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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22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은돼지는 어디에? 은돼지를 찾아라!
제목의 '실버피그'는 쌩뚱맞다. 씰버픽. 아, 은 돼지. 하고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은 나같이 둔탱이나 그럴지 모르겠지만, 작품에 은돼지가 등장하고 나서이다.
80년대 고전주의 출판이 판치던 시절 작가는 이 시리즈 첫권의 원고를 들고, 출판해줄 곳을 찾아 전전했다고 한다. 로마시대 명탐정!이라니.
뭔가, 책 읽기 전에 설명이나 리뷰 잘 보지 않지만, 내가 '팔코'에 대해 상상했던 것은 나이 많고, 오동통하고, 머리 좋은 아저씨 였나보다.
팔코는 스물아홉살이다.
이 책에서 쓸쓸한 서른살을 맞이하게 된다.
팔코의 고생담과 씨니컬함과 굽히지 않는 의지와 명예와 돈을 당나귀똥으로 아는 점은
하드보일드 소설들의 주인공과 같다.
게다가, 이 시리즈에서만 벌써 두 명. 정말 말대로 '사건을 맡을때마다 새여자를 만나는'지 궁금해서라도
2편을 주문해버렸다. 1권에서 계속 등장하는 '아내' 의 이야기는 지금 이 여자와 결혼하는거야? 라는 궁금함에 책읽기를 재촉하게 된다. 혹시 작가의 전략은 아니겠지! 그와 같은 로맨스로 볼작시면, 뭔가 사랑에 빠진 007 스럽기도 하고.
작가가 현대적인 탐정을 역사물에 끼워넣었다고 하지만, 팔코의 '날스러움' 은 현대에 오면 큰일날 것 같긴 하다. 뭔가, 내가 요즘 열심히 보고/읽고 있는 로마에 관한 드라마나 책들에 나오는 그런 탐욕스럽고 지저분한 거리, 몸통 두껍고 어깨 넓은 남자들, 씩씩한 여자.. 라기보다는 엄마, 먹고 마시기의 즐거움. 그런 퇴폐적인 느낌.
추리적인 요소를 볼 때도 좋은 데뷔작이다.
영웅인 형을 둔 집안의 애물단지. 그 '영웅'이었던 형과 관계된 인맥들. ( 그 인맥이 황제까지 가니, 조금 말 되나 싶긴 하지만서도) 어느날 광장에서 품으로 뛰어들어온(?) 소시아 라는 작고 아름다운 여인을 도와주기로 맘먹으면서 현황제를 몰아내고자 하는 비리에 관련된 '은돼지!' 를 찾기 위해, 딱 죽기 직전까지 고생하는 이야기이다.
그는 씨니컬하고, 그가 치는 대사들은 쓴폭소를 터뜨리게 하고, 효자에(!!) 죽은 형의 미망인과 아이를 챙기는 가족적인 남자다.
자, 이제 팔코를 만나보시라.