 무게감이 달라진다. 전자책에서는 그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조금만 더 읽으면 된다는 쾌감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쪽수 대신 몇 퍼센트 남았다는 표시가 되어 있긴 하나 단숨에 책을 읽어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덧붙여 쪽 번호에 대해 말하자면, (..) 전자책의 경우는 쪽 번호가 나와 있는 책이 거의 없어서 인용할 때 난감하다. 그럴 때를 대비해 전자책을 사놓고 별도로 종이책을 사는 사람도 있다. 한 권이면 될 것을 두 권이나 사야 되니 경제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렇게 쪽 번호가 달리지 않은 전자책은 어디쯤 읽었는지 알기 힘든 것이 꼭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다. 이 자서전은 죽었을 때 끝이 난다. 대개는 미완으로 끝이 난다. 원래 인생에는 정해진 스토리가 없으니 미완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지만, 이 자서전은 전자책처럼 쪽 번호가 달려 있지도 않고, 읽다 보면 새로운 페이지가 툭 튀어나오니 지금 얼마나 읽었는지도 알 수 없다. 전자책은 지금 보이는 부분만 읽게 되니 과거도 미래도 없이 지금 여기만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전자책은 인생 같다는 이야기, 정말 좋지. 


여러 권을 읽는 핑계 이유도 좋았다. 


" 나는 끊임없이 동시에 여러 책을 읽는다. 많을 때는 열 권의 책을 읽는다. 동시에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해서 혼란스럽거나 하지는 않다. 오히려 한 권만 읽으면 진이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읽던 책을 덮고 다른 책을 읽으면 기분이 전환되어 계속 읽을 수가 있다. " 


요즘 읽는 원서 읽기에 대한 생각들도 나눈다. 영어 원서 읽기 습관 들이느라 하루 한 두시간씩 매일 전자책, 오디오북, 종이책 듣고, 읽고 있고, 독어와 일어책도 읽었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 원서를 읽는 건 다채로운 세계를 엿보는 것과 같다. 그에 비해 번역서는 흑백 사진처럼 느껴진다. 사진의 경우 일부러 흑백으로 찍을 때도 있으니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우열을 가릴 수는 없겠지만, 찍은 사진이 컬러라면 흑백일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책의 경우도 원어로 읽었을 대 보이는 것이 분명 읽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서를 읽고 원어로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해당 언어를 배워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맘에 깊이 남은 글


"독서는 내게 역경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되었다. 간혹 마음이 약해질 때면 앞으로 대체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죽는 날까지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읽을 수 있는 책의 권수에 한계가 있는 것도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기에 사실 그런 생각을 해봤자 다 부질없는 짓이다. 오래 산다고 한들 아버지처럼 책을 읽지 못하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고. 


이러한 삶의 유한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읽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고 해서 짧은 시간에 가급적 많은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게는 독서 또한 삶의 일부라서 책을 어떻게 읽느냐는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와도 무관하지 않다."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을지. 정신이 번쩍 들고, 아, 나는 책에 진심이구나. 별로 그렇게 얘기하진 않았는데, 진심인거 알았으니깐, 진심을 다해 읽어야지. 더 많이, 더 오래, 더 깊이. 나만의 올림픽이다. 


핸드폰 덜 보고, 눈 아끼고, 책 읽는 속도와 양, 집중력의 그릇을 키우고, 오디오북 듣는 것에 익숙해지고, 좋은 책들 읽고 또 읽지만, 한 번 읽을 때, 가능한 많이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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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오라 2021-02-0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신입생 때 술자리에서 선배들에게 여러 도움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꼈던 것을 저는 책을 읽으며 느낍니다. 아마 저에겐 그것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물질의 사랑 - 천선란 소설집
천선란 지음 / 아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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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의 단편집과 켄 리우의 단편집을 연달아 읽었더니, 머리가 좀 이상해진 기분이다.  


천선란의 책부터 이야기해보면, 읽자마자 확 와닿는 작가는 아니었다. 작가의 말을 보고 나니, 작가가 자신의 감정들을 책에 담았다는 말을 보고나니, 좀 다르게 와닿았다. 작가의 말이 좋아서, 어딘가에 적어둔 글을 예전에 본 것 같다. 


