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배고프다. 


먼저 말로 이야기.

걱정했던 부분은 의외로 건강해서 다행이었고, 아랫니 두 개 발치했고, 윗니 중에는 송곳니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해서 이 부분이 걱정 되는데, 가을에 다시 재검 받아보고 진행상황 봐서 결정하기로. 


고양이가 신장만 약한 줄 알았는데, 치아흡수성병변.이라는 이빨이 녹는 고양이과 많이 걸리는 병이 있다는건 처음 알았다. 

원인도 확실하지 않고 아직까지는 발치만이 답. 


말로는 아침에 약 잘 먹었고, 캔도 먹었고, 사료도 먹고, 물도 마신다. 방금 화장실에도 다녀온 것 같다. 냥냥거리기도 잘 하고. 

오늘 내일은 지켜볼 예정이지만, 한숨 놨다. 


이제 내가 배가 고픈데 ..엊저녁에는 치킨이 먹고 싶었지만 (난 항상 치킨이 먹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말 사 먹는건 삼사개월에 한 번이나 될까나.) 병원비 걱정하며 지난 주말에 3만원짜리 훈제삼겹살 처먹은걸 후회했기에 치킨 말고 그냥 컵라면 먹고 쿠앤크 아이스크림 먹었다.집에 바나나식초, 커피빈아이스아메리카노,돌얼음,냠냠과수원 복숭아.까지 있으니, 가난한 기분은 아닌데, 그래도 뭐 먹긴 먹어야지. 


엊저녁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이다. 이거랑 차일드44 2편. 


차일드44 2편은 초반부터 레오가 너무 쌍놈으로 나와서 허걱하고, 1편만큼 역시 읽기 힘들다 싶고. 일단 아직까지는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책이고, 사노 요코는..초반부터 너무 치매, 노년, 할머니 그래서 몇 살인가 셈해보았더니 65 정도인 것이다. 

그래도 한 75세는 넘어야 노년 같은데.. 비슷한 나이의 엄마는 아직도 밖에 가면 젊은년이 노약자석 앉았다고 욕 먹고 다닌다구. 


여튼, 생각했던것 과는 매우다르게, 재미있고 유쾌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씨니컬하고, 노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글들이 많다. 


빵이 다 떨어져서 커피숍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걸어서 2분만에 도착했다. 돈만 내면 아침을 먹을 수있다니 도시는 굉장하다. 셀프서비스용 쟁반을 들고 막다른 곳까지 슬슬 걸어갔다. 작은 테이블 딱 한 자리가 비었고, 벽을 따라 테이블이 6개 정도 늘어서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벽을 등지고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전부 여자였다. 전부할머니였다. 그중 넷은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전부 늦은 아침을 먹는듯했다. 전부 홀몸으로 보였다. (..)


하나하나 살펴보면 말쑥한 얼굴에 옷차림도 단정하다. 예쁘게 흰머리를 말아 올린 일흔 후반의 어느 할머니는 롱스커트에 커다란 연보랏빛 스카프를 어깨에 걸치고 여류롭게 커피숍을 나갔다. 저 사람은 필시 부유층 샐러리맨 부인이었을테지. 그 옆의 할머니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밤색으로 물들였다.검은 바지에 짧은 재킷을 입고 문고본을 읽는 모습이 정년퇴직한 커리어우먼 같다 그 옆 사람은 옛날 영국의 가정교사처럼 보였다. 회색 타이트스커트에 털실로 짠 조끼, 흰색 블라우스의 작고 둥근 옷깃에는 섬세한 레이스가 달려 있고, 그이음매는 카메오 브로치로 장식했다. 요즘 시대에 카메오 브로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정말로 추억의 패션이다. 그러나 내 차림새도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청바지에 인도 자수가 놓인 윗도리, 발에는세이유에서 500엔에 산 샌들을 아무렇게나 꿰어 신었다. 예전에는 이런 할머니가 없었다. 보나 마나 독거노인 냄새가 풀풀 나겠지. 내일 이 시간에 오면 다시 같은 얼굴을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도 남들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도 없이 기운이 솟아났다.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먹는 것'이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먹는 것'을 '요리하는 것' 말이다. 

아직 1/4 정도를 읽은 정도이지만, '먹는 것/요리하는 것', '책', '홍백전/티비보기', '친구'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가장 큰게 요리, 그 다음이 티비인 것 같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만,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먹거리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좋은 취미? 생활방식? 인 것 같다. 


나는 .. 맛있는 걸 먹으면 좋지만, 그보다는 건강한 것을 먹는 것이 좋고, 자부심을 가지고 먹거리를 내는사람이 만드는 것을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요리는 하기 싫고, 치우는 것도 싫다. 요리의 과정에서 좋은건 '장보는거' 정도이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지고 괜찮은 건강한 먹거리를 내는 카페/밥집/레스토랑 등을 많이 알아두는게 중요하다. -> 결론.

나이 들어서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요리는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안하지만


식물을 키우는 것도 계속 할 수 있다. 타샤할머니처럼. 책을 읽는 것도 계속 할 수 있고, 글을 쓰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전시를 다니는 것도 계속 할 수 있으리라. 저자는 바른 자세를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살면서 한 번도 유연했던 적은 없지만, 요가는 꾸준히 다니고 싶다. 


장수사회의 롤모델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생각나는 할머니들은 길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나 티비에 나와서 며느리 머리 끄댕이 잡는 할머니밖에 없고, 뭐 할아버지라고 나을것도 없다. 지하철에서 깽판치거나 퀵해주시는 할아버지들. 


내가 흑석동에 살아서 그런가. 반포를 지나칠 때면 종종 책에 나온 것 같은 멋쟁이 할머니들을 본다. 길에서 보는게 다이니 어떻게 노년생활을 꾸려 나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아침 뭐 먹지? 

코엑스 마마스의 아침 메뉴가 4800원에 샌드위치와 커피인걸 봤다.조만간 가서 먹고 커피들고 영화 봐야지. 

그래서, 오늘 아침,아니, 이제 점심,아점엔 뭐 먹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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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0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1 0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7-3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내염하고는 완전히 다른가보네요. 이빨이 녹는다니...
말로 많이 아팠겠어요 ㅜ..ㅜ

하이드 2015-07-31 06:34   좋아요 0 | URL
네, 보이기도 하는데, 안보이는 곳부터 녹아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더라구요. 고양이과에 가장 흔한 구강에 생길 수 있는 병이라고 합니다.

보통 통증 시작되고 병원 가는데, 말로는 다행히 통증은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