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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ㅣ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성해나 작가의 <두고 온 여름> 책을 다 읽고, 제목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는 사진관을 하던 아버지와 둘이 사는 재하가 그의 생의 4년간을 새 엄마와 그의 아들 기하를 가족으로 맞이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기하의 이야기와 가정폭력범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아버지와 형의 옆에 있게 된 재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재하는 친아버지에게 학대 당했지만, 살가운 아이였고, 재하의 엄마도 기하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기하는 모나 있었고, 가족에게서 멀어진다.
가족들이 기하를 품으려는 노력들이 헛되게 돌아가는 장면들이 기하가 두고 온 여름일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모났던 기하는 닳아서 그 모가 깎이고,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재하를 찾아간다.
괴물이라며 학대당했던 곳에서 모났지만, 같이 병원에 다녀주는 형과 챙겨주는 아빠를 만나게 되었던 재하는 세월이 지나, 풍파에 갈려 그만의 모난 구석들을 만들게 된다.
작가는 기하와 재하의 변화를 아래와 같이 말한다.
"사람이 유동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그 변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요.
생 안에서 고투하고 화해하며 기하의 뾰족함은 그리움과 넉살로 바뀌고, 재하는 유년에 비해 조금 쓸쓸해졌죠."
상처 받은 모자를 밀어내기만 하다가 탈출한 기하를 생각하면, 변한 모습이라도 재하가 더 마음이 쓰인다.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등장인물들에게 있었을까? 그게 평범함 것일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 작가는 재하의 편지를 통해 그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것 같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동안 저를 둘러쌌던 불안과 염오가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