"나는 아이돌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이고, 내 10대는 무대 위의 아이돌과 함께 버무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시기를 추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그때 유행했던 아이돌의 노래와 춤이 있다. 어느새 나는 이십 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내가 선망했던 아이돌들은 은퇴를 했거나, 연기를 하거나, 혹은 세상에 없다. 한때 나의 영웅이었고, 내 시절이었던 그드른 왜 떠나야만 했을까. 인사 한 번 나눠보지 않았던 그들의 새벽이 서러워 덩달아 뒤척였던 새벽이 많았다. 어떤 말을 하고 싶다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해 한숨만 쉬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너는 그 친구들과 또래라 힘들어 하는구나." 그 이야기를 들어쓸 때 딱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누구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일이구나. 또 하나는, 그렇다면 나는 이 감정을 잊지 말아야겠구나."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아닌 일들에 대한 깊은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작가는 감정들을 박제하고, 기록했나보다. 


'사막으로' 는 자전적인 이야기에 가깝다고 한다. 거짓된 꿈이 척박한 현실보다 강하고, <너를 위해서>는 낙태죄 폐지를 외쳤던 2019년에 썼다고 한다. 이렇게 남기는 기록들 좋다. <래시>는 환경문제를 테마로 잡았다고 한다. 사실, 나는 어떤 이야기에서도 모성이 주된 테마가 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어떤 물질의 사랑>은 사랑 이야기인데, '국경도 없는 사랑'이야기인데, 다른 무엇보다도 햇빛이 드는 작고 한가한 독립서점에 작고 반짝이는 비늘이 떨어지는 장면이 맘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림자놀이' 같은 이야기가 켄 리우의 작품들하고 겹친다. 감정과 현실의 물질성을 거세당한 것 같은 그런 차갑고 매끈하고 이질적인 것들. 아무렴, 지금의 질척질척함 보다는 낫겠다만. 


'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와 '마지막 드라이브'도 좋았다. '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는 비무장지대에 등장한 싱크홀 비슷한 커다른 구멍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나고 나니, 계속 생각난다. '마지막 드라이브'는 센티멘탈한 분위기. 인간의 감정을 흉내낸 더미와 차에 흐르는 음악 같은 거.


이 작품집에서 가장 좋았더 건 '두하나'다. 

왜 아니겠어. 남자가 좀비 같은 바이러스 전파자고, 여자들이 연대해서 맞서 싸우는 이야기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지. 


" 차라리 지구상의 모든 생물학적 남자가 빠짐없이 전염됐다면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모든 남자를 구분 없이 죽이면 그만이었을 테니까. 지나는 언제나 연민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당장에 먹고살 돈이 없다며 그 무능력한 남자를 끌어안고 살았던 엄마도 연민이 문제였다. 그것을 여자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지만, 화낼 수 있는 대상은 언제나 서로가 전부였다.  (..) 어쨌든 그 연민은 추가적인 희생을 동반했다. 전염의 속도가 달랐음을 알지 못하던 때였다. 자신의 남편, 애인, 아들, 아버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울며 애원하는 여자들을 내치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았다. 그녀들이 간절하게 붙잡고 있는 손을 차마 끊어낼 수 없었다. 대피소에 들어왔던 남자들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변했다. 그들의 첫 번째 희생자는 모두 그들을 대신해 울던 여자들이었다. 어쩌면 변하지 않은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생물학적 이유를 뛰어넘은 숭고한 정신이 육체를 지켰을지도. 하지만 그런 예외적인 경우를 다 따지기에는 위험변수가 너무 많았다. 대피소는 굳게 닫혔다. 긴 다리를 건너온 여자들에게만 열렸다. 생존자들은 그 다리를 '고독의 다리'라고 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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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전쟁 - 자신을 사랑하는 법 via 여성의 속옷 역사 가치관 컬렉션 1
앰버 J. 카이저 지음, 허소영 옮김 / 상상파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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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탄 디오르의 주장으로 리뷰를 시작해야지. 


" 남성들은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주머니를 사용하지만, 여성들에게 주머니는 장식용이다." 


