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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ㅣ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필요한 도구는 요술처럼 소매 끝에서 나타났다. 우선 더블 텐션으로 실린더 안쪽에 압력을 가했다. 그런 다음 갈퀴 모양의 레이크픽(rakepeak)을 열쇠구멍에 꽂아 애무라도 하듯 부드럽게 긁었다. 레이킹이라는 평범한 수법인데, 핀을 하나씩 더듬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한꺼번에 모아서 공략할 수 있다. 지나치게 여러 번 레이킹을 하면 핀이 파손되어 제 열쇠로도 열리지 않게 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 243pg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 작가의 프로필을 다시 봤다. 경제학부 졸업, 보험회사 근무.
그렇단 얘기는 엄청나게 시간을 들여 조사를 했다는 이야기.
얼핏 지루할 정도로 방범과 트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이 많이 나온다.
상장을 앞둔 의료간병회사의 사장이 방안에서 살해당한다.
그 방은 사장실 밖의 비서들과 감시카메라로 인해 완벽한 밀실. 사장의 방과 연결이 되어 있는 부사장방, 그리고 전무방. 그 중에서도 전무가 증거 불충분에도 불구하고, 밀실에서의 살인에 유일한 가능성이 있는 용의자로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는 겁나게 똑똑한 두 주요인물은 전무의 변호사 준코와 방범센터 주인을 가장한 도둑 에노모토이다( 요즘 읽는 책의 탐정들은 어째 다 도둑이냐;;)
이야기는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하나씩 깨면서 진행된다.( 한마디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에노모토가 마침내 범인과 트릭을 발견한 그 순간! 부터, 바로 범인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범인의 시점으로 범인이 어릴적부터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그 지점까지의 이야기가 길고 길게 펼쳐진다.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준코가 그를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다시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은 전개는 이야기에 오해를 없애주지만, 너무 친절하여 트릭과 범인이 발견되는 순간의 짜릿함이 없다는 단점이...
똑똑하고( 이야기의 해결은 에노모토이지만, 준코 역시 못지않게 똑똑한 주인공으로 나와서 맘에 든다) 논리적인 준코와 비밀을(도둑이라는) 숨기고 있는 에노토노의 투닥거림 역시 재미나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도둑과의 싹틀랑말랑하는 로맨스.
에노모토.의 광범위한 방범지식은 때론 지루하지만, 그런대로 이야기 속에 잘 녹아 있다. '이 사람은 아무리 봐도 방범 컨설턴트라기 보다 마술사 아니면... ' 라는 게 준코의 에노모토에 대한 인상이다. 전문적인 설명에 대해 혹하는 독자의 인상도 그와 많이 다르지 않다.
현대에 와서는 직관과 머리로 밀실트릭을 깨는 고전적 탐정과는 달리 각종 최신지식으로 무장한 범인과 탐정의 누가누가 더 많이 아나. 밀실트릭 시합과도 같아졌다.
*이미 제목에 드러난 스포일러긴 하지만, 안 읽으신 분들은 패스.
제목과 표지는 중의적인 의미이다. 범인과 트릭.을 모두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