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플러스1 동서 미스터리 북스 27
개빈라이얼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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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소설.을 그닥 재미있게 읽는 편이 아니다. 스파이.소설이다. 라고 읽는내내 생각했지만, 전직 스파이가 나오는 이야기이니 엄밀히 말해 스파이소설도 아니다.

컨튼.이라는 전쟁적 코드명을 쓰는 루이스 케인.은 변호사 앙리의 의뢰를 받아 매건할트라는 갑부를 프랑스의 브루타뉴에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 리히텐슈타인까지 데려다 주게 된다.

매건할트와 그와 동행한 미녀 비서 저먼, 그리고 총잡이 로벨과 루이스. 네명은 길고 긴 여행을 시작한다.
매건할트는 그를 죽이려는 알 수 없는 적의 추적을 받고 있고, 부녀자폭행으로 모함을 받고 프랑스 경찰에 수배중인 몸이다.

프랑스경찰과 알 수 없는 적.을 따돌리고 리히텐슈타인으로 까지 가는 긴박한 여정. 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줄거리만으로는 특이하지도 않다. 그러나 별 기대하지 않고 읽게된 이 책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서미스테리시리즈 책 중 하나로 꼽히게 된 이유가 몇개 더 있다.
등장인물. 영국 정보원으로 2차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와 함께 활동했던 그.는 '컨튼은 지지 않는다.' '컨튼은 언제나 살아돌아온다.' 컨튼. 컨튼. 영웅으로 의리를 지키며 살았던 전쟁당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쟁이 끝난 한참후에도 그 언저리에 발을 걸친채 위험하게 살고 있다. 돈. 좀 더 구체적으로 1만2천프랑.을 위해 움직이는 그이지만,  '명분'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에게, 같은배를 탄 이들에게 오며 가며 만나게 되는 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올바른 일인가, 올바르지 않은 일인가'  컨튼만큼의 비중으로 나오는 알콜중독자 로벨의 모습은 열광하는 하드보일드 형사중 하나가 주조연으로 출연한 것 같은 지독하게 하드보일드한 모습의 캐릭터이다. 스위스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만나게 되는 늙은이보다 더 늙은 장군과 그의 중사.나 쫓기는 컨튼을 도와주는 와이너리의 여주인 지네트백작부인이라던가 나오는 비중이 크지 않아도 강렬하게 인상을 남기는 살아 있는 캐릭터들이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이야기하는 자신의 길. 자신의 도의. 자신의 한계는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 않아도 그대로 와닿는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여러번 반복해 읽으면서, 지나쳤던 복선들을 보는 것은 꽉짜인 플롯으로 잘 쓰여진 이 소설을 보는 기쁨을 더해준다.
작고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괜찮은 책 대여섯권 만들 아이디어를 한권에 압축해서 쏟아 부은 것만 같다.
그것도 아주 잘.

그 외에도 음미할만한 대사들. 로 가득하다. 프랑스 부르타뉴에서 스위스 너머 리히텐슈타인까지의 여정만큼이나 섬세하고 낭만적인 대사들과 전직스파이, 알콜중독자 총잡이의 로망에 어울리는 그 대사들이라니.

그는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천장을 쳐다보았다. 천천히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말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중략)"케인, 진짜 마티니에는 시시하게 올리브나 어니언을 넣지 않소. 다만 여름의 냄새를 넣을 뿐이지."

지금 누가 나에게 읽을만한 추리, 스릴러, 등을 권해달라고 한다면, 난 두말않고 이 책 권해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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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9-25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완전재밌어, 완전재밌어! >.<

oldhand 2006-09-2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스릴러의 고전'이라는 칭호가 가장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소위 '현대 스릴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품격'이 있지요. ^^

하이드 2006-09-2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올드핸드님 리뷰 보고 샀던걸 이제야 읽었어요. 별 기대 안 했는데, 너무 맘에 드는군요.품격.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하늘바람 2006-09-2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강추에 마구 흔들려요

2006-09-29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