중세 시대 속옷의 주요 기능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속옷은 보온 외에도 거친 소재로 만든 겉옷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속옷이란 뭘까. 지금도 속옷의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겉옷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남자만.

 

여자들에게 속옷의 기능은 추가된다. 몸매를 보정하기 위해, 가슴을 처지지 않게 하고, 돋보이게 하고, 골반을 커 보이게 하거나 엉덩이를 작아 보이게 하고, 다리를 날씬하게 보이게 하고, 군살을 감추고, S라인을 만들어줌. 사탕껍질 옷 입을 때 속옷라인 보이면 안되니깐, 엉덩이 사이에 끈만 달아서 끈팬티 만든다. 남자들에게 퍼커블하게 보여야 하니, 섹시한 장식품 역할도 해야 하고, "예쁜 속옷은 여성들의 자존심이니깐" 자존심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 아, 섹시한 속옷 입으면 kibun이 좋아지니, 자기만족 용도이기도 하다. 추가된 기능은 많은데, 위의 기능들을 넣느라 빠진 기능들도 있다. 몸을 보호하지 못하고, 조여서 소화불량을 일으킴. 피 안 통하게 해서 수족냉증이 생김. 겉옷과 몸으로부터 속옷을 보호해야 함. 


의복이 가진 권력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의복이 가진 무언의 권력 때문일까. 의복착용권을 박탈함으로써 피지배층을 통제했던 역사적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 고대 그리스 로마, 초기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는 노예시장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그곳 어디에도 제대로 옷을 갖춰 입은 노예는 없었다. 모두 벌거벗겨진 채, 구매자가 살펴보기 좋은 상품의 모습으로 진열되었다. 문화권이 달라지고 시대가 바뀌어도 노예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완전히 또는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강요된 노동을 감당해야 했다. 남들 앞에서 벌겨벗겨진 상태가 노예임을 인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자신의 신체와 노동력조차 타인에게 통제된 노예들에게 이런 모습까지 강요한 것은 비인격적인 행위의 극단이다." 


완전히 또는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 직종들이 떠오른다. 


여자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던 치마를 덮는 그 새장같은 기구들. 이게 비싸서 돈 있는 사람들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는데, 1856년 기술 발달로 용수철 후프가 등장했다. 수십년동안 착용했던 엄청나게 무거운 크리놀린과 달리 후프는 가볍고 탄력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했다. 실루엣도 훌륭하게 만들어냈는데, 단 한가지 부족한 점은 안정감. 스커트는 쉽게 뒤집혔고, 치마 속이 시시때때로 드러났다. 


이 당시 속옷은 가랑이 사이가 터져 있었는데, 치마 속이 시시때때로 드러나서 

후프를 포기하거나 속바지를 꿰매야 했는데, 


속옷을 꿰매다니! 상반된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19세기에 이르러 의복을 통한 성별 구분은 한층 강화되었고, 여성은 긴드레스가 공식이었는데, 1851년 제네바 출신 엘리자베스 스미스 밀러가 터키식 바지 비스무리한 블루머를 만들어냈다. 


1851년 뉴욕타임즈 편집국 

" 이미 미국 여성에게는 헌법이 공정하게 보장한 몫의 권리가 있다.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특권을 장악하려고 고집스럽게 몰입하는 그들의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그렇다고 이 행동이 맹렬히 비난받을 만하거나 당장 억압되어야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들의 방식을 침해하려는 흐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남성들의 방식 침해? 뭐라고? 


복장 개혁가와 여성 참정권자를 비웃는 한 남성의 글이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주머니가 발명된 이후, 주머니를 가지지 못한 자는 결코 위대해질 수 없었다. 그러므로 여성이라는 성별은 주머니가 없는 동안 결코 우리(남성)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 


주머니.. 주머니.. 이게 특히 열받는건, 지금도! 2021년에도! 21세기에도! 여성들의 옷에 장식주머니가 달려있거나! 뭐 넣지도 못하게 얕거나! 하는 게 너무 많아서! 전쟁이다! 장식주머니 아웃! 얕은 주머니도 아웃!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여성들의 지위에 변화가 온 건 다 알지. 미국과 유럽의 여성들은 군수품 공장에 취직해서 일을 하고, 버스나 기차에서는 차장으로, 전쟁터에서는 간호사로 일했으며, 경찰관과 소방관의 역할도 여성의 몫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드레스 차림으로 활동하기가 불편해져서. '일을 하기 시작하니' 마침내! 여성들은 난생처음 일상적으로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르셋에 들어가는 살대가 철로 만들어져서 여성들에게 코르셋 착용을 멈춰달라고 호소함. 

