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석간
시게마쯔 키요시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상큼한 표지의 상큼한 제목의 저자 이름마저 상큼하도다.
열두개의 단편들도 가볍고, 통통 튀며, 그 와중에 대단한건 아니지만 뭔가 찌릿찌릿.

근래 들어 읽은 책중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재미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는건 그만큼 이 단편집이 평범하단 얘기일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무척이나 뛰어난 작가는 작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짧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발단,전개,절정, 결말이 한회에 끝나줘야 하는 착한 가족드라마.
그렇다고 신파라던가, 오버스럽다던가 그런걸 생각하면 안되고, 잔잔하지만, 찌릿한거. 코끝 찡해지는거. 그런 기분

단편에 들어가기 전 첫머리에 작가는 말한다. ' 조간 사회면과 경제면에는 오늘도 불황가 명퇴란 글자가 산재해 있다. 중잔년들의 자살 기사가 없었던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신문사가 일요일 정도는 하고 일부러 싣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세상관을 가진 작가가 좋은면들을 보려고 노력하며 쓴 글들은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미래 신문' 마냥 즐겁다.

열두개의 단편에서 여러가지 시도하는데, '카네이션' 에서는 어머니날 저녁에 같은 지하철, 같은 칸에 타게 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라던가, '오우토키의 연인'에서 다자이 오사무에 홀딱 빠져버린 주인공 이야기라던가( 그 재미있는 이야기에, 난 결국 미루던 '인간실격'을 읽었고,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을 세권이나 더 사버렸다구)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 ' 여름캠프' , 열아홉을 회상하는 서른일곱의 이야기 'september 1981' 가 있다. 그리고 가족을 버리고 딴 여자와 도망간 아빠의 암선고를 받은 두 자매 이야기 '쓸쓸하밍 쌓여' 는 섬세하고, 여운이 긴 작품이다. '철봉 하느님' 과 '초밥 주세요' 와 같은 씩씩한 단편들도 있고, '산타클로스 부탁해요' 같은 낭만적인 단편도 있다. '고토를 기다리며'는 빠지지 않는다. 이지메 이야기. '감귤계 아빠'와 '졸업홈런'은 각각 나쁜 딸년, 무정한 아빠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치유 가능하고, 회복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요일 석간이다.


오늘 뉴스에  삼십대 미혼모가 넉달된 아들을 젖병과 쥬스만 넣어 놓고 4년간 방문잠근채 방치했다는 기사가 떴다. 책을 읽으며, 그래, 아직도 희망은 있어라고 밝은 마음이 되었다가도, 애써 외면해도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리고야마는 현실은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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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3-2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가 도발적이네요. 멋있어요. 시원하고...

하이드 2006-03-2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후..하는 이미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