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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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라기보다 중편 정도의 분량이다. 좀 긴 단편이라고 해도 될만큼 짧고 강렬한 내용이다. 여호와의 증인으로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에게 강제로 수혈을 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단 이틀! 뭐 이런 서스펜스는 아니란 얘기다. 


주인공은 가정법원의 판사 피오나 메이. 그녀를 사랑하지만 열정적인 성생활을 위해 바람 피우겠다고 공언하는 남편 잭과의 다툼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메인이 되는 여호와의 증인 소년에 대한 수혈을 포함한 아동법 관련 다양한 케이스들이 나온다. 


18살까지 3개월이 남은 소년이 있다. 급성 백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는데, 종교적인 이유로 통상적인 치료절차인 '수혈'을 거부하자 병원에서 긴급수혈을 할 수 있도록 법원명령을 신청한다. 


이제 곧 18이 되어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또래보다 성숙하고 사랑스러운 소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부모와 아이의 주장이고, 아직 아이에 불과한 소년이 부모와 장로들의 의견에 휘둘려 자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병원의 주장이다. 


피오나가 평결을 내리기 전에 끈기있고 철저하게 논제를 파고드는 과정을 아동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논리적이고 정결한 문장들로 보여준다. 작가가 이 소재에 매력을 느낀 부분이 아동복지와 아동법에 의거해 판결하는 판사들의 판결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그녀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샴쌍둥이 사건 때문이었는데, 한 명을 떼어내지(죽이지) 않으면 둘 다 죽는 결과 앞에서 한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죽이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판결을 내리고, 그 재판의 후유증으로 인한 망연자실함을 감추고 있던 상태에서 남편과 불화를 겪게 되고, '여호와의 증인 소년' 사건을 만나게 된다. 


소년과 직접 만나고 판결을 내리기로 하고, 소년을 만나고 와서 내리는 판결문은 아름답다. 

외부와의 접촉이 한정되었던 아름답고 똑똑한 소년은 많은 어른들을 설득할만큼 성숙해 보이지만, 드라마틱하다. 

소년은 판사를 만나고, 후에 판결문을 듣게된다. 


판사에게는 많은 사건들 중에 하나였지만, 소년의 세계관은 죽음을 경계로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짧은 소설의 결말이 판사 피오나에게 만큼이나 독자에게도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피오나에게도 나에게도 스쳐지나가고, 많은 사건들 중에 하나로 잊혀져 가리라는 것이 분명해서 씁쓸하다. 


아동의 양육과 관련한 사안을 판결할 때...... 

법정은 아동의 복지를무엇보다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동법(1989) 제 1조 (a) 항 



처음 책소개를 보고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다른 책이었다. 

이언 매큐언의 책을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전작들은 들춰 봐야지만 기억날 것 같지만, 이 책은 언제라도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야 나에게 이언 매큐언이라는 작가의 글들이 와닿기 시작한건가 싶어 전작들을 꺼내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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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2015-08-1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사두길 잘했군요.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에서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수혈 문제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게 생각나네요.
선택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정답을 알 수 없는 세상이예요.
하이드님 리뷰를 보니 책이 더욱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