대의를 위해 조였던 끈을 풀어버린 여성들 덕분에 전함 한 척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2만 8천톤의 강철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들을 남성들처럼 편하게 둘 수는 없지! 이제 거들이 생김. 

1930년대 이상적 여성상의 모습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추가되었다. 예전에는 예쁘게 보이기만 하면 되어서 고통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코르셋으로 몸을 꽁꽁 묶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 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분노하게 되는건, 여성 속옷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아직도 여자 옷은 주머니가 얕거나 장식주머니라는 것이다. 

탈코르셋 물결을 타고, 일부, 한 줌의 한 줌 변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일부의 변화가 아니라 불씨이기를. 

꺼지지 않다가, 언젠가 활활 타오르기를 바란다. 코르셋 아웃! 



란제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여성은 기분이 좋아졌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광고는 이렇게 란제리의 새로운 이중적인 역할을 암시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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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1-1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생각나요.

하이드 2021-01-13 17:40   좋아요 0 | URL
그죠. 저 표지 사진도 되게 유명한 사진이래요. 모델 뒤에서 찍은 사진.
여튼, 지들 필요할 때만 코르셋 하지 말라고 하고. 진짜 코르셋 모아서 전함 만들었단 얘기 보고 놀랐어요.

2021-01-13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3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21-01-1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었네요. 전 주머니 없는 바지나 치마는 사지 않습니다. 왜 주머니를 안만드는지.
그래서 여성들 손이나 어깨에 핸드백을 들게 했겠죠.

오라오라 2021-02-0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대로 주머니가 많은 바지는 기능성은 좋지만 심미성이 떨어지지요. 요는 기능이 먼저인가 디자인이 먼저인가 같습니다. 군용 택틱컬 팬츠보면 주머니가 제법 많습니다. 다 제각기 기능이 있지요. 주머니가 있는 옷, 없는 옷 다 제각기 목적이 있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박람강기 프로젝트 9
미카미 엔.구라타 히데유키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의 미카미 엔과 R.O.D.의 구라타 히데유키의 독서대담이다. 

대담이라기보다 만담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지만. 


R.O.D.는 뭐여, 거의 다 읽었을때쯤 찾아보는데, 줄거리도 없고, 뭔 얘기여. 페이퍼랑 리뷰 보다보니, 아, 내가 DVD 샀었구나. 아, 생각난다. Read of Die. 여튼, 책책을 낼만큼의 독서광들이다. 


와닿는 이야기들도 많고, 아, 저정도는 아니지 (별로 위안되지는 않음) 만담식이라 재미있었다. 

한 때, 일본 장르소설과 추리소설 많이 읽었어서 아는 이야기 많아 그나마 반절 정도는 이해하고, 나머지 반, 전혀 모르는 책이나 만화 등 이야기도 그냥 얘기가 재미있어서 잘 읽혔다. 기본적으로 독서'광'에 방점이 찍혀있기에. 책이야기가 재미 없을리가 없지. 


이 책을 읽은건 다음의 인용 


 "책을 정리하다가 도중에 또 책을 읽고 마니까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죠."


책정리하다가 눈에 띄어서 동병상련!하려고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확실히 동병상련되는 책인데, 동병이 병 맞긴한지는 모르겠지만,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건 맞는거 같기도 하고.


바다건너 이사오면서 책을 대부분 버려서.. 나는 이제 책 별로 없는 사람이고, 책 소장욕구도 없어서, 다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면 (대부분의 책) 미련없이 바로바로 팔아버리고 있다.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쪼오끔 빨라서 책이 좀 늘었나 싶긴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책 안 사고 있으니, 거의 안 사고 있으니, 계속 줄 일만 남았다. (진심) 그런 의미에서 나는 더이상 이 책에 나오는거 같은 독서광은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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