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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평점 :
이건 다 사회탓이다.
개인의 액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여성들의 식이장애를 개인의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여성들을 향한 사회의 거대한 외모 강박 그물에 걸리지 않는 여성들일지라도 그물에 상처 받는다.
강화길의 책은 늘 잘 읽히지만, 내 경우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이입하기 힘들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자 아이들간의 사랑과 시기와 애증과 갈등과 권력과 질투 이야기는 요즘 많이 보이는 이야기다. 뭔지는 알겠는데, 어릴때부터 늘 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이 느껴졌던 이야기다. 하지만 잘 읽힘.
가까이는 가족이나 친구부터 학교, 일터, 사회, 미디어, 우리가 숨쉬고 사는 모든 곳에서 '여자는 ㅇㅇ야 해' 의 압박이 자신의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부터 공기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영향 받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 또한 부모로부터의 압박에 식이장애를 앓고, 그것이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한다.
식이장애인 주인공과 그가 좋아하는 인기 많은 반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와 반장. 이들의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되어서의 이야기가 교차로 나온다.
알 수 없는,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인해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은 그 어린 시절 사이비였던 곳이 대체의학 비스무리하게 오픈한 단식원 비슷한 곳이다.
원인을 알 수 없고,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인한 괴로움 또한 식이장애만큼 괴로운 일이다. 연결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다른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게는 그 두 가지가 잘 섞이지 않는 것 같은 것이 이 이야기의 흠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으로 흠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 이야기가 그렇지만, 소재와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익숙하고, 사회적 소재를 깊이 다루고 있기도 한데, 그 뻔한 면 때문에 찜찜한 기분이 남았다. 아마, 그 부분이 인기 있는거겠지만.
사회적 문제들만 보이고, 결과는 지극히 소설적이어서, 사회파 소설이나 르포가 취향인 내게는 미진하게 남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