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마스다 미리를 두 권 연속 읽으니 확실히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마스다 미리에 대한 생각이 좀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와 '뭉클하면 안 되나요' 를 연속으로 읽으니 좀 갑갑하고 짜증났지만, 다 읽고 나니, 그래 뭐 그럴수도. 라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뭉클'의 원제는 '찡하고, 짠하고, 뭉클하고' 라는 세가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하나씩 하는 연재물이라면 그럭저럭 뭉클하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하루에 하나도 과함.(단호), 이걸 몰아서 책으로 한꺼번에 읽다보니, 삼시세끼 레어치즈케이크 퍼먹는 기분이랄까. 단점이 부각되는 것 같다. 


두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의 마스다 미리는 상자 하나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그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화를 내도 자신한테 다 내고, 그러니깐 이런이런 상황에 화를 못내다니 나한테 화가 난다. 이런식. 뭉클의 경우에는 자신의 성별과 나이에 진짜 옴짝달싹 못하며 입만 뭉클뭉클 뻐끔뻐끔 하고 있는 것 같은거다. 


평소 수트를 잘 입지 않는남자가 수트를 입고 나타나서 부끄러워 하면 '성인 남성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뭉클하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하고, 일적으로 만난 남자와 미팅 후 배고파서 우동 가게에 갔는데 남자가 '저는 토핑이 매번 정해져 있어요' 라고 하자 ' 이 흐름을 꺄악 귀여웟. 하고 생각하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 같은데.' 라고 한다. 뭐라고요? 


술집 출입구에서 구두끈 묶는 모습이 묘하게 귀엽다고 하며 좌식 술자리여서 신고 벗기 쉬운 구두를 신고 오는 것에 '여심이 뭉클해지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일단 반대도 똑같이 뭉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고, 일반화하지 말란 말이야. 싶은데, 가장 짜증나는 포인트는 자신의 '뭉클'을 모든 '여자'에게 강요한다는 거다. 그거 싫어. 


37세의 연하남이 '우리 세대는...' 이라고 이야기해줬다고 42세인 그녀는 뭉클뭉클하고 감동한다. "세상에 같은 세대 취급을!" 이라고 하고, 역시 일적을 만난 남자와 커피숍에서 역까지 우산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남자와 우산을 같이 드는 건, 이제 인생에서 마지막일지도?'하면서 그의 배려를 멋지고 뭉클하다고 생각해 버린다. 남성과 식사를 할 때 '그거 한입 주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는데 '비주얼적으로 이제 봐줄 수없지 않을까? 하는 자각과, 마흔 넘은 여자의 타액이 음식에 닿으면 상대도 싫어할 것이라는 배려에서다.' 라는 글까지 보게 되면, 어이, 어이,, 이 사람 무슨 여자. 나이 강박인가 싶은 것이다. 


눈앞에서 남자가 고기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고, '동아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고등학생에게 밥을 퍼주는 식당 아주머니 같은 기분으로, 그들을 따뜻하게 지켜보았다' 라고 하는 그녀다. 그러지 마;; 


맞은편 남자가 홍차 컵에 티백을 담근 채 마시는 것을 목격하고,가슴이 뭉클해지는 것과 같은 에피소드에서는 ... 왜? 하는 생각이 든다. '뭉클'의 포인트가 제각각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사실 답은 '뭉클한 남자가 하는 행동이 뭉클한거'고, '귀여운 남자가 하는 행동이 귀여운거다.' 라는거 아닌가? 


멀쩡한 남자의 '악필'에 "사랑스러움과 비슷한 감정이 끓어올랐다' 고 하는 것도 그 멀쩡한 남자가 사실 사랑스러운 남자였던거겠지. 


사소한 것에 사랑스러움을 찾아내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일이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비하'가 곁들여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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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사 2015-09-1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스다 미리는 왠만한건 다 그럭저럭 괜찮은데, 연애쪽만 가면 잼병인 느낌이랄까.
그렇게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왜냐면 우리는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말여요.--
꼬박꼬박 인기없는 소녀였고, 인기없는 아가씨였고, 인기없는 중년이었다는 말을 토 달듯이 다는건
참 보기 안 좋더라구요. 그건 본인이 극복을 못해서 영 어떻게 안 되시는 듯...
인기 없으면 어때? 하는 마인드가 탑재가 안 되시나봐요.

하이드 2015-09-14 23:40   좋아요 0 | URL
와 진짜 엄청난 자기비하. 연하남황송병. 두 권 연속 읽으니 캐릭터로 받아들여지긴 하는데, 이런 마스다 미리가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인기 많은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